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언리미티드
올해 아트 바젤의 언리미티드 섹터는 지난해와 달리 전시장을 옮겨 더 화려하고 거대하게 펼쳐질 예정이다. 그곳에서 꼭 봐야 할 작품과 아트 바젤 기간에 열리는 인근 미술관의 주요 전시를 함께 살폈다.

리슨 갤러리에서 출품하는 카르멘 헤레라의 ‘Angulo Rojo’.
올해로 49회째를 맞는 아트 바젤이 6월 11일 프리뷰를 시작으로 17일까지 7일간 스위스 바젤 메세플라츠(Messeplatz)의 메세 바젤(Messe Basel)에서 열린다. 총 35개국 289개의 갤러리가 참여하는 가운데 20세기 현대미술부터 21세기 동시대 현대미술까지 작가 4000여 명의 작품을 소개한다.
어느 때보다 올해는 ‘언리미티드(Unlimited)’ 섹터에 눈길이 간다. 기존 메세 바젤 홀1의 1층에서 2층으로 장소를 옮겨 더 화려한 모습으로 선보이기 때문이다. 지금껏 아트 페어의 한계를 뛰어넘는 설치와 영상, 퍼포먼스 등의 실험적 작품을 소개한 언리미티드는 올해도 허시혼 뮤지엄 앤 스컬프처 가든(Hirshhorn Museum and Sculpture Garden)의 지아니 제처(Gianni Jetzer)가 큐레이팅을 맡아 지난해보다 수준 높은 71점의 작품을 전시한다.

데이비드 즈워너에서 언리미티드 섹터에 설치하는 프레드 샌드백의 ‘Untitled’와 프란시스 알리스(Francis Alys)의 ‘Tornado’.
언리미티드에서 가장 기대되는 건 스트라이프 패턴을 이용한 작업으로 유명한 프랑스 작가 다니엘 뷔랑(Daniel Buren)의 작품이다. 그는 2007년 언리미티드 참여 당시 메세 바젤 홀1의 1층과 2층을 연결하는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해 키네틱 설치 작품 ‘Passage de la Couleur, 26 Secondes et 14 Centiemes’를 선보여 주목받았다. 올해도 그는 신작 ‘Una Cosa Tira l’Altra’를 1층과 2층을 연결하는 에스컬레이터에 설치한다. 그 때문에 올해도 그의 작품은 언리미티드를 찾는 관람객을 가장 먼저 반갑게 맞이하는 역할을 할 것이다. 이번 작품 역시 스트라이프 패턴을 이용해 전시 공간에 들어선 관람자에게 독특하고 예상치 못한 경험을 선사할 것이다.
조각과 필름, 설치 등 다양한 장르를 오가며 활동해온 브라질 출신 여성 작가 리지아 파피(Lygia Pape)의 작품 또한 눈여겨볼 만하다. 이번에 그가 소개하는 작품 ‘TtEias’는 1979년에 처음 선보인 것으로 포르투갈어로 ‘그물’과 ‘우아한 사람’을 뜻한다고. 작품은 빛나는 실이 공중에서 교차하며 전시장 전체를 가득 메우는 형태로 관람객은 그것의 기하학적 형태와 거대한 규모에 크게 놀랄 것 같다.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적 작가 이우환의 작품 ‘Relatum’도 언리미티드에서 만날 수 있다. 그는 1969년에 처음 시도한, 대지 위 120cm 높이에 강철 철사를 섬세하게 배치한 설치 작품을 선보인다.

