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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랑하는, 사카모토 류이치

LIFESTYLE

데뷔 40주년을 맞은 사카모토 류이치는 올해 다방면으로 한국의 팬들을 만나고 있다.
그의 음악적 삶을 그린 영화 <코다>의 개봉에 이어 전시회 가 성황리에 막을 내릴 무렵,
그는 <안녕, 티라노>의 영화음악감독으로서 2018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았다.

세계적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 프로듀서, 배우, 반전·평화·환경운동가 그리고 영화음악감독. 이 중 어느 것 하나라도 그의 이름 앞에서 빠진다면, 사카모토 류이치라는 인물을 설명하기 힘들 것이다. 그만큼 그는 전방위 아티스트이자 행동하는 지성인으로 쉼표 없는 음악적 삶을 이어오고 있다. 특히 영화음악감독으로서 그의 명성과 지위는 오늘날 사카모토 류이치라는 이름을 대중적으로 널리 알리는 데 기여했다. <전장의 크리스마스>, <마지막 황제>, <리틀 부다>,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 <남한산성>,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등의 영화음악을 맡았고, <마지막 황제>로 아카데미와 골든 글러브, 그래미에서 모두 음악상을 수상한 최초의 아시아인이라는 기록을 남겼다. 2014년 인후암 3기 판정을 받고 음악가로서의 모든 활동을 잠정 중단하겠다고 선언한 후 1년도 되지 않아 그는 다시 피아노 앞에 앉았다. 그가 무척 좋아하는 알레한드로 곤살레스 이냐리투 감독이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의 영화음악을 만들어달라고 제안했기 때문이다. 이 작품을 통해 거의 5년 만에 영화음악을 만들었지만, 세계적 영화음악감독으로서 그의 명성을 확인하는 데 부족함이 없다는 평가를 받았다. “부산국제영화제의 숱한 러브콜에 이제야 응답하게 되었다”고 말한 사카모토 류이치는 영화제의 개막식 축하 공연 연주자이자 ‘올해의 아시아 영화인상’ 수상자 그리고 <안녕, 티라노: 영원히, 함께>의 영화음악감독으로서 영화제에 참여해 화제가 되었다. 개막식에서 그의 음악 중 가장 널리 알려진 ‘메리크리스마스, 미스터 로렌스’와 이번 영화제를 통해 처음 공개한 영화 <안녕, 티라노>의 메인 테마곡으로 부산 팬들에게 인사한 그에게 부산이란 도시는 어떤 인상을 주었을까?
같습니다. 여러 영화제에 다녀보았지만, 레드 카펫 길이만큼은 세계 최고 수준인 것 같아요. 하하. 평소 한국 영화를 많이 보는데 개막식에서 한국 배우들을 직접 만날 수 있어 기쁩니다.” 그의 음악 인생을 그린 다큐멘터리 영화 <류이치 사카모토: 코다>에서 그는 “영화음악을 만든다는 건, 다른 관점에서 일하라는 주문 같은 거다. 음악 자체로 보면 자유가 없다. 그러나 그런 불편함이 좋은 자극이 되기도 한다. 전에 없던 나의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그런 의미에서 <안녕, 티라노>의 음악을 만든 일은 그에게 큰 도전이었을 것이다. <안녕, 티라노>의 월드 프리미어 시사회장에서 그는 “영상이 아닌 작화 이미지만 보고 음악을 만들었고, 완성된 작품을 오늘 처음 본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 축하 공연.

