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을 향한 쇼메의 아름다운 찬가
스페인 마르베야의 따사로운 햇살 아래 피어난 ‘주얼스 바이 네이처’ 하이 주얼리 컬렉션.

트랜스포머블 와일드 로즈 네크리스.
지난해 여름, 낭만이 가득한 이탈리아 베네치아의 수면 위에서 쇼메의 하이 주얼리 컬렉션 ‘Chaumet en Scene(쇼메 앙 센)’을 처음 마주했을 때, 그 매혹적인 아름다움과 유려한 리듬감에 금세 빠져들었다. 그리고 올여름, 정서가 전혀 다른 스페인 마르베야에서 쇼메의 또 다른 하이 주얼리 이야기가 펼쳐졌다. 따스한 햇살, 부드러운 바람, 그리고 자연을 닮은 젬스톤이 어우러진 곳에서 ‘Jewels by Nature(주얼스 바이 네이처)’라는 이름의 새로운 하이 주얼리 컬렉션이 공개된 것이다.
쇼메 장인들에게 ‘자연을 주얼리로 표현한다’는 것은 단순히 꽃 형태를 모방하거나 색을 구현하는 차원을 넘어선다. 그들은 세공을 통해 자연에 깃든 생명과 순환, 그리고 시간의 흐름을 담아낸다. 총 54점으로 구성된 이번 컬렉션은 그런 쇼메의 시선이 고스란히 반영돼 있다. 컬렉션은 세 챕터로 나뉜다. 야생화처럼 끊임없이 피어나는 ‘영원함(Everlasting)’, 짧은 순간 빛나는 ‘찰나의 아름다움(Ephemeral)’, 그리고 계절의 순환을 닮은 ‘부활(Reviving)’. 각 테마는 정교한 기술과 섬세한 감성이 깃든 작품으로 채워졌고, 젬스톤 하나하나가 살아 숨 쉬듯 생생하게 빛을 발산했다.
가장 인상 깊은 작품은 햇살을 머금은 듯 따뜻하게 피어난 ‘와일드 로즈(Wild Rose)’ 네크리스. 아카이브 속 티아라에서 영감받아 탄생한 이 작품은 섬세하게 조각한 다이아몬드 잎사귀로 이뤄진 넝쿨 중심에 8.23캐럿 옐로 다이아몬드를 세팅해 단숨에 시선을 사로잡는다. 메종의 금세공 전통을 계승한 ‘오트 앤 필드 스타(Oat & Field Star)’ 네크리스와 브로치도 주목할 만하다. 옐로 골드로 표현한 귀리 이삭과 별꽃 모티브가 조화를 이루며 쿠션 컷 옐로 다이아몬드의 광채가 눈부신데, 이는 바람에 일렁이는 들판의 풍경을 생생하게 그려낸 것이다. 또 ‘클로버 앤 펀(Clover & Fern)’ 네크리스는 클로버와 고사리 모티브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으로, 총 11.63캐럿 콜롬비아산 에메랄드 세 피스가 다이아몬드와 조화를 이루며 기품을 드러낸다. 컷다운, 베젤, 일루전 세팅 기법을 통해 완성된 다이아몬드는 화려함에 입체적 깊이를 더했다. 쇼메의 시그너처인 프레셔스 메시 기법을 적용해 목가적 꽃밭을 떠올리게 한 ‘카네이션(Carnation)’ 네크리스는 드롭 세팅한 36.44캐럿의 스리랑카산 사파이어가 짙은 블루 컬러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고, 꽃잎은 바람에 흔들리듯 유려하게 표현해 자연의 서정적 정취가 물씬하다.
마지막 챕터를 장식한 ‘달리아(Dahlia)’ 티아라와 ‘매그놀리아(Magnolia)’ 네크리스도 빼놓을 수 없다. 5개의 탈착 가능한 플라워 장식이 돋보이는 달리아 티아라는 1850년대 쥘 포생이 제작한 팬지 모티브 티아라를 현대적으로 계승한 작품으로, 풍성한 볼륨과 함께 당당하고 우아한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매그놀리아 네크리스는 쇼메 특유의 비대칭적 조형미와 입체적 구조미가 조화를 이루며, 주얼리를 넘어 하나의 예술 작품 같았다. 한편, 이번 컬렉션에 자주 등장한 벌 모티브 브로치의 활약도 두드러졌다. 벌은 쇼메와 나폴레옹의 역사적 연결 고리를 상징하며, 이번 컬렉션에서는 총 7개 브로치로 재해석되었다. 꽃 사이를 날아다니며 생명의 고리를 이어가는 듯한 모습은 컬렉션 전체에 생명력과 서사를 불어넣는 상징적 요소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따사로운 햇살이 반긴 마르베야에서 만난 쇼메의 주얼스 바이 네이처 컬렉션은 주얼리를 통해 자연과 우리가 어떻게 연결되는지 섬세하게 들려주었다. 햇살을 받아 더욱 반짝이는 이 컬렉션은 살아 있는 주얼리 정원을 거니는 듯한 경험을 선사했고, 그 속에서 발견한 생명력과 고귀한 광채는 오래도록 마음에 남았다.