로버트 롱고(Robert Longo)의‘Death Star II’.
이외에 동시대 현대미술계를 대표하는 여성 작가들의 작품에도 눈길이 간다. 제니 홀저(Jenny Holzer)와 오노 요코(Yoko Ono), 카르멘 헤레라(Carmen Herrera) 등의 작품과 지난 베니스 비엔날레 스위스관 대표 작가로 선정되어 주목받은 여성 작가 캐럴 보브(Carol Bove)의 조각도 만날 수 있다. 계속되는 개념미술과 미니멀리즘의 강세에 힘입어 주목받고 있는 댄 그레이엄(Dan Graham)의 대표작 ‘Pavillon’ 시리즈와 염색한 아크릴 실을 이용, 전시장 공간에 직접 드로잉한 것처럼 보이는 프레드 샌드백(Fred Sandback)의 설치 작품도 소개한다.
특히 1980년대부터 조각과 건축 사이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드는 작업을 시도해온 댄 그레이엄은 그간 동료 작가와 건축가, 디자이너와 협업해 여러 커미션 워크를 선보였는데, 올해는 또 어떤 이와 함께했을지 기대를 모은다. 더불어 철로 만든 기다란 막대 같은 극도로 간결한 2차원적 요소로 3차원의 조각적 부피감을 표현해온 미니멀리즘과 개념미술의 대가 프레드 샌드백은 실재하면서도 실재하지 않는 조각 ‘Untitled’를 소개한다.

로버트 배리(Robert Barry)의 ‘Changing’.
지난해에 테이트 브리튼에서 대규모 네온 설치 작품을 전시해 주목받은 세리스 윈 에번스(Cerith Wyn Evans)의 작품도 주목해야 한다. 이번에 그가 선보이는 대규모 네온 설치 작품 ‘Noh’ 시리즈는 일본 전통 가면극에서 영감을 얻은 것이다. 그는 가면극의 안무와 배우의 움직임을 선과 네온으로 입체화했다. 꽤 복잡하게 얽혀 있는 그의 네온 드로잉은 전시장 천장에 설치되어 관람객에게 마치 실제 가면극에 초대된 듯한 느낌을 선사할 것이다.
한편 올해도 아트 바젤이 열리는 동안 크고 작은 위성 페어, 그리고 바젤 지역의 주요 미술관을 통해 흥미로운 전시를 만날 수 있다. 20세기와 21세기의 디자인 작품을 소개하는 디자인 마이애미 바젤, 젊은 갤러리들이 신진 작가의 참신한 작품을 선보이는 스코프(Scope)와 볼타(Volta), 리스테(Liste) 등이다. 그중 가장 기대되는 전시를 선보이는 미술관은 아트 바젤의 설립자이자 인상파와 팝아트의 주요 딜러인 에른스트 바이엘러가 50년 넘게 모은 컬렉션을 전시하는 바이엘러 파운데이션. 이곳에선 현대미술의 거장 프랜시스 베이컨과 알베르토 자코메티의 작품에 나타난 유사성을 조명하는 < Bacon-Giacometti >전(9월 2일까지)을 감상할 수 있다. 또 바젤을 대표하는 세계적 건축가 헤어초크 앤 드 뫼롱이 설계하고 스위스 유명 컬렉터 에마누엘 호프만(Emanuel Hoffmann)의 컬렉션을 전시, 보관, 연구하는 샤울라거에선 존재와 고립, 소통을 주제로 미국 동시대 작가 가운데 가장 혁신적이고 도발적인 작품을 선보여온 브루스 나우먼의 회고전 < Bruce Nauman: Disappearing Acts >(8월 26일까지)가 열린다.

그리스 조각가 코스티스 벨로니스(Kostis Velonis)의 ‘How to Build Democracy Making Rhetorical Comments’.
마지막으로 바젤 인근에 위치한 비트라 디자인 뮤지엄에선 1960년대부터 현재까지 세계적 댄스 클럽의 디자인 변천사를 보여주는 < Night Fever. Designing Club Culture 1960-Today >전(9월 9일까지)을 만날 수 있다. 전 세계에서 미술계 주요 인사와 전문가, 컬렉터가 다수 찾을 것으로 예상되는 아트 바젤. 올해는 과연 어떤 작품과 전시가 가장 많이 회자될까?
에디터 이영균(youngkyoon@noblesse.com)
글 채민진(퍼스펙트럼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