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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함을 찾아 떠나는 여정

FASHION

울트라 신 워치의 대명사 피아제는 알아갈수록 놀라운 균형 감각을 갖춘 브랜드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무슨 말이냐 하면, 초박형 무브먼트를 만들 수 있는 기술력을 지녔으면서도 디자인을 소홀히 하지 않았고, 혁신적 기능을 선보이면서도 한편에서는 여전히 전통적 수공예법으로 최상의 워치를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올 10월, 국내에 알티플라노 골드 브레이슬릿 컬렉션 런칭을 앞두고 있는 피아제를 보다 속속들이 알아보기 위한 긴 여정을 시작한다. 그 여정의 첫 번째는 피아제의 심장인 매뉴팩처 투어!

플랑레와트 매뉴팩처

심장을 마주하다
시계를 잘 모를 때는 케이스 위주의 디자인에 집중하기 마련이다. 시계를 알게 되면 케이스 너머 무브먼트에 신경을 쏟게 된다. 그렇게 무브먼트를 알아갈수록 피아제의 울트라 신 무브먼트가 왜 칭송을 받는지도 자연스레 느끼게 된다. 피아제는 1957년 두께가 2mm밖에 안 되는 유명한 핸드와인딩 울트라 신 무브먼트 9p를 선보였다. 얼마 후 1960년엔 2.3mm 두께의 세계에서 가장 얇은 셀프와인딩 무브먼트 12p를 소개했다. 피아제가 개발한 총 37개의 무브먼트 중 25개가 울트라 신 칼리버이며 초박형이라는 사실은 이 분야에서 피아제가 어떤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지 가늠하게 한다. 울트라 신 무브먼트는 피아제로 하여금 디자인에서도 괄목할 만한 성취를 이루도록 했다. 무브먼트를 소형화할수록 장인들은 디자인, 제작, 조정, 마감 단계에서 새로운 기술력과 해법을 찾아야 했으며, 그 결과 보다 우아하고 정교하며 혁신적인 디자인을 내놓을 수 있었다.
2013년 소개한 엠퍼라도 쿠썽 오토매틱 미니트리피터는 부품이 407개나 되지만 무브먼트 1290p의 두께는 4.8mm에 불과하며, 전체 케이스의 두께도 9.4mm다. 피아제의 아이콘이라 불리는 알티플라노 38mm 900p는 무브먼트와 케이스를 합해 3.65mm 두께로 세계에서 가장 얇은 기계식 시계로 탄생했다. 알티플라노 900p의 주얼리 버전 역시 두께가 5.65mm밖에 되지 않는 세계에서 가장 얇은 주얼 세팅 워치 기록을 세웠다.
피아제의 무브먼트를 책임지는 매뉴팩처는 라코토페(La Co^te-aux-Fe′es)에 위치해 있다. 1874년 스위스 쥐라 산맥에서 조르주 에두아르 피아제에 의해 시작된 피아제는 라코토페의 가족 농장에 시계 공방을 마련했다. 한마디로 그림 같은 산기슭에 서 있는 라코토페 매뉴팩처의 길 건너편에는 피아제가 살던 집이 여전히 깔끔하고 단아한 모습으로 자리해 있다. 이곳에서 무브먼트 제작 공정이 이루어지는데, 주얼리를 무브먼트에 조립하는 주얼링 앤 마운팅 공방, 전통 기법으로 무브먼트를 장식하는 기계식 장식 공방이 우선 눈에 띈다. 기계식 장식 공방에서는 코트 드 제네브 패턴을 만들기 위해 사포를 이용하고 햇살 무늬인 선버스트 효과를 위해 연마판을 사용한다. 거의 모든 작업이 손으로 이루어지는 핸드 데커레이션 및 마감 작업장에서는 고급 시계 제작 중 어려운 마감의 하나인 미러-폴리싱에 열중하는 장인을 발견할 수 있다. 장인의 정교한 미러-폴리싱을 통해 무브먼트 케이스의 나사까지 반짝반짝 빛나게 된다. 울트라 신 워치 스페셜리스트들이 포진한 조립 공방, 투르비용·퍼페추얼 캘린더·미니트리피터·스켈레톤 무브먼트 같은 가장 까다로운 시계를 만드는 오트 오를로주리 공방은 가히 라코토페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오트 오를로주리 공방에서는 7명의 마스터 워치메이커가 상주하며 각 장인이 할당된 무브먼트를 처음부터 끝까지 조립한다. 1874년 설립 이래 생산한 어떤 시계도 수리가 가능한 수리 및 고객 서비스 공방, 엄격한 품질검사를 거치는 곳, 시계 제작에 필요한 도구를 만드는 곳까지 라코토페는 각 분야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피아제의 진정한 심장이 요동치게 하는 곳이다.

