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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으며 일하고 싶은 당신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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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의 대표든 직원이든, 회사에 오면 온갖 스트레스에 노출되기 마련이다. 현대 우울증의 가장 큰 원인인 직무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수는 없을까?

 

회사에서 시작된 현대 우울증
최근 우울증을 대하는 의학계의 태도가 달라졌다. 우울증의 양상이 과거와 달라졌기 때문이다. 일본 정신의학자 사이토 다마키는 저서 <사회적 우울증>에서 현대의 우울증을 이렇게 설명한다. “심각한 증상을 동반한 과거의 우울증은 휴식과 투약이라는 명확한 치료법이 있었지만, 요즘의 우울증은 그런 방식으론 좀처럼 호전되지 않는다. 과거의 우울증은 매사에 의욕이 없어지는 증상을 보였다. 반면 현대 우울증은 휴식을 취할 땐 숨어 있다가 출근만 하면 발병하니 꾀병으로 보일 만도 한데, 자신의 의지로는 우울감에서 벗어날 수 없고 일상 생활을 제대로 할 수 없다.” 우울증에 대한 접근 방식이 흥미로웠다. 에디터도 직장인이지만 사실 게으른 핑계처럼 보이기도 했고. 자세히 파헤쳐보니 실제로 현대 우울증의 가장 큰 원인은 직무 스트레스다. 특히 국내에서는 직무 스트레스로 인한 우울증 발병률이 세계 1위일 정도로 심각하다. “2014년 국제 사회 조사 프로그램 ISSP의 연구 결과 직장인 4명 중 3명이 우울증을 겪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고, 2015년 모 포털 사이트 조사에서 직장인 중 84%가 우울증을 앓고 있다고 답했어요. 한마디로 현대 우울증은 곧 직장인 우울증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직장 생활과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브레인트레이닝 상담센터 하나현 정신과 의사의 설명이다. 이처럼 의학계에서는 현대 우울증의 발병 원인을 사회와 기업의 문화, 특히 ‘성과주의’로 본다. 지나친 성과주의는 실패를 용납하지 않는 분위기를 만든다. 실패할 경우 다시 일어설 기회를 주지 않는 사회에서 직장인은 무리해서라도 일을 더 많이, 빨리 해야 한다. 그러니 야근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이 메일과 스마트폰 등 디지털 기기의 발달도 업무량을 늘린 요인. 직장과 개인 생활의 경계도 무너뜨렸다. 상사나 부하 직원에게 존중받지 못하는 느낌, 회사의 안정적 운영과 매출에 대한 압박, 보수와 업무량에 대한 불만, 경직된 회사 분위기도 직장인의 정신 건강을 해친다. 직급이 올라갈수록 불안감과 스트레스는 더 심해져 실제로 대기업 CEO의 센터 방문이 잦다고 강남심리치료센터 곽현종 원장은 귀띔한다. 감정 노동(실제 자신이 느끼는 감정과는 무관하게 직무를 행해야 하는 감정적 노동) 또한 요즘 직장인 우울증을 심화시키는 무서운 요인으로 대두되고 있다.
직장인 우울증의 증상은 흥미 감소, 의욕 상실이 대표적이다. 즐겁게 하던 일에서 관심이 사라져 왜 그 일을 하는지 모를 만큼 동기부여가 되지 않는 것. 매일 아침 출근하느냐 마느냐로 자신과 씨름을 하고 이직을 고민한다. 탈진증후군(스트레스가 심해 정신적 에너지가 고갈되는 현상)을 보이며 불면증이 나타나기 일쑤. 이쯤 되면 회사에도 손실이 생긴다. 집중력과 기억력, 문제 해결 능력, 사고 대처 능력, 업무 효율이 동시에 현저히 떨어진다. 이런 상황은 우울증, 공황장애, 강박장애, 수면장애, 식사장애 등 정신적 질환으로 발전하기 쉽다.