이번 영화음악 작업이 그에겐 어떤 의미 있는 도전이자 자극이었는지 물어보았다. “영화제의 오픈 시네마를 통해 저도 처음으로 색과 대사를 넣은 완성작을 봤습니다. 작업 당시 영화에서 작화를 맡은 에구치 마리스케 감독이 보내준 이미지, 즉 움직임과 대사가 전혀 없는 그림만 보고 머릿속에서 영화적 장면을 상상하며 음악을 만들 수밖에 없었습니다. 당연히 힘든 작업이었죠. 무엇보다 실사영화가 아닌 애니메이션 음악을 만드는 것 자체가 제겐 큰 도전이었습니다. 애니메이션은 아이와 어른이 함께 보는 만큼 폭넓은 연령층이 이해할 수 있는 음악을 만들어야 했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이 들어서 느끼고 이해할 수 있는 음악을 만드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애니메이션 음악은 피해왔는데, 이번에는 피하지 못했어요. 어린 시절 <철완 아톰>을 보고 자란 세대고, 아톰 감독인 데즈카 오사무 선생님을 무척 존경하기에 <안녕, 티라노> 제작을 맡은 데즈카 프로덕션의 제안을 거절하기 힘들었죠. 무엇보다 한·중·일 3국이 공동 제작을 한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작업이 될 것이라 여겼습니다.” 사카모토 류이치는 자신의 공식 홈페이지에서 이름 앞에 놓인 다양한 타이틀을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해 설명한다. 바로 음악가와 운동가다. 그는 자신이 보고 듣고 믿는 세계관과 가치, 신념을 바탕으로 음악을 만들고, 사회운동을 펼친다. 그 이유에 대해 그는 “음악이나 문화는 평화롭지 않으면 존재할 수 없기 때문에 불합리한 세계에 예민하게 반응한다”고 밝힌 바 있다. 반전, 평화 문제는 그의 음악 세계에 중요한 모티브가 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에서 올해의 아시아 영화인상을 받으며 밝힌 그의 수상 소감은 묵직한 울림을 전하며 감동을 자아냈다. “한반도에 이제야 평화가 찾아오려 하고 있습니다. 같은 아시아인으로서 정말 기쁘게 생각합니다. 서로 다른 사람들 사이에서 사랑과 정이 생긴다는 것은 제가 음악에 참여한 <안녕, 티라노>의 가장 중요한 테마입니다. 이 세상에서 폭력에 대한 지배가 없어지길 기대합니다.”

사카모토 류이치의 음악 세계를 잘 보여준 < Life, Life >전.

대립 관계의 화합과 공존 못지않게 그가 신경 쓰는 것은 자연과 환경 문제, 실제로 열렬한 환경운동가이기도 하다. 3·11 대지진의 피해를 입은 지역의 청소년들과 함께 ‘도호쿠 유스 오케스트라’를 결성하고, 삼림 보호 단체 ‘모어트리(More Trees)’를 설립했으며, 원자력 반대 운동을 펼치는 ‘노 누크(No Nukes)’를 위해 목소리를 내고 있다. 자연으로 회귀, 그 속에서 찾아낸 소리는 끊임없이 그의 예술 세계를 자극하고, 새로운 비전과 가능성을 펼치는 데 원동력이 되고 있다. 이번 부산국제영화제에서도 음악가이자 환경운동가로서 사카모토 류이치의 예술 세계를 단번에 보여주는 설치 음악 작품이 전시되었다. ‘Is Your Time-Busan Version’이 그것이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이 휩쓸고 간 어느 고등학교에서 발견된 한 망가진 피아노는 이후 사카모토 류이치에 의해 ‘쓰나미 피아노’, ‘해일 피아노’로 재탄생했다. 피아노는 전 세계에서 지진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 특별히 고안한 프로그램을 통해 음으로 변환한다. 자동 연주 기능을 통해 둔탁하고 거친 선율을 자아내는 낡은 피아노 앞에 서면 형용할 수 없는 숭엄하고 깊은 힘을 느끼게 된다. 그가 펼치는 파격적이고 실험적인 음악에 대한 도전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된다. 이처럼 그는 영화음악과 같이 지극히 대중적인 음악을 펼치는 동시에 결코 평범하지 않은 음악을 하고 있다. 때론 이해하기 어렵고 그것이 불편하게 다가올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누구나 공감하고 동의하는 음악을 들려준다. 그것이 우리가 사카모토 류이치의 음악을 사랑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에디터 손지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