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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독립을 원한다

LIFESTYLE

지금 세계 곳곳에 불고 있는 분리 독립에 대한 염원과 그것을 보는 시선.

지난 11월에 있었던 스페인 카탈루냐 자치 정부의 독립 시위 현장.

스페인의 카탈루냐, 영국의 스코틀랜드와 북아일랜드, 프랑스의 코르시카와 뉴칼레도니아, 캐나다의 퀘벡주, 벨기에의 플랑드르, 덴마크의 그린란드와 페로제도, 이탈리아의 롬바르디아주, 일본의 오키나와, 브라질 남부의 파라나주와 산타카타리나주, 히우그란지두술주. 이들은 분리 독립 문제로 현재 골머리를 앓고 있는 대표적 국가와 지역이다. 그리고 여기에 적지 않은 지역까지 포함하면 아마 그 수는 훨씬 많을 거다. 개중엔 이미 여러 차례 독립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를 거친 지역도 있고, 수면 아래로 들어간 지역도 있다. 또 독립을 둘러싼 대립과 갈등의 여파가 너무 뜨거워 해당 국가를 넘어 세계로 번질 만한 힘을 지닌 지역도 있다. 지난 몇 달간 이어진 스페인 카탈루냐의 분리 독립 투쟁이 그 예다. 2017년 12월 10일 현재, 스페인 북동부의 자치주 카탈루냐는 독립을 반대하는 스페인 정부의 ‘역습’에 잠시 고전하고 있는 모양새다. 하지만 12월 8일, 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EU 본부 앞마당에서 4만5000여 명에 이르는 카탈루냐 독립 지지자가 깜짝 시위를 벌여 잠시 식어가는 듯하던 열전에 불을 지폈다. 카탈루냐가 스페인에서 독립하려는 이유를 간단히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스페인과 카탈루냐는 원래 언어도 다르고 문화도 다르다. 카탈루냐의 모국어는 스페인어와 조금 다른 카탈루냐어다. 게다가 스페인 연방에서 카탈루냐가 경제적으로 가장 풍족하다. 2012년 이전엔 스페인 연방이나 자치령으로 머물러야 한다는 의견이 강했으나, 지난 몇 년간 스페인 정부의 방만한 경제정책으로 인한 금융 위기 이후 카탈루냐 내에서 분리 독립을 원하는 목소리가 강해졌고, 스페인의 가난한 남부 주들의 부채를 함께 떠안는 데 대한 불만도 많았다. 정리하면, 스페인에 이용만 당하고 있다는 카탈루냐인의 피해의식이 주된 독립 이유. 쉽게 말해 ‘부유한 우리끼리 따로 살겠다’는 것이다.

2014년스코틀랜드에서 실시한 첫 독립 투표 현장. 당시 반대표가 55%로 우세해 독립이 무산됐다.

현재 스페인과 카탈루냐만큼 화제가 되고 있는 독립 분쟁 지역으로 프랑스의 코르시카가 있다. 나폴레옹의 고향으로 유명한 지중해 섬 코르시카는 18세기 프랑스에 편입됐다. 프랑스에서도 높은 인기를 구가하는 나폴레옹의 고향인 데다 지리적으로도 프랑스와 가까워 그간 코르시카 사람들은 프랑스에 동화되는 것에 별로 불만을 품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 몇 년간 코르시카 민족주의 정당이 독립에 대한 열망과 함께 힘을 얻어 자치권 확대, 고유 언어인 코르시카어와 프랑스어 동등 보장 등을 요구하는 상황이라 이들도 조만간 커다란 뉴스를 만들지 않을까 싶다. 프랑스로서는 민족주의 열망과 분리 독립 움직임에 잘못 대처할 경우 그 사태가 다른 해외 영토나 유럽으로 번질 수 있어 정치적 부담이 적지 않은 상황.
스페인과 프랑스가 독립 문제로 이렇게 시끌벅적하니 자연스레 떠오르는 나라가 바로 영국과 스코틀랜드다. 모두 알다시피 영국은 연방국가다. 원래 역사도, 인종도, 언어도 다른 잉글랜드, 웨일스, 스코틀랜드, 북아일랜드가 하나로 묶인 나라. 스코틀랜드는 영화 <브레이브 하트>를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오랫동안 잉글랜드와 전쟁을 벌이다 1707년 영국에 병합됐다. 하지만 영국 정부에서 국방과 외교를 제외한 자치권을 1999년에 얻어냈다. 스코틀랜드는 수백 년간 독립을 원해왔다. 영국 내에서 가장 민족주의적 단결력이 강한 지역이니 별로 놀라운 일도 아니다. 숀 코너리 같은 스코틀랜드 출신 스타는 자신이 영국인이 아닌 스코틀랜드인이라고 말하기도 했을 정도다. 게다가 스코틀랜드는 북해유전을 보유하고 있다. 독립을 위한 경제적 여건은 이미 마련했다는 거다. 물론 잉글랜드가 북해유전을 순순히 스코틀랜드에 내줄지는 장담할 수 없지만 말이다.

