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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배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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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몇 년을 어둡고 긴 터널에서 보낸 이태임. 이제야 다시 세상 빛을 보게 된 그는 연예인이 아니라 배우가 되고 싶다고 말한다. <노블레스 맨>이 그녀의 내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블랙 롱 트임 니트 Deco.

<품위 있는 그녀>가 JTBC 사상 최고 시청률인 12%를 기록하며 종영했다. 그 덕분에 극 중 화가 윤성희로 분한 이태임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기분이 어떤가? 택시를 탔는데 나이 지긋한 기사님이 알아봐서 깜짝 놀랐다. 식당에서도 반응이 오고. 어머님들이 “너무 이쁜데 왜 그런 역할을 하냐, 다음에는 꼭 착한 역 해라”라며 응원해주셔서 무척 기뻤다. 정말 감사한 일이다.

의외다. 보통 불륜녀 같은 악역으로 인기를 얻으면 식당에서 머리채를 잡히는 거 아닌가? 아우, 아니다. 요즘은 어머님들이 제3자의 입장에서 매우 객관적으로 보신다. 매의 눈이다. 연기에 대한 식견이 탁월하다.

종방 기념 인터뷰에서 계속 자신의 연기가 부족했다며 안타까워하더라. 그만큼 연기가 절실하기 때문이다. 방송 관계자들이 “이태임 씨 연기는 아쉬웠지만 그 안에 절실함이 보였다”라는 코멘트를 해주셨는데 정말 절실했던 게 맞다. 이번 역할을 통해 배우로서 새롭고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사실 사전 제작으로 완성한 드라마지만 대다수의 스태프가 곧 다른 작품에 투입되어야 하는 상황이라 생각보다 빠르게 진행됐다. 그래서 연기 연습을 많이 못했다. 좀 더 잘할 수 있었는데 아쉬움이 크다.

얼마 전 “이제 연기력으로 인정받아야 하는 단계라는 걸 깨달았다”라고 말한적이 있는데…. 데뷔할 때만 해도 청순하고 착한 이미지로 CF를 찍었다. 그런데 KBS 드라마 <결혼해주세요>의 수영복 신이 화제가 되면서 섹시 이미지로 굳어졌다. 섹시 스타로 각인되니 내가 행동하고 말하는 모든 게 이슈가 되고 배역도 그런 것만 들어오더라. 물론 개인적으로 섹시 이미지를 싫어하는 건 아니다. 많은 분이 사랑해주시니까. 하지만 배우로서의 삶을 길게 본다면 연기력으로 진지하고 진정성 있게 다가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대중도 내게 마음을 열지 않을까. 개인적으로 이번 윤성희 역할로 이태임이란 배우가 새로 태어났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배우 전도연, 하정우처럼 연기에 몰입하며 나중에 할머니가 돼서도 연기를 계속하는 게 소망이다. 지금처럼 섹시 이미지와 그런저런 연기력으로는 절대 방송에서 오래 살아남을 수 없다는 걸 알고 있다.

아까 말한 절실함이 농담이 아닌 것 같다. 연예인이 된다는 건 이미 돌아갈 수 없는 강을 건너는 것과 같다. 예전 ‘그 사건’ 이후 연예인을 그만두려고 했다. 마음과 몸이 너무 아파서. 내가 만일 성공한다고 한들 아프면 다 무슨 소용이겠는가. 그래서 학교(한양대학교 연극영화과)도 자퇴했다. 연기자로서 은퇴한다고. 사실 은퇴라고 할 것도 없었지만…. 근데 막상 연예인에서 벗어나 새로운 일을 찾으려고 하니 내가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더라. 지금까지 연기만 했고 집안 사정이 넉넉한 것도 아니라 내가 벌어 내 앞가림을 해야 하는데 이미 얼굴이 알려진 상태라 자유롭게 뭔가를 할 수 있는 여건이 안 되더라.

뭘 한다고 하면 그것만으로 뉴스거리가 될 테고. 그렇다. 일반인으로 살기엔 너무 멀리 온 거다. 그래서 솔직히 살아남기 위해 마음을 다잡았다. 아는 분도 연예계 생활이 안 맞는데 어쩔 수 없어서 최선을 다한다고 하더라. 정말 맞는 말이다. 내가 할 수 있는 게 이것밖에 없으니 처음부터 다시 제대로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기자로서 인정받고 성공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레드 머플러 니트 Paul Smith.

