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LETTER

노블레스 매거진의 뉴스레터를 신청해보세요.
트렌드 뉴스와 이벤트 소식을 가장 빠르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닫기

일이냐 여행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MEN

비즈니스 트립’이라는 말은 시적 모순과 같다. ‘일’과 ‘여행’은 타협 불가능하거나 서로를 회피하며 다른 곳을 바라보는 단어 아닌가. 차선책은 둘 사이를 적절히 중재하는 일뿐.

일과 여행에 관한 행동 패턴은 현대인이 어떻게 ‘밥벌이의 괴로움’을 극복하며 삶의 균형 을 조율하느라 애쓰는지 보여준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일과 여행을 합친 ‘비즈니스 트립’ 은 단어 자체가 비극의 주인공처럼 태생적 모순을 짊어지고 있다. 비즈니스 트립을 앞두 고 누구나 한 번쯤 이런 고민에 빠져봤을 터. ‘일이냐 여행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몇 년 전부터 관광업계에는 비즈니스 트립의 달라진 트렌드를 반영한 신조어가 속속 등장했다. 가장 섹시한 단어의 왕좌는 ‘블레저(bleisure)’가 차지했다. 비즈니스와 여가(leisure) 혹은 즐거움(pleasure)을 결합한 이 단어는 왠지 모르게 바닷바람에 흔들리는 야자수 잎이 눈앞에 아른거리는 것만 같다. 이런 것이 마케팅의 힘 아닌가. 뷰티업계가 새롭게 떠오른 남성 소비자를 유혹하기 위해 ‘메트로섹슈얼’이라는 정체불명의 단어를 사용한 것처럼, 관광업계도 일과 여행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스마트한’ 젊은 근로자를 사로잡 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비즈니스 트립이 또 하나의 ‘라이프스타일’로 자리 잡은 상황 에서 더욱 생산적으로 일을 처리하고, 색다른 영감을 얻는 여행을 즐기는 방법은 무엇일까? 여기 소개하는 4개 문장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쉽게 실천하기 어려운 것이다. 모두 여행의 즐거움을 누리자는 간결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 문장들 사이를 가로지르는 더욱 자명한 사실은 비즈니스 트립의 주인공이 당신이라는 점이다.

지갑을 열게 한 물건을 SNS에 맘껏 자랑해보자. 열심히 일한 당신에게 그 누가 돌을 던지겠는가.

1 비즈니스 트립, 피할 수 없다면 즐기자
알랭 드 보통은 <여행의 기술>에서 여행이라는 행위의 긍정적 의미를 이렇게 서술했다. “행복을 찾는 일이 우리의 삶을 지배 한다면, 여행은 그 일의 역동성 -그 열의에서부터 역설에 이르기까지-을 그 어떤 활동보다 풍부하게 드러내준다. 여행은 비록 모호한 방식이기는 하지만, 일과 생존 투쟁의 제약을 받지 않는 삶이 어떤 것인지 를 보여준다.” 하지만 그의 문장을 거꾸로 뒤집어보면, 누군가에게 비즈니스 트립은 “일과 생존 투쟁의 제약”을 24시간 받는 현대인의 불행한 삶을 적나라하게 전시한 최악의 로케이션이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피할 수 없다면 즐기는 방법을 찾고, 비즈니스 트립 자체를 다른 각도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관광업계에서 당신의 비즈니스 트립은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정확히 말해 비행기 티케팅부터 호텔 서비스까지, 비즈니스 트립의 모든 과정을 포함한다. 미국의 유명 저널리스트 엘리자베스 베커는 <여행을 팝니다>라는 저서에서 거대한 비즈니스 영역이 된 여행의 실태를 낱낱이 분석했다. 여행의 사방팔방 에서 수익을 창출할 방법에 촉을 세우는 관광산업에서 지난 10년간 최대 수익 사업은 각종 대회(컨벤션)와 회의 등 비즈니스 트립 관련 영역이다. 그녀는 대표적 사례로 라스베이거스를 꼽는다. ‘베이거스에서 일어난 일은 베이거스에 남는다’는 말은 MICE(미팅, 인센티브, 콘퍼런스, 전람회의 줄임말)의 수도로 일컫는 라스베이거스의 표어로, 도시의 성격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당신이 떠난 곳이 라스베이거스는 아닐지라도, ‘출장지에서 일어난 일은 출장지에 남는다’는 문장을 마음에 새겨보자. 몸까지 한결 가벼워지지 않는가.

