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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의 기록

LIFESTYLE

사진을 찍고, 음악을 듣고, 그림을 그리고, TV를 보는 최신 기술.

Astell & Kern AK380SS
아스텔앤컨이 또 한 번 신기한 물건을 내놓았다. AK380SS는 2015년에 출시한 AK380의 재질을 두랄루민(duralumin)에서 스테인리스스틸로 바꾼 것이다. 쉽게 말해 껍데기만 바뀌었다. 그 덕에 디자인 만족도는 크게 상승했다. 스테인리스스틸의 차갑고 날카로운 느낌이 얼마나 매력적인가. 빛에 따라 명암이 분리되는 AK380 시리즈의 디자인 철학이 AK380SS에 이르러 완성된 느낌이다. 그럼 AK380SS를 디자인 때문에 구입할까? 아니다. AK380과 마찬가지로 포터블 오디오에 투입할 수 있는 모든 물량을 아낌없이 쏟아부었다. 32비트 384kHz의 음원을 재생하고, 파일 하나에 1GB에 이르는 DSD라는 최상위 음원 포맷을 그대로 재생한다. 즉 인간이 만들어낸 대부분의 음원을 재생할 수 있다. 물론 단점도 있다. 저울에 재보니 무게가 338g에 이른다. 여기에 앰프를 결합하니 616g의 무게를 기록했다. 포터블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크고 무겁다. 하지만 음질을 생각하면 그 어떤 단점도 극복할 여지가 있다. 케이스만 바꾸고 음질을 새로 튜닝하지 않았다는데, 완전히 다른 소리를 낸다. AK380은 점잖고 부드러운 저역과 품위 있는 고역을 아우른 제품이었다. 그런데 AK380SS는 힘 있는 저역과 소름 끼칠 정도로 매끄러운 고역을 들려준다. 케이스만 교체했다고 하기에는 소리의 변화가 너무 크다. 혹시 플라세보 효과가 아닐까? 하지만 다른 이에게 들려줘도 대답은 동일했다. 완전히 다른 소리다. 아스텔앤컨의 원래 튜닝 철학은 최소의 노이즈를 바탕으로 극도로 절제된 음악을 들려주는 것이다. 마치 수면 밑에서 음악이 서서히 올라오는 듯한 느낌이다. 그런데 이 제품은 반대다. 바로 앞에서 트럼펫 연주자가 있는 힘껏 바람을 부는 줄 알았다. 저역부터 고역까지 모든 음역대가 꽉 차 있어 넓은 대역폭으로 음악을 즐기기 좋은 플레이어다. 오디오 관련 격언 중에 이런 말이 있다. “소리는 디자인을 따라간다.” 예쁜 오디오는 예쁜 소리를 내고, 웅장한 오디오는 웅장한 소리를 낸다는 뜻이다. 사실 이 말은 청취자의 감성적 측면이 음악 감상에 미치는 영향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AK380SS는 소재가 얼마나 소리에 영향을 끼치는지 몸소 느끼게 해준다. 김정철(IT 칼럼니스트)