매그놀리아 그란디플로라 브로치.
INTERVIEW with Charles Leung CHAUMET CEO
지난해 CEO로 취임하신 이후 1년간 쇼메에 많은 변화가 있었던 것으로 압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나 성과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첫 출근입니다. 2006년부터 2018년까지 쇼메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었기에 마치 집으로 돌아온 듯 마음이 따뜻해졌습니다. 그사이 브랜드는 눈부시게 성장했고, 이를 체감하는 것은 제게 매우 뜻깊었습니다.
245년의 오랜 역사를 이어온 쇼메에 중요한 유산은 무엇이며, 이를 현대적으로 계승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계신가요? 쇼메의 유산은 프랑스의 역사적 순간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나폴레옹의 왕관, 결혼식 장신구 등이 대표적이죠. 2024년에는 파리 올림픽 메달 디자인을 맡아 개인적으로 감격스러웠습니다. 쇼메가 지금까지 하이 주얼리의 정점에 설 수 있었던 것은 디자인과 파리지앵의 미감, 우아함과 클래식함, 시대를 초월한 아름다움에 기반한 정체성을 유지해온 덕분입니다. 우리는 전통을 이어가면서도 끊임없이 전진하며, 자연에서 영감받은 디자인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브랜드의 독창적 정신을 계승하고 있습니다.
이번 컬렉션에 자연이라는 주제, 특히 자연의 리듬감이 반영된 듯한 인상을 받았습니다. 실제로 이번 컬렉션 탄생 과정에서 어떤 방향성과 혁신이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말씀하신 부분에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이번 컬렉션 테마는 ‘살아 있는 자연’입니다. 자연은 끊임없이 변화하기에 그 생동감을 주얼리에 담고자 했습니다. 대나무, 클로버, 양치류처럼 강인하고 회복력 있는 식물을 중심으로 구성했으며, 일부 멸종된 식물의 DNA 복원을 통해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자 했습니다. 식물 학자, 연구자와 협업해 사실성과 예술성을 동시에 담아낸 것도 특징입니다. 하이 주얼리는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장신구를 넘어 이러한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강력한 플랫폼이라고 생각합니다.
지속가능성에 대해 언급한 것도 인상 깊었습니다. 소재 선택과 제작 과정에서 이를 어떻게 실천하고 계신가요? 지속가능성은 이제 필수입니다. 단순한 흐름이 아닌, 핵심 주제로 자리 잡았죠. 쇼메는 소재 선정부터 제작, 공정 전반에서 윤리적 가치를 실현하고 있습니다. 스위스 협회와 협력해 공정 임금과 작업자 복지, 지역사회 발전까지 고려하며, 미국과 유럽의 협력 광산도 검토 중입니다. 향후 100% 지속 가능한 공급망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플라스틱 제로 정책도 시행할 예정입니다. 또 장인정신을 다음 세대에 전하기 위한 티아라 디자인 공모전과 예술 전시 참여 등 다양한 활동도 이어가고 있습니다. 다음 주에는 중국 항저우에서 개최되는 데커레이티브 아트 전시에 메인 스폰서로 참여해 전통과 장인정신을 널리 알릴 계획입니다.
최근 ‘비 마이 러브’ 컬렉션이 ‘비 드 쇼메’로 리브랜딩되며 좋은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이 컬렉션의 방향성과 메시지가 궁금합니다. 비 드 쇼메는 로맨틱한 사랑을 넘어 우정, 가족, 스스로에 대한 사랑 등 다양한 형태의 ‘연결’을 상징합니다. 실제로 고객 중 다섯 명의 친구가 서로를 응원하는 의미로 반지를 맞춰 끼고, 나중에는 브레이슬릿도 함께 구입한 사례가 있었습니다. 팬데믹 이후 우리는 가족과 친구 등 소중한 사람들과의 관계를 더욱 깊이 생각하게 되었고, 이 컬렉션은 그런 연대와 공감을 담고 있습니다. 나폴레옹 시대 유산, 자연의 상징성과 연대를 반영해 탄생한 시그너처 컬렉션이라 할 수 있습니다.
가까운 미래에 한국 시장에 대한 계획이 있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한국은 활기찬 데다 잠재력이 큰 시장입니다. 앞으로 더 많은 브랜드 스토리텔링과 고객 경험을 통해 소통을 확장해나갈 계획입니다. 오는 10월에는 오사카 엑스포에서 선보일 애니메이션 콘텐츠를 한국에서도 공개하고, 하이 주얼리 컬렉션도 보다 적극적으로 소개할 예정입니다. 한국 시장에 대한 기대가 크며, 더욱 깊이 있는 관계를 만들어가고자 합니다.
에디터 유은정(ejyoo@noblesse.com)
사진 쇼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