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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맥의 전당, 프래터니티

LIFESTYLE

프래터니티에 들어가는 가장 큰 이유는 인맥 때문이다.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도 한때 그걸 얻기 위해 모질음을 썼다.

지금은 성공한 청년이지만 마크 저커버그도 한때는 프래터니티의 가입을 열망했다.

예부터 아이비리그엔 ‘프래터니티(Fraternity)’, 즉 남성 비밀 사교 클럽이 존재했다. 미국 대학의 독특한 문화 산물인 이 클럽엔 사회 지도층을 꿈꾸는 ‘특별한’ 학생들이 속해 있다. 바로 돈과 권력으로 중무장한 부유층 자제들과 날 때부터 머리에 후광이 드리워진 ‘특급 엘리트’들 말이다. 회원제로 운영하는 클럽은 정치가는 물론 이미 세계적 부호가 된 졸업생들과 연대해 친목을 다진다. 쉽게 말해 미국 사회 전반에 막강한 영향력을 끼친다는 소리다.
잘 모르겠거든 페이스북을 만든 마크 저커버그(Mark Zuckerberg)의 실화를 다룬 <소셜 네트워크>를 떠올려보자. 컴퓨터 천재 저커버그도 극 중 하버드 대학교의 비밀 클럽에서 학내 선남선녀들만 교류할 수 있는 ‘하버드 커넥션’이란 사이트의 제작을 의뢰받는다(이것이 ‘페이스북’의 시초다). 그리고 그 또한 하버드 대학교 프래터니티인 ‘파이널클럽(Final Club)’에 들어가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여기 회원이 되면 사회적 성공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파이널클럽 중 하나인 ‘스피’의 클럽하우스

아사나의 CEO 더스틴 모스코비츠는 마크 저커버그의 둘도 없는 인맥이다.

