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조의 격
각 세그먼트의 상징으로 꼽히는 차량 3대를 타봤다. 이것저것 고민될 땐 오리지널이 답이다.

HYUNDAI SONATA 2.0W
현대 쏘나타는 국산 중형 세단의 선두 주자로 ‘아빠차’ 시대를 열면서 자동차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쏘나타가 국가 대표 중형 세단이 될 수 있었던 기반은 1968년 현대차가 포드 영국과 기술제휴를 맺고 조립 생산한 코티나가 마련했다. 코티나의 바통을 이어받은 스텔라는 현대차가 독자 제품을 개발할 수 있는 초석을 다졌다. 쏘나타는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서 삶의 질을 추구하는 분위기가 형성된 1985년 스텔라에 1800cc 엔진과 5단 자동변속기를 탑재한 모델로 첫 출시한 뒤 30년 넘게 ‘아빠차’ 시장을 이끌었다. 쏘나타는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도 성공했다. 지난해까지 누적 판매 대수는 858만4822대에 달한다. 지난 3월 출시한 8세대 신형 쏘나타는 이름만 빼고 다 바꿨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진화했다. 신형 쏘나타는 기존보다 한층 젊어졌다. 보닛을 낮추고 엔진룸을 줄여 다이내믹한 4도어 쿠페 스타일을 적용한 결과다. 헤드램프는 스킨처럼 매끄럽게 다듬어 차체와 일체감을 강화했다. DRL(주간 주행등)이 꺼지면 엔진룸을 덮은 보닛의 테두리를 감싼 크롬 재질로 보이지만 켜지면 빛이 투과되는 히든라이팅 램프를 적용했다. 리어램프 위에는 6개의 에어로핀(돌기)을 달았다. 토요타가 주행안정성과 공기역학 성능 향상을 위해 자주 쓰는 부품으로 포뮬러 원(F1)에서 유래했다. 실내 인테리어는 깔끔하다. 버튼 수를 줄이고 12.3인치 클러스터와 10.25인치 내비게이션을 적용한 덕분이다. 블랙박스 역할을 담당하는 빌트인 캠도 장착했다. 카카오와 협력 개발한 음성인식 대화형 비서 서비스도 최초로 채택했다. 패밀리 세단에 걸맞게 안전 하차 보조(SEA), 뒷좌석 승객 알림(ROA) 같은 어린아이 보호 기능도 갖췄다.
시승차는 가솔린 2.0W 모델로 ‘스마트 스트림 G2.0 CVVL’ 엔진과 6단 자동변속기를 달았다. 자동차 키를 따로 챙길 필요는 없었다. 스마트폰 앱을 통해 디지털 키를 내려받은 뒤 스마트폰을 운전석·조수석 외부 도어 핸들에 접촉하면 문을 여닫을 수 있다. 디지털 키는 차량 공유도 편리하게 만들어준다. 컴포트 드라이브 모드에서는 부드럽게 달린다. 소음이나 진동도 적다. 스포츠 모드에서 가속페달을 밟으면 반박자 느리게 반응해 처음엔 답답하지만 탄력을 받으면 비교적 시원하게 내달린다. 문을 열지 못할 정도로 좁은 공간에 주차할때는 스마트 키에 있는 화살표(↑↓) 버튼을 통해 차를 빼거나 넣을 수 있다. 원격 스마트 주차 보조 시스템이다. 신형 쏘나타는 20~30대를 겨냥해 젊은 감각의 디자인과 디지털 스마트 성능을 향상했다. 디자인과 성능은 ‘오빠차’인 셈이다. 그러나 품질과 옵션(사양)은 중형 세단을 넘어 대형 세단 수준으로 ‘아빠차’에 해당한다._최기성 (<매경닷컴> 산업취재팀장)
엔진 I4
연비 13.3km/ℓ
가격 2346만~ 3289만 원

