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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본성의 환희

ARTNOW

생명과학에 대한 예술적 탐색이자 시도이며 신체 조직, 세균, 생체 기관, 심지어 생명의 진행 과정까지 창작 소재로 삼는 ‘바이오아트’. 인간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현대 예술의 영역과 가능성을 확장하는 그것의 정체는 무엇일까?

1 많은 현대미술작가들이 동물과 식물을 작품에 사용하고 있다. 이 작품은 데이미언 허스트가 상어 시체를 구입한 후 유리 진열장에 넣어 선보인 ‘살아있는 자의 마음 속에 있는 죽음의 육체적 불가능성’(1991년) 2 GFP(녹색형광단백질)를 주입한 GFP 토끼 ‘알바’. 브라질 출신의 작가 에두아르두 카크는 형광 토끼라는 새로운 종을 탄생시켰다.

르네상스 시대 이후 생명의 진행 과정과 생물의 구조가 예술가의 창조적 영감을 불러일으켜왔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하지만 20여 년 전부터 예술가들은 이전처럼 해부도에 머물지 않고 생명과학을 접목해 진정한 질적 발전을 이루기 시작했다. ‘바이오아트(BioArt)’라는 이름으로 등장한 이 새로운 예술 영역은 자연스럽게 바이오 엔지니어들과의 긴밀한 협력과 실험 장비를 필요로 하게 되었다. 그렇다면 생명공학, 유전공학 등의 과학과 바이오아트의 본질적 차이는 무엇일까? 후자는 전자를 기반으로 하며 생명공학 기술이 없다면 바이오아트도 없다고 말할 수 있다. 결국 이 둘의 유일한 차이는 표현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바오이아트는 고상하지만 고립적으로 존재하던 과학을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쉽게 표현함으로써 대중적 관심과 논쟁을 야기했다. 가장 유명한 사례가 GFP를 주입한 ‘GFP 토끼(GFP Bunny)’다. 이전까지만 해도 GFP에 관심을 가진 사람은 별로 많지 않았다. 하지만 이 괴상한 토끼가 세상에 나온 후 사람들은 비로소 GFP가 ‘녹색형광단백질(Geren Fluorescent Protein)’이며 이 물질을 발견한 과학자들이 노벨상을 수상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예술을 통해 과학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촉발하고 그 경계를 확장하는 일데조 하는 바이오아트는 현재 어떤 방식으로 진화 중일까?
바이오아트는 1997년 브라질 출신 예술가 에두아르두 카크(Eduardo Kac)가 당시 자신의 신작 ‘타임캡슐(Time Capsule)’에 처음으로 그 단어를 사용하면서 알려졌다. 그는 스스로를 ‘유전자 전이 예술가’라고 불렀다. 놀라운 것은 그가 실로제 ‘알바’라는 토끼를 ‘창조’했다는 사실. 어둠 속에서 은은한 녹색빛을 발하는 이 토끼가 앞서 말한 그 유명한 ‘GFP 토끼. ’카다크는 해파리에서 채취한 균을 통해 녹색형광단백질 성분의 균을 만들었는데, 이 균이 바이오 코드의 변화를 일으켜 형광 토끼라는 새운로 종을 탄생시킨 것이다. 당시 살아 있는 동물을 가지고 실험한 그의 예술 방식은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카크 자는신의 생각을 분명히 피력했다. “유전자 전이 예술가로서 나의 관심은 새로운 종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유전자 전이에 대한 사적회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나는 유전공학이 과거처럼 주관적이고 폐쇄적인 대상이 아니라 사회적 관심의 초점이 되기를 바다란”라고 말이다. 그러면서 카크는 자신을 ‘바이오 예술가’라고 정의했다. 이런 그의 철학과 행동은 많은 바이오 예술가를 대변하게 되었다.

