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새로운 문화 허브, 그란데 브레라
작년 12월 7일, 이탈리아 밀라노의 치테리오 궁전과 브레라 미술관, 브라이덴세 국립도서관을 연결하는 복합 문화 공간 그란데 브레라가 오랜 준비 기간 끝에 역사적 개관을 맞이했다.

Mario Ceroli, La Forza di Sognare Ancora. © Photo by Andrea Garuti.
무려 52년이라는 오랜 준비 기간과 수많은 변경, 끊임없는 연기 끝에 밀라노 도심에 규모와 내실 모두 ‘이탈리아의 테이트 모던’으로 불릴 만한 새로운 복합 문화 공간 그란데 브레라(Grande Brera)가 마침내 문을 열었다. 브레라 지역에 위치한 치테리오 궁전(Palazzo Citterio)과 브레라 미술관(Pinacoteca di Brera), 브라이덴세 국립도서관(Biblioteca Nazionale Braidense) 등 도시를 대표하는 문화 공간을 연결하는 이 대규모 프로젝트는 밀라노를 세계적 문화 허브로 거듭나게 하기 위한 도약이자 과거의 유산과 현대적 비전이 어우러진 새로운 문화적 패러다임을 제시하려는 야심 찬 기획.

치테리오 궁전 안뜰 중앙에 자리한 브라만테 사원 목조 파빌리온. © Photo by Walter Vecchio.
개관 하루 전, 언론에 공개한 현장은 작품 설치를 마무리하는 관계자와 언론인, 문화계 인사로 북적이며 흥분과 기대감으로 가득했다. 문화 예술 도시 밀라노의 새로운 시대를 여는 그란데 브레라는 단순히 규모를 확장하는 것을 넘어 밀라노의 중심부로서 브레라 지구의 중요성을 되새기고, 예술과 경제가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모델을 제시하려 한다. 안드레아 만테냐의 ‘무덤 속의 죽은 그리스도와 세 명의 애도자들’을 전시한 곳으로 잘 알려져 있는 브레라 미술관과 브라이덴세 국립도서관의 총괄 디렉터 안젤로 크레스피(Angelo Crespi)는 그란데 브레라 프로젝트의 경제적 효과에 대해 큰 기대를 걸고 있다. “개관 이후 연간 약 100만 명의 방문객을 예상하며, 이는 밀라노의 경제와 관광산업에 중요한 기여를 할 것입니다. ‘최후의 만찬’을 포함한 문화 허브의 통합을 통해 밀라노의 그란데 브레라는 피렌체의 우피치 미술관, 로마의 콜로세움과 견줄 수 있는 문화적 상징으로 자리매김할 것입니다.”

Refik Anadol, Renaissance Dreams, 2020. Capitolo II Architettura, Arte Digitale Immersiva,MEET Digital Culture Center, Milano.

Giorgio Morandi, Grande Natura Morta Metafisica, Oil on Canvas, 68.5×72cm, 1918.
때맞춰 복원 작업을 마무리한 치테리오 궁전은 이번 개관을 통해 새로운 컬렉션을 선보이며, 18세기에 지은 고풍스러운 공간을 현대적이고 혁신적인 박물관으로 탈바꿈시켰다. 치테리오 궁전의 규모는 브레라 미술관의 절반에 불과하지만, 고고학 유물부터 피카소와 모딜리아니, 움베르토 보치오니(Umberto Boccioni), 카를로 카라(Carlo Carrà), 주세페 펠리차 다 볼페도(Giuseppe Pellizza da Volpedo) 등 유럽과 이탈리아 근현대 미술의 위대한 유산을 아우르는 컬렉션을 전시한다. 새롭게 단장한 치테리오 궁전에서 가장 매력적인 공간은 안뜰 중앙에 자리한 브라만테 사원(Tempietto del Bramante)이다. 라파엘로의 걸작 ‘마리아의 결혼’ 후경에 자리한 팔각형 건물을 연상시키는 이 목조 파빌리온은 하늘과 땅의 대화를 상징하며 관람객에게 예술적이고 영적인 경험을 선사한다. 세계 최대 가구 박람회이자 밀라노를 대표하는 문화 행사인 살로네 델 모빌레가 기증한 이 파빌리온은 치테리오 궁전의 내부와 외부를 연결하는 동시에 방문객이 잠시 멈춰 명상할 수 있는 공간으로 설계했다. 사원 바로 옆에 자리한 공간에선 미디어 아티스트 레픽 아나돌의 몰입형 디지털 작품 ‘Renaissance Dreams’가 대형 스크린에 펼쳐져 과거와 현재, 미래를 잇는 시각적 경험을 즐길 수 있다. “이곳을 방문하는 사람들을 위한 공간이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궁전 안 각 공간을 일상생활 공간처럼 친근한 동시에 예술을 감상하기 적절한 공간으로 설계했습니다.” 치테리오 궁전 복원 작업을 총괄한 건축가 마리오 쿠치넬라(Mario Cucinella)는 포용성을 강조하며, 전통과 혁신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공간을 재구성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치테리오 궁전의 고고학 유물과 근현대 예술품 전시는 브레라 미술관의 르네상스 시대 걸작, 브라이덴세 국립도서관이 소장한 2만 권 이상의 고서와 더불어 문화적 상호작용과 방문객의 예술적 경험을 더욱 확장할 것이다.


치테리오 궁전 내부 전시 공간. 고고학 유물부터 근현대 예술 작품까지 다양한 소장품을 선보이는 기획 전시가 열린다. © Photo by Walter Vecchio.
그란데 브레라 프로젝트는 마무리 과정에서 인력 부족과 직원들의 파업 등 여러 문제를 겪었으며, 지금도 이를 완전히 해결한 상태는 아니다. 공식 개관은 했지만 올해 5월까지는 목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주 4일, 그것도 오후에만 문을 열며 인력을 충원한 후에 오픈 시간을 늘릴 계획이다. 그란데 브레라의 개관은 도시의 문화유산을 새롭게 정비하는 것을 넘어, 서로 다른 성격의 공간을 연결하고 통합해 세계적 문화 허브로 기능하게 하려는 야심 찬 시도다. 예술과 건축, 창의적 비전을 통해 지속적으로 영감을 제공하고, 혁신을 일으키려 한다. 포멜라토와 BMW, 스와로브스키 등 다양한 분야의 글로벌 브랜드가 이 프로젝트의 완성을 위해 힘쓴 것도 주목할 만한 점. 도시의 정체성을 재정의하고, 전통과 미래를 연결하는 도시의 프로젝트로서 그란데 브레라는 새로운 문화적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에디터 정규영(ky.chung@noblesse.com)
글 박정윤(아트 어드바이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