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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의 확장, 조각의 해방

ARTNOW

움직이는 실내장식 ‘모빌(mobile)’에 대해 알아두면 좋은 세 가지 사실이 있다. 이 역사적 발명품의 발단이 예술품이라는 것. 모빌이라는 이름의 창시자가 현대미술가 마르셀 뒤샹(Marcel Duchamp)이라는 것. 그리고 모빌은 조각가 알렉산더 콜더의 손에서 탄생했다는 것. 그 알렉산더 콜더를 집중 조명하는 전시가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San Francisco Museum of Modern Art)에서 9월 10일까지, 뉴욕 휘트니 미술관(Whitney Museum o f American Art)에서 10월 23일까지 연이어 열린다. 이 시점에서 밝힌다. 알렉산더 콜더의 진짜 매력을.

Calder with the Frame for Nake and the Cross(1936) in his New York City Storefront Studio, Winter 1936

미국을 대표하는 조각가 알렉산더 콜더(Alexander Calder, 1898~1976년)는 공학도 출신이라는 조금 독특한 이력이 눈길을 끈다. 물론 운동성을 탁월하게 담아낸 그의 조각을 보고 나면, 기계공학을 전공한 그의 배경이 그리 낯설지만은 않다. 알렉산더 콜더는 움직이는 조각인 키네틱 아트의 선구자다. 할아버지와 부모님이 모두 예술가라 어릴 때부터 예술을 가까이한 그가 결국 공학에서 예술로 방향을 전환한 건 어쩌면 예견된 수순이었다. 초기에 사실적 구상화를 그린 그는 이후 선으로 만든 조각과 ‘서커스’ 연작을 발전시켰고, 파리에서 만난 피에트 몬드리안(Piet Mondrian)의 추상화에서 영향을 받아 추상 조각가로 발돋움했다. 움직이는 조각 ‘모빌’과 고정된 조각 ‘스태빌(stabile)’이 탄생한 것도 이때다. 하지만 그를 단순히 모빌과 스태빌의 창시자로만 여긴다면, 그건 거장에 대한 예우가 아니다. 알렉산더 콜더는 예술 작품에서 움직임과 운동성, 나아가 시간성의 개념을 새로이 정립하고 조각의 영역을 확장했다. 그는 조각이 3차원 공간에서 자유로이 노닐 수 있도록 조각을 해방한 작가다.

Dancers and Sphere(Maquette for 1939 New York World’s Fair) Set in Motion in Calder’s “Small Shop” New York City Storefront Studio, 1938

알렉산더 콜더가 본격적으로 예술가의 길에 들어선 당시엔 애시캔(Ashcan) 화풍의 구상화를 그렸다. 그러다 점차 추상에 매료됐고, 1930년대 초반에 완전히 추상적인 구성 방식으로 키네틱 조각을 완성했다. 그는 처음엔 크랭크, 도르래, 모터 등을 장착해 기계 동력으로 움직이는 조각을 만들었다. 기계공학을 전공하고 엔지니어로 일한 적이 있는 그가 기계적 메커니즘을 활용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별다른 변수 없이 고정적으로 반복될 뿐인 기계적 움직임에는 더 이상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 보다 자유로운 움직임을 만들어내기 위해 색다른 방식을 찾던 그의 연구는 기계장치 없이 공기와 바람에 의해 움직이는 모빌의 발명으로 이어졌다.
피에트 몬드리안의 추상화에 감명을 받은 알렉산더 콜더는 새로운 차원의 예술을 시도했다. 추상적 구성 방식으로 완성한 키네틱 조각 모빌은 처음엔 크랭크, 도르래, 모터 등 기계적 메커니즘으로 작동했지만 이후엔 기류, 빛, 습도, 사람과의 상호작용에 반응해 움직였다. ‘Hanging Spider’처럼 조각을 천장이나 벽에 걸어 부드러운 회전력과 기발한 제스처, 정교한 작동 방식을 뽐냈다. 와이어에 매달린 금속 조각은 공간 안에서 공기의 흐름에 따라 균형을 잡으며 시시각각 변화해 정말로 거미가 다리를 움직이는 듯한 환영을 선사한다. 균형 잡힌 구성 요소와 고유한 운동 시스템을 지닌 이 작품을 통해 알렉산더 콜더는 조각이 움직이지 않는다는 기존 관념을 깼다. 조각의 기본적 특징인 동세는 유지하면서도, 시간성과 공간성을 더한 혁명적 예술을 창조한 것이다.

