오트 쿠튀르에서 생긴 일
정교한 기술과 장인정신으로 환상의 나래를 펴게 한다. 2015년 봄 시즌 오트 쿠튀르에서 만난 미학적 세계와 신선한 이슈를 모았다.
Jean Paul Gaultier
Maison Margiela
1월의 파리, 봄 내음을 풍기기 한참 전인 이곳에는 놀랍게도 장인의 손맛을 더한 꽃이 만개했다. 온 몸을 보리 이삭과 꽃다발로 치장한 빅터 앤 롤프부터 고요한 대나무 숲이 흔들리는 모습을 얇은 오간자 소재로 그려낸 아르마니 프리베, 꽃밭에 털썩 누운 듯 꽃잎으로 촘촘히 장식한 풍성한 풀스커트 차림의 샤넬과 지암바티스타 발리 그리고 플라워 프린트의 PVC 롱 코트를 입은 미래적 디올까지. 올 봄 오트 쿠튀르 컬렉션을 관통하는 키워드가 다름 아닌 꽃인 것! 장 폴 고티에의 꽃을 대하는 유머러스한 태도 역시 흥미롭다. ‘프러포즈에 응하는 61가지 방법’이란 주제로 데님 팬츠나 스포츠 모자를 웨딩드레스에 매치한 신부에 이어 생화 오키드로 온몸을 감싼 ‘부케’ 차림의 모델 나오미 캠벨을 런웨이에 세운 것. 쿠튀르에 전념하기 위해 레디투웨어 컬렉션 중단을 선언한 이후 선보인 첫 쇼인 만큼 눈을 사로잡는 볼거리였다. 꽃으로 수놓은 쿠튀르 시즌, 깜짝 놀랄 만한 소식도 곳곳에서 들렸다. 특히 화제의 중심에는 2011년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패션계를 잠시 떠난 존 갈리아노가 수장으로 나선 메종 마르지엘라가 있다(기존브랜드명에서 ‘마틴’을 지웠다). 그의 컴백 쇼는 갈리아노의 본거지 런던에서 열렸는데, 언제나 익명의 태도를 유지하려는 메종 마르지엘라와 뛰어난 쇼맨십을 지닌 갈리아노의 만남에 대한 사람들의 호기심은 그야말로 어마어마했다. 뚜껑을 열어본 결과는? 미니멀리즘과 해체주의를 표방하는 패션 하우스에 걸맞은 심플한 블랙 슈트와 레드 가운은 물론 런던식 아방가르드함이 돋보이는 모형 자동차와 조개껍데기 콜라주 룩의 향연! 그야말로‘완벽한 합체’를 보여준 쇼의 마지막, 메종 마르지엘라의 화이트 가운을 입고 등장한 존 갈리아노의 모습에선 오랜 방황을 거친 디자이너와 브랜드 모두 제자리를 찾은 느낌을 받을 수밖에.
La Perla
Bonpoint
새롭게 쿠튀르 시장에 뛰어든 브랜드도 있다. 란제리 브랜드 라 펠라가 공개한 아틀리에 컬렉션은 이너웨어를 넘어선 특별한 의상을 만드는 데 초점을 맞췄다. 최고급 리버스(leavers) 레이스, 네오프렌, 튈, 실크 소재로 완성한 사파리 베스트와 바스켓볼 쇼츠, 드레스 같은 토털 룩이 새롭게 등장했고, 이를 브랜드의 1900년대 아카이브에서 차용한 자수 패턴과 깃털을 덧댄 컷아웃 보디슈트, 관능적인 가터벨트 등 더욱 정교한 란제리를 함께 매치해 환상적인 쇼를 완성했다. 이번 쿠튀르 기간에 맞춰 2015년 F/W 쇼를 선보인 아동복 브랜드 봉쁘앙은 하우스 40년 역사상 처음으로 쿠튀르 라인을 공개했다. 프라이빗한 패션이 더 이상 어른에게만 국한되지 않는 셈! 하우스의 감각과 노하우를 간직한 비밀스러운 공방에서 완성한 봉쁘앙 쿠튀르 라인은 당장이라도 동화 속 공주님으로 변신할 것 같은 레이스 드레스부터 실버 티아라까지 앙증맞은 사이즈로 만들어낼 예정이다. 정교한 기술과 화려한 디자인, 그리고 풍성한 볼거리로 가득했던 2015년 봄 시즌 오트 쿠튀르 컬렉션. 비록 소수만 누리는 호사지만 바라보기만 해도 들뜰 수밖에 없는 이유다.
에디터 한상은 (hanse@nobless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