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경매, 해보셨나요?
크리스티와 소더비의 옥션 하우스를 통해 수천억을 호가하는 미술 작품이 쏟아지는 가운데 온라인 경매의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경매 회사는 알짜 수익을 남기고 초보 컬렉터는 내 인생 첫 작품을 만나는 영광을 누리기 때문이다. 너도나도 컴퓨터 앞에 앉아 클릭만 하면 그만이다.

세계적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은 1919년 파리 오페라하우스에서 진행하는 경매 장면을 배경으로 화려한 막을 올린다. “경매 번호 663번, <한니발> 포스터입니다. 10프랑부터 시작할까요? 더 없으신가요? 다시 한 번? 낙찰되었습니다”라며 경매를 진행하는 옥셔니스트는 현장에 모인 이들의 입찰을 유도한다. 그러는 사이 입찰자는 원하는 가격에 낙찰받고자 작은 푯말을 들었다 내렸다 하며 차분히 입찰에 참여한다. 그 후 100여 년이 지난 지금, 전 세계 크리스티 경매장과 소더비 경매장의 풍경은 1919년 당시와 비교할 때 얼마나 변했을까? 사실 특별히 달라진 점은 없다. 여전히 옥셔니스트는 경매를 진행하고 입찰자는 푯말을 들었다 내리며 입찰에 참여한다. 하지만 시스템에는 커다란 변화가 있었다. 오프라인 경매에 이어 온라인 경매가 등장한 것이다. 소더비는 2000년 인터넷 경매 회사 이베이와 함께 온라인 아트 경매를 진행했고, 크리스티는 2006년부터 자체 시스템을 구축해 온라인 경매시장을 넓혀가고 있다.
앤디 워홀, 365일 언제라도 만난다
1998년 미술 데이터베이스 구축 사이트 아트넷(www.artnet.com)은 ‘365일 언제라도 가능한 입찰과 낙찰’, ‘아트 경매시장의 투명성 공개’를 외치며 독일에서 오픈했으나 이후 뉴욕에서 활발히 운영하고 있다. 오프라인 경매시장의 절대 강자 크리스티와 소더비가 뉴욕에 본사를 두고 있기에 그들과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뉴욕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컬렉터와 작가에 대한 데이터를 발 빠르게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술 애호가들은 저렴한 낙찰가를 기대하며 아트넷의 등장에 환호했다. 온라인 경매 위탁 수수료는 평균 15%여서 30~40%에 달하는 오프라인 경매보다 훨씬 알뜰하게 작품을 구매할 수 있다. 더불어 위작 논란에 대처하는 시스템은 소더비 및 크리스티와 동일하다. 그러므로 누구나 안심하고 입찰이 가능하기 때문에 전 세계 컬렉터에게 호응을 얻고 있다. 그 과정은 다음과 같다. 우선 위탁 의뢰를 받으면 작품 검증 스페셜리스트가 작품의 이미지를 소유주에게 요청한다. 이후 과거 경매 기록, 구입 경로, 갤러리 또는 전 소장자 추적 등을 통해 위작 감별에 들어간다. 1998년 첫 경매 이후 단 한 번도 위작 논란이 없었으며 낙찰과 동시에 보험까지 자동으로 가입되니 믿고 경매에 참여해도 좋다.
그렇다면 아트넷에서는 그동안 어떤 작품이 낙찰됐을까? 현대 사진작가 신디 셔먼의 사진 ‘Untitled’(1989년)가 2010년 1만5675달러에 판매됐고 추상화의 대가 빌럼 데 쿠닝의 청동 조각 ‘Untitled’(1972년)는 2010년 2만5588만 달러에 새로운 컬렉터를 만났다. 현대건축의 거장 르 코르뷔지에의 에칭 판화 ‘Unite´’(1953년)는 2011년 5만7500달러에 거래됐다. 더불어 앤디 워홀의 판화 ‘$9’(1982년)는 2008년 14만3000달러에 낙찰되면서 아트넷 경매 사상 공식 최고가라는 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해외 온라인 경매시장은 아트넷의 주도로 프랑스에 위치한 국제 미술 경매시장 분석 기관 아트프라이스(www.artprice.com)가 온라인 옥션을 시작하면서 그 뒤를 잇는 양상을 보인다. 하지만 아트프라이스는 크리스티나 소더비처럼 위탁 판매를 진행하는 아트넷과 달리 가입 회원끼리 자율적으로 정보를 주고받으며 작품도 판매하고 광고도 하는 오픈 마켓 형식을 따른다. 게다가 영국과 미국 작가를 중심으로 옥션을 진행하는 아트넷과의 차별성과 함께 프랑스 기업이라는 점을 내세워 회원들에게 유럽 작품을 중점적으로 소개하며 옥션을 유도하고 있다.
