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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트 쿠튀르, 환상 그 이상(理想)

FASHION

가까이에서 봐야 공들여 만든 가치를 알 수 있고, 브랜드의 정체성을 이해할 수 있다. 귀한 소재, 완벽을 기하는 공정을 통해 희소성을 담아 완성한 옷. 샤넬의 오트 쿠튀르를 보다 가까이에서 보기 위해 도쿄로 향했다.

1 의상과 세트처럼 섬세하게 수놓은 디테일이 눈길을 끈 스니커즈
2 올봄 파리에서 열린 샤넬의 2014년 S/S 오트 쿠튀르 컬렉션 쇼장 풍경

오트 쿠튀르 하면 반짝이는 무엇, 극도로 호화로운 이미지가 연상된다. 한 사람을 위한 맞춤복의 의미와 더불어 연상되는 한 땀 한 땀 공들여 짓는다는 의미 때문. 하지만 여기서 잠시 맞춤복의 의미를 되새겨보자. 오트 쿠튀르와 상반되는 기성복을 뜻하는 프레타 포르테가 등장한 것은 1940년대지만 본격적으로 대중에게 전파된 것은 1970년대부터다. 다시 말해 1883년에 태어나 1971년 타계한 디자이너 가브리엘 샤넬은 생전에 오트 쿠튀르 의상만 선보인 것! 놀랄 것 없이 당시에는 당연한 일이었다. 사람들이 입는 일상의 모든 옷이 맞춤복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샤넬의 오트 쿠튀르 컬렉션은 디자이너 샤넬의 패션 세계를 보다 가까이에서 확인할 수 있는 옷이다. 물론 칼 라거펠트라는 프리즘을 통해 보다 현대적으로 변모하긴 했지만 하우스의 아이덴티티, 본질은 그대로인!

1, 2 코르셋에서 영감을 얻어 잘록한 허리를 강조한 의상 디테일
3 샤넬의 2014년 S/S 오트 쿠튀르 컬렉션

차갑던 바람이 한결 순해지고 따사로운 햇볕이 왠지 가슴 설레게 하던 4월 중순, 지난 1월 파리 그랑 팔레에서 소개한 샤넬의 2014년 S/S 오트 쿠튀르 컬렉션 프레젠테이션 행사가 도쿄에서 열렸다. 샤넬 긴자 부티크 갤러리에서 진행한 이벤트에는 오트 쿠튀르라는 이름에 걸맞게 일본과 한국에서 엄선한 매체의 프레스들이 참석했다. 행사는 프랑스 샤넬 본사에서 오트 쿠튀르를 담당하는 홍보 당담자의 설명에 따라 이번 시즌 컬렉션 의상을 입은 모델들이 프레스가 앉은 의자 사이로 워킹하는 살롱 쇼 방식으로 진행했는데, 평소 접하기 힘든 아이템을 불과 50cm도 안 되는 지척에서 볼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로우면서도 설레었다.

올봄 파리에서 열린 샤넬의 2014년 S/S 오트 쿠튀르 컬렉션 쇼 백스테이지 풍경

화려하고 에너지 넘치는 캉봉 클럽을 주제로 제작한 오트 쿠튀르 의상을 입고 차례로 걸어나오는 모델을 통해 한눈에 확인할 수 있었던, 컬렉션 전반을 아우르는 두드러지는 특징은 여성성을 대표하는 코르셋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페미닌하지만 힙색, 아대 등 스포티브한 요소를 더해 활동적 분위기를 자아냈다는 점. 특히 드레시한 의상에 어울릴 것이라곤 상상조차 하지 못한 스니커즈를 매치한 예상 밖의 스타일링은 ‘어떻게 이보다 쿨할 수 있을까’ 하는 감탄을 자아냈다. 사실 스트리트 문화가 다양한 방식으로 하이패션과 조우하고 있다지만 오트 쿠튀르 컬렉션과의 조합은 다소 의외가 아닌가! “예상을 뒤엎는 요소를 갖추었을 때 그 패션은 성공한 것임을 알게 된다”라고 말한 가브리엘 샤넬, “시대는 변한다. 판단 기준 또한 변한다”라고 말한 칼 라거펠트의 어록을 새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파스텔 컬러 깃털이 화사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드레스. 실크 오간자에 336시간에 걸쳐 다양한 컬러의 오리 깃털을 하나씩 장식해 볼레로와 스커트를 꾸미고 코르셋 부분에는 160시간 동안 7700개의 시퀸을 수놓았다.

