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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산을 넘어, 새로운 길 위에서

CULTURE

피나 바우슈의 <카네이션> 내한 공연을 앞두고, 그녀의 예술 세계를 계승하고 있는 탄츠테아터 부퍼탈의 예술감독 다니엘 지크하우스를 통해 무용단이 이어온 여정과 그 의미를 들여다본다.

© Cesar Vayssie

무용과 연극을 결합한 ‘탄츠테아터’라는 장르를 국제적으로 확립하며 20세기 공연 예술의 패러다임을 바꾼 피나 바우슈. 독일의 작은 도시 부퍼탈의 시립 극장 발레단을 모태로 한 ‘탄츠테아터 부퍼탈 피나 바우슈’(이하 탄츠테아터 부퍼탈) 역시 그녀의 지휘 아래 무용, 연극, 음악, 무대미술 그리고 일상의 몸짓이 어우러진 탄츠테아터를 대표하는 존재가 되었다. 2009년 피나 바우슈가 타계한 후에도 탄츠테아터 부퍼탈은 그녀의 예술적 유산을 계승하는 동시에, 새로운 세대의 무용수를 영입해 작품의 진정성과 완성도를 이어왔다. 이와 함께 동시대 안무가와의 협업을 통해 다채로운 창작 프로젝트를 공개하며, 과거와 현대를 잇는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그중에서도 <카네이션(Nelken)>은 1982년 초연된 피나 바우슈의 대표작으로 탄츠테아터의 정수를 보여준다. 이번 내한 공연에서 이 작품을 다시 선보이는 탄츠테아터 부퍼탈은 시대를 넘어 여전히 살아 숨 쉬는 피나 바우슈의 예술 세계를 무대 위에 되살릴 예정이다. 이를 이끄는 예술감독 다니엘 지크하우스(Daniel Siekhaus)에게 탄츠테아터 부퍼탈의 오늘을 물었다.

피나 바우슈의 사후, 탄츠테아터 부퍼탈은 어떤 방식으로 그녀의 유산을 이어오고 있나요? 2009년 이후 탄츠테아터 부퍼탈은 피나 바우슈의 작품 세계와 작업 방식을 유지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왔습니다. ‘보존’의 측면은 주로 그녀의 작품을 전 세계 무대에서 지속적으로 공연하는 데 있습니다. 이는 지금도 우리 예술의 중심을 이루죠. 한편 그녀의 예술 정신에 영감을 받아 디미트리스 파파이오아누(Dimitris Papaioannou), 리처드 시걸(Richard Siegal), 알란 루시앙 외위엔(Alan Lucien Øyen), 보리스 샤르마츠(Boris Charmatz) 등 다양한 아티스트와 협업해 새로운 작품을 선보여왔습니다.
‘유산을 보존한다’는 것이 단순한 재연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면 탄츠테아터 부퍼탈에서는 이를 어떻게 실천하고 있나요? 우리는 전문 무용수뿐 아니라 일반인도 참여할 수 있는 워크숍을 운영하며, 피나 바우슈의 예술을 배우고 경험할 수 있는 장을 열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이번 시즌에는 오랜 단원인 실비아 파리아스 에레디아(Silvia Farias Heredia)가 피나 바우슈 재단과 함께 ‘피나 바우슈 랩’을 진행하고 있죠. <봄의 제전(The Rite of Spring)>, <팔레르모 팔레르모(Palermo Palermo)>, <카네이션>, <콘탁트호프(Kontakthof)> 네 작품을 중심으로 피나의 작품 세계를 몸으로 탐구하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탄츠테아터 부퍼탈의 무용수와 창작진은 세대를 거듭하며 같은 철학을 공유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나요? 가장 중요한 과제는 그녀의 작품 철학인 인간을 향한 진심, 다양한 문화에 대한 개방성, 그리고 진실과 연결을 향한 탐구를 다음 세대에 고스란히 전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가능한 한 많은 기존 단원과 초연 멤버들을 초청해 역할을 직접 전수하고, 함께 무대에서 작업하죠. 현재도 피나 바우슈와 함께 일한 단원이 15명 남아 있습니다. 특히 탄츠테아터 부퍼탈에는 20대 초반부터 60대 중반까지 다양한 세대의 무용수가 참여하고 있는데, 이는 무용계에서는 드문 일입니다. 이러한 세대 간 학습과 전승이 우리에게는 일상의 일부로 자리 잡았으며, 그 과정에서 큰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위쪽 <카네이션> 공연 장면. 피나 바우슈가 칠레 안데스산맥에서 마주한 카네이션 들판에서 영감받은 무대 위 풍경은 초현실적 분위기를 자아낸다. © Evangelos Rodoulis
아래쪽 © Oliver Look

