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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으로 가득한 프라하의 봄

ARTNOW

프라하의 봄 국제 음악 축제가 5월 12일부터 6월 3일까지 체코 프라하 전역에서 열린다

작곡가 스메타나의 초상화와 이름으로 장식한 오베츠니둠 스메타나 홀의 오르간. © Photo by Milan Mošna.

프라하의 봄 국제 음악 축제 개막 공연이 열리는 프라하 시민회관 오베츠니둠. © Photo by Ivan Malý.

귀가 들리지 않는 절망 속에서도 조국에 대한 사랑을 음악으로 표현한 체코 작곡가 베드르지흐 스메타나(Bedřich Smetana). 그의 서거일인 5월 12일, 프라하는 그의 걸작 교향시 ‘나의 조국’으로 매년 ‘프라하의 봄 국제 음악 축제(Prague Spring International Music Festival, 이하 프라하의 봄 축제)’를 연다. 1946년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체코슬로바키아의 독립과 체코 필하모닉 창립 50주년을 기념하며 출범한 이 축제는 격동의 역사와 함께해온 체코를 대표하는 클래식 음악 축제다. 축제 개막 공연은 체코 프라하 시민회관 오베츠니둠(Obecní Dům) 스메타나 홀에서 열린다. 이곳은 1918년 체코슬로바키아 독립선언이 이루어진 역사적 장소로, 프라하의 봄 축제의 상징적 무대다. 1952년부터 스메타나의 ‘나의 조국’으로 개막하는 것이 전통이 되었다. 이 곡은 보헤미아의 자연과 역사, 전설을 담은 6개 교향시로 구성되어 있다. 교향시는 음악 외적인 이야기나 묘사를 담은 단악장 교향악 악곡을 말하는데, ‘나의 조국’에서 각 시는 보헤미아의 국토와 역사, 전설을 노래한다. 특히 두 강이 만나 하나가 되는 블타바강 풍경을 플루트와 클라리넷으로 표현한 2악장 ‘블타바’가 널리 알려져 있다. 또 다른 주요 무대인 루돌피눔(Rudolfinum) 드보르자크 홀은 체코 필하모닉이 처음 연주한 곳이자 체코 민족주의를 상징하는 공간으로, 실내악 공연이 주로 열린다. 축제 기간 내내 프라하의 유서 깊은 장소에서 세계적 수준의 오케스트라와 연주자가 공연하며,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음악의 향연을 펼친다. 프라하의 봄 축제는 체코의 격동적 역사와 함께해왔다. 독일 점령, 공산주의 정권, 민주화와 체코 · 슬로바키아 분리 등 정치적 격변 속에서도 중단 없이 매년 이어왔다. 체코인의 자긍심과 예술적 정체성을 상징하는 축제로, 단순한 음악 행사를 넘어 국가적 행사로 자리매김했다. 스메타나의 ‘나의 조국’이 보여주듯, 음악은 혼란의 시대에도 사람들에게 위로와 연대감을 주는 예술적 힘을 지니고 있다.

2024년 국립 기술 박물관에서 열린 ‘피아노포니아’ 공연 전경. 올해 축제엔 이곳에서 즈청 진의 프렌치호른 공연이 열린다. © Photo by Ivan Malý.

2024년 축제 개막 공연. 매년 스메타나의 ‘나의 조국’으로 축제를 시작한다. © Photo by Petra Hajska.

세계 정상급 오케스트라와 함께하는 폭넓은 프로그램
프라하의 봄 축제는 과거의 전통을 기리는 동시에, 젊은 음악가를 지원하는 경연 대회와 청소년 프로그램 등을 통해 클래식 음악의 미래를 함께 만들어간다. 축제는 크게 페스티벌 프로그램, 실내악 주말 축제, 프라하의 새싹, 스프링틴, 국제 음악 경연 대회, ‘두 예술가, 두 시선(Two Artists, Two Views)’, 마스터클래스 등으로 나뉜다. 프라하의 봄 축제는 현대와 고전을 아우르는 폭넓은 프로그램으로 유명하다. 올해 축제에도 세계 정상급 오케스트라와 연주자가 다수 참여한다. 2025년 프라하의 봄 축제에 데뷔하는 단체로 서울시립교향악단 음악감독으로 익숙한 야프 판즈베던(Jaap van Zweden)이 이끄는 시카고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있다. 클래식 음악 전문지 〈그라모폰〉이 오랫동안 세계 최고 오케스트라로 손꼽아온 단체다. 이번 축제에서는 체코 태생 작곡가 구스타프 말러의 교향곡 제6번 ‘비극적’을 통해 체코의 음악 유산을 세계적 맥락에서 재조명할 예정이다. 또 하나 주목할 만한 무대는 정교한 연주로 유명한 악단으로 전통과 음악적 깊이를 자랑하는 보스턴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프라하의 봄 축제 첫 공연이다. 그 외에도 스웨덴 예테보리 심포니 오케스트라, 독일 카머아카데미 포츠담 같은 유럽의 저명한 단체가 올해 축제에 첫선을 보인다.

축제 개막 공연이 열리는 오베츠니둠은 1918년 체코슬로바키아 독립선언이 이뤄진 역사적 장소다. © Photo by Petra Hajska.

