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하필 영화냐고 물으신다면
영화제를 아끼고 응원하는 건 세계 각지에서 모인 시네필들만이 아니다. 캐나다구스와 부산국제영화제, 도대체 둘 사이에 무슨 일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부산으로 향했다.
실제 극장처럼 운영한 캐나다구스 시어터
캐나다구스 나이트 현장
캐나다구스 시어터 내부
캐나다구스 나이트에 참석한 배우 신현빈
영화 촬영이란 본디 쾌적한 환경에서만 이루어지는 법이 없다. 수많은 스태프와 배우는 작가가 쓴 가상의 시나리오에 따라 극지방이든 오지든 직접 발을 디뎌야 한다. 시대와 공간은 물론 필요하다면 계절까지 만들어 찍어내고, 상황에 따라 밤샘 촬영도 부지기수다. 스크린속 비현실 세계를 가장 현실적인 방법으로 카메라에 담는 이들. 그 혹독한 촬영 현장에서 ‘온세상의 추위로부터 사람들을 자유롭게 하라’는 미션을 품은 브랜드만큼 좋은 동반자를 찾기란 쉽지 않다. 실제 ‘영화 스태프의 (비)공식 재킷’이라는 별칭을 얻을 정도로 전 세계 영화인이 캐나다구스를 즐겨 입는 건 그래서다. 이미 선댄스 영화제, 토론토 국제영화제, 베를린 국제영화제 등 세계 유수의 영화제를 후원하며 영화 산업과 돈독한 관계를 유지해온 아우터 브랜드. 캐나다구스가 2014 부산국제영화제의 공식 스폰서로 참여하게 된 데에는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던 거다.
10월 초, 영화제 기간을 맞은 부산은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인파로 붐볐다. 매년 이맘때면 도시에 마스코트처럼 등장하는 해운대 비프빌리지의 각종 부스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중 캐나다구스가 마련한 체험 부스는 ‘캐나다구스 시어터’. 실제 극장처럼 상영 시간을 정한 뒤 30여 명의 관객을 입장시켜 캐나다구스의 다큐멘터리를 선보이는 공간이었다. 국내외 영화인은 물론 각지에서 모여든 영화 팬에게 브랜드 스토리나 영화계와의 인연을 소개하고, 실제 제품을 착용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도 했다. 체험 부스와 더불어 캐나다구스가 준비한 또 하나의 행사는 영화 산업의 숨은 주역을 위한 파티 ‘캐나다구스 나이트’다. 지난 10월 3일 노보텔 앰배서더 부산의 지하 라운지 ‘르 부숑’에서 열린 파티는 부산국제영화제 김동호 명예조직위원장, 영화감독 김지운과 김조광수, 배우 손현주와 신현빈 등 500여 명의 영화인이 참석한 가운데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다. 어떤 자리에서든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이들은 정해져 있는데, 크레딧 순서와 관계없이 모든 영화인을 주인공으로 삼았다는 것만으로도 이날의 행사는 의미 깊다.
사실 한 편의 아름다운 영화가 세상에 나오기 위해서는 셀 수 없이 많은 스태프의 고단한 현실이 필요하다. 캐나다구스가 주목한 건 스크린에서 활보하는 스타 배우만이 아니다. 앵글 밖에서 카메라를 메고, 조명을 매만지고, 녹음 라인을 정리하는 그 모든 ‘보이지 않는 손’이다. 이제 막 함께한 캐나다구스와 부산국제영화제, 그들의 다음 행보에 좀 더 신중한 기대를 걸게 되는 이유다.
스토리를 전하는 마케팅
캐나다구스의 글로벌 마케팅 총괄 부사장 케빈 스프릭미스터(Kevin Spreekmeester)가 이번 행사를 위해 부산을 찾았다. 과거 사진작가로서 캐나다 구석구석을 카메라에 담아온 그는 지금의 일이 그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한다.
원래 사진작가로서 캐나다구스와 처음 인연을 맺었다고 들었습니다. 오래전 촬영을 위해 북극에 가게 되었을 때 캐나다구스에 연락해 재킷을 협찬받은 적이 있어요. 그게 첫 만남인데, 당시 극한의 추위 속에서 긴 시간 편안하게 사진을 찍으며 캐나다구스라는 브랜드에 깊은 감명을 받았어요. 그 후 데니 레스(현 캐나다구스 회장 겸 CEO)를 만나 간단한 상품 사진을 찍어주다 브랜드 탄생 50주년 기념 책자 <구스 피플> 프로젝트까지 맡았죠. 그때만 해도 캐나다구스소속은 아니었지만 촬영을 진행하면서 브랜드에 대해 점점 많은 것을 알게 되었고, 생각보다 다양한 기능에 놀라기도 했어요. 무엇보다 약속을 지키는 브랜드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아무리 추운 곳에서도 따뜻하고 자유롭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주겠다’는 약속 말이에요.
