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승 작가의 손끝에서 새롭게 비상하는 옻칠 공예
전통 옻칠에 현대적 감각을 더하다
옻칠은 참 옻나무에서 채취한 수액으로 인체에 무해하며 방습, 방충, 방독, 소취, 항균, 방부 효과를 갖춘 최고급 천연 도료로 손꼽힌다. 하지만 비정형의 형태의 생칠을 정형적인 옻칠 공예품으로 탈바꿈하기에는 굉장히 긴 인고의 시간이 쌓여야만 한다. 바르고, 건조하며 다듬는 수십 차례의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작가를 수행자로 만들지도 모를 일이다.

이현승 작가
40년째 옻칠 작업을 이어가고 있는 이현승 작가는 전통적인 옻칠을 일상 속 예술로 발돋움 할 수 있도록 경계를 허문 주인공 중 하나다. 옻칠의 따뜻하고 깊은 색채에 대해 “옻칠은 정직한 작업이라고 생각해요. 공을 들이고 시간을 쏟은 만큼 결과가 나오거든요.”라고 말을 남긴 그녀는 대학에서 학생들에게 오랫동안 칠공예를 가르치며 후학을 양성하면서도 국내외 다수의 개인전 및 단체전 개최, 청와대 사랑채 시연 작가, G20 정상회담 시연 작가 등으로 활동하며 한국 전통 옻칠을 세계에 알리는데 힘썼다. 과거 이현승 작가를 가르쳤으며 세계 칠문화회의 의장이자 도쿄예술대학의 오오니시 나가토시 교수는 제자 이현승 작가에 대한 깊은 신뢰와 기대감을 공공연히 드러낸 바 있다. 그는 “이현승 작가는 칠에 내재된 심오한 매력을 무한히 끌어내어 우리의 눈을 즐겁게 해줄 것이라 확신합니다. 그녀의 진지한 창작활동은 반드시 주목할 만한 성과로 이어질 것입니다.”라며 그녀의 예술 세계에 대한 높은 평가를 전한 바 있다.

<해저수림대>. 국립 도쿄 예술대학 박물관에 영구소장된 작품으로, 옻칠 색채의 심원한 사용과 건칠 테크닉의 완결성, 그리고 조형적 혁신성이 아티스트들의 찬사를 받았다.


이현승 작가의 작품을 유심히 보면 오랜 시간의 흐름이 켜켜이 쌓여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모든 인내를 겪어낸 끝에 완성된 칠 작품은 마치 저 너머의 세계로 날아오를 듯한 느낌이 든다. 또한 작가의 긴 여정을 고스란히 담고 있으며 오롯이 행위를 반복하는 순수한 정신과 마음이 자연스레 깃들어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옻칠 에스프레소잔. 한반도에 유약이 도입되기 이전에 사용되었던 도자 마감 방식인 ‘도태기법’을 활용하였다. 30년 경력의 도자 장인이 하나하나 물레를 돌려 제작한 소지 위에 순도 100% 옻칠이 더해 졌다. 세이지 그린 (Sage Green)과 로즈 탄 (Rose Tan) 한 세트 구성.

옻칠 나전 수저세트. 견고한 대추나무 수저를 천연 옻칠과 절제되고 단아한 나전 장식으로 마무리했다. 십자문과 꽃문양 한 세트 구성.

옻칠 나전 기와 코스터. 한국 전통 기와의 형태에서 영감을 얻어 제작한 코스터이다. 소중한 사람들과의 다회에 서도 혹은 일상의 식탁에서 반찬을 놓기에도 모두 훌륭하다. 4개의 모서리를 서로 마주 치게 놓으면 보다 화려한 디스플레이가 색다른 느낌을 준다. 두 개 한 세트 구성.
최근 이현승 작가는 40년간 이어온 옻칠에 대한 애정과 고민을 바탕으로, 전통 옻칠을 현대 일상 속에서도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오브제로 재해석한 제품 기획에 참여했다. 전시기획 및 디자인 기업 크래프트나비와 협업한 ‘Everyday-objets’ 시리즈는 지난 1월 신라호텔 아트페어에 공개되어 예술 애호가들 사이에서 큰 호응을 얻었다. 선뜻 구입하기 망설였던 작가의 작품을 일상에서 활용할 수 있는 오브제로 부담 없이 소장할 수 있는 흔치않은 기회였기 때문. 모든 제품은 작가의 작업실에서 직접 제작된 한정판으로, 크래프트나비 네이버 스마트스토어(smartstore.naver.com/studionabi)에서 구입할 수 있으며, 추후 작가가 참여하는 아트페어나 전시에서도 만나볼 수 있다.
에디터 박재만(pjm@noblesse.com)
사진 김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