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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모티콘, 공룡으로 성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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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 산업을 집어삼킨 이모티콘 산업. 모바일 플랫폼의 캐릭터는 어떻게 게임의 룰을 바꿨을까?

‘미키마우스’와 ‘헬로키티’ 등 해외 유명 캐릭터를 중심으로 형성되기 시작한 한국의 캐릭터 산업은 이후 TV 애니메이션 플랫폼을 중심으로 규모를 키워왔다. 1990년대에는 일본 로봇 애니메이션이 TV를 통해 방영되고 일본의 완구 금형을 수입해 제작, 판매하는 변신 로봇 등 완구 산업이 큰 성공을 거두면서 ‘TV 애니메이션 방영+캐릭터 완구 판매’라는 한국 완구 산업의 비즈니스 모델을 정착시켰다. 그리고 2000년대에 들어서는 <뽀롱뽀롱 뽀로로> 같은 유아용 TV 애니메이션이 인기를 얻으면서 유아용 캐릭터 상품 시장이 성장했다. TV 애니메이션은 캐릭터의 성격과 스토리를 많은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효과적인 플랫폼이었고, TV 방영을 통해 인기를 얻은 애니메이션 캐릭터는 유아용 완구와 문구, 의류, 과자류로 확장하며 한국 캐릭터 산업이 발전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그러나 TV 애니메이션 캐릭터 플랫폼에 대한 높은 의존도는 주로 유아·아동에 제한된 한국 TV 애니메이션 시청자층의 한계로 인해 캐릭터 산업의 지속적 성장에 걸림돌로 작용했다. ‘캐릭터 상품은 어린애들을 위한 것’이라는 사회적 인식은 강화되었고, 낮아지는 출산율과 함께 위축되는 유아·아동 시장에 집중된 한국 캐릭터 산업은 성장 동력을 잃어갔다. 몇몇 극소수 인기 캐릭터와 완구, 문구, 아동용 의류 등 제한된 상품으로 이뤄진 한국 캐릭터 시장에서 새로운 캐릭터의 등장과 상품 품질 개선은 어려운 일이었다. 획기적 매출 증가를 기대할 수 없는 협소한 시장에서 캐릭터 상품 제조사들은 상품 개발에 큰돈을 투자할 수 없었고, 좋아하는 캐릭터 그림이 붙어 있으면 그것만으로 아이들을 만족시킬 수 있다는 인식 탓에 상품의 다양화와 품질 개선은 이뤄지지 못했다. ‘캐릭터는 아이들을 위한 것’으로 치부하는 사회적 인식과 유아·아동용에 제한된 상품군, 극소수 인기 캐릭터의 시장독점, 조악한 품질 등이 한국 캐릭터 산업의 문제를 대표한다. 결국TV 애니메이션 플랫폼의 한계로 인한 한국 캐릭터 시장의 제한성에 기인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는 새로운 상품 개발, 유통망 확보, 캐릭터 상품에 대한 사회적 인식 제고를 독려하는 정부의 캐릭터 산업 진흥 정책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였다. 또한 국내시장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해외시장 진출을 적극적으로 모색했지만 해외 TV 방송국을 통한 국산 애니메이션 방영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설령 국산 TV 애니메이션이 해외에서 인기를 끌었다 해도 해외시장에서의 캐릭터 상품 판매 수익은 한국 캐릭터 산업에 충분히 흡수되지 못했다. 협소한 유아·아동 시장의 한계를 극복할 방안을 모색해온 한국 캐릭터 산업은 2012년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이 ‘무지’, ‘프로도’, ‘라이언’ 이모티콘 캐릭터를 도입하고, 라인 메신저가 ‘라인 프렌즈’ 캐릭터 스티커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획기적 전환점을 맞이하게 된다.

