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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리적 주얼리에 대한 정의

WATCH & JEWELRY

주얼리 메종, 아름다움을 넘어 책임을 말하다.

재생 가능 에너지로 운영되는 ‘마니파투라 불가리’.

Tiffany & Co.

차세대 장인을 양성하는 교육기관 ‘스쿠올라 불가리’의 커리큘럼.

찬란히 빛나는 주얼리 산업에도 어두운 그림자가 존재한다. 이는 많은 산업이 공유하는 숙명이기도 하다. 주얼리 산업의 경우, 2006년 리어나도 디캐프리오 주연의 영화 <블러드 다이아몬드>를 통해 그 현실이 대중에게 경종을 울렸다. 영화는 세계 최대 다이아몬드 산지에서 벌어지는 원주민 노동 착취와 내전의 참혹한 실상을 사실적으로 담았다. 그 과정에서 채굴된 다이아몬드는 ‘블러드 다이아몬드’로 불리며, 주얼리 산업을 오염시키는 현실을 강렬하게 고발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는 문제의 심각성을 전 세계에 각인시켰다. 주얼리 산업의 주요 소재인 다이아몬드뿐 아니라 다양한 보석의 채굴과 연마, 이를 둘러싼 환경과 노동 문제는 오랫동안 논란의 대상이었다. 금도 채굴과 유통 과정의 투명성과 이력 관리에서 꾸준히 문제 제기가 이어졌으며, 이를 바로잡기 위한 변화가 전 세계 주얼리업계에서 점차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긍정적 흐름 속에서 소비자 역시 현실을 직시하고, 현명하며 윤리적인 소비를 할 필요가 있다. 소비자의 관심은 올바른 노력을 기울이는 생산자와 판매자의 이익으로 연결되며, 궁극적으로 주얼리 산업을 바른 길로 이끄는 원동력이 된다. 이는 우리 모두에게 더 나은 미래를 열어줄 힘이기도 하다. 지난해에 명품 주얼리 브랜드는 약 3650억 달러 규모의 세계 주얼리 시장에서 13~14%를 차지했으며, 국내 시장에서는 30% 이상을 점유했다. 그렇다면 오늘날 주얼리 메종들은 이러한 산업의 이면을 어떻게 마주하고 있을까? 각 브랜드 고유의 철학과 사례를 통해, 오늘날 주얼리 산업이 변화의 흐름에 어떻게 응답하고 있는지 들여다본다.

밀라노 갈두스 골드스미스 아카데미와 협력해 금세공의 전통을 계승하는 포멜라토.

Graff

책임으로 각인된 장인정신
불가리는 지난 4월, 지속 가능성을 중심에 둔 대규모 생산 허브 ‘마니파투라 불가리(Manifattura Bvlgari)’의 확장을 완료했다. 발렌차에 자리한 이 시설은 단일 브랜드 기준 최대 규모를 자랑하며, 건축구조부터 운영 전반에 이르기까지 재생 가능 에너지를 적극 활용해 탄소 중립적 생산 환경을 구현했다는 점에서 모범 사례로 평가된다. 에너지 효율 원칙을 기반으로 설계한 이곳은 시스템 전반에 친환경 요소를 적용해 환경적 영향을 최소화했으며, 2029년까지 500명 이상의 신규 장인을 채용해 미래 세대에게 기회를 제공하고 생산 역량을 강화할 계획이다. 더불어 장인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공공 교육기관 ‘스쿠올라 불가리(Scuola Bvlgari)’를 설립, 금세공 전통을 다음 세대로 이어가는 역할을 맡았다. 포멜라토는 고대 이집트에서 전해진 로스트 왁스 주조법에 혁신적 기술을 접목해 독창적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50여 년간 이어온 금세공 전통을 지키고 발전시키는 것을 지속 가능성의 핵심 전략으로 삼아, 이를 후원하고 책임 있게 계승해왔다. 특히 밀라노 갈두스 골드스미스 아카데미(Galdus Goldsmith Academy)와의 교육 협력을 통해 디자이너, 금세공 기술자와 지식을 공유하며 장인정신의 미래를 열어가고 있다.

쇼파드는 ‘에메랄드 퍼터너티 테스트’를 통해 출처가 영원히 보증되는 에메랄드로 윤리적 가치를 새롭게 정의한다.

