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직이는 예술
패션과 예술의 경계를 허무는 다양한 제품을 선보이는 루이 비통. 키치 아트의 대가 제프 쿤스와의 협업으로 탄생한 마스터즈 컬렉션에는 일상 속 예술을 실천하는 루이 비통의 철학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루이 비통과 협업해 마스터즈 컬렉션을 디자인한 현대미술가 제프 쿤스.
루이 비통과 제프 쿤스의 특별한 만남
예술이 위대한 이유는 무엇일까? 익숙한 사물을 다르게 바라볼 수 있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고,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넘어 예술적 영감을 주기 때문 아닐까? 프랑스 패션 브랜드 루이 비통은 2000년대 초반부터 현대미술가와 협업을 통해 일상 속 예술을 실천해왔다. 1896년 루이 비통의 아들 조르주 비통이 모조품을 방지하기 위해 아버지의 이니셜을 새긴 모노그램 캔버스는 루이 비통의 상징이자 아티스트들에게 영감을 주는 원천. 2001년 스테판 스프라우스(Stephen Sprouse)와의 협업으로 로고를 그라피티로 재해석해 펑키한 감성을 불어넣은 모노그램 그라피티에 이어 2003년 네오팝 아티스트 무라카미 다카시(Takashi Murakami)가 93가지 배색으로 로고를 장식한 멀티 컬러 모노그램, 2008년 미국 화가 리처드 프린스(Richard Prince)의 모노그램 조크, 2012년 설치미술가 쿠사마 야요이(Yayoi Kusama)의 물방울 컬렉션 백까지 아트와 패션이 완벽한 조화를 이룰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1 반 고흐의 ‘삼나무가 있는 밀밭’을 모티브로 삼은 스카프.
2, 3 프라고나르의 ‘소녀와 강아지’가 담긴 스카프와 지갑.
5년 만에 루이 비통이 선택한 주인공은 미국의 현대미술가 제프 쿤스(Jeff Koons)로, 2013년부터 시작한 연작 ‘게이징 볼(Gazing Ball)’을 디자인에 적용한 마스터즈(Masters) 컬렉션을 선보인다. 제프 쿤스는 강아지, 꽃, 인형 등 일상적 오브제를 다양한 예술 작품으로 재창조하는 작가로 스페인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에 전시 중인 ‘강아지’는 그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세계적 브랜드와 예술가의 협업인 만큼 약 1년 동안 비밀리에 작업을 진행했으며 가방과 액세서리를 포함해 총 50여개의 제품을 만날 수 있다. 제프 쿤스의 ‘게이징 볼’은 핸드 페인팅으로 조토의 ‘유다의 입맞춤’부터 마네의 ‘올랭피아’ 등 미술사에 족적을 남긴 고전의 복제품 시리즈를 만들고 작품 중앙의 알루미늄 선반에 파란색 유리 볼을 설치한 작품이다.
제프 쿤스는 ‘게이징 볼’ 시리즈 회화 중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 루벤스의 ‘호랑이 사냥’, 반 고흐의 ‘삼나무가 있는 밀밭’ 등 거장의 작품 5점을 가방으로 가져와 우아하면서 위트 있게 표현했다. ‘게이징 볼’의 구체는 컬렉션에 화가의 이름을 새긴 메탈 소재로 대신했는데, 가방을 바라보는 사람과 사용하는 사람이 작품을 감상하며 같은 시공간에 머문다는 제프 쿤스의 해석을 더해 흥미롭다.
이번 마스터즈 시리즈에서 또 하나 눈여겨볼 점은 새로운 변화를 꾀한 모노그램 디자인으로, 자세히 보면 제품 하단에 루이 비통 로고와 제프 쿤스를 상징하는 이니셜 JK가 새겨져 있다. 루이 비통 관계자는 제프 쿤스와의 협업에 대해 “새로운 창조는 신뢰에서 비롯한다고 생각합니다. 작가에게 까르뜨 블랑쉬(Carte Blanche)라 일컫는 전권을 위임해 디자인을 의뢰할 수 있었던 것도 그의 능력을 믿었기 때문이죠”라고 협업 배경을 설명했다. 지금껏 단 한 번도 상징적 모노그램 패턴의 변화를 허용하지 않은 루이 비통으로서는 매우 이례적인 행보인 셈. 가방에는 제프 쿤스의 서명과 함께 그를 상징하는 캐릭터인 토끼 모양의 키링이 걸려 있으며, 내부에는 원작자의 전기와 초상화를 수록한 책자를 담아 거장의 예술 세계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는 기회를 선사한다.

1 반 고흐의 ‘삼나무가 있는 밀밭’을 프린트한 가방.
2 가방 안으로 들어온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

1 가방에 꽃 모양 가죽을 덧대어 꿰매는 과정.
2 마스터즈 컬렉션은 각 작품을 설명하는 텍스트 스탬핑까지 거친 후에야 비로소 완성된다.
완벽을 기하는 장인정신
루이 비통이 세계적 명품 브랜드로 발돋움할 수 있었던 요인 중 하나는 최고를 추구하는 장인정신이다. 루이 비통 가방을 만드는 장인들의 솜씨는 기계보다 정확하다는 말이 있을 정도.
제프 쿤스는 기술적으로 최고의 작품을 구현하기 위해 수공예 전문가들과 협업해왔고, 이번 마스터즈 컬렉션의 제작 과정에는 루이 비통의 장인들이 함께했다. 염색부터 프레싱까지 모든 과정에 심혈을 기울였지만 제프 쿤스와 루이 비통 장인들이 가장 신경 쓴 부분은 원작의 컬러를 재현해내는 것. 아티스트만의 독창적인 모노그램을 제작하기 위해 많게는 50회 정도 색상을 체크한 후 가방 몸체에 바느질을 하고, 가방에 가죽 손잡이를 다는 수작업 공정을 이어갈 수 있었다. 바느질 간격 일정하게 유지하는 정밀함은 내부의 텍스트 스탬핑과 아티스트의 이름을 새긴 금속 장식을 배치하는 과정에도 고스란히 적용했다. 가죽 엠보싱에 황동판을 찍어 각 작품을 설명하는 텍스트를 또렷하게 새긴 것은 마스터즈 컬렉션의 숨은 디테일이다. 그다음 금속 필름 조각을 떼어내 부드러운 천으로 가죽을 꼼꼼하게 닦는 과정을 거치면 마스터즈 컬렉션은 비로소 완성된다.
이번 컬렉션은 제프 쿤스가 함께할 다양한 컬래버레이션의 첫 신호탄으로, 향후 무한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다양한 프로젝트를 이어갈 계획이다. 최고의 품질과 더불어 변화와 혁신을 거듭하는 루이 비통의 아트 컬래버레이션. 루이 비통의 다채로운 시도 덕분에 우리의 일상은 앞으로 더욱 풍요로워지지 않을까.
에디터 최윤정(amych@noblesse.com)
자료 제공 루이 비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