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LETTER

노블레스 매거진의 뉴스레터를 신청해보세요.
트렌드 뉴스와 이벤트 소식을 가장 빠르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닫기

자동차, 미래 도시 그리고 아우디

LIFESTYLE

아우디의 루퍼트 슈타들러 회장이 말했다. “도시를 예측하는 것이 가능해진다”고. 단, 네트워크화된 모빌리티 기술이 받쳐줘야 한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언뜻 들어도 쉽지 않다. 수천, 수만 대의 자동차가 가득 메운 현대 도시에서, 날이 갈수록 디지털화되는 자동차로 새로운 도시를 꿈꿀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다’. 그 비전을 가늠하고 긍정적 미래를 내다보는 자리에 <노블레스>가 다녀왔다. 지난 11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2014 아우디 어번 퓨처 어워드’다.

2014년 어워드에서 우승한 멕시코 시티 팀과 아우디의 루퍼트 스타들러 회장(맨 왼쪽)

서울 팀 멤버 유영규, 황성걸, 조택연(왼쪽부터)

자동차는 참 아이러니한 첨단 산물이다. 현대사회에 없어선 안 된다는 걸 누구도 부인할 순 없지만, 지속 가능한 미래를 준비해야 할 인류에게 위협이 되기도 한다. 많은 이가 좀 더 멋지고 빠르며 강력한 차를 꿈꾸지만 그 디자인과 성능을 도로 위에서 과감히 발휘하기 힘들고, 오히려 차 안에서 보내는 시간을 힘들어하는 게 현실이다. 의식 있는 21세기의 시민이라면 고성능 차의 낮은 연비와 높은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친환경에 역행한다는 사실도 모르지 않는다. 마치 쉽게 해결점을 찾을 수 없는 뫼비우스의 띠 같다. 이런 사실을 간파한 아우디는 친환경 차를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미래를 내다볼 수 있을 만한 묘안을 짰다.
현대의 도시 라이프를 사는 다양한 전문가를 적극 참여시켜 어번 모빌리티, 즉 도시 이동성에 대한 새로운 가능성과 해결책에 대한 연구를 시작한 것이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2010년부터 시작한 프로젝트 ‘아우디 어번 퓨처 어워드’다. 전 세계 주요 대도시의 도시 설계사, 건축가, 사회학자, 모빌리티 전문가 등을 모아 ‘아우디 어번 퓨처 이니셔티브’라는 포럼을 구성하고, 매년 ‘이동성’에 대해 연구 및 토론 후 각자의 솔루션을 발표해왔다. 그리고 이 중 가장 눈에 띄는 연구 성과를 보여준 한 팀을 선정해 시상한다. 2014년 프로젝트에는 ‘21세기 모빌리티 혁명’을 화두로 베를린, 보스턴, 멕시코시티와 함께 서울이 선정되었다. 이들은 ‘자동차가 도시를 만든다’는 모토 아래 새로운 모빌리티 컨셉을 개발했으며, 이 과정에서 도시 개발과 사회 및 기술 문제를 폭넓게 다뤘다.
중간 심사에서 서울 프로젝트 팀이 가장 좋은 점수를 받았다는 소식이 들려온 후 11월 10일로 잡힌 시상식에 참석하기 위해 독일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서울의 연구는 문화기술학자이자 경험 전략가인 홍익대 산업디자인 전공 황성걸 교수를 주축으로 해 도시 설계 전문가인 조택연 교수, 글로벌 브랜드를 위한 디자인 개발을 하고 있는 제품 디자이너이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유영규 등이 참여했다. 베를린 시내의 한 건물, 아우디의 루퍼트 슈타들러 회장과 임원, 전 세계 프레스가 모인 자리에서 이들 4개 도시 팀이 미래 이동성에 관한 연구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첫 주자였던 서울 팀은 황성걸 교수의 발표로 진행됐다. 모든 것이 네트워크로 연결된 환경에서 자동차가 어떤 식으로 궁극의 모바일 디바이스가 될 수 있을지에 대한 연구였다. 보스턴 팀은 자동 주차 같은 최첨단 자동차 관련 기술이 도심 환경에 여유 공간 제공과 효율성 측면에서 어떠한 긍정적 결과를 가져올지에 대해, 멕시코시티 팀은 좀 더 살기 좋은 도시 환경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고, 다양한 사람을 참여시켜 문제를 해결하는 크라우드 소싱(crowed-sourcing) 기법을 바탕으로 교통 상황과 이동성 시스템에 대해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마지막으로 베를린 팀은 각기 다른 특성을 지닌 자동차들이 어떻게 도시 전체 모빌리티에 긍정적으로 기여할 수 있을지에 대한 연구 결과를 보여줬다. 심사는 도시 설계, 건축, 사회학, 이동성 분야의 전문가 9명이 맡았고, 혁신성과 실현 가능성, 지속 가능성, 다른 도시에서의 적용 가능성 등의 항목에 따라 이루어졌다. 최우수 프로젝트로 뽑힌 우승 팀은 멕시코시티. 멕시코시티 팀이 제안한 시스템의 핵심은 자동차 사용자가 제공하는 개별적 이동 관련 정보를 상호 공유하고, 교통 계획의 정보로 활용하는 데이터 플랫폼에 대한 아이디어다. 심사위원들은 이 제안이 현재 구현 과정에 있다는 점, 아직 발전도상에 있는 나라의 도시가 안고 있는 이동성의 시급한 문제에 대해 명확하면서 현실적인 해법을 제공했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서울 팀 연구의 모티브가 된 강남 도심의 모습