섬세하게 무브먼트를 만드는 공정

수리 및 고객 서비스 공방에서 발견한 옛 다이얼

라코토페 매뉴팩처에 있는 옛 시계 제조 기계

다이얼 제작 과정

섬세하게 무브먼트를 만드는 공정

라코토페 매뉴팩처

알티플라노 골드 브레이슬릿 34mm

라코토페 매뉴팩처에 걸려 있는 피아제 가문의 사진

완성을 위한 세심함, 그 이상
아무리 훌륭한 무브먼트가 있다 한들 그것을 아름답게 품어줄 케이스와 브레이슬릿이 없다면 고객에게 감동을 주긴 어려운 법. 라코토페에서 공들여 만든 무브먼트가 비로소 시계의 모습을 갖추는 곳이 바로 플랑레와트(Plan-les-Quates) 매뉴팩처다. 무브먼트 제작을 뺀 나머지 공정이 이루어지는 곳으로 490여 명이 이곳에서 일하고 있다.
디자이너가 그려준 스케치를 기술적으로 완벽하게 구현할 수 있도록 컴퓨터로 3D 디자인을 완성하는 테크니컬 오피스는 디자인과 기능이 결코 분리될 수 없다는 간단한 명제를 확인시킨다. 아름답기만 한 디자인, 기능에만 충실한 시계를 추구하는 고객은 없을 터. 그러므로 이곳에서 디자이너와 테크니컬 엔지니어가 고민 끝에 이루어내는 화합은 시계의 성공을 예측하는 열쇠가 된다. 피아제의 자랑인 알티플라노 900p의 완벽한 모습을 구현하기 위해 이 부서에서만 4년의 시간이 걸렸을 정도다.
시계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브레이슬릿은 기능은 물론 심미적으로도 호감도를 상승시키는 부분이다. 때때로 하나에 100개 이상의 부품이 필요한 브레이슬릿을 만들기 위해 정확하고 정교한 커팅과 밀링 기술은 필수. 첨단 기술과 사람의 손이 혼연일체가 되어 만들어내는 브레이슬릿은 우리에게 최상의 착용감을 선사하기 마련이다.
이미 1960년대 말 골드 브레이슬릿을 만들어 시계 역사에 한 획을 그은 피아제인 만큼 골드를 이용해 브레이슬릿을 만들어내는 공방은 브랜드의 과거와 미래를 모두 들여다볼 수 있는 곳이다. 우리나라에서도 폭발적 반응을 얻고 있는, 일명 재키 워치라 불리는 트래디셔널 워치의 브레이슬릿은 브랜드의 금세공 기술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으로 모든 공정이 수작업으로 이루어진다. 손으로 금사를 꼬고 프로필에 고정하며 링크를 잘라 잠금 핀 위에 체크무늬 형태로 올려놓고 하나하나 고정시켜 구조를 완성한다. 그다음 구조 전체를 정교하게 배치하면 400여 개의 부품으로 이루어진 브레이슬릿이 완성되는 것. 온전히 사람의 손으로 이루어지는 만큼 이 기술을 대대로 전할 후계자를 양성하는 것도 브랜드엔 절실한 과제다. 피아제 역시 브랜드의 전통 기법을 고수하기 위해 젊은 장인을 훈련시키는 데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
피아제에서 주로 사용하는 금은 제작 공정 중 많은 부분이 떨어져나가는데, 이것이 전체 금의 3분의 2 정도라고. 피아제는 자체 용해로를 보유, 진공청소기 모양의 기계로 떨어진 금을 모두 모아 용해로에 넣고 녹여 금괴로 만든다.
피아제의 또 다른 자랑거리인 주얼 워치를 탄생시키는 하이 주얼리 공방에서는 보석을 선별하는 것부터 제자리에 세팅하는 일련의 과정이 숙련된 장인에 의해 진행된다. 실제로 현미경을 보고도 어림잡기 어려운 보석과 보석 사이 간격을 절묘하게 맞추어 세팅하고, 보석의 각 면이 일정하게 병렬되도록 세팅하는 기술은 여타 브랜드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것. 피아제의 하이 주얼리 공방에서는 디자이너가 넘겨준 스케치를 바탕으로 장인들이 주얼리 모형 제작, 세팅, 피니싱에 이르는 전 공정을 진행하고 있다. 거의 사람의 손으로 이루어지지만 요즘은 시계와 마찬가지로 착용감 등을 고려해 테크니컬 오피스와의 협업도 증가하는 추세란다.
마지막으로 방문한 곳은 시계 케이스 공방으로 무브먼트와 모든 부품을 하나로 조립하는 곳이다. 먼지나 기타 미세 물질이 묻지 않도록 까다로운 품질 기준을 따져가며 무브먼트와 다이얼, 시침과 분침을 조립한다. 조립이 끝나면 바로 오차 및 방수 테스트를 시작하며 모든 것이 완벽하다고 판명되면 드디어 세상에 소개하는 것이다.