연기자로서 성공한다는 건 어떤 것인가? 여러 작품 중 자신이 하고 싶은 배역을 고를 수 있는 상황. 솔직히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 여자 배우는 남자에 비해 기회가 적다. 김혜수나 손예진 정도가 아니면 작품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가 많지 않다. 나도 하고 싶은 역할은 많은데 기회가 오지 않는다. 그래서 지금은 그 기회를 만들기 위해 열심히 걸어가고 있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힘들어도 버틸 수 있고 꿈이 있어 행복하다. 이번 윤성희 역도 비록 불륜녀지만 연기자로서 뭔가 보여줄 수 있는 역할이라 바로 하겠다고 했다.

극 중 윤성희를 보면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다. 이태임이 맡아서 더 매력이 있었을까? 아직은 연기에 대해 말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지만 개인적으로 이런 생각은 가지고 있다. 내가 연기하는 캐릭터에서 인간 이태임이 보여야 한다고. 캐릭터보다 인간으로서 갖는 힘, 오라가 필요하지 않나 생각한다.

연기의 어떤 면이 당신을 매혹시키는가? 감독님의 ‘컷!’ 소리 들을 때 제일 기분이 좋다. 내가 CF로 데뷔하고 <내 인생의 황금기>라는 드라마에 출연했을 때 일이다. 울어야 하는 신에서 바로 울어버렸다. 그때 터져 나온 주변의 박수와 내가 느낀 뿌듯함을 잊을 수 없다. ‘이게 연기구나. 이게 정말 느끼면서 하는 거구나’라고 생각하니 점점 재미있어지더라. 이 신에서 이렇게 하면 어떻게 보이겠다 고민하는 과정이 너무 좋다. 더불어 작품을 통해 여러 사람을 만나는 것도 행복하다. 각각 연기하는 스타일이 달라 공부도 되고. 훌륭한 연기자가 된 모습을 상상하면 슬프다가도 기분이 좋아진다. 연기를 하면 너무 즐겁다. <품위 있는 그녀>에서 화제가 된 김선아에게 맞는 장면에서도 ‘아, 이거 제대로 맞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걱정하지 말고 있는 힘껏 때리라고 말했다. 그리고 방영 당일 문자를 주고받으며 열심히 찍은 신을 즐겁게 봤다. 이런 일상이 행복하다.

처음 쏟아진 박수와 요즘 촬영장에서 받는 박수의 느낌이 다른가? 아니다. 그 맥락은 똑같다. 그냥 내가 철이 좀 들었다. 스무 살에는 불안정했지만 지금은 많이 여유로워졌다. 사람이 편해지고 철이 든 거지. 어머니가 그러시더라. “너도 드디어 철이 드는구나. 스무 살에 철이 들었으면 벌써 저기 위에 가고도 남았을 거다. 지나간 이야기는 하지 말자.” 나도 느낀다. 스무 살 때는 정신을 못 차렸지. 이제 30대가 되니 좋은 연기를 하고 싶다는 꿈도 생기고 좋다.

혹시 좋아하는 배우가 있나? 송강호. 출연 작품을 볼 때마다 인간 송강호가 보인다. 어떻게 저런 연기를 하지 감탄할 때가 많다. <택시 운전사>에서 우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 정말 존경한다.

송강호는 남자 배우다. 롤모델로 삼고 있는 여배우가 있는지 궁금하다. 김성령처럼 아름답게 나이 들고 싶다. 연기도 잘하면서 천천히 나이 들어 할머니가 돼서도 연기 생활을 계속하고 싶다. 주인공 할머니 역을 맡아 “이 결혼은 안 된다!” 그러면서 아침 드라마에 나오는 거지.(웃음)

2015년 ‘그 사건’ 이후 슬럼프와 트라우마를 겪으면서 인간 이태임이 성숙해진 것 같다. 그 일 이후 아프기도 많이 아팠고, 반성도 많이 했다. 그때 일은 내 실수고 내가 잘못한 거니까. 그 친구한테도 미안하다. 지금 나는 다시 연기도 시작했고 예능 프로에도 나가는데 그 친구는 활동을 잘 안하는 것 같더라. 그러면서 동시에 밉기도 하다. 복합적인 느낌이다. 다 잊기에는 상처가 깊다.