Boucheron

윤리로 빚은 원석의 여정
티파니는 윤리적 다이아몬드 사용을 원칙으로 엄격한 제작 기준을 세워왔다. 다이아몬드 원석은 인권 보호와 토양 보존 기준을 충족한 광산에서만 선별하며, 벨기에·보츠와나·모리셔스·태국 등지의 티파니 워크숍에서 커팅과 폴리싱 과정을 거친다. 또한 윤리적 채굴과 환경 기준을 준수하는 신뢰할 수 있는 공급업체에서 폴리싱한 다이아몬드만 사용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0.18캐럿 이상의 다이아몬드 등급, 품질관리, 세팅까지 전 과정을 글로벌 럭셔리 주얼리 브랜드 최초로 투명하게 공개했다. 부쉐론은 2020년 컬렉션부터 100% 추적 가능한 ‘책임 있는 금’을 사용하며, 금뿐 아니라 다이아몬드까지 모든 단계의 추적과 상세 정보 공개를 실현했다. 특히 최첨단 장치를 활용해 데이터 기반 투명성을 확보, 인간의 개입으로 발생할 수 있는 오류와 주관적 해석의 여지를 줄였다. 부쉐론은 2025년까지 모든 주요 원자재의 100% 추적 가능성 달성을 목표로 한다. 쇼메는 ‘비 드 쇼메’ 펜던트의 펜던트뿐 아니라 체인과 잠금장치까지 100% 추적 가능한 지속 가능한 금을 사용했다. 채굴 단계부터 완성 단계까지 단 1g의 금도 철저히 검증하며,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와 협업해 책임 있는 소싱 원칙을 점진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그라프는 킴벌리 프로세스에 의거한 책임 있는 다이아몬드 채굴과 검증된 공급처의 원석 수급을 실천한다. 비즈니스 공급망의 강제노동을 금지하는 행동 강령을 그룹 전체에 적용하며, 윤리적이고 책임감 있는 사내 문화를 확립하고 있다. 불가리는 2022년부터 전 제품에 RJC CoC(Responsible Jewellery Council Chain of Custody) 인증 금만 사용하는 세계 최초의 하이 주얼러로 업계 최고 수준의 기준을 세웠다. 타사키 역시 평화적 공정거래 다이아몬드 원석과 공급자가 원산지를 명확히 증명한 원석만 고집하며 윤리적 가치 실현에 동참하고 있다. 쇼파드는 2018년부터 모든 주얼리와 워치에 100% 윤리적 골드를 사용해왔다. 올해 공개한 하이 주얼리 컬렉션 ‘인소푸’에서는 에메랄드 퍼터너티 테스트를 도입, 출처가 영원히 보증되는 에메랄드를 사용하며 지속 가능한 하이엔드의 미래를 다시 한번 정의한다.

원석을 비롯해 공급망 전반에 걸쳐 EP&L 문화를 공유하며, 에너지 절약형 생산 방식을 도입하는 포멜라토.

Pomellato

자연을 닮은 보존을 위한 약속
자연을 디자인의 근원으로 삼아온 쇼메는 그 영감의 원천에 보답하기 위해 꾸준히 친환경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부티크 인테리어 소품은 항공 대신 선박으로 운송하고, 전 매장에 스마트 계량기와 절전형 조명을 설치해 탄소 배출량을 세심하게 관리한다. 또 스위스 베터 골드 협회(Swiss Better Gold Association, SBGA)에 가입해 소규모 광산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지원한다. 사람과 자연을 중심에 둔 쇼메의 철학은 이러한 세밀한 변화 속에서 더욱 빛난다. 포멜라토는 브랜드의 신뢰성과 명성을 위한 근간을 지속 가능성에 두고 기업 활동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는 데 주력한다. 모든 공급업체와 EP&L(Environmental Profit & Loss) 문화를 공유하며, 에너지 소비 절감을 위한 생산 방식을 적극 도입하고 있다. 타사키는 자연을 해치지 않는 진주 양식을 실천한다. 자사 소유의 일본 양식장에서 깨끗하고 영양분이 풍부한 바닷물로 진주를 기르며, 원석 채굴 후에는 나무를 심어 숲 복원에 힘쓴다. 보석 연마 과정에서 발생하는 분진도 책임 있게 처리하며 친환경 경영을 이어가고 있다. 불가리는 마니파투라 불가리를 중심으로 지역 생태계와 커뮤니티를 위한 활동을 전개한다. 8000㎡ 규모의 부지에 토종 수종으로 숲을 조성하고, 직원과 주민을 위한 휴식 공간을 마련했다. 나아가 지역 양봉업자와 협력해 벌집을 설치, 생물 다양성 회복에도 기여하고 있다. 쇼파드는 2025년 하이 주얼리 컬렉션 인소푸의 수익 일부로 야생 코끼리 서식지 보존과 지역사회의 공존 문화 확산을 위해 활동하는 ‘엘리펀트 패밀리(Elephant Family)’를 후원할 예정이다.