플랑레와트 매뉴팩처를 떠나기에 앞서 피아제의 역사를 엿볼 수 있는 시계들을 전시한 빈티지 코리도(Vintage Corridor)를 찾았다. 최근 각종 경매나 개인 컬렉터에게 사들인 제품을 위주로 볼 수 있으며 현대 시계와는 사뭇 다른 대담한 디자인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매뉴팩처를 나서니 옆에서 한창 건설 중인 새로운 매뉴팩처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향후 1년 내 완공 예정인 이곳이 완성되면 피아제의 심장과 외관은 더욱 탄탄해질 듯.

트래디셔널 오벌 워치

플랑레와트에 위치한 빈티지 코리도

피아제 워치가 매력적인 이유
피아제의 탁월함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제품의 컨셉 설정부터 마무리까지 자체적으로 소화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프레스티지 브랜드 중 하나인 피아제는 기능에만 충실해 디자인을 도외시한 적도 없고, 디자인을 좇느라 기능을 망각한 적도 없다. 특히 지난 10년 동안 피아제는 매우 인상적인 무브먼트를 만들어냈는데, 세계에서 가장 얇은 투르비용 무브먼트 600p, 분침에 투르비용을 장착한 투르비용 렐라티브 무브먼트 608p, 세계에서 가장 얇은 기계식 셀프와인딩 미니트리피터 무브먼트 1290p 등 기술의 향연을 멈추지 않았다. 시계 브랜드에서 소개하는 주얼리에서도 탁월함은 빛을 발한다. 하이 주얼리 컬렉션을 비롯해 포제션 컬렉션, 로즈 컬렉션 등은 피아제가 시계를 만들고 남은 에너지로 주얼리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증거다. 아마 라코토페와 플랑레와트라는 든든한 양 날개를 보유하고 있어서 가능한 것일지도.
오는 10월 국내에 소개하는 알티플라노 골드 브레이슬릿 컬렉션은 피아제의 최첨단 무브먼트를 통한 기술력, 골드를 자유자재로 주무르는 연금술 그리고 디자인을 다시 경험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디자이너의 스케치를 3D로 구현하는 테크니컬 오피스

전통적 궁정(palace) 기법으로 생산하는 트래디셔널 오벌 워치 브레이슬릿

무브먼트에 케이스를 조립하는 모습

꼼꼼하게 마무리하는 시계 조립 과정

꼼꼼하게 마무리하는 시계 조립 과정

알티플라노 900p 하이 주얼리

에디터 이윤정 (yoonjunglee@noblesse.com)
사진 기성률, 피아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