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컴, 마에스트로!
서울을 찾는 세계적 거장 지휘자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누가 다녀갔고, 또 누굴 만나게 될까?

클래식 음악회 일정만 놓고 본다면 유럽이 부럽지 않은 요즘이다. 지난 10월에는 이반 피셰르가 부다페스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내한했고, 헤르베르트 블롬스테트는 밤베르크 교향악단을 이끌고 첫 내한 공연을 펼쳤으며, 11월 초에는 정명훈이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를 지휘했다. 모두 서울의 가을밤을 아름다운 선율로 물들인 공연. 특히 올해 90세 노장인 블롬스테트의 활약은 놀라웠다. 이틀 동안 협연 없이 교향곡 4곡을 연주했는데, 브루크너 교향곡 7번 같은 대곡을 악보도 없이 지휘해 역시 관록의 거장임을 입증했고 전율이 느껴지는 웅대한 사운드를 만들어냈다. 그런데 이 공연을 놓쳤다고 해서 아쉬워할 필요는 없다. 거장 혹은 명장이란 칭호가 아깝지 않는 지휘자의 공연이 아직 여럿 남았기 때문이다. 지금부터 아래의 이름을 주목할 것.
마리스 얀손스 이름만으로 클래식 애호가들에게 믿음을 주는 라트비아공화국 출신 지휘자 마리스 얀손스는 이미 다섯 차례 내한 공연을 한 바 있다. 그가 오는 12월 4일과 5일 서울에서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을 지휘한다. 그는 2003년부터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의 상임지휘자를 맡고 있으며, 2012년과 2014년에도 함께 내한했다. 얀손스는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을 두고 “정기 연주회나 투어 등 그들과 함께하는 활동은 늘 나에게는 큰 자극이다. 음악적 수준이 매우 높고, 매번 연주에 집착과 열정을 갖고 임하는 훌륭한 악단이다”라고 평가했다. 세계적 노장 지휘자 중에서도 두드러진 활약을 보이고 있는 얀손스, 그리고 그가 극찬하는 오케스트라와의 조합이니 지금부터 기다림의 즐거움을 누려보자.
대니얼 하딩 파리 오케스트라와 11월 16일 내한 공연을 하는 대니얼 하딩은 1975년생. 함께 소개하는 다른 지휘자들에 비해 매우 젊지만 하딩 또한 주목할 만한 커리어를 쌓아왔다. 그는 사이먼 래틀과 클라우디오 아바도의 조수를 거쳐 1996년 BBC 프롬스 무대에 역대 최연소 지휘자로 선 인물. 영국 음악계의 전폭적 지원을 받으며 현시대 클래식계를 리드하는 자리에 올랐으며,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수석 지휘자로 활약했다. 2016년 9월 파리 오케스트라의 음악감독으로 취임해 이 악단 최초의 영국인 지휘자가 됐으며, 앞으로 그가 프랑스 레퍼토리를 어떻게 표현해낼지 주목된다. 한국에서 연주할 프로그램도 드뷔시와 베를리오즈 등 프랑스 작곡가의 곡이다.
마이클 틸슨 토머스 미국을 대표하는 악단 중 하나인 샌프란시스코 심포니가 11월 10일 드디어 처음으로 한국 관객을 만날 예정이다. 이 악단을 지휘할 인물은 ‘제2의 번스타인’이라 불리는 마이클 틸슨 토머스. 샌프란시스코 심포니의 음악감독인 그는 진보적이고 실험적인 프로그램을 진행해온 인물로 지난 4월에는 초연곡을 페이스북에 생중계하기도 했다. 에디터는 몇 년 전 런던에서 마이클 틸슨 토머스와 샌프란시스코 심포니가 연주하는 베를리오즈 환상교향곡을 감상할 기회가 있었다. 화려하거나 과하지 않으면서 여운이 오래 남는, 지적인 지휘가 매우 인상적이었다. 이번 첫 내한 공연에선 그들의 핵심적 프로그램인 말러 교향곡 1번을 연주한다고 한다.
데이비드 진먼 2014년 취리히 톤할레 오케스트라와 내한해 호평을 얻은 데이비드 진먼이 11월 13일 NHK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함께 한국을 찾는다. 원전 음악부터 현대음악까지 폭넓은 레퍼토리를 아우르는 진먼은 2014년까지 19년간 취리히 톤할레 오케스트라 음악감독을 지냈고, 이후 명예직인 계관지휘자로 임명됐다. 이번 시즌 세계 유수의 오케스트라와 호흡을 맞추고 있는 그는 100여 장의 음반을 녹음했는데, 그중 다수가 그라모폰 어워드 등 권위 있는 음반상을 수상했다. 이번 내한 공연에서 특히 눈에 띄는 부분은 평소 실연으로 감상할 기회가 흔치 않은 고레츠키의 교향곡 3번 ‘슬픔의 노래’를 연주한다는 것. 데이비드 진먼의 대표 레퍼토리로 꼽히는 곡이니 기대해도 좋다.
에디터 안미영 (myahn@nobless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