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한국이여!
2025년 한화문화재단과의 협업으로 서울 여의도에 분관을 열 계획이라고 밝힌 프랑스 퐁피두 센터 로랑 르 봉 관장에게 왜 한국을 주목했는지 물었다.

퐁피두 센터 전경. 건축가 렌초 피아노와 리처드 로저스가 함께 건축설계를 맡았다. Photo by Manuel Braun. ©Centre Pompidou, 2016.
우리는 퐁피두 센터를 미술관으로 알고 있지만, 이들은 스스로 미술관을 중심으로 공연장, 극장, 도서관, 카페, 서점이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복합 문화 시설이라고 말한다. 유럽에서 가장 방대한 현대미술 컬렉션을 자랑하며 루브르 박물관, 오르세 미술관과 함께 프랑스 3대 미술관으로 꼽히는 이곳은 세계 여러 도시에 적극적으로 분관을 오픈하며 전 세계 어디에서나 쉽게 예술을 향유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2010년 그 시작점으로 프랑스 메츠에 첫 분관을 열고, 2015년에는 스페인 말라가에 두 번째 분관을 오픈했다. 2018년 벨기에 브뤼셀에 이어 2019년엔 중국 상하이의 웨스트번드 미술관과 파트너십을 맺고 2024년까지 세 차례 주요 소장품 전시를 선보이기도 했다. 이렇듯 유럽 국가와 도시에 한정하지 않고 활동 영역을 확장하던 이들은 다음 스텝으로 서울을 점찍었다. 한화그룹과 MOU를 맺고 2025년 상반기에 63스퀘어에 분관 개관을 목표로 루브르 박물관, 영국박물관, 인천국제공항을 설계한 건축가 장-미셸 빌모트와 함께 현재 공간 레노베이션을 진행 중이다. 그래서 궁금해졌다. 왜 한국을 선택했을까? 중국 상하이 전시와 한국 전시는 무엇이 다를까? 앞으로 퐁피두 센터가 이들 분관을 통해 지향하는 바는 무엇일까? 로랑 르 봉(Laurent le Bon) 관장이 그 답을 보내왔다.

로랑 르 봉. Photo © Didier Plowy. ©Centre Pompidou.
최근 유럽은 말할 것도 없고 미국, 아시아 모두 비엔날레부터 아트 페어, 페스티벌까지 많은 일이 벌어지고 있어요. 이러한 이벤트를 관심 있게 지켜보는 것도 관장님의 역할일 텐데, 이들을 종합해 비교할 때 한국 예술 신은 어떤가요? 아시아 예술 신은 현재 매우 역동적입니다. 매년 각국에서 비엔날레와 아트 페어가 열리고, 끊임없이 문화적 구조가 바뀌고 있죠. 유럽을 베이스로 활동하며 프랑스 주변 국가의 예술적 활동을 손쉽게 접할 수 있는 건 맞아요. 하지만 아시아 국가에서 열리는 행사도 중요하기에 관심을 쏟을 수밖에 없죠. 한국만 해도 올해 광주비엔날레와 부산비엔날레, 프리즈 서울 등이 열릴 예정이어서 예술가들의 다양한 활약상을 기대해볼 수 있을 것 같네요.
퐁피두 센터는 조만간 서울에 분관을 오픈합니다. 이곳을 무대로 고른 이유가 궁금해요. 조금 더 정확하게 말하면 한화문화재단과 ‘협업’한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어요. 앞으로 4년 동안 퐁피두 센터의 소장품을 기반으로 한 전시를 매년 두 번씩 선보일 계획입니다. 프랑스가 지금까지 꽃피운 예술의 중심에 퐁피두 센터가 있어요. 이 사실을 국제적으로 알리는 것이 목표입니다. 미술관은 그간 국가적 차원에서 미술사적 가치가 있는 작품을 소장해왔는데, 이를 국제 무대에 선보이고자 하는 바람을 이러한 활동에 담았죠. 한국은 문화적 기반이 탄탄한 나라입니다. 지난 몇 년간 프리즈 서울을 비롯한 여러 예술 활동으로 전례 없는 문화적 성장을 경험했어요. 현재 한국의 현대 예술 신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 활기차고 흥미롭다고 생각해요.
