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으로의 초대
일상을 풍성하게 채워주는 뷰티 브랜드의 컬처 이벤트
눈부신 컬러의 향연을 즐기고, 향긋한 향기에 취하고, 피부에 사르르 녹아드는 크림의 텍스처를 만끽하는 것만이 뷰티 라이프에서 누릴 수 있는 수혜일까? 요즘 코스메틱 브랜드에서 진행하는 이벤트를 눈여겨본다면 이 질문에 대한 답은 ‘그렇지 않다’. 일상의 재미와 힐링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즐기는 소비자의 마음을 열고자 각 브랜드에서 크고 작은 문화 이벤트를 개최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 히스토리 오브 후의 한복 패션쇼

2015년의 <설화문화전> 포스터
전통이 깃들다
가장 오래된 뷰티 브랜드의 컬처 이벤트를 꼽으라면 설화수의 <설화문화전>일 것이다. 2003년, 전통문화를 알리고 후원하기 위해 설화수에서 40여 명의 문화 예술인과 함께 조직한 ‘설화문화클럽’의 메세나 활동이 지난 2009년부터 <설화문화전>으로 진화했다. 옹기, 활, 공예 등 매년 하나의 주제를 정해 전통문화의 가치를 재조명하는 전시를 개최하는데, 전통과 현대의 조화를 중시하는 브랜드답게 자칫 고루하게 여길 수 있는 주제를 세련되게 풀어낸다. ‘백일홍 이야기’를 주제로 한 지난 2015년 <설화문화전>만 봐도 이 같은 특징에 공감할 수 있다. 설치 공예 그룹 모노컴플렉스, 인터랙티브 아티스트 팀보이드, 디자이너 서동주 등 젊은 현대미술 작가 11팀이 기발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오래전부터 입에서 입으로 전해 내려온 이야기를 재해석한 전시로, <설화문화전> 역사상 가장 많은 관람객인 무려 8000여 명이 다녀갔다. 이는 전통문화를 소개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전통과 현대를 조화롭게 버무려 세대 간 공감의 장을 마련하고자 한 설화수의 오랜 노력이 결실을 맺은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우리 전통을 계승하고자 기획한 문화 이벤트는 또 다른 한방 뷰티 브랜드 더 히스토리 오브 후에서도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궁중 화장 문화’를 컨셉으로 하는 브랜드답게 궁궐에 포커스를 맞춘 것이 특징. 작년에는 창경궁의 야간 개장 기간에 왕실의 아름다움을 감각적으로 재해석한 미디어 아트 전시 <창경궁 달빛 아래>를 선보였고, 올해는 궁중 문화 캠페인 ‘왕후의 사계’를 진행 중이다. 이 캠페인의 취지는 한국을 대표하는 4대 궁(경복궁, 창덕궁, 창경궁, 덕수궁)의 보존 및 관리를 후원하는 것. 또한 궁의 아름다움을 알리기 위해 계절에 따라 문화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다. 지난봄에는 따사로운 햇살이 내려앉은 덕수궁의 석조전 앞마당에서 국악 연주회를 열었으며, 여름에는 경복궁의 홍례문 앞에서 한복 디자이너 김혜순의 화려한 궁중 복식 패션쇼를 개최해 궁을 찾은 국내외 관광객의 눈이 호사를 누리기도 했다. 때로는 수정전에서 해금 공연을 열어 국내외 관광객의 귀를 즐겁게 해주기도 한다.