슬럼프에 빠졌을 때 상황은 어땠나? 다 끝난 줄 알았다. 스트레스 때문에 쇼크가 올 정도였으니. 정신을 차리고 보니 병원이었는데 기억은 안 나지만 얼굴이 시뻘게져서 소리를 지르고 난리도 아니었다고 들었다. 그때는 육체적으로 아파서 그것 때문에 참 힘들었다. 병원에서 입원을 권유해 좀 오래 있기도 했고. 약물치료 받으면서 많이 좋아졌다. 아직도 담당 의사 선생님은 걱정이 많다.

그래도 세상으로 한 걸음 나오겠다고 용기를 낸 게 대단하다. 마음을 단단히 먹었다. <품위있는 그녀> 방영 당시 다이어트가 화제가 됐는데 살을 많이 뺀 건 연기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고 이미지를 바꾸고 싶은 마음이 절실했기 때문이다. 내 키가 170cm인데 그때 고작 45kg에 불과했다. 새로운 작품을 찍는다는 생각에 파이팅이 너무 과했던 것 같다. 거울로 볼 때는 볼살도 없어지고 턱도 갸름해져서 여성스럽고 좋았는데 실제 방송으로 보니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전 제작이라 어찌할 방법도 없고. 그래서 반응이 너무 좋으면서도 답답했다. 해골 같은 내 모습이 팬이나 대중에게 어떻게 다가갈까 걱정도 됐고…. TV로 보면서 살을 좀 찌워야겠다 생각했고 지금은 7kg 정도 늘었다.

얘기를 들어보니 짧은 시간에 참 굴곡진 경험을 했다. 한번 밑바닥까지 내려갔다 왔으니…. 그때 업계 사람들은 이제 이태임은 완전히 끝났다고 했다. 근데 작년 에 출연한 이후 CF만 10개를 찍었다. 사람들이 대체 회사에서 무슨 마법을 부린 거냐 말할 정도였다. 근데 <품위있는 그녀> 때는 살이 빠진 상태라 그런지 광고가 안 들어오더라. 하지만 지금이 더 행복하다. 그땐 CF 찍으면서도 ‘연기해야 하는데, 작품을 해야 하는데’ 속으로 걱정이 많았다.

오프숄더 니트 원피스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연애나 결혼엔 관심 없고 지금은 연기 하나에만 신경 쓰고 싶다고 했는데. 한 때는 대시하는 분도 많아서 한번 만나볼까 생각도 했는데 지금은 일하는 데 방해만 된다. 내가 어느 정도 위치에 올라 연기자로서 안정을 찾았을 때 만나고 싶다. 지금은 연기에만 집중하고 싶다.

그래서 차기작으로 연극 <리어왕>을 선택한 것인가? 맞다. 11월 5일부터 3주간 더블 캐스팅으로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하나인 <리어왕>에 참여한다. 둘째 딸 리건 역할이다. 연극을 선택한 이유도 선배 배우들의 연기를 보면서 배우는 게 있고, 촬영이 아닌 무대에서 라이브로 연기하는 건 또 다른 경험이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이번 기회에 연기가 조금이나마 늘었으면 좋겠다. ‘국립중앙박물관 극장 용’에서 하는데 우리나라에서 공연한 <리어왕> 중 최대 규모라고 한다. 안석환, 손병호가 리어왕에 더블 캐스팅됐다. 연출은 강민재 감독님이다.

<리어왕>에서 맡은 둘째 딸 리건은 어떤 역할인가? 리어왕에게는 3명의 딸이 있다. 어느 날 리어왕이 딸들에게 영토를 나눠주면서 자기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말해보라고 한다. 첫딸과 둘째 딸은 “오! 폐하만이 저의 존재 이유고 너무도 사랑합니다” 이러면서 리어왕에게 영토를 받아가지만 셋째 딸은 “폐하를 사랑하는 거 빼고는 말씀드릴 게 없습니다”라고 말한다. 이에 실망한 리어왕이 이제 내 딸도 아니라며 프랑스 왕에게 시집보내는데 그 후 첫딸과 둘째 딸이 아버지를 내쫓는다. 둘째인 리건은 못됐다고 해야 하나…. 그래도 나는 아버지인 리어왕을 어느 정도 존경하는 캐릭터로 해석 중이다. 더블 캐스팅된 다른 배우는 정말 싸가지 없는 리건으로 분석해서 연기한다.

