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징소호를 주목하라
장신(Zhang Xin), 판스이(Pan Shiyi) 회장이 꿈꿔온 예술적 가치를 지닌 랜드마크의 건설이 마침내 왕징소호로 실현되었다. 지금도 개발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인 왕징 지역. 그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기대된다.
베이징 코리아타운 왕징 지역에 오픈한 왕징소호 외관

1·2층에는 크고 작은 식당이 즐비한데, 젊은 예술가들이 개업한 라면가게 ‘리미엔’이 그중에서도 인기가 많다.

왕징소호로 이전한 메이보 스페이스의 개관전에서 선보인 설치 작품
‘Small Office, Home Office’의 줄임말인 ‘소호(SOHO)’는 미국에서 처음 생겨난 단어지만, 베이징에서는 부동산 그룹 소호(SOHO)와 그들이 지은 여러 건축물을 지칭하는 데 훨씬 익숙하게 쓰인다. 지명 뒤에 소호를 붙여 갤럭시소호, 차오양소호, 왕징소호 등으로 칭한 건물이 베이징 시내에만 수십 개에 이르고, 제각각 다른 디자인으로 지은 이 건물들은 베이징을 마치 거대한 건축 전시장처럼 보이게 한다. 세계적 건축 디자이너 자하 하디드는 2012년 갤럭시소호로 베이징에 첫 디자인을 선보인 데 이어 코리아타운 왕징 지역에 왕징소호를 설계, 2014년 말 완공했다. 부드러운 곡선을 강조한 왕징소호는 독특한 디자인 덕분에 빠른 시간에 베이징의 랜드마크로 급부상했다. 산을 형상화한 3개의 타워가 차지하는 총건축면적은 52만1265m2. 친환경적 설계로 미국 그린빌딩위원회의 LEED 친환경 건물 인증을 받았고, 건물 내부에 깨끗하게 정화한 물과 공기를 제공해 최근 오염도가 극심한 베이징에서 환영받을 만한 요소를 두루 갖추었다.
베이징의 북동부 지역인 왕징 주변에는 798 예술구, 중앙미술학원 등 문화 예술 인프라가 인접해 있지만 SOHO가 생기기 전엔 특별한 이벤트가 없었던 것이 사실. 게다가 왕징소호에서 예술품 전자 상거래 회사 HIHEY가 아트 프로젝트를 시도하면서 이 지역의 문화 예술 발전 가능성을 제안했다. 그런가 하면 2009년 설립 이래 예술과 디자인 분야에서 왕성한 활동을 펼쳐온 아트 그룹 ‘메이보 컬처(MEBO Culture)’는 왕징소호로 거점을 옮기고 메이보 스페이스(MEBO Space) 개관전 <풍경의 변형>을 성공적으로 개최하며 주목받았다. 컬렉터를 대상으로 프라이빗한 이벤트와 강연 활동을 펼치며 예약제로 운영하고 있다. 메이보 스페이스의 큐레이터 탕쩌후이(Tang Zehui)는 “미술계 인사들이 많이 거주하는 왕징 지역은 앞으로 문화적 발전 가능성이 높을 뿐 아니라 교통편도 개선되고 있어서 왕징소호에 입주하게 되었다”고 언급했다. 현재 왕징소호에는 메이보 스페이스 외에도 YCL 갤러리를 비롯해 중국 4대 경매 회사 중 하나인 베이징 광시(Council) 옥션 등 문화 예술 관련 기업이 하나 둘 입점하고 있다. 특히 아날로그적 갤러리 시스템에서 벗어나 IT와 적극적으로 융합하는 문화 예술계 회사들이 소호로 몰려들고 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한편 왕징소호의 1·2층에는 오피스 종사자와 관광객을 겨냥한 각종 크고 작은 식당, 카페가 즐비하다. 그중 눈에 띄는 음식점은 젊은 예술가들이 개업한 라면 가게 ‘리미엔(Innoodle)’이다. 베이징, 시안 등 중국 각지에서 모인 5명의 친구가 각각 자신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개발한 다섯 종류의 면이 메뉴의 전부지만 예술계 인사들의 입소문을 타면서 인기를 얻고 있는 중. 창업자 중 한 명이자 중앙미술학원 출신 작가 류양(Liu Yang)은 “리미엔이 IT 창업 카페인 처쿠 카페(Cheku Cafe)처럼 문화 예술계 스타트업 회사들과 작가, 기획자의 각종 강연, 회의를 통한 자유로운 교류의 장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물론 소규모 전시도 지원해 1월에는 왕리쥔(Wang Lijun)의 작품을 가게 곳곳에 전시하기도 했다. 1990년대와 2000년대 작가촌의 한 식당에서 종종 이슈가 된 중국 현대미술 현장의 장면들이 왕징소호의 보다 세련된 장소에서 더욱 기발한 신세대 작가들에 의해 일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에디터 김이신 (christmas@noblesse.com)
글 주미정(베이징 중앙미술학원 박사 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