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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대의 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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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서재에 꽂힌 몇 권의 사진집은 그 사람의 취향이 스민 상자를 여는 열쇠다. 사진의 트렌드를 주도한 8명의 사진가, 그리고 여덟 권의 사진집. 어느 한 권도 놓치기 아깝다.

1 T akashi Homma, < New Documentary >_ 혼마 다카시가 가나자와 21세기 미술관에서 연 첫 미술관 개인전과 함께 출판한 책으로 2005년 이후의 작업을 소개하고 있다.

2 Ryan Mcginley , < Whistle for the Wind >_ 라이언 맥긴리의 첫 모노그래프. 초기 사진부터 최근의 흑백 포트레이트 작업까지 수록했다.

3 Alec Soth, < From Here to There: Alec Soth’s America >_ 워커 아트 센터에서 열린 앨릭 소스의 개인전과 함께 출판했다. 1990년대초부터 지금까지 작업을 망라했다.

4 Juergen Teller , < Pictures, Text and Literature >_ 유르겐 텔러가 독일 주간지 <디 차이트>에 1년 동안 연재한 칼럼을 엮은 책이다.

만약 누군가 사진집으로 서재를 꾸린다면 어떤 목록을 만들어야 할까. 누구나 그 위상을 순순히 인정할 수밖에 없는 로버트 프랭크의 < The Americans >를 시작으로 다이앤 아버스, 헬뮤트 뉴턴, 리처드 애버던으로 이어지는 보편적 목록을 먼저 떠올릴 것이다. 그러나 그 목록을 두고 한 사람의 독특한 ‘취향’을 판단하기란 쉽지 않다. 여기 소개하는 여덟 권의 사진집은 누군가의 감식안을 짐작케 하는 연결 고리와 같다. 물론 반드시 당신의 서재에 꽂혀 있어야 할 필요는 없지만, 그들의 사진은 장르의 경계를 넘나들며 새로운 경향을 주도해왔다는 점에서 한 권쯤 소장해도 좋다. 그들의 작품과 활동 경력을 비교하며 묘한 공통점을 발견하고, 그 계보를 그려보는 일도 흥미로울 것이다. 덧붙여 고백하자면, 그들은 내가 사진집을 조금씩 사기 시작한 무렵에 만난 작가며, 몇 년이 지나 스스로 아트 북 서점을 여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그리고 여전히 내 책장에서 가장 눈에 띄는 자리에 꽂혀 있다.

패션 사진과 예술 사진의 경계에서
유르겐 텔러(1964년 독일 출생)는 패션 사진의 새로운 경향을 주도하며 지난 20여 년 동안 가장 영향력 있는 사진가로 활동해왔다. 또한 수십 차례 전시에 참여하고 무려 30권이 넘는 사진집을 출판하는 등 미술계에서도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1986년 런던으로 건너가 패션 화보를 위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 1998년부터 함께한 마크 제이콥스의 캠페인을 통해 두각을 나타냈다. < Pictures, Text and Literature >(Steidl, 2012년)는 독일 주간지 <디 차이트(Die Zeit)>에 1년동안 연재한 칼럼을 엮은 책이다. 두 권으로 나누어 한 권에는 그가 연재한 사진과 글을, 다른 한 권에는 ‘문학’이라는 짓궂은 제목을 붙여 독자의 항의를 여과 없이 소개하고 있다. 드로잉과 콜라주를 결합한 독특한 스타일의 패션 사진으로 성공적 커리어를 쌓은 작가도 있다. 콜리어 쇼어(1963년 미국 출생)는 뉴욕 스쿨 오브 비주얼 아트를 졸업하고 아티스트 리처드 프린스의 어시스턴트로 뉴욕 문화 예술계에 발을 디뎠다. 그는 상업 사진 작업을 진행하는 동시에, 20년 가까이 매년 독일 남부의 작은 도시에 머물며 나치 유니폼이나 베트남 전쟁 당시 미군 군복을 입은 10대 소년을 위주로 다큐멘터리와 픽션을 넘나드는 사진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8 Women>(Mack, 2014년)은 1990년대부터 지금까지 여성을 피사체로 찍은 사진을 엮은 사진집이다. 사진을 여러 조각으로 자르거나 둥글게 말고 펼친 잡지를 겹치는 등 작가 특유의 기법을 더했다. 비비안 사선(1972년 네덜란드 출생)은 상업 사진과 예술 사진에서 모두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패션 브랜드의 캠페인, 전시와 출판을 넘나들며 지난 몇 년 동안 가장 정력적인 활동을 펼친 사진가다. 아프리카 케냐에서 어린 시절 경험한 것을 바탕으로 한 신비로운 소재와 독창적 구성, 화려하고 대담한 색채와 명암의 대비가 인상적인데, 특히 아프리카에서 작업한 일련의 프로젝트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 Pikin Slee >(Prestel, 2014년)는 오직 카누로만 닿을 수 있는 중남미 수리남의 압도적인 대자연과 원시적 삶에 매료되어 작업한 사진집으로 특유의 화려한 색채와 독특한 구도를 피하고 흑백사진을 위주로 꾸밈없는 아름다움을 담아냈다.

