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당백
재킷 안에서 혹은 단 하나만으로 빛을 발하는 셔츠의 매력을 4인의 남자에게 물었다.

1 코튼 소재의 더블브레스트 슈트 Lerici, 샴브레이 소재의 원피스 칼라 셔츠 Steady-State, 에이비에이터 선글라스 8000 Eyewear, 손목시계 Breguet, 벨지언 로퍼 Bow-Tie.
2 울 섬유를 세 가닥 꼬아 만든 실로 원단을 직조해 구김이 잘 생기지 않는 네이비 슈트 Sartoria Jun, 라운드 탭 칼라 셔츠 Steady-State, 라운드 안경 Lindberg, 손목시계 Breguet, 날렵한 실루엣의 옥스퍼드 슈즈 Corthay.
전정욱 한석인터내쇼날 대표
“나이에 어울리는 복장이 있습니다. 그것에 가능한 한 충실하려고 노력하죠. 나이와 직업, 옷차림 간에 이질감이 생기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니까요.” 전정욱 대표는 슈트가 남자의 무기라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주말을 제외하고, 그는 평소 슈트를 즐겨 입는다. 하지만 뭇 남성의 뻔한 슈트 룩과 달리 전정욱 대표의 슈트 룩에는 섬세하고 세련된 분위기가 감돈다. 기본적으로 자신의 체형에 완벽하게 맞는 슈트를 택하되, 셔츠와 슈즈, 안경으로 상황과 분위기에 따라 변화를 주는 것. 그가 지난여름 맞춰 입은 화이트 슈트는 피크트 칼라, 더블브레스트까지 화려한 디테일을 갖췄지만, 크림빛이 감도는 코튼 소재를 택해 드레시한 분위기를 중화시킨다. 앞섶을 느슨하게 오픈한 원피스 칼라 셔츠, 발목을 드러내는 벨지언 슈즈 역시 여름날 잘 어울리는 산뜻한 멋을 담는다. “원피스 칼라는 넥밴드를 높게 만들어 입습니다. 그래야 단추를 많이 풀어 입어도 벌어져 보이지 않으니까요.” 탭 칼라 셔츠는 포멀한 슈트에 매치한다. “영화 <007>을 보면 타이 매듭을 치켜 올리고 여자에게 다가서는 신사의 모습을 볼 수 있죠. 옆에 서 봤을 때 아치를 그리는 타이 형태는 한층 우아한 인상을 줍니다. 탭 칼라는 타이 매듭이 탭에 의존해 항상 아치를 유지해요. 옷매무새를 단정하게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그는 슈트에 입을 셔츠는 최대한 많을수록 좋다고 조언했다. 똑같은 슈트를 여러 벌처럼 응용할 수 있는 가장 경제적인 방법이기 때문이다.

3 하와이안 셔츠 EEL, 화이트 티셔츠 Birthdaysuit, 빈티지 501 데님 팬츠 Levi’s, 양말 Polo Ralph Lauren, 스니커즈 Vans, 안경 Soe, 뱅글 North Works, 워치 Citizen, 링 Bulletto.
4 오버사이즈 셔츠 Name, 인디언 핑크 컬러 티셔츠 Birthdaysuit, 딥 그린 컬러 팬츠와 브라운 가죽 벨트 모두 Sofie d’Hoore, 베지터블 가죽 샌들 Vanni, 손목시계 Jaeger-LeCoultre.
정성묵 아이엠샵 대표
“옷을 보여주기 이전에 이야기를 담고 싶어요. 저는 상상하길 좋아하고, 제가 잘 아는 것도 그거니까요.” 정성묵 대표는 스무 살 무렵 옷이 좋아 빈티지 옷 가게를 열었다. 탁월한 사업 감각과 옷에 대한 애정으로 5년 전부터는 남성 편집매장 아이엠샵을 운영 중이다. 그사이 많은 편집숍이 뜨고 잊혀갔지만 아이엠샵은 써네이, 소피드훌레처럼 보기 드문 브랜드 셀렉션으로 확고히 자리매김했다. 매 시즌 파리 컬렉션에 바이어로 직접 참석하는 그는 떠나기 전 가상의 인물을 설정한다. 그 인물이 A와 B, C라는 각기 다른 컨셉의 공간에서 어떻게 어우러질지 상상하며 옷을 선택한다. “올여름에는 쳇 베이커를 떠올렸어요. 그의 체형, 이기적인 성격, 남들보다 잘하고 싶은 욕심 등을 생각했죠. 그렇게 머릿속에 떠올린 이미지에 맞춰 행어에 옷을 걸어요.” 경향에 대해 분석적으로 접근하기보다는 늘 ‘내가 입고 싶은 옷’을 떠올린다는 그의 쿨한 태도는 옷을 입는 방식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평소 옷을 입을 때 힘의 강약을 조절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그래야 보는 눈이 편안하니까요. 셔츠는 무늬나 형태에 따라 힘을 주거나 빼기 좋은 아이템이에요. 강렬한 프린트로 옷차림의 주인공이 될 수도 있고, 담담한 색과 실루엣으로 다른 아이템의 배경이 되기도 하죠.” 여전히 상상하는 일이 즐겁다는 그는 얼마 전 자신의 브랜드를 런칭했다. 토털 룩을 선보이는 벌스데이수트와 P47이라는 모자 전문 브랜드가 바로 그것. “사진 찍는 걸 좋아해요. 직접 찍은 영상과 화보를 보여주는 웹 저널