2008년 세르비아로부터 독립을 선언한 코소보의 수도 프리슈티나.

영국과 스코틀랜드의 분리 독립 분쟁은 2014년 스코틀랜드 주민이 벌인 1차 주민투표가 부결되며 다소 약해졌지만, 최근 스페인과 카탈루냐의 대립으로 다시 높은 관심을 받아왔다. 그런 와중에 스코틀랜드 자치정부 수반이 얼마 전 2018년 말쯤 독립 재투표 시기를 고려하겠다고 밝혀 이 지역 역시 조만간 또 다른 국면을 맞이할 전망이다. 이외에도 지난 10월 이탈리아의 ‘부자 동네’ 롬바르디아주와 베네토주가 자치권 강화 주민투표를 압도적 찬성으로 가결시켰다. 올 4월엔 덴마크령 페로제도의 분리 독립 찬반 여부를 묻는 주민투표가 예정돼 있다. 1991년 몰도바에서 독립을 선언한 트란스니스트리아는 자치공화국 정부를 꾸렸지만 국제사회에선 정식 국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반면 2008년 세르비아에서 독립을 선언한 코소보는 현재 100개가 넘는 나라에서 인정받고 있다. 다만 독립 전 한 나라였던 세르비아는 물론이고 러시아와 중국이 독립을 인정하지 않아 UN엔 가입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 또 400년간 포르투갈령이었다가 베트남 전쟁 직후 인도네시아의 지배를 받은 동티모르 역시 지난 2002년 오랫동안 투쟁한 끝에 독립의 염원을 이뤘다. 그런가 하면 수백 년간 스페인과 일본에 예속되었다가 1944년 미국령이 된 괌의 경우 현재 미국의 ‘임시 주(州)’란 위상을 벗어나 정식 주로 편입되길 바라는 현실이라 눈길을 끈다. 민족 정체성보다 ‘삶의 질’을 택한 이들을 누군가는 나무랄 수도 있겠다.
그런데 대체 이전과 무엇이 달라졌기에 21세기 들어 이렇게 세계 곳곳에서 분리 독립 움직임이 거세진 걸까? 이는 어쩌면 세계화의 영향일지도 모른다. 지난 수십년 동안 빠르게 진행된 세계화는 국가 하나의 경계를 가볍게 뛰어넘는 세계경제와 국제사회를 만들었다. 소설 <1984>에 등장하는 ‘초국가’의 모델로 꼽히는 EU가 그 산물. 한데 그렇게 모인 나라 안에서도 잘 적응하는 지방과 그렇지 못한 지방이 생기고 말았다. 게다가 정보 통신이 발달하며 돈을 많이 번 지방은 국가를 통하지 않고도 세계와 소통할 수 있게 됐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복잡한 행정과 정치적 절차를 따라야 하는 중앙정부가 이런 지방의 ‘세계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 이런 중앙정부의 ‘무능’이 ‘독립’의 염원으로 발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또 이는 문화와 인종의 차이, 이질적 언어 사용으로 인한 갈등, 원래 뿌리로 돌아가고 싶은 욕구 등과 맞물려 비록 강대국의 프리미엄을 포기하더라도 독립국가의 길을 지향하게 하고 있다. 게다가 어디에나 존재하는 ‘우리끼리’라는 오랜 정체성 정치도 힘을 보탰을 것이다. 지금 세계 곳곳에서 커지는 분리 독립의 목소리는 그래서 더욱 서구 민주주의의 한계를 보여주는 것처럼 보인다. 다만 이거 하나만은 분명한 듯하다. 어떤 분리 독립 분쟁 지역도 문화와 역사적 자부심은 존중되어야 하지만, 정세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독립의 결과는 재앙일 수도 있다는 것 말이다. 여담이지만 정말로 스페인에서 카탈루냐가 독립한다면 FC 바르셀로나를 비롯한 카탈루냐 스포츠 팀은 자동으로 스페인리그에서 퇴출될 것이다. 이는 카탈루냐뿐 아니라 전 세계 스포츠계의 재앙이다. 물론 정치와 축구는 완전히 분리되어야겠지만 말이다.

 

에디터 이영균(youngkyoon@nobless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