JEEP WRANGLER RUBICON 2 DOOR
사실 신형 랭글러에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11년 만의 세대교체를 단행했지만, 사진으로 보이는 변화의 폭은 그리 크지 않았으니까. 괜한 오지랖에 지프의 미래를 걱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신형 랭글러를 만난 뒤 모든 것이 기우임을 깨달았다. 지프는 소비자가 무엇을 원하는지, 그리고 그들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 지프는 랭글러의 온로드 주행 감각에 공을 들였다. 상당히 매끈해졌고, 승차감도 안락한 편. 하지만 어디까지나 이전 랭글러에 비해서다. 승차감과 주행감각이 나아졌지만 거칠게 생긴 머드 타이어가 편안한 승차감을 제공할 리 없고 유격이 큰 스티어링은 여전히 답답하다. 고속 주행 안정성은 어떻고. 게다가 타이어를 타고 올라오는 노면 소음도 적은 편이 아니다. 그렇다고 이런 불편함이 지프의 헤리티지에 흠이 되거나 랭글러에 대한 소비자의 기대를 떨어뜨리진 않는다. 랭글러의 홈그라운드는 온로드가 아닌 오프로드다. 오프로드에 들어서면 앞에서 구구절절 늘어놓은 불편함이 거짓말처럼 사라진다. 이것이 바로 험로 주행용 SUV의 진가다. 움직임은 온로드보다 한결 여유롭고 부드럽다. 온로드를 달릴 땐 서스펜션 스트로크가 길어 코너에서 롤이 큰 차체였지만 오프로드에선 그 롤이 노면 충격을 흡수하는 역할을 한다(승차감을 더 높이려면 안티롤 바의 일종인 스웨이 바 연결을 해제하면 된다). 클래식한 외관은 이전에 비해 바뀐 부분이 거의 없지만 하나하나 떼어놓고 보면 완성도가 뛰어나다. 사실 이전 랭글러는 약간 투박한 면이 없지 않았다. 하지만 신형에서는 그런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 남자의 차라고 해서 소재 마감까지 거칠 필요 없다는 걸 지프도 눈치챈 듯하다. 기술적으로도 많은 발전을 이뤄냈다. 신형 랭글러의 네 바퀴 굴림 시스템은 자동 모드를 지원한다. 평소엔 뒷바퀴만 굴려 효율을 챙기다 필요할 땐 앞바퀴를 함께 굴린다는 얘기다. 또 요즘 차라면 꼭 있어야 할 애플 카플레이도 완벽하게 지원한다. 1987년 개성적 디자인과 험로 주파 능력을 갖고 태어난 랭글러에는 수많은 이야기가 녹아 있다. 자동차에 이야기가 담길 때 그들은 비로소 아이콘이 된다. 그리고 시대와 문화를 아우르는 아이코닉 카는 시간이 흐를수록 가치가 견고해진다. 덕분에 이전 모델보다 약 1000만 원이 높은 가격임에도 많은 남자의 눈이 랭글러를 향해 있다._ 김선관 (<모터트렌드> 기자)
엔진 V4 Turbo
최고속도 180km/h
연비 8.7km/ℓ
가격 5540만 원

BMW 320d
진화는 완벽해지는 과정이다. 거기엔 냉철한 판단과 시대의 요구, 미래에 대한 혜안이 필요하다. 그게 없다면 시장에서 도태되거나 사장된다. 3시리즈는 연간 1억 대가 넘는 자동차 생산 시대에, 약 45년간 명맥을 유지해왔다. 7세대 3시리즈 역시 영민하고 성실한 변화를 이뤘다. 외관은 확연히 덩치를 키웠다. 전장은 76mm, 전폭은 16mm 늘렸고, 전고도 6mm 높였다. 콤팩트란 수식어를 지워도 될 만큼 커져 일상의 자동차로 충분히 활용 가능하다. 몸집은 커졌지만 잔근육은 줄였다. 직선과 면으로 심플함을 완성했다. 브랜드에서 강조하는 ‘절제와 우아함’을 추가한 디자인은 성공적으로 보인다. 실내는 BMW가 잘해오던 것을 이어간다. 젊고 다이내믹한 구성. 오롯이 운전에 집중할 수 있는 시트와 인터페이스, 넓은 시야를 제공한다. 12.3인치와 10.25인치 스크린 2개가 이어진 구조의 디스플레이와 시인성을 높인 계기반은 엔터테인먼트와 차량 정보를 폭넓게 제공한다. 스티어링 휠 버튼의 조작 동선도 전보다 편리해졌다. 무엇보다 패들 시프트의 조작감은 타 브랜드와 비교 불가할 정도로 쫀쫀하다. 3시리즈의 장기는 달리기다. 7세대 320d 모델은 새로운 디젤엔진을 탑재해 그 명맥을 잇는다. 새로운 엔진은 최대출력 190마력, 최대토크 40.8kg·m의 성능을 발휘한다. 디젤엔진임을 잊을 만큼 빠른 반응속도와 정숙함을 선보인다. 밟는 즉시 반응하고 고속에선 끝없이 뻗는다. 원체 잘 달리지만 고속에서 가라앉는 안정감, 그리고 코너링 시 차량을 잡아주는 섀시와 댐핑 성능은 압권이다. 고속에서도 풍절음을 최대한 잡았고 진동과 소음도 기함 세그먼트를 떠올릴 정도로 정숙하다. 주행 모드도 업그레이드를 거쳤다. 시승 중 가장 인상 깊은 건 스포츠 모드였다. 버튼을 누르는 즉시 320d는 다른 차량으로 변신한다. 엑셀의 민감도가 대폭 상승하고 주행 강성은 한껏 올라간다. 뻥 뚫린 고속 구간에서 스포츠 모드를 이용하면 BMW가 자신하는 퍼포먼스 주행을 느낄 수 있다. 7세대 3시리즈는 잘해오던 것을 더욱 연마하고 부족한 지점을 정확히 메웠다. 영리하고 성공적 진화란 이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_ 조재국
엔진 l4
최고속도 240km/h
연비 14.3km/ℓ
가격 5320만 원
에디터 조재국(jeju@nobless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