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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은 웹 소설

LIFESTYLE

이제는 어엿한 주류 문화 산업이자 믿을 만한 흥행 공식이 된 웹 소설의 생태.

네이버 웹 소설 서비스 메인 페이지.

“오늘 또 한 명 떠났어.” 제주국제영어마을에 있는 한 학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던 필자의 지인 J는 하루가 멀다 하고 이 말을 내뱉었다. 그간 J의 동료 강사들은 ‘일이 벅차서’, ‘타지 생활이 힘들어서’, ‘학업을 위해서’라는 등 온갖 이유를 대며 제주를 떠났다. 그런데 이번엔 이유가 좀 남달랐다. J의 새 룸메이트였던 동료 강사는 수업을 마치고 돌아와 밤마다 방에서 웹 소설을 썼다. 그렇게 제주의 밤하늘 아래서 완성한 웹 소설은 큰 인기를 얻어 출간이 결정됐고, 그길로 학원을 그만두고 소설가가 되어 떠났다는 것. 그리고 그가 일주일에 한 번 웹 소설 플랫폼에 업로드하며 얻은 수익은 당시 내 월급의 딱 4배였다. 왠지 모를 솔깃함에 웹 소설 플랫폼에 발을 들인 필자는 결국 성공적인 웹 소설가, 아니 애독자가 됐다.
웹 소설이라는 장르에 대해 처음 들었을 때 2000년대에 유행한 온라인 소설이 떠올랐다. 필자 또한 학창 시절 좋아한 가수를 주인공으로 한 팬픽을 A4 용지에 인쇄해 친구들과 돌려 읽었고, 삼삼오오 모여 귀여니의 온라인 로맨스 소설을 토대로 만든 영화를 본 적도 있다. 정리하면 1990년대 PC통신 시절부터 동인물, 로맨스 소설, 판타지 소설, 팬픽 등 온라인을 기반으로 한 소설이 분명 존재했으니 지금의 웹 소설이 혜성처럼 등장한 콘텐츠라 볼 순 없다. 말하자면 이는 그간 인터넷 소설, 온라인 소설, 사이버 소설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며 꾸준히 명맥을 유지해왔다.
한데 이것이 지금처럼 웹 소설이라는 새 이름을 갖게 된 건 2013년 네이버가 ‘웹 소설’ 서비스를 제공하면서부터다. 같은 해 카카오도 ‘카카오스토리’라는 플랫폼을 만들었다. 물론 그 이전에도 온라인 소설 플랫폼 ‘조아라’와 ‘문피아’가 존재했지만, 과거 온라인 소설과 달리 네이버와 카카오라는 대형 포털을 등에 업고 등장한 웹 소설은 빠르게 공신력을 얻으며 웹 콘텐츠 산업으로 인정받았다.
그런데 웹 소설은 정확히 무얼 말하는 걸까? 웹 소설은 인터넷이라는 웹 환경의 특수성 안에서 탄생한 소설 양식이다. 웹툰을 생각하면 쉽다. 인터넷에서 연재하는 만화를 웹툰이라 부르듯, 출판물 형식이 아닌 웹에 업로드되는 소설을 웹 소설이라 한다. 이전의 온라인이나 인터넷 소설과는 달리 문단 사이마다 극 전개를 돕는 삽화를 넣고, 추상적이기보다는 직설적인 주제를 설정하고, 설명이나 묘사보다는 마치 만화처럼 대화를 중심으로 서술한, 읽는 재미 대신 보는 감상으로서의 텍스트를 추구하는 콘텐츠다. 또 웹툰처럼 한 회씩 연재하므로, 다음 회까지 독자의 시선을 붙잡아두기 위해 매회 흥미를 돋우고 긴장감을 유발하는 소재와 장면을 배치한다.
웹 소설은 포털, 카페, 게시판, 커뮤니티 등 다양한 인터넷 플랫폼을 통해 연재한다. 모바일로 인터넷에 손쉽게 접속할 수 있는 만큼 접근성이 좋아 독자층도 넓다. 또 웹툰처럼 정해진 요일에 업로드되며 고정 독자층을 낳았고, 업로드되자마자 독자가 즉석에서 댓글로 감상평을 남길 수도 있다. 그만큼 글쓴이와 독자가 교류하기 쉽다. 그래서 독자의 평가와 피드백이 더 직접적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예로, 30대의 젊은 웹 소설가 중 단연 두각을 나타내는 정세랑의 <피프티 피플>도 원래 웹상에서 단편으로 시작했지만 독자들의 요구가 빗발치며 장편으로 연재, 출간하게 됐다. 이렇게 웹소설은 체계적인 웹 플랫폼 시장에서 고유의 영역을 쌓아 올리며 다양한 독자와 작가를 유입시키고, 독자와 작가의 다양한 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인기를 얻은 웹 소설은 과거 온라인 소설이나 웹툰이 그랬듯이 다양한 문화 산업으로 재탄생했다. 과거엔 <엽기적인 그녀>, <늑대의 유혹>, <동갑내기 과외하기> 등 인터넷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가 대성공을 거뒀고, <내 이름은 김삼순>이나 <커피프린스 1호점>, <성균관 스캔들>, <해를 품은 달> 등 방영한 지 오래되었지만 지금도 여전히 시청자의 가슴에 남아 있는 드라마들도 인터넷 소설을 원작으로 하거나 원작자가 인터넷 소설가로 출발한 경우다.

