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미술품도 ‘클릭’
국내 온라인 미술 시장의 급성장 속에 새로 모습을 드러낸 특별한 서비스를 모았다.

아트앤가이드의 아트 라운지 ‘취화담’.
‘국내 미술 시장 5000억 원 규모로 급성장’, ‘미술품 경매 시장 연 매출 2000억 원 첫 돌파’. 2018년 한 해를 결산하며 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와 예술경영센터가 내놓은 결과다.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미술 시장의 성장세가 놀랍다. 미술 시장이 이렇게 성장할 수 있었던 데는 ‘온라인 미술 시장의 약진’을 가장 먼저 꼽을 수 있겠다. 국내 미술 시장이 전반적으로 성장한 가운데, 특히 온라인 미술 시장의 매출 규모는 2017년 기준 약 425억 원으로, 2016년 248억 원보다 무려 70%나 성장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온라인 미술 시장에는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서비스가 등장하고 있다. 해외의 미술품을 소비자가 직접 구입하는 ‘직구’가 대표적이다. 서울옥션블루는 최근 ‘월드와이드옥션’을 선보였다. 온라인을 통해 해외 곳곳의 오프라인 경매 응찰을 대행하는 서비스. 컬렉터가 서울옥션블루 웹에서 진행하는 해외 경매 서비스의 작품을 선택해 응찰을 의뢰하면 담당자가 배정돼 수시로 진행 상황을 알려준다. 해외 오프라인 경매 응찰과 낙찰, 작품 운송 및 설치까지 경매의 시작과 끝을 간편하게 진행해주는 게 포인트다.

아트투게더의 첫 공동소유 작품인 피카소의 ‘순회 희극배우들과 부엉이’.
이에 뒤질세라 신생 기업도 새로운 온라인 서비스를 출시했다. 아트투게더는 작년 10월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미술품을 구입하는 미술품 ‘공동소유’ 플랫폼을 오픈했다. 과정은 이렇다. 아트 디렉터와 큐레이터로 이루어진 전문 아트 팀이 투자 가치가 있는 미술품을 경매에서 선정하면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작품 구입에 필요한 금액을 모은다. 투자 가능 금액은 최소 1만 원부터. 이들의 첫 공동소유 작품은 피카소의 판화 ‘순회 희극배우들과 부엉이(Halte de comediens ambulants, avec Hibou)’였는데, 38명의 투자자로부터 모은 2800여만 원으로 구입했다. 아무리 공동소유라 해도 단돈 1만 원으로 피카소의 작품 지분을 가질 수 있다니 매력적이지 않을 수 없다. 피카소의 작품은 아트투게더에서 자체 운영하는 역삼동 AT갤러리에 전시하며, 구매자는 언제든 관람이 가능하다. 현재 AT갤러리엔 이 같은 투자자들이 공동소유한 작품 20여 점이 보관되어 있다.

아트앤가이드의 첫 공동소유 작품은 김환기의 ‘산월’.
아트앤가이드 역시 비슷한 시기에 온라인 미술품 공동소유 서비스를 론칭했다. 국내 작가 위주의 작품을 100만 원 단위로 분할해 일반인도 미술품에 투자할 수 있도록 한 것. 이들은 환금성 높은 유명 작가의 작품에 집중 투자하고, 점차 작가의 범위를 확대할 예정이다. 공동소유권은 보안을 위해 블록체인에 기록해 안전하게 관리하고, 거래 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해 위작과 도난을 사전에 방지한다. 미리 정해놓은 보유 기간 내에 목표 수익률을 달성하면 매각을 진행해 수익을 분배한다. 아트앤가이드는 다수의 구매자들이 작품을 관람할 수 있도록 아트 라운지 ‘취화담’을 운영 중이다. 이들의 첫 번째 공동소유 작품은 김환기의 ‘산월’로, 7분 만에 4500만 원을 모았다. 지난 11월엔 이중섭의 ‘무제’를, 12월에는 이우환의 ‘조응’을 같은 방법으로 구입했으며 올해는 공동소유 작품 수를 늘릴 예정이다. 이처럼 전통적인 미술품 경매의 모습은 클릭 몇 번으로 대체되어 적은 돈으로도 유명 작가의 작품을 소유할 수 있게 되었다.

아트투게더의 ‘AT갤러리’.
미술품 공동소유 서비스도 염려되는 점은 있다. 미술 시장의 성장과 함께 온라인 미술 시장이 대중화되는 건 반길 일이지만, 돈을 쉽게 버는 수단으로 이 시장을 들여다보면 곤란하다는 것. 아트 컨설팅사 케이아티스츠의 변지애 대표는 “미술품을 투자 명목으로만 보면 돈이 되는 일부 해외 작가나 국내 블루칩 작가의 작품에만 집중돼 장기적으로는 미술 시장의 밸런스가 깨질 우려가 있다”며 미술 시장에 대한 충분한 경험이나 안목, 흐름에 대한 이해 없이 작품을 대하는 건 위험하다고 조언한다.
하지만 이 같은 문제에도 온라인 미술 시장은 당분간 계속 성장할 모양새다. 무엇보다 기업들이 앞다퉈 소비자의 구미를 당기는 서비스를 계속 발전시켜나가기 때문이다. 서울옥션블루는 “해외 경매 서비스를 통해 국내 온라인 경매 시장 글로벌화에 박차를 가하고, 나아가 컬렉터 시장 활성화에 기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해외 경매 대행 서비스를 통해 누구나 해외 예술 작품을 손쉽게 구입해 더 많은 사람이 미술 경매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 아트투게더의 이상준 대표는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대중도 고가의 미술품에 투자하고 향유할 수 있도록 미술 시장을 더욱 활성화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으며, 아트앤가이드의 김재욱 대표 또한 “대중의 미술품 투자를 통해 획일화되고 폐쇄적인 국내 미술 시장에 긍정적인 변화를 줄 수 있을 것”이라 밝혔다. 국내 미술 시장의 범위를 확대하고 미술품 거래 대중화에 기여해 대중이 미술을 향유할 기회를 늘리고자 한다는 것이 이들의 요지. 가까이하기엔 조금은 멀었던 미술품이 우리 삶 속으로 한 걸음 다가섰다.
인턴 에디터 전혜라(jeonhyera@nobless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