형광유전자를 이용하여 생명과 죽음의 순환을 표현한 헌터 콜의 작품

유전공학을 전공한 헌터 콜(Hunter Cole)도 ‘형광’ 유전자를 이용해 생명과 죽음의 순환을 직관적으로 재석해했다. 그녀의 작품은 마치 아름다운 색채로 이루어진 추상화 같지만, 실제로 그 컬러들은 재생 가능한 형광 유전자로 구성되어 있다. 유전자 본연의 죽음과 작가만의 새로운 암호 해독을 거친 후의 재생을 표현한 작품이다. 그렇다면 이 ‘생명체’는 여전히 원래의 생명체일까, 아니면 새로운 생명체일까? 현재 이 질문에 대한 명쾌한 답을 찾기는 어렵지만, 그녀의 작품은 대중적 관심과 논의를 이끌어내기에 충분했다.
네덜란드 출신 작가 얄릴라 에사이디(Jalila Essaidi)의 작업은 한층 현실적인 의미가 있다. 그녀는 유전자 조작 기술을 이용해 생명체의 본질을 변화시키고 동시에 환경 보전을 위한 대체 가능한 원료를 만들었다. 이외에도 그녀는 사람들에게 잘 알려진 ‘방탄 피부(bulletproof skin)’를 발명했는데, 염소젖에 거미줄을 더해 만든 물질이 강철보다 10배나 강한 물질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널리 알렸다. 이 물질을 인간의 피부에 장착할 수 있다면 공상과학영화에나 나오던 ‘아이언맨’이 현실이 될 것이다. 이 프로젝트는 ‘2.6g 329M/s’로 명명되었는데, 무게 2.6g의 22구경 소총 탄환이 초속 329m로 날아와도 이 인공 방탄 피부를 뚫지 못한다는 이유로 붙인 이름이다. 인간 피부의 단백질을 거미줄의 단백질로 대치함으로써 강도를 강화하는 것이 실험의 최종 목적이라고 한다.

로라 신티는 인간의 유전자를 선인장에 주입한 후에 선인장의 가시가 머리카락처럼 변하는 결과를 얻었다.

가상의 실험실 안에 가상의 상황을 만들어놓고 우리가 결코 경험할 수 없는 환경에서 생명이 어떻게 변모하는지 관찰하고,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현실에 이를 ‘이식’함으로써 상상 이상의 결과를 만들어내는 아티스트도 있다. 예를 들면 로라 신티(Laura Cinti)가 그렇다. 그녀는 장미를 화성에 보내는 지극히 낭만적인 실험실을 만들었다. 장미를 행성 모의실험실에 6시간 동안 놓아두고 전 과정을 관찰하는 실험이었는데, 영하 130℃에서 60℃를 오르내리는 화성의 표면 온도, 기압이 지구의 1%밖에 되지 않는 이 실험 상황은 실제로 ‘낭만’과는 거리가 멀었다. 장미가 결국 어떻게 되었을지는 짐작하고도 남을 것이다. 이에 비하면 그녀가 시도한 ‘선인장 플랜’은 훨씬 ‘따뜻한’ 실험이었다. 이 또한 유전자 전이의 원리를 이용한 실험으로, 인간의 유전자를 선인장에 주입한 후 그 가시가 머리카락처럼 변하는 결과를 얻어냈다.

헤더 듀이 하그보그의 ‘스트레인저 비전’이라는 실험. 브루클린 거리에서 머리카락, 담배 등을 수집한 후 DNA를 채취해 이를 바탕으로 사람의 얼굴을 복원해 3D프린트로 작품화 했다.

미국 출신 작가 헤더 듀이 하그보그(Heather Dewey-Hagborg)는 ‘스트레인저 비전(Stranger Visions)’이라는 매우 재미있는 실험을 했다. 뉴욕 브루클린 거리에서 머리카락, 담배, 껌을 수집한 후 실험실에서 DNA를 채취해 성별·인종별 유전자 정보를 얻은 다음 이를 바탕으로 사람의 얼굴을 복원하고 다시 3D 프린트 기술로 이를 재현한 것. 갤러리에 전시한 이 ‘얼굴들’은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를 연상시켰다. 이러한 예술적 시도는 기존의 예술에 대한 반성은 물론 소셜 미디어 시대에 남의 글과 이미지를 의미 없이 소비하는 우리 자신에 대한 반성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바이오아트는 출현한 이래 줄곧 종교적·사회적으로 윤리적 논쟁과 비난에 직면했고, 심미적 논쟁을 야기해왔다. 인간이 자신과 자연계 생물의 유전자를 임의로 조작해도 되는가, 바이오아트 작품이 과연 보기에 아름다운가, 동물을 대상으로 실험하는 것은 비인도적 행동이 아닌가 하는 의문 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바이오아트가 현대의학과 생명공학의 단면에 관련된 표현이며, 생명공학의 맹점과 논쟁에 관한 묘사라는 점만은 분명하다. 현재 바이오아트는 젊은이들 사이에서 호응을 얻고 있다. 이들은 개별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협력하고 있으며 체계적인 조직을 갖추고 세계 각지의 예술가, 디자이너, 예술 평론가, 과학자, 철학자들이 참여하는 프로젝트, 토론, 연구, 창작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새로운 시각, 새로운 디자인 소재, 디자인 혁명, 문화 등 다방면으로 발전하고 있다. 바이오아트는 판도라의 상자가 될 수도 있고 오디세이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무엇이 되든 그것이 인간의 본성을 대변한다는 것만은 여전히 틀림없는 사실이다.

에디터 김이신(youngkyoon@noblesse.com)
Lin Lin 진행 Susie S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