Leica M10
제조사가 브랜드가 되기 위한 요소 중 하나는 고집. 만족스러운 결과물이 나올 때까지 장인이 손수 깎아 제품을 만드는 회사는 많지 않다. 장인정신을 대표하는 라이카는 공산품인 카메라를 수작업으로 소량생산하는 브랜드. 그런 라이카가 더 고집스레 만들고 있는 물건이 있으니 RF(Range Finder) 카메라인 M 시리즈다. 이 시리즈는 M7까지는 필름카메라였고 M8에 이르러 디지털카메라가 되었다. M10은 M9 이후 4년 만에 출시한 모델로 전통을 계승한 디자인을 앞세워 필름 시절 M 시리즈만큼 얇은 두께가 특징이다. 다소 생소한 RF 카메라는 렌즈로 들어온 빛을 거울과 프리즘으로 반사시켜 뷰파인더로 보여주는 대신 촬영용 렌즈가 따로 있고, 삼각측량을 이용하는 거리 측정 장치를 이용해 초점을 잡는다. 그래서 DSLR의 셔터를 누를 때 거울과 프리즘이 움직이며 내는 육중한 ‘철커덕’ 소리 대신 ‘착’에 가까운 경쾌한 소리를 들려준다. 다만 DSLR처럼 셔터를 살짝 누르면 알아서 초점을 잡아 주진 않는다. 왼손 검지손가락을 렌즈 아래쪽에 걸고 2개로 보이는 피사체가 하나로 보일 때까지(이중 합치) 움직여 초점을 맞춰야 한다. 찍을 때마다 이 과정을 반복해야 하는 것이 번거롭지만, 조리개에 따라 초점이 맞는 거리가 렌즈에 새겨져 있어 피사체와의 거리를 눈으로 확인하고 촬영할 수도 있다. 익숙해지기만 하면 AF 디지털카메라보다 찰나를 영원으로 만들 확률이 높아진다. 여기에 거의 빛이 없는 밤까지 결정적 순간으로 확대해줄 고감도 ISO를 5만 화소까지 지원한다. 피사체와 나만 나누는 밀어를 넘어 세상과 함께 대화할 수 있는 카메라라면 너무 과장된 표현일까? 이 대화는 30% 확대된 뷰파인더의 시야 범위와 0.73배의 배율로 더 농밀해진다. 무거울 것 같은 느낌의 다이얼이지만 군인처럼 절도 있게 움직인다. 필름을 감아주는 레버는 ISO 조절 레버가 되었다. 반면 내부는 새로운 2400만 화소의 CMOS 센서와 마에스트로 2 프로세서가 만나 1초에 5장의 사진을 찍어줄 정도로 기민해졌다. 하지만 동영상을 찍어주지는 않는다. 2017년에 동영상 촬영을 뺀 것은 지나친 자신감일지 모른다. 하지만 라이카가 M10에 붙인, ‘The Camera’란 설명과 눈이 시릴 정도로 날카로운 결과물은 사진의 본질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원래 동영상은 카메라의 본질이 아닌 기능일 뿐이다. 카메라는 사진으로 말해야 한다. 고진우(IT 칼럼니스트)

LG 프로빔 TV
LG전자가 빔 프로젝터 시장에 뛰어든 것은 2008년. 전통 있는 빔 프로젝터 브랜드 사이에서 성공을 가늠할 수 없을 때였다. LG전자는 묘책을 생각했다. 회의실이나 강당에서 보던 전문가용 기기가 아닌, 가정에서 사용하는 미니빔 TV를 출시한 것. 게다가 지상파 방송 신호를 수신하는 튜너를 갖춰 TV를 대체한다는 신선한 접근 방식으로 다가갔다. 그 후 크기를 월등히 줄이거나, 선을 없애거나, LED 광원을 사용하는 등 다양한 형태로 발전을 거듭했다. 프로빔 TV는 그 연장선상에 있다. ‘프로’라는 단어가 아깝지 않을 만큼 독보적인 화질을 무기로 내세운다. 이를 위해 밝기를 높였다. 촛불 하나를 켰을 때의 밝기를 1안시루멘이라고 하는데, 이 제품은 무려 촛불 2000개를 동시에 켰을 때에 해당하는 2000안시루멘의 밝기를 갖췄다. 기존 미니빔 TV에 비해 600안시루멘 밝은 수치다. 숫자로는 감이 안 잡혔는데 실제로 사용해보니 거실에 불을 환하게 켜고 영화를 감상해도 큰 불편이 없었다. 밝기를 끌어올리느라 해상도가 낮아질 것을 우려해 풀 HD라는 타이틀을 달았다. 120인치 대화면에서도 선명한 화질을 보여준다는 의미. 공간만 충분히 확보한다면 굳이 극장에 갈 필요가 있을까 싶다. 스피커도 꽤 수준급이다. 이전의 미니빔 TV는 스피커 성능이 턱없이 부족해 블루투스 스피커의 도움을 받아야 했는데 이 제품은 기기에 내장된 스피커가 충분히 자기 소리를 낸다. 볼륨을 높여도 찢어지는 소리 없이 말끔하다. 고음과 중저음의 밸런스가 훌륭하다고 말할 순 없지만 뮤지컬 영화 한 편을 보는 데 무리가 없었다. 앞서 말한 것처럼 LG전자는 빔 프로젝터를 만들 때 TV처럼 접근한다. 지상파 DTV용 안테나 연결 커넥터가 달려 있으며, TV와 동일한 리모컨도 갖췄다. 그런데 여기엔 전 세계 프로젝터 최초로 LG TV 라인업에서 볼 수 있던 스마트 TV 플랫폼 웹 OS 3.0까지 적용했다. 그 덕분에 셋톱박스, PC, 스마트폰 같은 주변기기 없이도 무선 인터넷만 연결되면 유튜브를 비롯한 동영상 사이트에 접속해 콘텐츠를 마음껏 즐길 수 있다. 화면을 구현하는 방식만 프로젝터일 뿐, 다양한 기능과 사용감 등을 고려하면 스마트 TV에 더 가깝다. 반응 속도가 느린 것쯤은 눈감아줄 수 있다. 문지영