깨끗한 물을 보호하면 행복이 흐른다는 문구가 인상적인 아베다의 포스터
에코 뷰티의 첫걸음
환경보호에 앞장서는 뷰티 브랜드의 이벤트는 참여하는 것만으로 아름다운 ‘지구 수비대’가 되는 기회를 제공한다. 지난 6월, 용산가족공원에서 열린 ‘행키시네마’가 대표적이다. 공원에서 영화를 보며 로맨틱한 시간을 보내는 이 한여름 밤의 영화제 입장 티켓은 뷰티 브랜드 이니스프리에서 나눠준 에코 손수건! 휴지 대신 손수건을 쓰는 습관을 통해 나무와 숲을 살리자는 취지로 진행한 행사다. 지구의 달인 4월에는 아베다에서 개최하는 ‘물을 위한 걷기 대회’가 열린다. 개발도상국 여인과 어린이들이 물을 구하기 위해 하루 동안 걷는 평균 거리인 6km를 걷는 행사로, 그 거리를 몸으로 느끼면서 깨끗한 물의 소중함을 깨닫게 하는 것이 취지다. 참가자들의 완주로 적립된 기부금(1인당 1만2000원)은 물 부족 국가에 기부한다. 지난 2011년부터 아베다는 이 기부금을 국제 구호 개발 NGO인 ‘팀앤팀’에 전달해 아프리카 수단, 케냐 등의 작은 마을에 지하수 개발을 지원했고, 남수단 난민 캠프의 난민을 위해 식수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세계 곳곳에 깨끗한 물을 제공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 지난 4월에는 러쉬의 직원과 소비자들이 명동 한복판에서 벌인 누드 퍼레이드가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 파격적인 퍼레이드는 환경 사랑을 실천하기 위한 러쉬의 작은 움직임. 실제로 러쉬 제품 중 대부분이 따로 포장지가 없는 ‘벌거벗은’ 제품이다. 고체 샴푸 ‘샴푸 바’ 하나로 액상 샴푸 3개를 사용하는 것과 같은 기간 동안 사용할 수 있다. 이 제품을 사용하는 것으로 빈 병 3개를 절약할 수 있는 것. 또한 한 대의 운송 트럭에 실린 샴푸 바로 80만 번 머리를 감을 수 있는 데 비해 액상 샴푸로 80만 번 머리를 감으려면 무려 15대의 운송 트럭이 매연을 내뿜어야 한다니, ‘벌거벗은’ 뷰티 제품의 위력을 실감할 수 있지 않은가! 옷을 벗고 앞치마만 두른 채 명동을 활보한 누드 퍼레이드의 참여자들은 포장은 쓰레기일 뿐, 과대 포장으로 인해 발생하는 방대한 양의 쓰레기를 줄이자며 환경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웠다. 러쉬의 누드 퍼레이드를 단지 검색어에 오르내린 이슈만으로 넘길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니스프리의 ‘행키시네마’
과대 포장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운 러쉬의 누드 퍼레이드
VVIP 고객을 위한 라프레리의 클래식 콘서트

전 세계 여성을 응원하는 랑콤의 ‘우먼스 데이’ 캠페인
문화 충전 프로젝트
패션업계에서 구찌 하우스가 ‘차임 포 체인지 캠페인’을 통해 여성의 권익 향상에 애쓰고 있다면, 뷰티업계에서는 랑콤이 대표적인 브랜드다. ‘세계 여성의 날’이 있는 매년 3월, 랑콤은 여성의 행복을 응원하는 특별한 행사를 벌인다. 경력 단절 여성의 심리 분석과 스트레스 진단을 무료로 해주는가 하면, 재취업에 성공한 여성에게 소정의 선물을 지원하기도 한다. 올해는 국내 유명 아티스트들이 참여한 ‘우먼스 데이’ 콘서트를 개최해 열정을 잃고 심신이 지친 여성들에게 충전의 시간을 선사했다. 럭셔리 코스메틱 브랜드에서는 소규모의 비밀스러운 문화 이벤트를 준비하기도 한다. 라프레리에서는 VVIP 고객을 클래식 콘서트에 초대해 공연 관람에 이어 식사를 제공하는 우아한 이벤트를 무려 10년 동안 진행 중. 시슬리는 도슨트와 함께하는 갤러리 투어를 비롯해 다양한 예술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At+rSisley’로 VVIP 고객을 만족시키고 있다. 일상을 풍성하게 채워주는 뷰티 브랜드의 문화 충전 프로젝트. 물론 브랜드 입장에서는 이러한 이벤트를 통해 브랜드가 추구하는 가치를 소비자와 공유하고, SNS 노출 빈도를 늘리며, 고객의 브랜드 호감도를 높이는 등 다양한 효과를 기대할 것이다. 하지만 그 이유가 무엇이든 그것이 중요할까? 우리는 제대로 쉬고 제대로 즐기는 방법을 알려주는 뷰티 브랜드의 ‘일상으로의 초대’를 유쾌하게 받아들이고 누리기만 하면 된다. 즐거움이 깨어날 때 아름다움의 효능도 높아지는 법. 게다가 대부분의 이벤트가 의미 있는 채리티로 이어지니, 일석삼조란 이를 두고 하는 말이 아닐는지.
에디터 | 이혜진 (hjlee@noblesse.com)
글 | 이정민(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