올해 처음으로 프로젝트를 제안한 서울 팀의 연구는 자동차 기술의 디테일한 측면보다는 사람의 감정에 근거한 인문학적 관점으로 진행한 연구라 흥미로웠다. 서울 내에서도 전 세계적 메가 히트를 기록한 K팝 ‘강남 스타일’로 세계인의 뇌리에 각인된, 한국 발전과 트렌디한 변화의 중심지인 ‘강남’ 지역에 주목했다. 50만 명 이상의 인파로 붐비고, 명품 플래그십 스토어와 디자이너 부티크, 카페와 술집 등 화려한 위락 시설과 초고층 빌딩이 즐비하며, 최고급 수입차가 넘쳐나는 도로. 이것이 강남 특유의 풍경이다. 성공 지향적인 한국인, 특히 강남을 찾는 사람들은 세련되고 비싼 차로 부와 사회적 지위를 표출한다. 그러면서도 복잡하게 정체된 강남 도심의 한정된 공간인 차 안에서 보내는 시간을 지루해하고 힘들어한다.
서울 팀은 이러한 강남 지역의 특성이 ‘도시 이동성(urban mobility)’과 밀접한 연결고리를 갖고 있다고 판단했다. 강남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방식과 용도를 비롯한 행동 패턴을 통해 그에 대해 어떤 가치를 갖는지 관찰·분석했고, 이들의 라이프스타일과 문화적 인식을 반영한 미래 자동차 개념을 연구한 것.
그들이 연구한 미래 자동차의 주요 역할은 2가지다. 첫 번째는 디지털 도시에 사는 이들의 소통과 상호작용을 위한 매개체로서, 다른 하나는 도시 생활을 즐겁게 하는 엔터테인먼트 수단으로서의 자동차. 이 연구에서 이상적으로 제시한 미래 자동차의 개념은 무인 운전 자동차다. 무인 자동차는 소통 창구이자 재미와 만족을 느낄 수 있는 가상의 공간이 될 수 있다. 미래에는 더 이상 높은 지위를 자동차의 크기나 성능 따위로 판단할 필요 없다. 기술적으로 무인 운전이 가능해지면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사용자 경험’이 생겨나기 때문이다. 운전자는 순식간에 자유의 몸이 된다. 그리고 운전에 집중하던 차 안에서 시간을 온전히 다른 활동으로 채울 수 있게 된다. 자동차에 오락적 가능성을 부여한 것이다. 덕분에 자동차 실내는 도시와 접점을 이룰 수 있는 공간, 소셜 디바이스나 가상의 경험 시스템으로 변화한다. 가상 경험 시스템은, 이를테면 이런 거다. 통합 롤러코스터 모드를 통해 교통 정체가 심한 경우 자동차를 곡선으로 회전시키고 승객을 흔들면서 롤스코스터처럼 느끼게 해준다. 극단적 아이디어지만, 창의적인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서울 팀은 이러한 프로젝트를 통해 물질의 상징 중 하나인 자동차를 좀 더 가치 있는 주요 매체로 탈바꿈시켰다.