속된 말로 첫째와 둘째는 나쁜 년인 건가? 맞다. 완전 나쁜 년이다. 하지만 첫째가 더 나쁘다.(웃음) 나중에 둘째인 나를 독살하니까. 두 여자가 한 남자를 사랑해서 생기는 파국이다.

셰익스피어 비극의 캐릭터는 섬세하고 복잡다단한데 어떻게 접근하고 있나? 처음에는 셰익스피어라는 이름의 무게감 때문에 걱정을 많이 했는데 결국 캐릭터가 처한 상황에 몰입해 준비하고 있다. 같이 출연하는 배우 중 한 명이 이런 말을 하더라. 사람이 다르면 연기도 다른 게 당연하다고. 이태임의 리건과 다른 사람의 리건은 다를 수밖에 없다. 나는 매 상황에서 내가 맡은 캐릭터가 어떤 캐릭터인지 포인트를 생각하고 몰입한다. 신마다 목표를 정한다. 이 캐릭터는 이 신에서 왜 이렇게 말할까, 궁극적인 목적이 무엇일까 생각한다. 그럼 조금 더 캐릭터가 명확하게 보인다. 아직 배우로서 경험이 적어 잘 모르겠지만 나는 그렇게 접근하고 있다.

<리어왕>에서 제일 흥미진진한 장면을 하나 추천해준다면? 반역자 백작의 두 눈을 뽑는 장면이 있는데 극의 클라이맥스다. 감독님이 “자, 드디어 글로스터의 눈을 뽑는 장면이 왔습니다. 5분 쉬고 하시죠.” 이럴 정도다. 나도 거기서 “이 배신자”, “나머지 눈도 얼른 뽑아버리세요”라고 대사를 친다.

연기에 집중하는 삶은 어떻게 돌아가나? 생각 외로 빡빡하다. 집에서는 드라마, 영화 공부를 한다. 다른 사람 연기하는 거 보면서 참고해야 하니까. 연극 준비도 하고, 운동도 해야 하고, 책도 읽어야 한다. 요즘 하루 스케줄만 해도 낮에는 운동하고, 오후에 대본 보다 저녁 6시부터 밤 10시까지 연극 연습하고 돌아오면 다시 연기 공부하다 잠자리에 든다. 지금 내 눈앞에는 <리어왕>만 있다.

“항상 진심이어야 사람들과 통할 수 있다”고 말한 적이 있는데 그 믿음은 여전한가? 물론이다. 예전에 예능 프로에 나갈 때 가식적으로 행동하면 항상 기분이 안 좋았다. 요즘은 내 진심만 말하니까 오히려 반응이 더 좋다.

원래 성격이 솔직한가? 사람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태임 씨, 정말 솔직하다”고 한다. 그럴 때마다 ‘내가 너무 갔나…’ 생각하기도 하지만.(웃음) 요즘 예능 프로에 나갈 때도 꾸민 말보다 인간 이태임을 솔직히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으로 임한다. 그래서 촬영이 즐겁다. 이것도 얘기하고 저것도 보여주고 싶어서. 예전에는 내성적이라 말도 많이 못하고 인사 정도만 해서 사람들이 부정적으로 오해할 때가 많았다. 지금은 더 밝아졌다고 하니 좋은 징후인 듯하다.

앞으로 더 좋은 배우 이태임이 되기 위해 필요한 건 무엇일까? 경험. 연기는 하면 할수록 는다. 그런 기회가 자주 찾아오지 않는 게 문제지만. 그래서 최대한 많은 기회를 찾아보고 있다. 나에게 맞는 연기색을 찾는 건 결국 나를 찾는 과정과 연결된다.

혼자 연습하면 안 되나? 혼자 캠코더랑 대본 사서 녹화하는 등 집에서 연습하려고 별걸 다 해봤는데 현장에서 5분 참여하는 게 훨씬 도움 된다. 진짜 현장에 나가서 해야 한다. 아무리 혼자 연습해도 현장에 서면 덜덜 떤다. 대사는 하나도 기억 안 나고. 물론 연습도 많이 해야 하지만 그보다 훌륭한 연기 선생님은 현장이다. 선배들 연기를 보며 배우는 것도 중요하고.

CF, 드라마, 영화, 예능까지 골고루 해봤는데 아직도 그렇게 떨리나? 사실 그 때 그 일 이후 사람들이 많으면 극심한 긴장감을 느낀다. 공황장애인가 생각도 했는데 담당 의사 선생님이 너무 긴장해서 그런 것 같다며 청심환을 권하더라. 그래서 그때부턴 그냥 청심환 먹는다.