그렇다면 중국 상하이 웨스트번드와 함께하는 퐁피두 센터와 한국 분관의 차별점은 무엇인가요? 아시아 예술 신은해외 프로젝트마다 그 특성에 맞는 프로그램을 선보이기 위해 최선을 다하죠. 우선 상하이 웨스트번드 미술관은 우리 전시를 선보이기 위해 새롭게 건물을 지었습니다. 중국 큐레이팅 팀과 우리 팀이 프로그램을 통합하는 과정을 거쳤죠. 오는 10월 파리에서 지난 10년간 중국 예술을 선보이는 전시를 열 계획이기도 하고요. 서울은 조금 맥락이 다릅니다. 이미 있는 건물을 프랑스 건축가 장-미셸 빌모트가 레노베이션하죠. 따라서 전시 프로그램도 이에 호응할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는 현재 콩스탕탱 브랑쿠시, 바실리 칸딘스키, 파블로 피카소처럼 항상 많은 이가 찾는 근·현대미술사의 주요 작가는 물론 초현실주의와 입체파 작가까지 두루 선보이고 있습니다. 퐁피두 센터 팀과 서울 큐레이팅 팀의 의미 있는 협업을 기대하고 있어요. 서로의 전문 지식을 나눠 시너지를 낼 방법을 찾아낼 겁니다.
이전에도 퐁피두 센터와 한국이 인연을 맺은 적이 있나요? 우리는 서울과 부산의 문화 기관과 매우 강한 역사적 유대 관계를 이어왔어요. 첫 협업은 1988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7월 무더운 여름 서울 워커힐 미술관에서 피에르 알레친스키의 전시를 함께 기획했죠. 그때 처음 지역의 다이내믹한 예술적 움직임을 발견할 수 있었어요. 색다른 장면이었습니다. 서울을 중심으로 형성된 예술고등학교, 예술대학처럼 주류 예술 아카데미를 중심으로 구조화된 점이 눈에 띄었거든요. 또 유럽 예술과 다른 미학을 가질 수밖에 없는 전통적, 사회적, 정치적 백그라운드도 흥미로웠어요. 더불어 백남준 선생 덕분인지 퍼포먼스, 비디오 아트 장르에서 선도적이란 점도 언급하고 싶습니다. 한국 예술 신은 이렇게 풍부하고 다채로워서 몇 마디 말로는 설명하기 어려울 지경이에요!
퐁피두 센터는 어떤 한국 작가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나요? 우선 이우환 작가의 작품 18점과 이응노 작가의 작품 15점이 있습니다. 특히 이응노 작가의 작품은 2017년 작가가 직접 기증한 것이어서 특별합니다. 또 권영우, 최욱경, 임흥순, 구동희, 임민욱, 양혜규, 박서보 등 최근 한국 작가의 작품 수를 늘리고 있어요. 현재는 총 50점의 작품이 퐁피두 센터 소장품에 포함되어 있죠. 이는 한국 근·현대미술사의 주요 인물부터 현재 활동하는 작가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폭넓은 연구 스펙트럼을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요즘 세계를 무대로 활약하는 한국 작가들이 눈에 띕니다. 퐁피두 센터에서 작품을 소장한 작가 외에 눈여겨보는 또 다른 작가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또 이들이 세계 예술 신에서 그만의 고유한 감성을 지키면서 현대적 감각을 더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요? 특정 작가의 이름을 언급하는 것은 좀 조심스럽네요. 다만 항상 한국 예술 신을 예의 주시하고 있으며, 작품 세계를 눈여겨보는 전도유망한 작가가 많다는 점을 알아주시기 바랍니다. 현재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한국 작가가 많은 것은 사실입니다. 세계화는 분명 예술가에게 많은 영향을 미쳤지만, 이들은 또 자신의 문화적 정체성에 민감하게 반응하기도 하죠. 이들에게 조언 한마디 한다면, 어디에 있든 현지의 인물들과 적극적으로 협력하며 정보를 교환했으면 합니다. 큐레이터, 작가, 일반인 친구 모두 좋아요. 현재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방향을 잃지는 않았는지 적극적으로 고찰하지 않으면 자신의 정체성과 속한 세계 사이에서 균형을 잃을 수 있으니까요.
마지막으로 〈아트나우〉 독자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앞으로 몇 년 동안 서울에서 퐁피두 센터의 작품을 선보일 수 있게 되어 기쁘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습니다. 우리는 이 협력 관계를 통해 두 나라의 예술적 유대 관계를 더욱 강화하고자 합니다. 퐁피두 센터의 가장 중요한 미션은 우리의 컬렉션을 더 많은 이와 나누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세계 각국에서 노력 중이며 앞으로 서울에서 이어가는 활동 역시 그 일환이죠. 미술관이 문을 열면 많이 찾아와주시기 바랍니다.
에디터 정송(song@noblesse.com)
사진 퐁피두 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