1 드라마 <랑야방: 권력의 기록> 스틸 컷.
2 중국의 웹 소설 <보보경심>은 한국과 중국에서 모두 드라마로 재탄생했다.
3 네이버 웹 소설 서비스 메인 페이지.

최근 웹 소설도 TV 드라마 시장으로 더욱 활발하게 진출하며 가능성을 증명하고 있다. 웹 소설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는 만화에서나 볼법한 매력을 지닌 주인공과 흥미로운 스토리라인 덕분인지 연이은 성공을 거둔다. 이조영 작가의 웹 소설 <올드맨>은 2014년 MBC 드라마 <미스터 백>으로, 플아다 작가의 <당신을 주문합니다>는 2015년 네이버 TV와 SBS플러스를 통해 동명의 드라마로 재탄생했다. 특히 네이버 웹 소설 조회 수 1위였던 윤이수 작가의 <구르미 그린 달빛>은 2016년 KBS2에서 동명의 드라마로 방영, 자체 최고 23.3%라는 높은 시청률을 달성했다. 드라마의 인기에 힘입어 원작은 누적 조회 수 5000만 건을 기록, 유료 보기 매출도 억대 금액을 올렸다. 지난 7월 인기리에 막을 내린 tvN 드라마 <김비서가 왜 그럴까>도 마찬가지. 당시 케이블 시청률 종합 1위를 기록할 정도로 화제를 모은 드라마의 원작은 정경윤 작가가 쓴 동명의 웹 소설에서 출발, 드라마와 웹툰으로 차례로 전개되며 모두 성공을 거뒀다. 수년 전 방영한 SBS 드라마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 또한 중국 웹 소설이 원작이며, 한국에도 많은 마니아층을 거느린 중국의 대작 드라마 <랑야방: 권력의 기록>의 원작도 웹 소설이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 웹 소설은 우리 곁에 성큼 다가왔다. 무협, 로맨스, 판타지, 미스터리, 동인물, 팬픽, 역사물, 현대물 등 다양한 장르의 웹 소설은 드라마의 테스트베드로서 영화와 굿즈, 게임 등 다양한 산업에 이르기까지 지난 수년간 광폭 성장했다. 처음 이름을 알린 2013년 100억 원 규모에서 출발한 웹 소설 시장은 작년엔 무려 2700억 원으로 추산될 정도로 하루가 다르게 급성장했다. 웹 소설은 연이은 드라마화가 대대적 성공을 거두며, “웹 소설이 원작이면 성공한다”는 대중적 성공의 흥행 공식으로 자리 잡기도 했다.
이전엔 정식으로 등단한 창작자만 가능했던 소설 쓰기가 이제는 플랫폼 이용자나 아마추어, 신인 작가로 확장되면서 소설의 가능성을 확장했다. 물론 이런 웹 소설이라고 단점이 없는 건 아니다. 기본적인 맞춤법을 지키지 않는 소설이 정식 연재되는 것에 충격을 받거나, 선정적 작품에 고개를 가로젓는 독자도 생겨난다. 하지만 그럼에도 웹 소설은 사회 문화 전반에서 나름의 영향력을 내세우며 장르 소설을 문학의 주류로 끌어가고 있다. 웹 소설이 긍정적 현상을 낳으며 문학 시장을 전반적으로 활성화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소수만 누리던 인터넷 서브컬처에서 대중을 주무르는 어엿한 주류 문화 산업으로 성장해 웹 콘텐츠의 한 유형으로 자리 잡은 웹 소설의 미래를 주목하자.

4 웹 소설 <김비서가 왜 그럴까>는 얼마 전 드라마화돼 큰 인기를 모았다.
5 플아다 작가의 인기 웹 소설 <당신을 주문합니다>.
6 웹 소설로 출발해 인기 드라마가 된 <구르미 그린 달빛>의 스틸 컷.

 

에디터 이영균(youngkyoon@noblesse.com)
백아영(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