5 Viviane Sassen, < Pikin Slee >_ 비비안 사선의 사진은 화려하고 대담한 색채와 명암의 대비가 인상적이다. 그의 최근 대표작을 실었다.

6 David Benjamin Sherry, < Quantum Light >_ 데이비드 벤저민 셰리의 사진은 밝고 강렬한 색채가 인상적이다. 다양한 잡지와 함께 일하며 상업적 성공을 거뒀다.

7 Collier Schorr, < 8 Women >_ 콜리어 쇼어는 패션 사진과 예술 사진의 경계에서 자신만의 독특한 감각을 보여준다.

8 Wolfgang Tillmans, < Neue Welt >_ 볼프강 틸만스가 2009년부터 3년 동안 전 세계를 누비며 촬영한 200장이 넘는 디지털 사진을 실었다

사진이 예술이 될 때
볼프강 틸만스(1968년 독일 출생)는 동시대 사진 예술에서 가장 영향력이 막강한 작가로 꼽힌다. 사진가 그리고 비영국인으로는 처음으로 2000년에 터너상을 수상했을 정도. 언더그라운드 문화와 주변의 일상을 담은 작품을 1990년대 초 잡지 <아이-디(i-D)>를 통해 소개하며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인화한 대형 작품을 잉크젯 프린터나 흑백 복사기로 출력한 인쇄물, 엽서나 전단, 신문과 잡지에서 오린 텍스트와 나란히 배열하고 액자 대신 압정이나 접착 테이프로 고정하는 파격적인 전시 형식으로 화제가 됐다. < Neue Welt >(Taschen, 2012년)는 가장 최근에 출판한 책으로 2009년부터 3년 동안 전 세계를 누비며 촬영한 200장이 넘는 디지털 사진을 실었다.
앨릭 소스(1969년 미국 출생)는 워커 에번스, 로버트 프랭크, 스티븐 쇼어로 이어지는 미국 다큐멘터리 사진의 적자로 단숨에 주목받았다. 2004년 슈타이들에서 출판한 첫 번째 책 < Sleeping by the Mississippi >는 평단의 뜨거운 호평을 얻었으며, 미시시피 강줄기를 따라 3년 동안 8×10 대형 카메라로 촬영한 작업을 담았다. 같은 해에 참여한 휘트니 비엔날레에서도 최고의 수확으로 언급됐으며, 2008년 다큐멘터리 사진가로서 최고의 영예인 매그넘 포토스의 정회원 자격을 취득했다. < From Here to There: Alec Soth’s America >(Walker Art Center, 2010년)는 미네소타의 워커 아트 센터에서 2010년 앨릭 소스 개인전을 열 때 출판한 도록으로 1990년대 초부터 현재까지 그의 대표작을 담았다.
혼마 다카시(1962년 일본 출생)는 일본 동시대 사진을 대표하는 사진가로 일본인 최초로 세계적 사진 전문 출판사 애퍼처를 통해 사진집을 출판했다. 그는 광고 에이전시를 그만두고 영국 런던으로 건너가 <아이-디>, <퍼플(Purple)> 같은 잡지에 사진을 실었다. 1993년 귀국 후 상업 사진가로 차츰 자리를 잡아가는 한편, 도쿄 교외의 메마르고 서늘한 인상을 촬영한 프로젝트 ‘Tokyo Suburbia’를 발표하며 일본에서 가장 권위 있는 기무라 이헤이 사진상을 수상했다. 2013년에는 가나자와 21세기 현대미술관에서 첫 대규모 개인전을 선보였다. < New Documentary >(Asahi Shimbun, 2011년)는 전시와 함께 출판한 책으로 2005년 이후의 작품을 수록했다.

라이언 맥긴리 이후의 사진
라이언 맥긴리(1977년 미국 출생)는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하며 스냅사진의 전 세계적 유행을 불러왔다. 그의 어시스턴트 출신인 팀 바버의 타이니바이시스(Tinyvices)도 마찬가지. 10대 때부터 야시카 T4 2대로 뉴욕 다운타운의 거친 삶을 낱낱이 기록하기 시작했다. 잉크젯 프린터로 출력하고 직접 제본한 인쇄물이 큐레이터의 눈에 띄어 2003년 25세의 어린 나이에 최연소로 휘트니 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열며 일약 스타덤에 오른다. 휘트니 미술관 전시 이후 스냅샷 작업을 그만두고 전통적 스튜디오 작업을 하거나 로드 트립을 떠나 동굴이나 사막에서 촬영하는 등 새로운 프로젝트에 매진한다. 한국에서도 그의 전시가 열려 논란과 환호를 동시에 일으켰다. < Whistle for the Wind >(Rizzoli, 2012년)는 라이언 맥긴리의 첫 모노그래프로 그의 대표작을 실었다. 포스트-라이언 맥긴리로 일찌감치 사람들의 입에 오르기 시작한 작가로 데이비드 벤저민 셰리(1981년생)가 있다. 2007년 예일 대학에서 석사 과정을 마친 그는 미국 서부의 대자연을 촬영한 초현실적 단색조 사진 시리즈로 20세기 초 거장 에드워드 웨스턴과 앤설 애덤스부터 이어져 내려온 지난한 풍경 사진의 역사에 신선한 숨결을 불어넣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밝고 선명한 색은 디지털 리터치로 오해하기 쉬운데, 컴퓨터는 전혀 사용하지 않고 수차례 실험으로 터득한 고유의 방식으로 암실에서 필름을 현상하고 인화하는 전통적 과정을 거쳐 작업한다. < Quantum Light >(Damiani/Salon 94, 2012년)는 갤러리 살롱 94(Salon 94)에서 첫 개인전을 여는 동시에 출판한 책으로 콜리어 쇼어와 나눈 대화가 서문으로 실렸다.

에디터 김재석 (jskim@noblesse.com)
조완(포스트 포에틱스 대표) 사진 김흥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