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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교수의 반짝이는 뉴스

FASHION

11월 28일, 홍콩 크리스티에서 열린 매그니피슨트 주얼리 경매의 두 가지 핫이슈.

21세기의 파인 주얼리는 희소가치와 아름다움에 대한 뜨거운 소유욕 덕에 세계적으로 미술품과 함께 대체 투자처로 활기를 띠고 있다. 오랫동안 인상주의 미술과 컨템퍼러리 미술에 집중해온 주요 경매 회사들도 점차 희소성 높은 원석과 헤리티지 주얼리의 가치에 주목하며 주얼리 분야에서 큰 매출을 올리고 있는 추세. 지금은 돈만 있으면 누구나 주얼리를 소유할 수 있지만, 역설적으로 주얼리의 희소가치와 그 맥락을 제대로 이해하는 자만이 진정한 보석 투자자가 될 수 있는 시대다.

지난 11월 28일 홍콩 크리스티에서 열린 매그니피슨트 주얼스(Magnificent Jewels) 경매는 총 미화 9400만 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다. 전통적 효자 품목인 컬러 다이아몬드, 빅 캐럿 다이아몬드, 3대 미처리 귀보석(에메랄드, 루비, 사파이어), 비취의 강세 속에 특히 핑크 다이아몬드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대표작으로 꼽힌 14.93캐럿 팬시 비비드(fancy vivid, 컬러 다이아몬드의 최고 색 등급)의 ‘핑크 프라미스(Pink Promise)’를 비롯해 다양한 핑크 다이아몬드가 고가에 낙찰되며 화제를 불러일으킨 것!

1 14.93캐럿, 팬시 비비드 등급의 핑크 프라미스.
2 8.8캐럿의 팬시 인텐스(fancy intense) 핑크 다이아몬드에 같은 색 등급의 블루 다이아몬드를 매치한 반지는 미화 970만 달러에 낙찰됐다.

핑크 다이아몬드계의 피카소, 핑크 프라미스
경매 시작 전부터 ‘핑크 다이아몬드계의 피카소’라 불리며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킨 핑크 프라미스는 크리스티가 아시아에서 주얼리 경매를 개최한 이래 가장 고가인 미화 3200만 달러에 낙찰됐다. 결과적으로 ‘캐럿당 가격’에서도 핑크 다이아몬드 사상 최고가인 미화 215만 달러를 기록했는데, 이는 지난 2009년 크리스티 홍콩에서 낙찰된 5캐럿 팬시 비비드 핑크 다이아몬드와 타이 기록이다. 그러나 그 3배에 달하는 중량, 오벌 컷과 마키즈 컷의 장점을 합친 ‘모벌 컷(moval cut)’으로 희소성 면에서 그 가치를 더 높게 인정받았다.

사실 핑크 프라미스는 2013년까지만 해도 16.21캐럿의 팬시 인텐스(fancy intense, 팬시 비비드보다 한 단계 낮은) 등급이었다. 헌데 어떻게 가장 높은 색 등급인 팬시 비비드 등급으로 업그레이드됐을까? 당시 이 원석을 구입한 주얼러 스티븐 실버(Stephen Silver)는 핑크 프라미스 컬러 등급의 잠재적 가능성을 알아보고 과감하게 재연마를 감행했다. 그 결과 중량은 14.93캐럿으로 감소했지만, 컬러는 최고 등급인 팬시 비비드, 투명도는 VVS1으로 올라간 것! 이는 자칫 중량만 잃게 될 수도 있는 위험한 도박이었으나, 컬러 다이아몬드의 핵심은 역시 ‘컬러’임을 입증한 성공적 사례로 기록됐다. 핑크 다이아몬드같이 희소성이 높은 원석은 아주 적은 캐럿 감소만으로도 수십만 달러에 달하는 손실이 생길 수 있으니 말이다.

핑크 다이아몬드의 가격은 지난 10여 년 사이 눈에 띄게 상승했다. 특히 리오 틴토(Rio Tinto)가 운영하는 호주 아가일 광산에서 나온 핑크 다이아몬드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이다. 희소성에 이어 마케팅과 소비자의 인식 변화가 그 요인으로 꼽힌다. 뭔가 특별하고 색다른 것을 찾는 경향이 점차 강해지는 와중에 유명인들이 화이트 다이아몬드 대신 핑크 다이아몬드로 프러포즈를 하는 할리우드 효과도 한몫했다(벤 애플릭이 제니퍼 로페즈에게 준 해리 윈스턴의 핑크 다이아몬드 링, 데이비드 베컴이 빅토리아에게 선물한 핑크 다이아몬드 반지가 그 예).