2 스마트 기기, 스마트하게 활용하자
각종 스마트 기기는 우리가 세상을 보고 느끼고 활용하는 방식과 태도를 180도 전환시켰다. 일과 여가의 균형을 잡는데 스마트 기기는 중심축 역할을 한다. 여행 중 스마트 기기로 길이나 주변 식당을 찾고, 무료로 전화 통화를 하고, 호텔과 택시를 예약하면서 시간과 돈을 절약할 수 있다. 또한 서류 편집과 프레젠테이션 작업을 실시간 진행하면서 업무의 효율성도 높일 수 있다. 다만 여행의 즐거움을 온전히 누리고 싶은 사람이라면, 스마트 기기가 발에 찬 쇠고랑처럼 무겁게 느껴질 것이다. 스마트 기기로 24시간 끊임없이 업무가 지속되는 상황을 견디는 일은 여행지에서 낯선 환경에 적응하며 발생하는 물리적 피로감을 압도한다. 글로벌 호텔 & 리조트 풀만(Pulman)과 여론조사업체 IPSOS의 조사에 따르면, 43%에 가까운 여행자가 여행 중에도 일하기 위해 가방에 스마트 기기를 챙긴다고 답했다. 이런 사정을 모를 리 없는 관광업계는 여행의 ‘참맛’을 느끼게 해줄 프로그램 개발에 힘쓰고 있다. MGM 리조트 인터내셔널은 ‘#DigitalDetox 캠페인’을 전개하기도 했다. 방문객이 모든 스마트 기기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스파 시설에는 아예 스마트 기기를 가져오지 못하게 하는 호텔도 생겼다. 스마트 기기를 똑소리 나게 이용하는 방법은 언제 전원을 켜고 끄느냐에 달렸다.

3 노트, 펼치고 원하는 것을 적어라
2014년 브리지스트리트 글로벌 호스피 탤러티(BridgeStreet Global Hospitality)가 국제적 도시를 오가는 640여 명의 여행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블레저 리포트’는 비즈니스 트립의 달라진 양상을 잘 보여준다. 전체 응답자 중 96%가 비즈니스 트립을 통해 전혀 다른 문화를 경 험하고 지식을 얻을 수 있었다고 답했다. 당신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들 중 60%는 일과 여행을 함께 하는 ‘블레저’ 여행자였다. “당신은 이곳에 일 때문 에 왔나요, 여행하러 왔나요?”라는 질문에 “둘 다” 라는 답변이 지극히 편하고 자연스러워진 셈. 30%는 업무 일정 외에 이틀 정도 휴가를 덧붙인다고 한다. 46%는 비즈니스 트립의 매일 또는 거의 모든 날에 자유 시간을 즐긴다. 인기 많은 블레저 활동으로 는 주변 구경, 맛있는 음식 먹기, 문화 예술 관람이 꼽혔다. 방문할 도시에서 해당 시기에 어떤 문화 행사가 열리는지, 가볼 만한 전시나 멋진 풍경은 무엇인지 리서치해보는 것만으로 비즈니스 트립을 다채롭게 채울 수 있다. 응답자 중 상당수는 회사 경비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전제로 비즈니스 트립에 과감히 가족과 동행한다고 답했다. 자, 이제 당신이 비즈니스 트립에서 기대하는 것이 무엇인지, 노트를 펼치고 솔직한 내용을 적어보자. 블레저의 출발점은 허심탄회하게 원하는 것을 말하는 일이다. 회사의 비즈니스 트립에 관한 규정을 확인하고, 당신이 원하는 추가 사항을 이야기하자. 눈치 보지 않고 떠나는 여행이야말로 진짜 여행 아닌가.

4 SNS, 상상 속 여행이 현실이 되는 방법을 찾다
우리는 대부분 비즈니스 트립에서 일과 여행 중 어쩔 수 없이 일에 방점을 찍는다. 출장지에서 업무가 돌덩이처럼 어깨를 짓누르는 상황을 미리 상상하며, 여행을 떠난다는 설렘의 싹을 애초에 잘라버리는 일은 당신도 한 번쯤 겪어봤을 것이다. 낯선 환경에서 성공적으로 업무를 마무리해야 한다는 중압감은 배로 커진다. 그런데 당신의 기대감을 극대화해보면 어떨까? 불만은 집어치우고, 맘껏 누리며 즐기고 자랑하는 것이다. 한 친구가 2주간 떠날 출장 이야기를 꺼냈다. 목적지는 파리, 밀라노, 뉴욕. 곁에 있던 친구들 모두 부러움의 탄성을 내질렀지만, 친구는 시무룩한 표정으로 한숨을 쉬며 말했다. “어차피 일 때문에 가는 건데, 뭐.” 하지만 막상 친구가 출장지에서 단체 채팅방에 보내준 사진이나 자신의 SNS에 올린 사진을 보자, 그는 그 어느 때보다 활짝 웃고 있었다. 그가 여행을 충분히 즐기고 있다는 증거자료로 손색없었다. 당신도 그 사진속 또 다른 주인공이다. SNS는 여행의 체험을 더욱 풍성하게 해준다. 방문할 장소에 미리 다녀온 사람들이 올린 사진을 검색하며, 당신이 원하는 여행의 밑그림을 시뮬레이션할 수 있다. 비즈니스 트립을 다녀온 후라면, 이번 일정의 충실한 아카이브 기능을 수행하게 될 것이다. 출장지에서 만난 사람과 오감을 자극한 음식, 마음을 뛰게 한 풍경, 지갑을 열게 한 물건을 SNS에 맘껏 자랑해보자. 열심히 일한 당신에게 그 누가 돌을 던지겠는가.

에디터 노블레스 편집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