5 팬츠 Big Union, 선글라스 Ray-Ban, 다이버 워치 Suunto, 스니커즈 Excelsior, 하와이안 셔츠와 티셔츠, 버킷 해트는 본인 소장품.
6 브라운 컬러 리넨 슈트 Sartoria Vanni, 연한 블루 컬러 드레스 셔츠 Takizawa Shigeru Maestro, 타이 Tie Your Tie, 포켓스퀘어 Cesare Attolini, 안경 Rimrock, 팔찌 Paolo Vitale, 태슬 로퍼 Zampiere.
박하빈 LF 마에스트로 MD
박하빈은 LF 마에스트로에서 상품 기획을 담당한다. 매 시즌 어떤 옷을 선보일지 그 초안을 그리는 일이다. “2017년 F/W 시즌부터는 일본의 유나이티드 애로스에서 다년간 모델리스트로 활약한 다키자와 시게루가 패턴을 디자인한 컬렉션을 새롭게 출시해요. 한국 사람의 체형에 관한 연구 결과를 반영한 슈트죠. 기획자인 동시에 옷을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서 요즘 이 일을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 만큼 보람을 느낍니다.” 직장 생활 3년 차지만 여전히 일이 즐겁고 만족감을 느낀다는 그는 사랑하는 아내, 친구들과 함께하는 날이면 좀 더 특별한 휴일을 기획한다. “Rooftop Diners Club을 의미하는 RTDC는 식문화를 탐구하는 모임이에요. 매달 다른 주제로 음식을 더 맛있고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요. 단순히 먹고 즐기는 행위에서 나아가 여러 사람과 음식에 대한 이야기를 공유하는 시간을 만들어보는 거죠.” 어린 시절부터 슈트에 대한 애정이 남달라 근무 복장이 자유로운 환경에서도 슈트를 즐겨 입지만, 다양한 음식을 즐기듯 휴일에는 좀 더 자유로운 옷차림을 택한다. “같은 음식만 먹으면 지루한 것처럼 옷도 저마다 다른 매력과 재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재킷에 입는 셔츠도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하와이안 셔츠처럼 그 자체로 매력적인 아이템도 즐길 수 있어야 하죠. 특히 여름에 입는 셔츠는 색과 무늬가 화려해 골라 입는 재미가 있어요. 편안한 분위기를 내기에도 제격이죠.”

7 다크 블루 컬러 데님 셔츠와 네이비 팬츠, 실크 스카프, 베이지 컬러 브리프케이스 모두 Boss Men, 스웨이드 로퍼 Breuer, 금테 안경 Rawrow, 팔찌 Speedometer.
8 스트라이프 셔츠 Kwakhyunjoo Collection, 스트로 해트 White Sands, 스트라이프 패턴 더플백 Metrocity, 화이트 스니커즈 Crucial, 티타늄 안경 Rawrow, 티타늄 다이버 워치 Scubapro, 화이트 팬츠는 본인 소장품.
김영권 제남한씨 성형외과 의사
김영권은 중국 산둥성 지난에서 성형외과 의사로 활동 중이다. 한 달의 반은 중국에 머무르며 진료하고, 보름은 한국에서 대한미용레이 저학회의 국제학술이사를 겸임하고 있다. 올해 서른다섯 살인 그는 학회에서 활동하는 이들 가운데 가장 어린 나이에 이사직에 오를 만큼 그 능력을 인정받았다. “이 일을 시작할 때 저 역시 학회의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그때의 저처럼 지금 새롭게 시작하는 후배들을 이끌수 있는 선배가 되고 싶습니다.” 두 나라를 오가며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지만, 누군가를 더 아름답게 하는 일에 몸담고 있는 만큼 자신을 관리하는 것 역시 게을리하지 않는다. 그 때문에 그는 운동과 패션에도 관심이 많다. 무더운 여름에는 간편하면서도 단정해 보일 수 있는 셔츠를 가장 즐겨 입는다. 루스한 실루엣보다는 탄탄하게 관리한 몸이 돋보일 수 있도록 슬림한 피트를 고른다. 이런 세련된 스타일을 유지하는 데에는 지인들의 조언도 큰 도움이 된다고 그는 말을 이었다. “고등학생 시절에는 열심히 밴드 활동을 했어요. 본래 예술 분야에 관심이 많았죠. 사회로 나온 지금도 여전히 예술과 패션계에 종사하는 분들과 폭넓게 교류하고 있어요. 본업과 관련된 영역이 아닌 다른 분야의 사람들과 어울리는 일도 삶에 큰 활력을 주니까요.”
에디터 정유민(ymjeong@noblesse.com)
사진 장호(인물) 헤어 최은영 메이크업 유혜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