1Hanging Spider, Painted Sheet Metal and Wire, 125.7×90.2cm, c. 1940 Whitney Museum of American Art, New York; Mrs. John B. Putnam Bequest 84.41
2Constellation with Diabolo, Wood, Wire and Paint, 62.2×46.4×40.6cm, 1943

알렉산더 콜더의 작품은 1940년대로 접어들면서 한층 성숙해졌다. 단순히 조각의 동세와 진폭을 맞추는 단계를 넘어 완성도 높은 균형 감각이 도드라진 시기다. 이때 선보인 ‘별자리’ 시리즈는 아기자기하고 섬세한 구성이 특징이지만, 재료 면에서도 이전 작품과 차별화된다. 그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작품의 주재료인 금속이 부족해지자 나무, 와이어, 페인트 등 구하기 쉬운 재료로 조각을 만들곤 했다. ‘별자리’ 시리즈도 나뭇조각을 와이어로 연결한 작품이다. 1943년에 집중적으로 제작한 ‘별자리’ 시리즈는 공중 팽이, 핀, 병 모양의 조각을 함께 구성해 다양한 변주를 낳기도 했다. 지난 6월 30일까지 뉴욕 페이스 갤러리에서 열린〈calder: constellations〉전에서 알렉산더 콜더의 ‘별자리’ 시리즈를 한데 모아 집중 조명했다.

3 국제갤러리 K3〈Alexander Calder: Noir〉(2012. 7. 12~8. 17) 전시 전경.
4 국제갤러리〈Alexander Calder: Calder Jewelry〉(2014. 7. 10~8. 17) 전시 전경.

‘정지된 조각(immobile sculpture)’이라고 불리는 고정된 추상 조각 ‘스태빌’이다. 모빌과 반대되는 스태빌은 그의 동료인 조각가 장 아르프(Jean Arp)가 붙인 이름이다. 가느다란 철사에 의지해 중력의 영향을 받지 않는 가벼운 모빌과 달리, 스태빌 작품은 탄탄한 구조와 육중한 무게를 자랑한다. 스태빌은 이런 아치 형태를 모태로 점차 크기를 확장해 도시, 공원, 광장, 건축물 등 공공장소에 놓이면서 그에게 공공 조각가라는 새로운 타이틀을 선사했다. 1976년 뉴욕에서 78세의 나이로 사망하기까지, 알렉산더 콜더가 만든 크고 작은 스태빌은 북미와 유럽 전역의 도시에서 여전히 새로운 미감을 전하고 있다.
알렉산더 콜더는 어릴 때부터 예술적 영감이 뛰어났다. 특히 조각에 능했다. 여덟 살이던 1906년엔 누나에게 장난감과 보석을 만들어주었고, 열한 살 크리스마스엔 구부러지는 브라스 시트로 개와 오리 조각을 만들어 부모에게 선물했을 정도다. 콜더는 그 후에도 ‘Calder Jewelry’라는 이름으로 다양한 주얼리를 만들었다. 대부분 철사나 구리 등 저렴한 재료를 이용한 장신구는 가격대도 높지 않아 당시 많은 사람이 그의 작품을 즐길 수 있었다. 한국에서도 2014년 예술의전당과 국제갤러리에서 ‘웨어러블 아트(wearable art)’, 즉 착용할 수 있는 예술 작품으로 분류되는 그의 주얼리에 주목한 전시를 선보였다.

 

에디터 백아영(xiaxia@nobless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