2008년 합류한 뒤 짧은 시간 동안 브랜드의 성장을 이끈 주요 인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과거 사진작가로서 활동한 경험이 마케팅 전략에 어떤 영향을 미쳤나요? 처음 입사할 때만 해도 캐나다구스는 직원이 30명 정도밖에 되지 않는 작은 회사였어요. 글로벌 마케팅팀도 저를 포함해 2명뿐이었죠. 제가 브랜드의 성장에 기여했다고 말씀해주시는 건 고맙지만 당시엔 누가 먼저, 어떤 포인트에서 마케팅을 시작했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서로 협업했기에 이런 결과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사실 저는 사진작가로 활동하기 전에 광고 마케팅 분야에서 일했어요. 캘빈 클라인 언더웨어나 KFC, 그 외 소소한 캐나다 브랜드의 업무를 많이 맡았죠. 그렇게 오랜 시간 고객의 관점에서 일하다 보니 직업을 바꾼 뒤에도 작가가 아닌 관객의 관점에서 촬영하게 되더라고요. 당시 캐나다 구석구석을 카메라에 담으며 ‘캐나다의 스토리를 전하는 것’이 제 목표였다면, 현재의 업무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결국은 캐나다구스의 스토리를 전달하는 일이니까요. 과거의 작업이 아주 자연스럽게 현재로 이어진 거죠.
캐나다구스는 특히 전 세계 영화인이 애용하는 브랜드입니다. 그 원인이 무엇이라고 보나요? 원래 영화 스태프들은 추운 데서 밤을 새우며 일하는 경우가 많고 대본이나 관련 장비를 넣을 공간도 충분히 필요한데, 캐나다구스의 제품은 그런 기능을 이미 갖추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유니폼화된 것 같아요. 따로 홍보나 마케팅 사업을 진행하지 않은 상태에서 영화인 스스로 캐나다구스를 찾게 된 거죠. 지금도 저희는 PPL 마케팅을 전혀 하지 않습니다.
현재 캐나다구스는 선댄스 영화제, 토론토 국제영화제, 베를린 국제영화제 등의 공식 스폰서로 참여하고 있는 데, 부산국제영화제를 주목하게 된 계기는 뭔가요? 한국의 공식 수입업체 코넥스솔루션에서 제안을 받았어요.물론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해 흔쾌히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아시아에서 가장 규모가 큰 국제영화제인 만큼 한국은 물론 주변 국가에 대해서도 알게 되고, 또 그들에게 우리를 알릴 수도 있고요. 무엇보다 부산국제영화제와 캐나다구스의 전통적 가치를 공유할 수 있는 부분이 좋았습니다.
캐나다구스에 북극곰보호협회(PBI)를 소개한 분이기도 하죠. 사진작가로 활동하던 시절, 캐나다 북부 마니토바주의 처칠을 자주 여행하며 마을에 사는 부족이나 북극곰보호협회에 대해 알게 되었어요. 이후 캐나다구스에 합류했는데, 당시 회사에서는 브랜드의 정체성에 맞는 자연스러운 사회 환원 방법을 고민하고 있었죠. 그래서 데니에게 북극곰보호협회에 대한 이야기를 했어요. 그는 흔쾌히 받아들였고, 개인적으로도 활발하게 참여해 지금은 위원장까지 맡고 있어요. 전 세계 북극곰의 3분의 2가 캐나다에 살고 있으니, 사실상 그들을 지킬 수 있는 곳도 캐나다라고 생각해요.
그 밖에 캐나다구스가 지원하고 있는 단체나 행사로 어떤 것이 있나요? 바로 떠오르는 건 두 가지 정도인데, 환경보호연합과 캐나다구스 리소스 센터예요. 환경보호연합은 말 그대로 강을 막아 댐을 만들거나 산을 무너뜨려 길을 내는 것 같은 인간 활동으로부터 자연을 보호하는 협회죠. 캐나다구스 리소스 센터의 경우는 설명이 좀 필요해요. 극지방에 사는 부족은 추위로부터 몸을 보호하기 위해 다양한 노하우를 쌓아왔지만, 실제 구할 수 있는 의상 재료는 부족하잖아요. 그래서 캐나다구스에서 사용하고 남은 옷감이나 부자재를 그들에게 전달해 재활용하도록 한 거예요. 캐나다구스 입장에서는 자원을 낭비하지 않을 수 있고, 극지방 부족 역시 자신의 문화유산을 이어갈 수 있으니 양쪽 모두에게 좋은 일이죠. 현재 1년에 네 번 정도 캐나다의 각 부족에게 재료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그런 문화 마케팅이 브랜드 가치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해본다면요? 좋은 영향을 미치기를 바라야죠.(웃음) 캐나다구스는 브랜드의 포지셔닝 자체가 ‘Fashion’과 ‘Function’의 중간에 있어요. 일반 패션 브랜드처럼 매년 새로운 라인을 보여주는 런웨이 중심의 상품 개발은 하지 않죠. 그래서 영화제나 북극곰보호협회를 후원하는 것과 같이 고객에게 브랜드의 정체성과 진실성을 보여주고, 관련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노력이 특히 중요하다고 봅니다.
마케팅 직원이 2명뿐이던 6년 전을 생각하면 정말 급속한 성장을 이루었네요. 앞으로 캐나다구스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 어떤 시각을 갖고 계신가요? 우선 전 세계 각 지역의 환경과 문화에 맞는 접근 방식이 필요해요. 이번 부산국제영화제 후원도 그렇고, 최근 아시아인에게 최적화한 ‘퓨전 피트’가 나온 것도 그 일환이죠. 나라마다 체형이 다르고, 라이프스타일도 각각 다르니까요. 무엇보다 제가 처음 캐나다구스 재킷을 입었을 때의 포근함과 따뜻함을 언제든, 어떤 환경에서든 고객이 함께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캐나다구스가 나아가야 할 미래라고 생각합니다.
에디터 류현경
사진 제공 캐나다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