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에올>의 비주얼 모멘트, 조부 투파키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의 매력적인 맥시멀리즘 ‘조부 투파키’. 그녀의 이유 있는 패션 비하인드 스토리.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가 2023 제95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오스카(Oscars)’에서 7개 부문의 상을 거머쥐며 다시금 회자되고 있다. 다니엘스(다니엘 콴, 다니엘 쉐이너트)가 감독, 각본을 맡은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이하 ‘에에올’)>는 멀티버스를 소재로 하는 SF/액션/코미디 영화로, 미국으로 이민 와 세탁소를 운영하던 ‘에블린(양자경)’이 멀티버스 안에서 수천, 수만의 자신이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그 모든 능력을 빌려와 위기의 세상과 가족을 구해야 하는 운명에 처하며 펼쳐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대혼돈의 멀티버스’ 서사 안에서도 에디터의 눈을 사심 있게 사로잡은 것은 조부 투파키의 다채로운 스타일이다. 조부 투파키는 모든 유니버스 속에 존재함으로써 모든 것이 무의미하다고 느끼는 염세주의적 캐릭터다. 멀티버스 세계관을 다루는 만큼 각양각색의 의상 또한 다양한 트랜지션을 통해 변화하는데, 극적인 흐름과 함께 뒤바뀌는 그녀의 룩은 단연코 잠시도 눈을 뗄 수 없게 한다. <에에올>의 의상을 맡은 디자이너 셜리 쿠라타(Shirley Kurata)는 “저는 그녀의 의상에 있어 파괴적인 요소를 원했습니다. 왜냐하면 그것은 에블린의 관심을 끌 수 있는 방법이었기 때문입니다. 조부 투파키가 일부러 에블린이 못마땅하게 생각하거나 혼란스럽다고 생각하는 의상을 입을 것 같아 그것을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라고 전하며, 각 의상에 조부 투파키의 변화무쌍한 캐릭터성과 함축적인 스토리를 거침없이 담아냈다.
타탄체크를 메인으로 바이저, 마스크, 코트를 셋업한 조부 투파키의 첫 등장 신은 분명 짧지만 임팩트가 있다. 디자이너 셜리 쿠라타는 조이 왕과 조부 투파키 의상에 반복적으로 체크 패턴을 사용해 두 캐릭터를 잇는 연결선을 만들고자 했고, 동시에 조부 투파키를 연기한 배우 스테파니 수가 디자이너 소장품인 비비안 웨스트우드 체크 수트를 좋아하는 모습을 보며 체크라는 요소를 오프닝 룩으로 결정했다는 것.
펑키한 입체감을 뽐낸 엘비스 프레슬리 코스튬 점프수트는 핑크 헤어와 함께 엄마에 대한 적대감을 명확하게 보여 주며 본격적으로 조부 투파키의 강렬한 등장을 알린다. ‘엘비스 조부’(셜리 쿠라타는 각 코스튬에 따라 조부의 캐릭터명을 부여했다.)는 이외의 다채로운 의상이 존재하게끔 한 기특한 옷이기도 하다. 조부의 의상이 바뀌는 시점은 대본에 명시되지 않았고 다니엘스 감독은 그에 대한 자유를 디자이너 셜리 쿠라타에게 부여했다. 그녀는 엘비스 점프수트의 높은 가격으로 인해 스턴트 배우들의 여벌을 준비하기에 어려움이 있었고, 이를 스타일 변환으로 대체함으로써 더욱 다양한 룩의 조부 투파키를 탄생시키게 되었다는 비하인드다. 아가일 체크 베스트와 니삭스를 착용한 ‘골퍼 조부’의 “스포츠와 인생의 모든 것에 뛰어난 완벽한 아시안 딸” 의미와 상반되는 룩이기도 하다.
또 하나의 재미있는 사실은 아시아 문화에서 영감을 받아 연출한 의상이 있다는 것. 화려한 컬러의 테디베어 후디에 옐로 PVC 팬츠를 입은 K-pop 스타와 블랙 레더 미니스커트에 조각 스웨터를 입은 고스 애니메이션 캐릭터 의상이다. 조부의 이 두 가지 룩은 절제되지 않은 무질서를 보여줌과 동시에 아시아인에 대한 고정관념을 뒤집는 요소이기도 하다고. 실제로 다니엘스 감독이 준비한 무드 보드에는 장 샤를 드 카스텔바작의 테디베어 코트가 포함되어 있었고, 디자이너 셜리 쿠라타는 상대적으로 가벼운 제레미 스콧의 테디베어 후디로 케이팝 스타의 이미지를 연출했다.
모든 것이 무의미한 상태인 그녀의 베이글 유니버스에서는 그녀의 초월적인 상태를 컬러와 디테일로 표현한다. 디자이너 셜리 쿠라타는 베이글 신전과 함께 깨끗하고 고귀한 이미지를 공상 과학적인 요소로 보일 수 있게끔 디자인했다고 전했다. 튤, 진주 장식, 조형적인 실루엣의 장갑 등 통일된 화이트 컬러 안에서 창의적인 디테일을 더하며 마침내 ‘점블 조부(Jumble Jobu)’의 화이트 앙상블을 완성했다. 이 모든 유니버스의 조부 투파키를 한데 모은, 일명 점블 조부룩은 그녀의 모든 캐릭터성과 감정을 폭발적으로 보여 준다. 조이와 조부를 잇는 체크패턴, ‘레슬러 조부’의 장갑을 포함한 각 캐릭터 속 컬러와 소재 등을 여과 없이 조화했다. 실루엣과 컬러, 패턴과 소재로 모든 면에서 그녀의 모든 혼재됨을 가장 잘 표현한 맥시멀리즘 의상이라고 볼 수 있겠다. 디자이너 셜리 쿠라타는 이 뒤죽박죽한 룩을 “jumbled Jobu”라고, 스태프들은 “hodgepodge look’”이라 칭하며 애정을 표했다고.
한편,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의 영화사 A24는 사이트를 통해 핫도그 핸드, 에블린의 카디건, 조부 투파키 의상 등을 포함해 촬영 소품과 의상 경매를 진행했다. 이 모든 수익금은 세탁노동자센터, 아시아인들을 위한 정신건강협회, 트랜스젠더 법률 센터 등에 기부된다고 한다.
에디터 김소현 (프리랜서)
사진 A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