내한 공연작 <카네이션>에서 오늘날의 관객은 어떤 새로운 의미를 발견할 수 있을까요? <카네이션>을 포함해 피나 바우슈의 작품은 놀라울 만큼 현대적입니다. 하지만 피나 바우슈는 언제나 자신의 작품에 명확한 해석을 덧붙이길 원치 않았죠. 저도 그 정신을 존중합니다. 다만 관객은 <카네이션>을 통해 사랑, 권력, 그리움, 공동체와 같이 오늘날에도 유효한 삶의 진실을 마주하게 될 것입니다. 동시에 인간의 전형적 행동 패턴과 그것을 벗어날 수 있는 가능성에 주목해 감상해주셨으면 합니다.
<카네이션>이 시대를 넘어 오늘날의 관객에게도 여전히 신선한 경험을 주는 이유는 무엇이라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카네이션>은 예측할 수 없는 전개로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관객은 다음에 어떤 장면이 펼쳐질지 전혀 짐작할 수 없죠. 동시에 매우 사색적인 작품으로, 공연이 끝난 뒤에도 그 이미지와 감정이 오래 남습니다. 수천 송이의 카네이션이 깔린 페테르 팝스트(Peter Pabst)의 상징적 무대도 마찬가지입니다. 공연 초반에는 완벽하게 아름답지만, 끝날 무렵에는 밟히고 흩어져 있죠. 특히 마지막 장면에서 무용수들이 관객을 향해 직접 말을 건네며 개인적 이야기를 나누는 순간은 매우 진실되고 깊은 감동을 남깁니다.
현재 ‘피나 바우슈 센터’를 건립 중이라고 들었습니다. 이곳은 어떤 비전을 그리고 있나요? 피나 바우슈 센터는 부퍼탈에 새로 문을 여는 복합 예술 기관으로 탄츠테아터 부퍼탈, 피나 바우슈 재단, 국제 무용 제작 센터, 그리고 지역 커뮤니티 포럼을 한데 모으는 공간이 될 것입니다. 2030년대 초 개관을 목표로 피나 바우슈의 많은 작품을 초연한 부퍼탈의 옛 극장을 새롭게 단장하고 있어요. 피나 바우슈의 유산을 미래 세대의 예술가와 관객에게 전하는 허브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앞으로 탄츠테아터 부퍼탈이 나아가야 할 지향점은 무엇이라 생각하시나요? 탄츠테아터 부퍼탈의 정체성은 피나 바우슈 그 자체입니다. 그녀의 예술관, 사람을 대하는 태도,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우리 작업의 근간을 이룹니다. 새로운 창작을 이어가더라도 그 근본은 변하지 않죠. 그렇기에 무엇보다 중요한 방향성은 ‘예술적 완성도와 진정성’의 추구입니다. 이는 피나 바우슈의 레퍼토리 안에서도, 그리고 뛰어난 전 세계 아티스트들과의 새로운 협업에서도 변함없이 지속될 가치입니다.

 

에디터 손지수(jisuson@noblesse.com)
사진 LG아트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