Wacom 모바일 스튜디오 프로
디지털의 영역이 무한하다 해도 창작 활동을 대체할 순 없다고 생각했다. 와콤 모바일 스튜디오 프로가 나오기 전까진 말이다. ‘어디서나 자유로운 창작을!’이란 슬로건을 보고 슬쩍 눈치챘겠지만, 단순한 태블릿이 아니라 그림 그리기에 최적화했다고 알려진 모바일 컴퓨터다. 13.3인치와 15.6인치 2가지 크기로 출시했고, 이번에 사용해본 모델은 13.3인치 화면에 i5 CPU, 8GB 램을 갖춘 제품이다. 받자마자 생각보다 커서 놀랐다. 이전에 출시한 인튜어스 프로 태블릿과 닮았지만 동일한 13인치 크기임에도 실제 작업 화면은 더 넉넉하다. 베젤의 두께가 얇아지면서 더 넓은 면적을 확보한 것. 태블릿 자체는 가벼운 편인데 꽤 큰 어댑터와 와콤 프로 펜 2를 함께 가지고 다녀야 한다. 태블릿과 노트북을 따로 가지고 다니던 것에 비하면 간편하지만, 좀 더 개선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그럼에도 모바일 스튜디오 프로를 잡아야 할 이유는 분명하다. 지금 내가 손에 쥐고 있는 것이 연필이고 태블릿이 종이인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만큼 펜과 화면이 잘 달라붙는다. 느낌은 물론 다르다. 매트 스크린을 적용해 특유의 사각사각거리는 느낌을 살렸지만 유리 위에 펜을 대고 긋는, 살짝 미끄러지는 느낌이 난다. 대신 새로운 와콤 프로 펜 2는 일반 펜촉과 펠트 펜촉을 제공하는데, 펠트 펜촉을 끼우면 사용감이 좀 더 편하다. 그림뿐 아니라 동영상 편집에도 유용하다. 영상 작업은 용량 때문에 과부하가 걸리기 쉬운데 노트북 못지않은 성능 덕분에 수월하게 작업할 수 있다. 마우스보다 세밀한 펜이 있기에 가능하다는 점도 부인할 수 없다. 이 태블릿을 가지고 태국 여행을 다녀왔는데, 바깥에 앉아 그림을 그리다 신기하다며 말을 거는 사람을 여럿 만났다. 그림 실력과 상관없이 어디서나 나만의 작업실을 만들어주는 셈. 손재주가 없는 일반인도 이렇게 탐나는데 디자이너를 비롯해 창의적인 일을 하는 이들은 오죽할까. 작업 도구가 바뀌면 작업 방식이 바뀌고, 당신의 작품도 바뀌게 된다. 21세기형 이젤이란 이런 것이다. 이요훈(IT 칼럼니스트)

 

에디터 문지영(jymoon@nobless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