과거에는 주로 제네바나 뉴욕에서 고액 낙찰이 이루어졌으나, 요즘은 홍콩에서 초고가 낙찰이 두드러지고 있다. 지난 4월에는 소더비 홍콩에서 59.6캐럿 팬시 비비드 컬러의 ‘핑크 스타’가 홍콩의 주얼리 기업 저우다푸(Chow Tai Fook)에 미화 7200만 달러에 낙찰되면서 보석 경매 역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한편, 지난 11월 15일 소더비 제네바 경매에서는 출품된 컬러 다이아몬드 몇 점이 유찰되며 컬러 다이아몬드 시장에 위기감이 조성되기도 했다. 하지만 다행히 이번 핑크 프라미스의 낙찰로 체면치레에 성공한 모습이다.  

3 연옥(nephrite)과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Innocence’ 이어링.
4 아티스트 월리스 챈.
5, 6 다양한 젬스톤이 세팅된 나비 모양의 브로치.
7 (왼쪽)6.25 캐럿의 팬시 브라우니시 옐로 다이아몬드와 멀티 젬스톤을 세팅한 링. (오른쪽) 7.39 캐럿의 오팔이 메인 스톤으로 자리한 젬스톤 링.

주얼리 아티스트의 회고전, 월리스 챈
지난봄, 4명의 주얼리 아티스트와 합동 경매를 성공적으로 개최한 크리스티 홍콩은 올가을 경매에서도 저명한 주얼리 아티스트의 작품을 선보여 100%의 낙찰률을 달성했다. 독특한 디자인과 정체성으로 명성을 쌓은 월리스 챈이 그 주인공으로, 이번 전시를 위해 그의 초기 작품 27점을 엄선했다. 월리스 챈은 아름답고 희귀한 보석을 사용하는 것은 물론, 티타늄을 하이 주얼리에 자유자재로 적용하는 수준 높은 예술성을 자랑하는 디자이너다. 침수정을 사용한 ‘시크릿 어비스(Secret Abyss)’를 발명해 주얼리를 ‘착용 가능한’ 새로운 예술적 명작의 수준으로 끌어올린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으니까.

‘Wallace Chan: The Beginning of a Genius’라는 타이틀로 진행한 이번 전시는 올해 61세를 맞은 월리스 챈에게는 나름의 회고전인 셈이다. 무엇보다 그의 자아 발견 여정에서 가장 혁신적인 20세기 후반 작품이라는 데 의의가 있다. 출품작도 카빙한 쿼츠부터 거대한 다이아몬드 펜던트, 유색 보석의 향연이 펼쳐지는 아트 오브제까지 추정가 미화 5100달러에서 23만1000달러를 아우르는 폭넓은 스펙트럼으로 구성했다. 반응은 성공적. 대부분 추정가를 크게 웃도는 우수한 성적을 거뒀다(낙찰가 미화 7만5000~41만2000달러).

월리스 챈을 비롯한 21세기의 대표적 주얼리 아티스트는 독창적 예술성, 한계 없는 상상력, 그리고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뚜렷한 정체성을 자랑한다. 여기에 하이 주얼리의 바탕인 스톤 세팅의 정교함이나 완벽한 장인정신은 기본. 오랜 시간 시행착오를 거쳐 완성한 그들의 결과물이 유명 경매에 등장할 때면 입찰 열기가 뜨거울 수밖에 없는 이유다. 게다가 1년에 극소량의 피스만 제작하기 때문에 어느덧 컬렉터들이 가장 갈망하는 대상으로 자리매김했다. 물론 아직까지는 희소성 높은 보석을 사용한 작품에 투자와 관심이 집중되고 있지만, 기존 질서와는 다른 의외성이나 위트가 담긴 디자이너의 독특한 미학, 혁신적 기술, 주얼리에 담긴 스토리를 높이 평가하는 컬렉터가 점차 늘고 있다.

이번 월리스 챈의 경매는 독보적 재능으로 무장한 주얼리 아티스트와 대형 경매 회사의 협업이 양쪽의 마케팅과 매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두 번째 긍정적인 사례다. 비록 중화권 시장에 한정되긴 했으나 디자이너 주얼리의 수집 가치를 증명했다는 측면에서도 고무적인 결과. 매출 확보를 위해 다방면에서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는 크리스티가 향후 어떤 흥미로운 요소를 가미해 파인 주얼리의 부가가치를 제고할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윤성원(주얼리 칼럼니스트, 한양대학교 공학대학원 보석학과 겸임교수)
에디터 엄혜린(eomering@nobless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