방송이 그 정도면 연극은 라이브인데 걱정되겠다. 괜찮다. 청심환만 먹으면 문제없다.(웃음)

1986년생이다. 여배우로서 적지도 않고 많지도 않은 나이인데 요즘 고민되는 것은? 바로 그게 고민이다. 차라리 20대나, 아님 40대처럼 나이가 명확하면 좋을 텐데 30대가 어중간한 나이라 여배우로서 들어오는 배역이 제한적이다. 예능을 하고 있으면 행복하긴 한데 동시에 ‘작품은 언제 하지’ 늘 걱정이 앞선다.

연기하고 싶은 특정 배역이 있나? 자존감도 많이 오르고 자신감도 생겨서 어떤 역할에도 다 뛰어들 수 있을 것 같다.

청심환만 있다면? 그렇다. 청심환만 있다면. 하하. 개인적으로 밝은 역할을 한번 맡고 싶다. 지금까지 도회적이고 세련되고 섹시한 이미지였기 때문에 기회가 된다면 정말 밝고 명랑하고 로맨스도 찾아오는…. 이를 테면 캔디 같은 배역. 근데 나이 때문에….

걱정 마라. 요즘은 30대 캔디도 필요하다. 피부 관리를 열심히 해야겠다.

요즘 극본이 꽤 들어올 것 같은데. 들어오는데 노출이 대다수다.

아직도? <품위 있는 그녀>에서 이미지를 바꿨다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노출 요구가 많이 들어온다. 힘들게 방향을 틀었고 이제 연기자로 살 거라 그쪽으로는 눈길을 주지 않고 있다. 물론 예술 영화라면, 꼭 노출 신이 필요한 경우라면 벗을 수 있지만 일반 작품에서는 전혀 생각하고 있지 않다.

예술 영화에 관심이 있는지 몰랐다. 저예산 독립 영화에도 관심이 있는데 배역이 안 들어온다. 개인적으로 작품성만 있으면 출연료와 상관없이 연기하고 싶다. 지금 연기가 너무 재미있고, 주변 상황이 조금만 더 도와주면 잘해낼 수 있을 것 같아서….

혹시 정서적으로 힘들 때 혼자 되뇌는 말이 있나? 다른 사람의 카카오톡 소개 글에서 이런 문장을 봤다. “조금 늦으면 어떤가요. 결국 다 꽃인 것을.” 그 후로 그 문장만 보면 힘을 얻는다. 지금은 비록 별 볼일 없지만 내가 열심히 살면 언젠가 꽃처럼 피어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마음에 와 닿는다.

연기자 이태임 말고 인간 이태임으로서 꿈꾸는 삶은? 사실 현모양처가 꿈이다. 하하. 연기자로 어느 정도 안정을 찾았을 때, 사랑을 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생겼을 때 현모양처가 되고 싶다. 그러려면 5년 동안 연기자로서 어느 정도 결과물을 만들어야 한다. 40세 전에 아기를 가져야 안전하니까. 꼭 아기를 갖고 싶다.

이번 인터뷰에서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부탁한다. 내가 미움을 많이 받는다. 응원하는 사람도 많지만 댓글을 보면 거의 악플이다. 기사만 뜨면 악플이 달린다. 옛날 사건을 말하는 사람, 그냥 인신공격하는 사람, 성희롱하는 사람을 비롯해 조롱과 비난, 욕설 등 총 댓글이 20개 달린다 치면 그중 하나만 ‘힘내세요’ 선플이고 나머지는 몽땅 악플이다. 하지만 이제 악플 때문에 상처를 받진 않는다. 막상 일대일로 만나면 말하지 못한다는 걸 아니까 겁나지 않는다. 하지만 가족과 지인들이 곁에서 상처를 받아 가슴이 무척 아프다. 내가 보여줄 수 있는 진실한 모습은 무엇일까 늘 고민한다. 너무 미워하지 말고 조금만 더 응원해주면 악플이 안달릴 때까지, 선플이 달리는 그날까지 열심히 연기하고 싶다.

 

에디터 전종현(harry.jun@noblesse.com)
사진 목나정  헤어 MJ(스타일플로어)  메이크업 테미(스타일플로어)  스타일링 박혜정, 이재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