 

 

서울 팀이 프로젝트를 설명하기 위해 준비한 발표 자료

“물질주의가 나쁜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더 비싸고 좋은 것, 더 재미있는 것을 찾는 게 인간의 본능이고 감성이니까요. 그걸 부인하는 대신 현실을 수긍하고 오히려 긍정적 에너지로 전환하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innovation’의 의미를 거창하게 두지 않았어요. 땅속부터 뒤집고 갈아 터널을 만들기보다는, 인간이 근본적으로 행복해지는 걸 통해 혁명을 이루는 것을 고민한 거죠. 인간 중심으로, 인문학적으로 접근했습니다.” 시상식이 끝나고 만난 황성걸 교수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이상적인 미래의 자동차를 얘기할 때 으레 나오게 마련인 친환경이라는 화두는 이제 어쩌면 너무나 당연하고 조금은 식상하기까지 하다. 물론 이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멈추지 말아야 함은 변함없다. 다만 서울 팀은 기술적으로 가능하다는 전제 아래 현재 도시 상황에 맞는 자동차의 역할 변화를 생각해보고 싶었다고 했다. 그들의 프로젝트대로 무인 운전이 가능한 세상이 온다면, 아무리 복잡한 도심에서라도 여가 시간이 생기는 것이다. 지금은 운전하는 것에 짜증을 느끼는 사람이 많지만, 차 안이 보다 쾌적하고 재미있어지면 좀 더 오래 타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지 않을까? 상상만 해도 스트레스 지수가 조금은 내려가는 것 같다. 비록 서울 팀이 중간 심사 결과에 이어 우승을 하진 못했지만, 이 신선한 발상을 실현한 미래 도시의 자동차가 눈앞에 나타날 날을 기대해본다.

아우디 어번 퓨처 어워드가 열리기 전날인 2014년 11월 9일은 마침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지 25주년을 맞이하는 날이었다. 차갑고 딱딱해 보이지만 그 매력에 한번 빠지면 헤어나기 힘들다는 도시 베를린. 도시 곳곳은 조용한 흥분으로 넘쳤다. 장벽이 무너진 자리, 그 길을 따라 조명이 켜지는 벌룬을 단 가로등이 설치되었고, 저녁에는 그 라이트 벌룬을 하늘 위로 띄우는 장관을 연출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25년 전 이 삭막한 장벽을 무너뜨린 독일인들은 궁극적으로 도시에서 자유와 행복을 누리고 싶은 열망을 품은 게 아닐까.
우리는 어떤 도시에 살고 있으며, 도시가 어떤 모습이길 바라는가. 미래를 내다보는 건 쉽지 않지만, 어느 정도 예측하는 건 가능하다. 아우디는 그들이 가장 잘하는 방식으로 그 미래에 대한 긍정적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다. 도시인에겐 현재만큼 미래에도 자동차가 필요하고, 자동차로 인해 우리의 삶이 좀 더 만족스러워질 수 있다면 그보다 고무적인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앞으로도 매년 계속될 아우디 어번 퓨처 어워드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아우디 시티 쇼룸에서 디지털 디바이스를 이용해 차량 옵션을 선택할 수 있다.

온라인 교통신호 서비스

Audi City 베를린에 간 김에 신개념 전시장 ‘아우디 시티’를 찾았다. 아우디 시티는 전시장 내 차량 실물 없이도 원하는 모델을 선택하고 모든 옵션을 조합해 초대형 디스플레이 스크린으로 확인할 수 있는 디지털 쇼룸이다. 베를린 외에도 런던과 베이징에 있다.
이와 함께 ‘온라인 교통신호 정보 서비스’가 가능한 아우디 차량도 시승했다. 도시 내 신호등을 제어하는 교통 제어 중앙 컴퓨터와 차량을 서로 연결해 운전자에게 교통 정보를 제공해주는 서비스다. 녹색 신호를 받아 주행을 시작하면 이 정보를 통해 다음 신호등에서도 적색 신호에 걸리지 않고 녹색 신호등에 바로 도달하기 위한 운전 속도를 계기반 디스플레이를 통해 알려준다. 또 적색에서 녹색 주행 신호로 바뀔 때까지 얼마나 기다려야 하는지도 확인할 수 있다. 덕분에 도심의 막히는 구간에서도 시간 낭비나 급가속을 예방하고, 연료 소비와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대폭 줄여 주니 좀 더 효율적으로 운전할 수 있다. 차량과 연결된 무선 인터넷을 통해 곧 바뀔 신호등 색깔을 미리 파악할 수 있다니, 신기할 따름이다. 대도시의 교통 흐름을 원활하게 해줄 이 서비스를 탑재한 아우디 차량은 현재 양산 준비가 끝났으나 아직 시장 출시 시기는 결정되지 않았다.

에디터 이정주(프리랜서)
사진 제공 아우디 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