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추운 날, 옛날 영화 보기
강추위를 뚫고 극장에 가도 끌리는 영화가 없다. 집에서 코코아나 마시며 옛날 영화를 찾아보는 게 나을 것 같은 요즘, 추천 리스트.

1 사랑은 비를 타고(Singin’ in the Rain) 2 로마의 휴일(Roman Holiday) 3 이창(Rear Window)
사랑은 비를 타고(Singin’ in the Rain)
개봉한 지 5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최고의 뮤지컬 영화다. 작품의 배경은 1928년, 할리우드에 유성영화가 태동하던 시기다. 무성영화 최고의 스타 돈 록우드(진 켈리 분)는 상대 배역인 린다 라몬트(진 헤이건 분)의 형편없는 목소리 때문에 영화를 망칠 위기에 처한다. 그러다 우연히 알게 된 무명 배우 캐시 셀든(데비 레이놀즈 분)에게 목소리를 빌리기로 하는데… 이 영화의 가장 큰 볼거리는 배우들의 탁월한 춤과 노래 솜씨다. 특히 코스모 브라운 역의 도널드 오코너가 펼치는 애크러배틱 댄스, 돈 록우드가 비 오는 거리에서 추는 탭댄스는 영화사에 길이 남을 명장면이다. 여담으로 진 켈리는 극 중에서 시종일관 유쾌하고 달콤하지만, 실제로는 굉장히 까탈스러운 사람이라 모든 스태프가 그를 무서워했다고 한다. 전래동화를 연상시키는 권선징악의 스토리지만, 뻔한 매력이 이 영화를 다시 찾게 한다.
로마의 휴일(Roman Holiday)
로맨틱 코미디의 영원한 고전. 앤 공주(오드리 헵번 분)는 유럽 순방 중 로마를 방문한다. 왕실의 엄격한 규율과 바쁜 스케줄에 지친 그녀는 밤에 몰래 숙소를 빠져나오지만, 몇 시간 전에 먹은 안정제의 약효로 벤치에 쓰러져 잠들고 만다. 마침 특종을 찾던 신문기자 조(그레고리 펙 분)가 그녀를 발견하고, 자신의 하숙집에 데려와 재운다. 다음 날 둘은 로마 시내 곳곳을 누비며 추억을 쌓는다. 영화를 통해 스페인 광장, 진실의 입 등 로마의 주요 관광지를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지만, 감상 포인트는 역시 주연 배우들의 아름다운 자태가 아닐까 싶다. 젊은 날의 오드리 헵번은 싱그러움 그 자체고, 그레고리 펙은 신사의 표본이다. 그리고 미담 하나. 그레고리 펙은 영화 포스터에 당시 신인인 오드리 헵번의 이름이 작게 나온 걸 보고 수정을 요청했단다. 그녀가 아카데미상을 탈 게 분명한데, 자신의 이름만 크게 나오면 어떡하느냐고 말이다. 그의 눈은 틀리지 않았다. 오드리 헵번은 이 영화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이창(Rear Window)
조금 더 흥미진진한 영화를 원한다면, 앨프리드 히치콕 감독의 1954년 작 <이창>도 좋은 선택이다. 영화의 줄거리는 이렇다. 사진작가 제프리(제임스 스튜어트 분)는 다리를 다쳐 자신의 방에서 꼼짝할 수 없는 신세다.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카메라 렌즈로 이웃을 훔쳐보던 중, 어느 집 남편과 병든 아내가 심하게 다투는 모습을 목격한다. 남편이 커다란 가방을 들고 집을 들락거린 후 부인이 보이지 않는 것에 의심을 품은 그는 연인 리사(그레이스 켈리 분)와 간호사 스텔라(델마 리터 분)의 도움으로 부부의 집을 조사하기 시작한다. 이 작품의 재미는 관객이 주인공 제프리의 관음에 동참한다는 데 있다. 영화의 화면은 주인공의 방과 방 밖에서 펼쳐지는 풍경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관객은 주인공의 시선을 통해 단서를 얻고, 그것을 바탕으로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된다. 기본적으로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지만, 영화 중간중간에 히치콕 감독이 곁들인 유머코드 덕에 웃으며 볼 수 있다.
에디터 황제웅(hjw1070@noblesse.com) 디자이너 송진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