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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강아지 뽀삐

LIFESTYLE

‘펫코노미’가 갈수록 진화하고 있다. 그 옛날 부담 없이 키운 수많은 ‘뽀삐’들이 이제 큰돈이 오가는 산업을 형성한 것은 물론 가족으로서의 역할까지 해내고 있다.

북유럽에서 가장 큰 도그 쇼 중 하나인 ‘스톡홀름 내셔널 도그 쇼’의 현장. 반려동물 산업이 커지며 세계 곳곳에서 다양한 도스 쇼가 탄생하고 있다.

엉덩이가 뭉실뭉실한 강아지 뭉실이가 유치원 가방을 메고 셔틀버스를 탄다. 가방 안엔 점심때 먹을 사료가 한가득이다. 유치원에도 좋은 사료가 있지만 ‘펫맘’은 뭉실이가 특히 좋아하는 고급 사료 도시락을 가방 속에 밀어넣는다. 유치원에 간 뭉실이는 즉각 건강 상태를 체크받는다. 털은 고른지, 귀에 염증은 없는지, 발톱이 너무 길진 않은지 등의 확인이다. 몸 상태가 양호한 뭉실이는 이제 여기서 낮잠도 자고, 낯선 환경에 적응하는 방법을 배우는 산책 교육도 받는다. 그러다 오후 3~4시쯤 집에 갈 준비를 한다. 뭉실이의 유치원 가방 속엔 오늘 뭘 먹었고, 뭘 배웠는지 등을 빼곡히 적은 ‘알림장’이 들어 있다. 반나절 만에 집에 돌아온 뭉실이는 피로감을 느끼는지 이탈리아산 고급 강아지 소파에 누워 휴식을 취한다.
이는 최근 하나둘씩 생겨나고 있는 반려동물 유치원의 대략적 커리큘럼이다. 수강료는 종일반, 주말반에 따라 천차만별이지만 대략 수십만 원에서 100만 원대까지 다양하다. 가족과 다름없는 반려동물에게 아낌없이 투자하는 ‘펫팸족(pet+family)’, 아이 없이 애완동물을 기르며 사는 맞벌이 부부 ‘딩펫족(dink+pet)’이 이들 유치원의 주요 고객이다. 최근 서울 역삼동에 문을 연 애견 유치원 ‘다독인더시티’의 박재인 매니저는 “지난 5월 개원 전 이미 원생 모집이 마감돼, 현재 20여 마리의 강아지 원생이 수업을 듣고 있다”고 전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1000만 명에 달하며 관련 상품과 서비스가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다. 그러니까 이젠 단순히 ‘사료 종류가 더 다양해졌네’라는 말로는 ‘펫코노미(pet+economy)’를 제대로 설명할 수 없게 된 것. 올 초 농협경제연구소 발표에 따르면 국내 반려동물 시장 규모는 2010년 1조 원에서, 올해 1조8000억 원 규모에 도달했다. 지금 같은 성장세로는 2020년엔 6조 원가량까지 성장할 거라는 예측이다.
대표적 펫코노미 상품은 사료다. 지금 반려동물 사료는 ‘수제 간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걸 파는 취급점은 자신의 사료가 ‘공장 상품’이 아닌 ‘친환경 유기농 먹거리’라는 걸 강조한다. 일례로 지금 가장 잘나가는 반려동물 사료 전문 쇼핑몰 중엔 사람용 식자재로 사료를 만드는 곳도 있을 정도. 항생제를 쓰지 않은 닭 가슴살과 농약을 쓰지 않은 국내산 채소로 만든 이들의 고급 사료는 당연히 동물용 식자재에 비해 유통 과정도 투명하고, 유통기한도 길다.