2025년 하이 주얼리 컬렉션 ‘인소푸’ 수익 일부를 ‘엘리펀트 패밀리’에 기부하며, 아름다움 너머 책임을 다하는 쇼파드.

Chopard

내일을 담는 그린 패키징속
부쉐론은 보석 이외의 신소재를 결합하는 창의성을 발휘해 주얼리 케이스를 새롭게 정의했다. “패키지를 없애는 것이 새로운 패키지다(No pack is the new pack)”라는 선언 아래, 재활용 가능한 알루미늄과 접착제 없이 조립한 펠트와 울 소재만으로 케이스를 제작했다. 기존 케이스가 크고 무거우며 다양한 소재 사용으로 재활용이 어렵다는 한계를 인식, 전문가들과 협력해 친환경적이면서도 오브제로서 아름다움을 갖춘 대안을 선보인 것이다. 이를 통해 전통적 관습을 깨고, 책임감 있는 미래를 제안하는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티파니의 상징인 블루 박스 역시 지속 가능성을 반영한다. 10년 이상 국제삼림관리협의회(Forest Stewardship Council?, FSC?) 인증 소재와 재활용 종이로 제작하며 환경보호를 향한 브랜드의 의지를 담고 있다.

자연과 공존하는 친환경 양식으로 진주의 본질을 지켜내는 타사키.

Fred

재활용 알루미늄과 접착제를 배제한 펠트, 울 소재 케이스로 환경적 긴장감을 담아내는 부쉐론의 지속 가능한 행보.

인류를 향한 가치의 확장
프레드는 스포츠 정신을 주얼리에 담아내며, 전 세계적 화합을 위해 프랑스·일본·동아시아 스페셜 올림픽 기구와 파트너십을 이어가고 있다. 대표 디자인인 포스텐 브레이슬릿에는 인내와 팀워크 정신이 깃들어 있으며, 스틸 버클의 해시태그 #gobeyond는 선수들의 용기와 도전을 상징한다. 그라프는 레리베 지역에 ‘그라프 리더십 센터’를 설립해 지역 아동, 청년, 노인을 대상으로 기초 교육, 사회심리 지원, 리더십 훈련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성평등과 HIV/AIDS 교육까지 아우르며, 지역 주민의 자립을 돕고 삶을 변화시키는 사회적 허브 역할을 수행한다. 불가리는 엄격한 인증 기준에 따른 직원 건강·안전 시스템을 운영하며, 다양한 복지 프로그램을 통해 실질적 혜택을 제공한다. 정기 건강검진, 자녀 대상 여름 캠프, 친환경 이동 수단 이용 장려 프로그램 등이 대표적이다. 티파니는 벨기에·보츠와나·모리셔스·태국 등지의 워크숍에서 현지 인력을 채용, 지역경제 발전에 기여한다. 특히 베트남 하이즈엉 시설 직원의 94%가 현지 여성으로, 티파니는 이들을 가장 큰 자산으로 여기며 안전하고 청결한 근무 환경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한다. 포멜라토는 장인 기술 전승을 위한 교육 지원을 통해 사회적 책임을 확대한다. 밀라노의 갈두스 골드스미스 아카데미와 협력해 장인 기술을 미래 세대에게 전수하며, 사회적 기여의 가치를 브랜드 전반으로 확장하고 있다.
이렇듯 많은 메종에서 각기 다른 방식으로 주얼리 산업의 어두운 면을 직시하고, 윤리적 개선을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 환경보호와 책임 있는 공급망 구축, 지속 가능성을 핵심 가치로 삼아 주재료 수급을 위한 광산 선정부터 채굴, 유통까지 모든 단계에서 윤리적 책임을 실천한다. 이러한 노력은 환경과 사람, 기술, 에너지, 소비자의 경험과 구매 여정, 사용 단계까지 세밀하게 확장된다. 긴 역사와 전통 속에서 혁신적 변화가 쉽진 않겠지만, 주얼리 메종들이 깊은 고민과 지속적 실천을 통해 산업의 어두운 면을 밝히는 빛나는 보석이 되기를 기대한다.

 

Kang Yoonjung(jewelry specialist)
이주이 Lee Juyi(jylee@nobless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