한때 T. S. 엘리엇과 반 위크 브룩스 같은 유명 작가가 속해 있던 팍스(Fox), 최근 여성에게 클럽 초대장을 보내 ‘성별 장벽’을 부순 스피(Spee), 선배의 질문에 답하지 못하면 영하의 날씨에 옷을 하나씩 벗어야 하는 신고식을 치른다는 피닉스SK(Phoenix SK) 등 총 8개의 연합체로 이뤄진 파이널클럽은 2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폐쇄적인 조직이었다. 기존 회원의 추천으로만 신입 회원을 받고, 비밀스러운 파티를 열 때도 회원과 게스트가 쓰는 출구와 방을 따로 만들어 관리했다. 또 소수민족과 인종에도 친교적이지 않다. 스피 클럽의 경우 1965년에 와서야 첫 흑인 회원을 받았을 정도로 뻣뻣하다. 하지만 이 클럽 회원들은 사회적 배타성을 조장한다는 비난에도 대부분 대성했다. 세계 최고의 부호 빌 게이츠와 프랭클린 루스벨트 전 미국 대통령,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과 그의 동생 로버트 케네디 전 미국 법무부 장관, 벤저민 브래들리 전 <워싱턴포스트> 편집장 등이 파이널 클럽의 회원이었다.
하버드 대학교에 파이널클럽이 있다면 미국 동부의 또 다른 명문인 예일 대학교에는 해골단(Skull and Bones)이 있다. 180여 년 전통의 이 클럽은 많은 회원을 받지 않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1년에 고작 10~15명 정도의 예일 대학교 최고 엘리트만 가입시킨다. 미국 최고 명문 예일 대학교 안에서도 재력과 지력을 겸비한 엘리트만 모이는 셈이다. 그간 이 클럽에선 부시를 포함해 역대 3명의 미국 대통령이 나왔다.
2011년 <포브스>는 미국 상위 500위 기업 CEO 중 25%에 달하는 인원이 대학 시절 명문 사교 클럽에서 활동했다고 밝혔다. 또 클럽에서 얻은 사회성과 선배들이 ‘뒤를 봐주는’ 관행의 환상적 컬래버레이션이 그들을 훗날 성공하게 했다는 분석까지 내놨다. 이런 분석은 어쩌면 명문대를 나와도 ‘인맥’의 끈을 제대로 잡지 못하면 종착지는 결국 비슷하다는 이야기로 들린다. 어찌 됐든 프래터니티에 속하면 서로를 ‘형제’라고 칭하며 자신이 속한 클럽의 기호가 새겨진 티셔츠를 입고 유대감을 드러낸다. 숙식과 파티, 여행, 봉사 활동 등 거의 모든 걸 함께하며 끈끈한 유대감을 내세운다. 이런 유대감이야말로 프래터니티에 가입하면 얻을 수 있는 최대 혜택이라 할 수 있다.
그럼 이제 한국의 얘기를 한번 해보자. 한국의 경우 아이비리그의 프래터니티와 달리 화려하거나 비밀스럽지 않은 것이 특징이라면 특징이다. 아이비리그의 대표적 프래터니티와 비견할 만한 유서 깊은 명문대 남성 사교 클럽은 사실 없다고 보는 게 맞다. 이는 중·고등학교 때부터 선후배와 친구들끼리 똘똘뭉치고, 그것으로 모자라 2년간의 군 생활로(자의든 타의든) 끈적이는 ‘전우애’까지 경험한 한국 남자들의 특수성이 작용한 탓도 크다. 하지만 너무 아쉬워하지 말자. 앞서 소개한 아이비리그의 프래터니티와는 느낌이 다르지만, 나름 끈끈한 친목을 다지는 사교 모임도 존재하니 말이다.
가장 눈에 띄는 건 2010년 서울대학교 공대생들이 주축이 되어 만든 ‘공우(SNU Tomorrow’s Edge Membership, STEM)’다. 미국 대학의 ‘아너 소사이어티’(명예 클럽)와 비슷한 개념으로 받아들이는 일종의 ‘교우회’로 봉사정신과 리더십, 국제 감각 등을 갖추는 걸 목적으로 하는, 그 설립 이념부터 아주 선량하고 훈훈한 학내 클럽이다. 심지어 설립 초기엔 지도 교수의 추천과 학부 석차 상위 10% 이내의 학생만 회원 가입 대상이었다고 하니, 엘리트 중에서도 엘리트만 모여 있는 건 두말할 필요 없다. 이들의 초기 기수 회원들은 지난 몇 년간 미국을 비롯한 해외 유명 대학과 국가 연구 시설에 진출해 있다고 알려졌다. 공우의 회장을 맡고 있는 이승훈 학생은 “점점 복잡다단해지는 21세기 사회에서 공학도로 살아가려면, 학술 교류는 물론 인적 네트워크까지 갖춰야 한다”며 클럽의 비전을 설명했고, 덧붙여 “앞으로 10년이 클럽에 가장 중요한 시기”라며 하루빨리 공우가 선후배를 끌어주는 인적 네트워크의 장이 되길 바랐다.
특정 대학의 사교 클럽은 아니지만, 35년에 달하는 짧지 않은 역사와 전통성으로 현재까지 여전히 활발히 활동하는 사교 클럽도 있다. 바로 1973년 첫 방송을 시작한 고교생 대상 퀴즈 프로그램 <장학퀴즈>의 출연자들이 만든 ‘수람’이다. 이 클럽은 1981년 국내외의 명문대에 갓 입학한 <장학퀴즈> 출연자들(현재 수람 1기)이 그들만의 친목 모임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결성했다. 초기엔 독서 토론이 모임의 주제였으나 갈수록 미술과 음악, 운동, 공연 관람 등으로 관심 대상이 바뀌어 현재는 온전히 ‘친목’을 다지기 위해 클럽을 운영하고 있다. 이 클럽 출신의 유명인으론 1기생인 김세직 서울대학교 교수를 비롯해 김두관 전 행정자치부 장관, 송승환 PMC프러덕션 대표 등이 있다. 수람 20기로 활동하고 있는 벤처 캐피털리스트 정상엽은 “어떤 사교 모임은 오히려 무목적성으로 운영하며 더 허울 없는 친교를 다지기도 한다”며 수람이 오랫동안 지속될 수 있었던 이유를 소개했다.
그런가 하면 국내엔 여전히 비공개로 활동하며 회원 명단조차 공개하지 않는 클럽도 존재한다. 고려대학교 출신 40대 기업 오너들이 주축이 된 사교 클럽 ‘크림슨포럼’이 그렇다. 한편 1993년 발족한 ‘푸른회’는 서울고등학교와 중앙고등학교 출신 재계 후손들 모임으로, 수람과 같은 학내 모임은 아니지만 국내의 언론과 법조계, 학계 등에서 50여 명의 회원이 활동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애초에 경기고등학교나 경기여자고등학교 등 명문 고교 출신 대학생들이 함께 독서하고 토론하는 모임이었다 점차 서울대학교와 이화여자대학교 출신으로 채워진 ‘명우회’는 6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지속되는 한국의 대표적 사교 클럽이다.
프래터니티에 들어가는 가장 큰 이유는 인적 네트워킹이다. 빌 게이츠 역시 사립 중·고등학교와 하버드 대학교를 졸업해 인맥 덕을 봤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빌 게이츠의 아버지도 “부모가 자녀의 인맥을 넓혀줘야 한다는 것이 교육 방침 중 하나”라고 밝혔다. 변호사인 그는 아들에게 자산을 물려주는 대신 인맥을 물려준 셈이다. 성공은 홀로 이루기 어렵다. 빌 게이츠와 마크 저커버그에겐 하버드 대학교 동창생으로 회사의 성장을 도운 스티브 발머와 더스틴 모스코비츠가 있었다. 부호들이 인맥 쌓기에 여전히 관심을 기울이는 건 바로 이 때문이다.

파이널클럽의 일화가 소개된 영화 <소셜 네트워크>

예일대학교 해골단 출신으로 알려진 미국 국무부 장관 존 케리

에디터 이영균 (youngkyoon@nobless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