집중해서 일하고 확실하게 쉬자
직장인 우울증을 방지하고 완화할 수 있는 방법은 간단하다. 그리고 그 방법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문제는 실천할 여유와 에너지가 남아 있지 않다는 것. 회사는 일하는 곳, 집은 쉬는 곳이다. 일과 생활의 균형을 찾는 것부터 시작하자. 일과 개인 생활의 비율을 똑같이 유지하라는 말이 아니라,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에 맞게 설정하라는 거다. 일거리를 집으로 가져오지 말고 귀가한 뒤에는 메일을 확인하지도 말 것. 휴일이나 퇴근 후 직장 동료나 고객이 일과 관련된 무언가를 요구하면 “업무 시간에 그 사항을 신속히 처리하겠다”라고 명확하지만 부드럽게 의사를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일일 업무량과 업무 시간의 마지노선을 정한다. 이를 고려하지 않은 채 닥치는 대로 일하면 해내지 못한 업무때문에 죄책감을 느끼고 자책하게 된다. 자신이 생각하는 업무량의 한계와 회사가 요구하는 업무량에 차이가 나서 야근과 주말 근무가 불가피하다면, 이 부분에 대해 회사와 의견을 조율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건 자신의 건강을 챙길 시간을 마련하는 것이다. 운동, 취미 활동, 개인적 약속을 ‘시간이 생기면 하는 것’으로 분류하면 결국 포기하거나 아예 시작도 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 것이다. ‘나를 위해 꼭 해야 하는 일’로 정해야 한다. 이러한 노력이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전문적 상담이 필요하다. 강남심리치료 센터 곽현종 원장은 우울증은 예외 없이 누구나 앓을 수 있다고 말한다. “우울증은 정신력이 약한 사람이 걸리는 병이 아닙니다. 치료하다 보면 오히려 정신력이 강한 사람이 증상을 참다 우울증으로 고통받는 사례를 더 많이 보게 되니까요. 인간이기에 완벽할 순 없습니다. 그 사실을 인정하고 주변에 도움을 청하세요.”

변화의 움직임
세계의 선진 기업은 직원의 스트레스를 적극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영국 보건안정청은 직무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전략위원회를 구성하고 근로자의 정신 건강을 위한 전략을 법률로 제정해 엄격히 지키고 있다. 미국은 근로자 입장에서 부러울 정도. <포춘>이 선정한 500대 기업 가운데 95% 이상이 근로자의 스트레스 관리 프로그램을 수행하고 있다. 한 예로 항공우주 방위산업체 맥도널 더글러스는 직원의 스트레스 관리 프로그램을 도입한 뒤 이직률이 35% 줄었고, 3M에서는 사내 상담실을 이용한 인원의 80%가 이전보다 스트레스가 감소했다. 직원들의 건강을 위해 경직된 분위기를 없애고자 스탠딩 워크를 도입한 구글, 아이를 회사로 데려와 수시로 사내 놀이방에서 돌볼 수 있게 배려한 일본의 여러 중소기업 등 직원의 스트레스 해소를 돕기 위해 많은 시도를 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떨까. 우울증을 앓고 있는 직장인이 가장 많은 나라치고는 아직 그에 대응하는 제도나 프로그램이 적다. 하지만 분명 좋아지고 있다. 2013년부터 업무 관련 스트레스로 인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산업재해에 포함됐다. 그만큼 직장인 스트레스가 상당하고 중요한 사회문제로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2015년 고용노동부 산업안전보건 개정안은 ‘감정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사업주의 포괄적 의무’를 규정한 조항을 마련해 현재 국회에서 심의 중이다. 기업도 움직이고 있다. 사내에 심리상담센터를 마련하거나 외부 센터와 연계해 직원의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흥미롭게도 이러한 기업의 노력은 직원들의 신체적·정신적 컨디션을 동시에 향상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아모레퍼시픽과 카카오에서 경직된 회사 분위기를 탈피하고자 시작한 스탠딩 워크 방책을 예로 들 수 있다. 직원들이 자유롭게 움직이면서 일한 뒤 등이나 어깨 통증이 줄어드는 대신 웃음이 늘었고, 화합하는 분위기가 조성됐으며 업무 집중도가 높아졌다. 이솝은 작년 말부터 뮤직 코디네이터가 상주하며 사무실과 매장에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 심신을 안정시키는 클래식과 샹송 등으로 뮤직 테라피를 실천한다. 직원들의 균형 잡힌 식단을 위해 사무실 곳곳에 늘 아몬드와 바나나칩, 허브티 등 건강한 간식을 구비해두는 점도 인상적이다. 소소한 부분이지만, 직원들에게 회사가 자신을 소중히 여기고 대우해주는 듯한 느낌을 준다고. 이는 직원의 사기를 높이는 것은 물론, 회사 차원에서도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일이다. 회사의 대외 이미지가 좋아져 닮고 싶은 리더, 꼭 다니고 싶은 회사로 인식되게 하니까.

에디터 성보람(프리랜서)
참고 도서 <사회적 우울증>(사이토 다마키 지음, 한문화 펴냄)  도움말 곽현종(강남심리치료센터 원장), 하나현(브레인트레이닝상담센터 정신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