머리에서 발끝까지 반전의 묘미가 가득한 스타일링에 넋을 놓고 있을 즈음, “오트 쿠튀르에 사용하는 모든 소재, 트위드, 레이스, 단추는 공방에서 직접 제작합니다”라는 설명이 귀에 들어왔다. 다양한 컬러와 굵기의 리본을 엮어 트위드를 만들고 깃털로 뒤덮은 의상 역시 레이스의 올과 올 사이에 깃털을 하나씩 수놓은 것이라는 사실이 놀라웠다. 앞서 오트 쿠튀르, 맞춤복은 과거 일상복이었다고 언급했는데, 그렇다면 ‘과거 사람들은 이토록 호화롭고 섬세한 의상을 평상시에 입었을까?’ 하는 의문이 들 수도 있다. 그래서 잠깐 오트 쿠튀르의 역사를 설명하면, 프랑스어를 직역하면 Haute(고급)+Couture(의상), 한마디로 고급 옷을 뜻하는 오트 쿠튀르는 1858년(물론 이전에도 있었다!) 나폴레옹 3세 비(妃)의 전속 드레스 메이커인 찰스 프레더릭 워스가 선보인 드레스 발표회를 기점으로 공식화한 표현이다. 당시 파리에서는 깃털과 자수 등으로 화려하게 꾸민, 쿠튀르 예술이라 부르는 신발·장갑·모자 등 잡화점이 번성했기 때문에 보다 고급스러운 의상을 찾는 이들은 이런 꾸밈 장식을 옷에 더하며 특별화를 꿈꿨다. 이후 기성복이 등장하면서 쿠튀리에들은 본격적으로 이와 차별화할 수 있는 상세한 규칙을 만든다. ‘모든 의상을 하우스의 디자이너가 직접 디자인하고 20명 이상의 장인이 몸담은 자사 공방에서 제작한다’, ‘오트 쿠튀르 컬렉션 기간 중 하우스는 최소 25벌의 데이웨어와 이브닝웨어로 이뤄진 컬렉션 런웨이를 선보여야 한다’는 식이다. 샤넬 역시 이런 기준에 맞춰 실크·오간자·모슬린처럼 가벼운 소재로 옷을 만드는 플루(Flou), 트위드·울·가죽 등 도톰한 소재로 의상을 만드는 타일뢰르(Tailleur) 등 각기 다른 목적을 지닌 공방에서 300여 명의 장인이 협력한다. 슈트 한 벌을 만드는 데 최소 100시간, 이브닝드레스는 250시간, 웨딩드레스는 1000시간 이상 걸리니 이 어찌 특별하지 않을까.

드레스 전체에 수놓은 반짝이는 골드 장식이 화려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드레스. 오간자와 실크 튈에 깃털과 시퀸, 메탈릭 프린지를 수놓아 장식한 것으로 무려 818시간에 걸쳐 완성했다.

시간가량 이어진 프레젠테이션이 끝난 후 사진과 모니터를 통해 볼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섬세한 아름다움에 느낀 감동의 여운이 쉽게 가시지 않았다. 한편으론 ‘박물관에 전시해야 할 것 같은 옷을 입는다고?’ 하는 의구심도 들었다. 컬렉션을 디자인하는 칼 라거펠트 역시 패션과 시간을 초월하는 최상위 명품이라고 말할 정도로 특별한 의상, 어떻게 고객을 만날까? “매년 봄과 가을 파리에서 쇼가 끝난 다음 날부터 고객은 캉봉 가 31번지에 있는 샤넬의 쿠튀르 살롱에서 오늘처럼 의상을 가까이 보기 위해 약속을 잡고 직접 피팅해볼 수 있죠. 물론 피팅 시에는 수석 재봉사가 함께하고요. 고객의 신체 사이즈를 측정하면 그 수치를 그대로 적용한 나무 마네킹을 제작, 아틀리에에 보관해 이후 주문 시 보다 편리한 진행을 돕습니다.” 홍보 담당자의 설명처럼 제작 주문 과정부터 그 시작이 남달랐다. 파리에 뿌리를 내렸지만 뉴욕, 로스앤젤레스, 상하이, 베이징, 도쿄, 런던, 모스크바 등 세계 곳곳을 누비며 전 세계의 프레스와 고객을 만나는데 그 모습이 마치 예술가의 순회 전시 같다. 이를테면 칼 라거펠트가 디렉팅한 예술가 샤넬의 작품전 ‘2014년의 봄과 여름’이라고 할까. 완벽을 향한 열정으로 완성한 하우스의 창의력에 진심을 담은 경외감이 일었다. 그리고 이내 선보일 새로운 컬렉션이 벌써부터 기대됐다.

에디터 서재희 (jay@nobless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