반려동물 인구를 겨냥한 애니메이션 <마이펫의 이중생활>

반려동물 유치원 다독인더시티의 셔틀버스

지난해에 열린 런던 펫 쇼에서 ‘도가’를 선보이는 모습

한편 사람과 강아지가 함께하는 요가인 도가(doga) 서비스도 인기다. 이는 강아지와 사람이 함께 요가를 하거나, 강아지에게 전문 요가 강사가 마사지를 해주는 서비스. 10여 년 전 뉴욕에서 시작된 도가는 일본에서 보다 전문적으로 진화했고, 국내에선 애완견 관련 서비스 기업 중 한 곳이 도가를 돕는 동영상 앱을 내놓으며 인기를 끌고 있다. 과체중 강아지의 체중 감량은 물론 사람과 강아지가 서로 체온을 느끼며 몸과 마음을 건강히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애견인에게 사랑받고 있다.
한편 서로 잘 어울리는 단어인가 싶기도 하지만, 요샌 ‘반려동물’의 ‘고령화’에 맞춘 반려동물 비타민 시장도 호황이다. 실제로 지난 25년에 걸쳐 강아지와 고양이를 비롯한 반려동물의 수명이 2배 늘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그 때문에 이들의 수명 연장은 자연스레 새로운 사업 모델로 연결됐다. 그래서 요즘 시중엔 반려동물의 유산균 함유나 관절 보호, 피부 재생, 모근 강화, 눈 건강 증진 등을 돕는 비타민도 많다. 이커머스업체 인터파크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반려동물용 건강 보조 식품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강아지용이 364%, 고양이용이 86%씩 증가했다.
이쯤 되면 짐작할 수 있는 또 다른 반려동물 서비스가 ‘장례’다. 바로 반려동물의 죽음이라는 문제. 근데 여기에도 요새 고상한 서비스가 생겼다. 오래 키운 강아지나 고양이의 마지막 가는 길을 살뜰히 챙기는 주인이 늘어난 탓에 상조업체가 덩달아 증가한 것. 현행법상 동물의 사체는 폐기물로 분류돼 반려동물이 죽으면 쓰레기봉투에 넣어 버려야 하는데(산에 묻으면 1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나오고, 공공장소에 매장하면 형사 처벌까지 받을 수 있다), 여기서 좀 더 격식을 차리고 싶은 이들이 이런 상조 서비스를 찾는다. 이 서비스는 상조 회사의 운구차가 직접 집으로 방문해 장례식장까지 사체를 운구하고, 염습과 추모 예식을 거친 뒤 화장 또는 건조장으로 마지막 예식을 진행하는 방식을 취한다. 추모 예식은 추모관 앞에서 편지를 낭독하는 게 보통이고, 장례가 끝나면 분골해 함에 담아 가족에게 인도한다.
한편 이에 못지않게 반려동물을 위한 보험 서비스 시장도 커지고 있다. 삼성화재가 지난 2008년 처음 출시한 반려견용 보험 상품은 출시 첫해에 41건 판매되는 데 그쳤지만, 지난해는 1000건 가까이 팔렸다. 만 6세 이하 반려견을 대상으로 각종 상해와 질병을 보상해주는 보험이다.
그런가 하면 이러한 반려동물에 대한 관심은 산업뿐 아니라 문화계 콘텐츠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반려동물 시장이 확대되는 트렌드를 문화계에도 적극 반영한 셈이다. 그 대표적 예가 바로 세계 최초이자 국내 유일의 동물 영화제 ‘순천만세계동물영화제(ANFFiS)’다. 이는 반려동물과 함께 동물 영화를 볼 수 있는 축제다. 야외 상영장에서 반려동물과 함께 영화를 관람하는가 하면, 애완견과 KTX를 동승할 수 있는 이벤트도 열어 방문객을 배려하고 있다.
9월 3일부터 7일까지 순천만국가정원과 순천시 일대에서 열리는 제4회 ANFFiS는 올해 테마인 ‘About Animal: 당신과 동물, 우리들의 이야기’에 맞게 사람과 동물의 행복한 동행과 교감을 그린 세계 21개국 45편의 동물 관련 영화 상영, 동물 보호 단체와 연계한 유기견 입양 행사, 가수들과 함께하는 반려동물 가족 콘서트 등을 진행할 계획이다. ANFFiS의 홍보팀장 김필은 “한 폭의 그림 같은 순천만국가정원에서 반려동물과 사람이 함께 캠핑을 즐기는 프로그램을 특히 기대하고 있다”며 올해 축제의 성공을 예견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인구 자연 증가 건수(전체 출생아 수에서 사망자 수를 빼서 집계)는 16만3000명으로 해당 통계를 처음 시작한 1970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국내 인구 자연 증가 건수는 2000년대 초반부터 10여 년간 20만 명대를 가까스로 유지하다, 2013년부터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반사이익’이라 말하긴 뭐하지만, 요 근래 반려동물 산업이 이렇게까지 성장한 데엔 아이를 낳지 않는 가정에서 반려동물을 키우며 자녀 대신 반려동물에게 애정을 쏟는 이유도 분명 클 것이다. 실제로 통계청은 ‘외로운 가구’가 늘어나는 것과 비슷한 추세로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증가한다는 점 등을 감안해 펫팸족과 딩펫족 등을 ‘블루슈머’(새로운 시장의 소비자)로 선정하기도 했다. 현대인에게 동물은 이미 가족이 됐다. 경제 사정, 가족 관계, 인간관계, 정서 문제 등 다양한 이유로 동물에게 위로를 얻는 이도 갈수록 늘고 있다. 또 가족의 굴레는 친족을 넘어 반려동물로 확장되고 있다. 물론 반려동물 산업이 성장하는 만큼 그 문화 또한 성숙해져야 하겠지만 말이다.

에디터 | 이영균 (youngkyoon@nobless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