옻칠의 미학
전통 옻칠을 일상 속 예술로 피워낸 이현승 작가의 작업 속으로.

이현승 작가.
참옻나무에서 채취한 수액, 옻칠. 인체에 무해한 것은 물론, 방습·방충·방독·소취·항균·방부 효과를 지닌 최고급 천연 도료다. 이러한 옻칠이 공예품으로 탄생하기까지는 많은 시간과 정성이 필요하다. 1996년 세계 최대의 칠 공예전으로 손꼽히는 ‘이시가와 국제 칠예전’에서 대상을 수상하며 국제적 명성을 얻은 이현승 작가는 40년 넘는 세월 동안 옻칠 작업에 매진해왔다. “옻칠은 정직한 재료라고 생각해요. 공들이고 시간을 쏟아부은 만큼 결과가 나오거든요.” 그에게 옻칠 작업은 단순한 예술을 넘어 긴 시간과 인내, 진지한 마음을 담아내는 과정이다. 바르고, 건조하고, 다듬는 행위를 수십 차례 반복하며 작품 하나하나에 순수한 정신과 마음을 오롯이 쏟는다.
“때로는 작업이 수행처럼 여겨집니다. 쉽지 않은 과정이지만, 진심을 다해 완성한 결과물을 마주할 때면 어디서도 경험하기 어려운 성취감을 느끼곤 해요.”
학부 시절 옻칠의 따뜻하고 깊은 색채에 매료된 후 일본 도쿄예술대학 대학원을 수석 졸업한 이현승 작가는 이후 국내외에서 수많은 개인전과 단체전을 열었고, 청와대 사랑채와 G20 정상회담 시연 작가로 활동하며 한국 전통 옻칠을 세계에 알려왔다. 세계칠문화회의 의장이자 전 도쿄예술대학 교수인 오오니시 나가토시는 “이현승은 칠에 내재된 심오한 매력을 무한히 끌어내 우리 눈을 즐겁게 해주는 작가”라며 그의 작업에 깊은 신뢰를 표했다. 이러한 기대에 부응하듯 작가는 최근 전통을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한 작품을 선보이며 주목받고 있다. 심해의 울림을 모티브로 전통 옻칠 기법인 건칠을 적용해 제작한 ‘Ocean Echoes Ⅱ’, 불교 수행자들이 공양할 때 사용하던 식기 ‘발우’를 현대적 감성으로 재해석한 ‘Orbit’ 등이 대표적 예. 옻칠의 미묘한 색감을 극대화한 유기적 형태의 오브제, 심플하면서 고아한 기품이 느껴지는 그릇과 수저 세트 등 예술과 일상을 넘나드는 작업이 시선을 끈다. 이현승 작가의 긴 여정과 그동안의 인내가 고스란히 담긴 작품 및 제품으로 구성된 ‘Everyday-Objet’ 시리즈는 국내외 아트페어와 크래프트나비 온라인 스토어에서 만나볼 수 있다. 올해 안에 서울 신사동 소재 편집매장 입점도 예정되어 있다.
문의 02-514-0342

위쪽 국립 도쿄예술대학 박물관에 영구 소장된 작품 ‘해저수림대’.
아래쪽 수행자들이 공양할 때 사용하던 식기인 발우를 현대적 감성으로 재해석한 ‘Orbit’ 시리즈.
에디터 김수진(jin@noblesse.com)
사진 김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