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한 진화
촘촘하게 들어선 옷 가게와 쇼핑백을 잔뜩 든 관광객, 눈과 입을 사로잡는 이색 길거리 음식으로 북적거리는 명동에서 45년을 산 호텔이 있다. 명동이 문화의 중심지에서 패션 거리로 변하는 동안에도 그 자리를 꿋꿋하게 지킨 터줏대감, ‘로얄호텔 서울’이 새로운 모습으로 우리 앞에 선다.
21층에 위치한 클럽라운지
명동은 일제강점기에 일본인이 모여 살던 거리였으나 한국전쟁 이후 문화 예술의 산실이 되었다. 1960~1970년대 명동의 작은 다방과 술집에선 소설가, 시인, 화가, 영화감독 등 꿈 많은 예술가가 모여 창작 활동을 펼치고 희망을 노래했다. 그들이 예술과 인생을 논하며 문화의 거리를 형성할 무렵 명동성당 앞에 한 호텔이 들어섰다. 한국 최초의 순수 민간자본에 의한 특급 관광호텔인 로얄호텔 서울이 그 주인공. 1971년에 개관한 이후 ‘도심 속 오아시스’라 불리며 내·외국인 관광객의 안식처로 자리매김했다. 호텔이 입지를 다지는 동안 명동엔 많은 변화가 있었다. 몇몇 소극장이 남아 있긴 하지만 백화점과 쇼핑몰, 레스토랑, 카페 등이 들어서며 젊은이가 몰려드는 트렌디한 거리이자 서울을 대표하는 쇼핑 명소가 되었다. 빠르게 변하는 소비문화의 중심지에 자리한 로얄호텔 서울도 변화를 택했다. 낙후된 시설을 업그레이드하고 품격 있는 호텔로 거듭나기 위해 8개월간 대대적인 레노베이션을 진행한 것. 인테리어는 만다린 오리엔탈 도쿄, W 호텔 광저우 등을 디자인한 일본의 유명 건축가 고사카 류가 맡았다. 리뉴얼 테마는 모던 & 클래식. 벽이나 바닥, 가구, 소품 등 깔끔하고 심플한 디자인에 낮은 채도의 컬러를 선택해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풍긴다. 여기에 창살 무늬, 미닫이문 등을 재해석한 칸막이를 두거나 도자기, 전통 가구 등을 배치해 세련미가 느껴지는 동양적 스타일로 거듭났다. 그리고 지난 3월 1일, 새로운 로얄호텔 서울이 모습을 드러냈다.
세련미가 느껴지는 동양적 스타일의 로비
다이닝 & 바 그랜드 키친
한옥 호텔에 온 듯 아늑한 객실
프랑스 정통 수제 케이크를 판매하는 파티세리 에또클레
Ready for a Rest
1층 프런트 옆에는 갤러리에 온 듯한 카페 & 바 더 가든이 위치한다. 야외 정원과 이어져 도심 속 힐링을 추구하는 공간. 정원의 아담한 폭포를 벗 삼아 샌드위치, 버거 같은 가벼운 식사를 하거나 칵테일 한잔 기울이기 좋은 분위기다. 또 엄선한 원두를 로스팅해 선보이는 스페셜티 커피와 싱가포르 티 브랜드 TWG Tea를 마련해 품격 있고 여유로운 차 한잔을 즐길 수 있다. 이때 홈메이드 케이크를 곁들이면 금상첨화. 로비에는 일본의 유명 파티시에 하토리 유키히로(Yukihiro Hattori)의 케이크 부티크 ‘파티세리 에또클레(Patisserie Etocle)’가 있어 일본 스타일로 재해석한 프랑스 정통 수제 케이크를 맛볼 수 있다.
더 가든에서 이어지는 야외 정원에는 로얄호텔 서울의 마스코트 격인 수령 500여 년의 회나무가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로얄호텔 서울은 1980년대를 대표하는 상견례 명소 중 하나였다. 회나무를 앞에 두고 사랑을 맹세한 부부는 그때의 추억을 되새기고자 다시 이 호텔을 찾을 정도. 리뉴얼한 호텔은 그때와 다른 모습이지만 세월의 더께가 내려앉은 회나무가 있어 그 시절을 회상하기에 충분해 보인다. 상견례뿐 아니라 예식의 명소로 거듭나고자 2~3층에 자리한 연회장도 개편했다. 신부대기실을 넓고 고급스러운 분위기로 리뉴얼하고 기존에 없던 아늑하고 편안한 분위기의 폐백실을 마련해 신부뿐 아니라 가족들의 만족도를 높였다. 특별한 예식을 원한다면 러시아 유러피언 연주단이 함께하는 웨딩이나 남성 사중창 성가대의 하모니가 어우러진 웨딩 등 테마가 있는 예식을 선택할 수도 있다.
연회장 위로 4층부터 20층까지 19개의 스위트룸을 포함한 총 310개의 룸이 자리한다. 내부는 깔끔한 화이트 톤으로 꾸미고 선반이나 테이블 위에 항아리, 팔각 보석함 같은 전통 소품을 두어 아늑한 한옥 호텔에 온 기분마저 든다. 좀 더 완벽한 휴식을 원한다면 지하에 위치한 스파로 발걸음을 옮겨보면 어떨까. 조선 황실 마사지, 견운모 디톡스 케어처럼 한국적 트리트먼트로 구성해 외국인 관광객뿐 아니라 내국인에게도 인기다. 몸과 마음의 긴장을 풀고 출출함이 느껴질 때쯤 호텔 꼭대기 층으로 올라가면 된다. 다이닝 & 바 그랜드 키친은 최상의 식자재로 만든 이탤리언 퀴진과 웨스턴 스타일 그릴 요리를 선보인다. 통유리 너머로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서울의 아름다운 전경을 감상할 수 있어 다이닝의 즐거움은 배가된다. 이그제큐티브 혹은 로열 이그제큐티브 투숙 고객이라면 그 옆에 위치한 클럽 라운지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N서울타워를 배경으로 조식이나 스낵, 해피 아워 등을 프라이빗하게 즐길 수 있다.
꿈과 낭만이 꽃피던 반세기 전부터 패션과 유행의 공간으로 바뀐 지금까지, 명동의 근현대 역사를 지켜본 로얄호텔 서울. 모습은 바뀌었지만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명동의 터줏대감으로 새로운 역사를 써 내려가길 기대해본다.
문의 02-756-1112
에디터 문지영 (jymoon@nobless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