게임의 판을 바꾸다
감정(emotion)과 그림 기호(icon)의 합성어 ‘이모티콘(emoticon)’은 1999년 일본 통신사 NTT Docomo의 무선 인터넷 서비스 아이모드(i-Mode)가 휴대폰 문자로 그림을 표현하는 ‘에모지(emoji, +문자)’를 도입하면서 세상에 나왔다. 에모지는 문자로는 표현할 수 없는 다양한 감정을 전달하는 그림 기호 서비스를 제공했고, 스마트폰의 출현과 함께 캐릭터로 보다 다양한 감정 표현이 가능해짐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필수 커뮤니케이션으로 자리 잡았다. 이는 사용자가 자신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전달하는 데 문자보다 훨씬 강력하고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한편 모바일 메신저 캐릭터 서비스는 새로운 캐릭터를 사용자에게 선보이고 인지도를 확보하며 사용자가 캐릭터에 몰입하게 되는 개인화되고 강력한 캐릭터 플랫폼의 기능을 발휘하게 됐다.
모바일 메신저라는 새로운 캐릭터 플랫폼의 등장은 짧은 기간에 한국 캐릭터 산업의 체질을 크게 변화시켰다. 첫째, 모바일 메신저 플랫폼은 한국 캐릭터 시장의 외연을 모든 연령대로 확장했다. 특히 자신만의 감정과 개성 표현을 선호하는 1980년대 초부터 2000년대에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가 적극적으로 모바일 메신저 캐릭터 상품을 수용하면서 오랜 과제였던 유아·아동 시장의 제한성을 극복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2017년 캐릭터 이용 행태 조사’에 따르면 ‘거의 매일 캐릭터를 이용한다’는 응답률은 전통적 캐릭터 소비자인 5~9세 집단에서 18.0%로 나타난 반면, 25~29세 집단에서 29.6%로 오히려 가장 높았고, 25~29세 집단의 94.2%가 ‘캐릭터 상품 구매 경험이 있다’고 대답했다.
둘째, 캐릭터 시장이 확장됨에 따라 극소수 유아·아동용 인기 캐릭터에만 상품 매출이 집중되던 문제가 해소됐다. 다양한 카카오 프렌즈, 라인 프렌즈 캐릭터가 인기를 얻어 판매되고 있으며, 카카오는 2017년 두 번째 캐릭터 ‘니니즈’를, 라인은 방탄소년단과 함께 개발한 ‘BTS21’, SBS ‘러닝맨’캐릭터를 새롭게 내놓았다. 카카오와 라인의 캐릭터뿐 아니라 모바일 메신저상의 카카오 이모티콘 숍과 라인 스티커 숍에서는 창작자들이 내놓은 수많은 캐릭터가 매일 새롭게 업데이트되며 인기를 얻고 있다.
셋째, 캐릭터 시장이 전 연령대로 확장됨에 따라 캐릭터 산업의 상품 구성이 TV 애니메이션 기반의 캐릭터 완구나 문구에서 벗어나 생활용품, 사무용품, 화장품 등 다양한 상품군으로 확장됐다. 카카오 프렌즈는 1500여종의 상품을 판매하고 있으며 루이 비통 같은 명품을 비롯해 크리넥스, 더페이스샵, 코카콜라 등 50여 개 브랜드와 컬래버레이션한 상품도 내놓았다. 캐릭터 상품 품질에 대한 소비자 인식도 개선돼 ‘캐릭터 상품은 일반 상품보다 비싸다’에 대한 긍정률은 81%, ‘나의 생활 속에서 캐릭터 상품이 늘어가는 추세다’에 대한 긍정률은 54.6%를 보였으며 ‘캐릭터 상품은 소장할 가치가 있다’에 대한 긍정률은 37.8%로 연령별로는 5~9세 집단(39.6%)보다 25~29세 집단(45.3%)에서 더 높은 긍정률을 보였다.
넷째, 모바일 메신저 플랫폼은 한국 캐릭터 산업의 해외 진출을 위한 기폭제로 작용하고 있다. 전 세계 230개국, 2억 명 이상의 사용자를 보유한 라인 프렌즈는 2017년 오픈한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점을 비롯해 2017년 11월 기준으로 일본과 중국, 미국 등 11개국 91개 매장을 통해 6400여종의 상품을 판매하고 있으며 유니클로, 록시땅 등 글로벌 브랜드와 컬래버레이션한 상품도 출시하고 있다. 국내 사용자 비중이 높은 카카오 프렌즈도 2016년 중국 알리바바 티몰에 입점하며 중국 시장에 진출했고 EMS국제우편 서비스를 통해 호주와 남미, 북미 등 전 세계 29개국에 캐릭터 상품을 판매 중이다.

괄목할 만한 성장, 플랫폼 독점에 대한 우려도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2016년 한국 캐릭터 산업의 총매출은 1조 663억 원으로, 2011년의 7조3000억 원에서 5년 만에 4조 원 가까이 증가했다. 물론 이러한 한국 캐릭터 산업의 성장이 전적으로 이모티콘 캐릭터에 의한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2012년 탄생한 모바일 메신저 플랫폼이 불과 수년 만에 한국 캐릭터 산업의 고질적 문제들을 해결하며 산업의 지형을 변화시킨 것만은 분명하다. 또한 카카오 프렌즈나 라인 프렌즈 등의 전문 매장을 통한 소비자 경험의 확장은 모바일 플랫폼에서만 이뤄지던 캐릭터 경험을 오프라인 매장으로 확장하며 캐릭터의 가치를 증대시키고 있다. 모든 플랫폼 참여자의 만족과 행복은 플랫폼의 지속적 성장을 위한 필수 조건이다. 모바일 메신저 플랫폼은 다양한 캐릭터 창작자에게 노출 기회를 제공하고, 여러 라이선스 브랜드는 플랫폼에서 인기를 얻은 캐릭터와 협업해 제품을 출시할 수 있다. 또한 소비자는 메신저를 통해 캐릭터에 몰입하고, 자신만의 개성과 감성을 다양한 캐릭터를 통해 표현한다. 이처럼 모바일 메신저 플랫폼은 캐릭터 산업 참여자 모두 만족할 수 있는 플랫폼의 조건을 갖추었다. 카카오와 라인의 플랫폼 독점과 지나친 영향력 확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모바일 메신저 플랫폼은 다양한 참여자를 만족시키면서 향후 한국 캐릭터 산업 성장에 중요한 역할을 해낼 것이다.

 

에디터 조재국(jeju@noblesse.com)
김영재(한양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한국캐릭터학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