새로운 세대를 위한 창의적 경험
프라하의 봄 축제는 창립 80주년을 맞아 전통을 이어가는 동시에 젊은 세대와 가족을 위한 특별 프로그램을 통해 음악의 미래를 함께 만들어간다. 특히 어린이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스프링틴(SpringTEEN)’이 눈에 띈다. 성 아그네스 수녀원과 정원에서 열리는 이 행사는 클래식뿐만 아니라 재즈, 팝 등 다양한 장르를 통해 젊은 관객에게 음악에 대한 친밀감을 쌓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체코 배우이자 가수인 얀 시나(Jan Cina)와 뮤지션 그룹의 인터랙티브 콘서트는 음악 창작 과정과 전달 방식을 탐구하며 클래식, 재즈, 실험적 요소를 결합한 독창적 경험을 선사한다. 어린이와 청소년은 재활용 재료로 악기를 만들고, 버킷 드럼을 연주하며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다. 참가자들이 아틀리에에서 만든 악기와 함께 무대에 올라 연주하는 폐막 콘서트에서는 페트르 바이사르(Petr Wajsar)가 특별히 작곡한 곡의 세계 초연도 펼쳐, 젊은 세대가 음악과 직접 연결되는 특별한 순간을 만들어낸다. 프라하의 봄 축제의 또 다른 핵심은 국제 음악 경연 대회다. 젊은 음악가를 발굴해 지원하는 이 대회는 재능 있는 30세 이하 연주자들이 실력을 검증받는 치열한 장이다. 매년 2개 종목을 정해 경연하는데 지난해에는 프렌치호른과 바이올린이었고, 올해는 오보에와 첼로다. 2025년 콩쿠르에는 47개국에서 온 254명의 오보에 연주자와 204명의 첼리스트가 함께해 역대 최다 참가자 수를 기록했다. 흥미로운 점은 대한민국 국적 참가자가 가장 많다는 것. 경연 우승자는 다음 해 축제에서 특별한 무대를 선보이는데, 올해는 프렌치호른 우승자 즈청 진(Zhicheng Jin)이 체코의 뛰어난 음악가들과 함께 모차르트와 브람스의 명곡을 연주할 예정이다.

스메타나 홀의 오르간 페달을 밟는 연주자. © Photo by Michal Vencl.

독특한 장소에서 열리는 공연도 프라하의 봄 축제를 특별하게 만든다. 2024년 국립 기술 박물관에서 열린 ‘피아노포니아(Pianofonia)’가 대표적 예다. 미할 라타이(Michal Rataj)와 얀 트로얀(Jan Trojan)이 작곡한 이 작품은 두 대의 피아노와 라이브 전자장치를 통해 피아노 소리를 탐구하는데, 공중에 매달린 전투기와 자동차 사이로 울려 퍼지는 장면이 청중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올해는 앞서 언급한 작년 콩쿠르 우승자 즈청 진의 프렌치호른 공연이 이곳에서 펼쳐질 예정.

축제 개막 공연이 열리는 오베츠니둠은 1918년 체코슬로바키아 독립선언이 이뤄진 역사적 장소다. © Photo by Petra Hajska.

체코 필하모닉이 처음 연주한 곳이자 체코 민족주의를 상징하는 공간, 루돌피눔 드보르자크 홀. © Photo by Michal Vencl.

축제의 웅장한 마무리, 폐막 공연
창립 80주년을 맞이하는 프라하의 봄 축제는 6월 3일, 오베츠니둠에서 거대한 규모의 말러 교향곡 8번으로 대미를 장식한다. 이 곡은 ‘1000명의 교향곡’이라는 별칭답게 200명에 달하는 웅장한 오케스트라와 8명의 솔리스트, 3개 합창단 800여 명이 1시간 20분 동안 무대를 가득 채운다. 1910년 뮌헨에서 초연해 성공을 거둔 이 곡은 교향곡임에도 독창과 합창을 포함하며, 말러의 음악적 비전과 시대를 초월한 예술적 열정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폐막 공연의 지휘를 맡은 체코 필하모닉의 수석 지휘자 세묜 비치코프(Semyon Bychkov)는 프라하의 봄 축제의 개막과 폐막을 상징적으로 이끈다. 1952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태어나 17세에 레닌그라드 음악원에 입학한 그는 라흐마니노프 지휘 콩쿠르 우승 이후 미국과 유럽을 무대로 광범위한 교향곡과 오페라 레퍼토리를 섭렵했다. 파리 관현악단과 쾰른 WDR 심포니 오케스트라, 드레스덴 젬퍼오퍼 등 유수의 오케스트라를 이끌며 명성을 쌓았고, 국제 오페라 어워즈와 뮤지컬 아메리카에서 올해의 지휘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최근 몇 년간 체코 필하모닉과 함께 말러의 교향곡에 집중하며 순회공연과 녹음 작업에 매진해온 비치코프는 이번 공연에서 축제의 클라이맥스를 장엄하게 완성한다. 그의 섬세하고 열정적인 곡 해석은 한국 공연에서도 호평을 받았으며, 전 세계 음악 팬에게 감동을 선사해왔다. 1000명의 연주자가 빚어내는 웅장한 선율과 함께 축제는 화려하고 감동적인 막을 내린다. 프라하의 봄 축제는 단순한 음악의 향연을 넘어, 자신의 뿌리와 조국을 사랑한 작곡가들의 열정과 유산을 존중하며 이어가려는 예술적 의지의 결실이다. 연주자들의 땀과 정성, 그리고 이를 통해 전해지는 음악적 메시지는 청중에게 더 깊은 울림으로 다가갈 것이다. 이 아름다운 음악 여정은 봄기운을 불러일으키며, 찬란한 축제의 여운을 오래도록 남길 것이다.

 

에디터 정규영(ky.chung@noblesse.com)
사진 프라하의 봄 국제 음악 축제
정재은(공연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