김환기, 박수근, 이중섭의 작품을 기다리며
대한민국 온라인 경매시장은 어떻게 형성돼 있을까? 서울옥션과 K옥션이 오픈라인과 함께 온라인에서도 메이저 경매사로 활동하는 가운데 아트데이옥션, A-옥션, 꼬모옥션, 포털아트 등이 그 뒤를 잇고 있다. 국내 온라인 경매는 1년 365일 진행하는 해외와 달리 정해진 날짜에 보통 5~7일 동안 개최하며 경매 전 현장 방문을 통해 작품을 검증하도록 조언한다. 하지만 100만 원대의 작품 거래가 50% 이상이기 때문에 고가의 작품을 만나기란 쉽지 않다. 이에 대해 서울옥션 홍보 담당자는 “온라인 옥션에선 보통 1만 원에서 500만 원에 이르는 작품이 경매에 나옵니다. 서울옥션의 경우 권수현, 문정희, 박형진, 이은채 작가의 작품이 큰 인기를 누리고 있어요. 온라인 경매에서 인기를 얻고 오프라인 경매에 출품하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물론 빈도수가 많지는 않죠.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거래되는 작품의 단가 차이가 너무 크니까요. 하지만 미술 대중화에 기여한다는 점에서 미술계도 온라인 경매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라고 말한다.
국내 대표 온라인 경매사 서울옥션(www.seoulauction.com)을 통해 대한민국 온라인 옥션 시장을 좀 더 깊이 있게 들여다보자. 1998년 설립한 서울옥션은 2010년부터 2~3개월에 한 번씩 지금까지 총 15회에 걸쳐 온라인 경매를 진행했다. 이 정도 횟수라면 분기별로 진행하는 오프라인 경매와 크게 다르지 않다. 최근 경매는 올해 1월 22일부터 28일까지 7일간 펼쳐 약 50%의 낙찰률을 보였다.
해외 온라인 경매가 평균 낙찰 수수료로 15%를 요구하는 것과 달리 서울옥션은 11%라는 저렴한 수수료로 국내 미술 애호가들을 만족시켜왔다. 하지만 입찰 전 반드시 숙지해야 할 주의 사항이 있다. 한번 입찰하면 절대 철회할 수 없기 때문에 신중에 신중을 거듭해야 한다. 이는 충동구매를 사전에 차단하고 과도한 입찰 경쟁을 막기 위한 조치다. 서울옥션이 비정기적으로 제공하는 서비스 중 라이브 경매는 특히 주목할 만하다. 실제 오프라인에서 진행하듯 경매 현장을 온라인 생중계로 보여주는데, 실시간 낙찰되는 모습까지 생생하게 담아내 입찰자들에게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한다.
온라인 경매는 무엇보다 시간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더불어 초보 미술 애호가에게 ‘나도 작품 하나 구입해볼까?’라는 기대감을 불러일으킨다. 하지만 오프라인 현장에서 생생한 입찰 과정을 직접 경험할 수 없다는 점은 무척 아쉽다. 물론 서울옥션의 경우 라이브 경매를 통해 간접경험의 기회를 제공하지만 현장 경험만 한 짜릿함을 느끼긴 힘든 것이 사실이다. 또 해외 온라인 경매에는 앤디 워홀, 호안 미로, 파블로 파카소 같은 거장의 희귀 작품이 종종 등장하는 반면 한국 온라인 경매에는 김환기, 박수근, 이중섭 등의 작품이 좀처럼 올라오지 않아 지극히 안타깝다. 한 작품만 등장해도 온라인 경매에 대한 열기가 한층 뜨거워질 텐데 말이다.
그렇지만 10여 년의 역사를 이어온 온라인 경매가 이 정도 성과를 거둔 것만으로도 발전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할 수 있다. 최근 미술계를 중심으로 한창 논의 중인 모바일 경매까지 더해진다면 미술과 가까워지려는 초보 애호가들의 움직임이 더욱 활발해지지 않을까? 온라인 경매가 미술의 대중화를 선도하고 있다.
에디터 조기준
글 장윤정(아트 컨설턴트) 일러스트 김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