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상이 스캔들이 되었을 때
의상은 어떻게 사회적 코드를 만들어왔을까? 이 주제를 프랑스 국립 장식미술관에서 대규모 특별전을 통해 집중 조명한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12월 개막하는 흥미로운 전시를 미리 살펴봤다.

1946년 수영복 콘테스트에서 루이 레아르(Louis Reard)의 비키니를 입은 미슐린 베르나르디니(Micheline Bernardini)
ⓒ AFP photo
패션의 나라 프랑스는 의외로 의상에 대한 보수적인 잣대가 있다. 녹색당 의원으로 주택부 장관을 지낸 세실 뒤플로(Cecile Duflot)는 국회 정기 회의에서 파란 꽃무늬가 들어간 원피스를 입고 발언하다 남자 의원들의 야유를 받았다. 정치인에게 부적합한 의상을 입었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그녀는 엘리제 궁의 장관 회의에 보란 듯이 청바지를 입고 나타나기도 했다. 이미 몇 년이 지난 일이지만 아직 프랑스에서는 이를 의상과 관련한 대표적 스캔들 중 하나로 꼽는다.
사실 의상은 오래전부터 정치적·사회적 코드로 큰 역할을 해왔다. 프랑스 국립 장식미술관에서는 이를 광범위하게 조명하는 전시를 준비해 12월 1일부터 2017년 4월 23일까지 개최한다. 14세기부터 현재까지 프랑스 역사에서 의상이 어떻게 한 사회를 대변하는 역할을 해왔는지, 그리고 사람들은 의상과 액세서리를 통해 어떻게 사상을 표현해왔는지 보여줄 예정이다.

1 Jacob van Door, Christian Prince de Brunswick, 1609 / ⓒ Collection Royale Trust, Angleterre
2 발터르 판 베이렌동크(Walter van Beirendonck)의 프레타 포르테 F/W 컬렉션, 1996~1997 / ⓒ Guy Marineau
이 전시가 기대되는 이유는 의상이 사회적으로 열띤 논쟁을 불러일으킨 사례가 프랑스처럼 많은 나라도 없기 때문. 18세기 궁정 화가 비제 르 브륑(Vigee le Brun)은 마리 앙투아네트의 초상화를 주로 그렸는데, 그중에는 옷이 너무 야하다는 이유로 궁정에서 그림을 검열하는 감독관이 파기한 작품도 있다고 알려진다. 프랑스 왕정에는 왕녀뿐 아니라 루이 14세처럼 겉치장에 공을 들인 왕도 많은데, 그가 입고 신은 화려한 망토나 앞코가 뾰족한 하이힐은 현대 의상 디자이너들에게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 스스로 절대 권력의 상징으로 보이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인 그에게 이런 옷과 장신구는 왕권의 위대함을 상징하는 필수 요소였다.
의상을 통해 대중의 삶을 바꾼 사례도 이번 전시에서 접할 수 있다. 남녀 평등을 부르짖은 페미니스트들은 남자들처럼 바지를 입기 시작하며 자신의 주장을 전파했는데, 코코 샤넬 같은 유명인도 바지를 즐겨 입었으며 이브생 로랑은 여자를 위한 턱시도를 디자인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의상에 대한 사회적 고정관념을 깨는 데는 오랜 투쟁이 필요했고, 여성 바지가 대중화되기까지 수십 년이 걸렸다. 한편 장 폴 고티에나 존 갈리아노 같은 시대를 앞서가는 디자이너들의 과감한 시도에도 불구하고 여자 옷을 입는 남자는 아직도 낯설다. 의상은 이런 젠더 이슈를 넘어 스스로를 표현하는 도구이기도하다. 자아를 과감하게 드러내는 용기를 종종 ‘스캔들’로 받아들이기도 하지만 의상이 하나의 예술 작품처럼 인간의 내면을 다각도로 보여주는 복잡 미묘한 창조물임을 부인할 수는 없다.
전시의 마지막 섹션에서는 충격적인 쇼를 통해 인식의 전환을 꾀한 디자이너들의 패션쇼 역사를 볼 수 있다. 1980년대부터 2015년까지 화제가 된 패션쇼를 정리했는데, 빵을 소재로 의상을 만들어 패션쇼를 펼친 장 폴 고티에, 거지들의 옷에서 영감을 얻어 디올의 2000년 봄·여름 컬렉션을 선보인 존 갈리아노, 2015년 남성의 성기를 보여주는 의상으로 전 세계 뉴스를 장식한 릭 오웬스의 패션쇼 등을 소개한다. 과연 어떤 의상이 인류의 역사를 바꿔왔는지 이번 전시에서 그 답을 찾아보자.
에디터 안미영 (myahn@noblesse.com)
글 최선희(아트 컨설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