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속 시간과 정성으로 탄생하는 우리의 장
강민철 셰프는 370년 전통을 이어온 종가의 기순도 명인이 담근 장을 중심으로 현대적 한식을 펼쳐낸다.

동치미×청장
버터헤드 레터스 위로 배와 무, 캐비아, 라임 제스트를 차곡차곡 쌓아 동치미를 표현했다. 곁들여 먹는 국물은 전통 방식으로 발효해 담근 것으로 청장을 섞어 만들었다. 일반 간장보다 맑고 짠맛이 덜한 청장이 국물의 감칠맛을 자연스럽게 끌어올린다.

생선 국수×훈연 간장
숙성 광어와 우니, 구절판이 연상되는 알록달록한 채소를 담은 국수 한 그릇. 쫀득쫀득한 면 위로 부은 기순도 훈연 간장은 볏짚을 태우며 서서히 연기를 입힌 것으로, 은은한 훈연 향이 매력적이다. 견과류가 떠오르는 풍미와 달큼한 여운을 주는 훈연 간장, 마지막에 두른 압착 들기름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복합적인 맛을 선사한다.

아귀와 아귀 간×간장
미나리, 냉이와 함께 스팀 조리해 신선한 내음을 살린 아귀와 아귀 간. 고추기름과 조청으로 만든 매콤한 양념과 간장 육수 베이스 소스가 아귀의 풍부한 맛을 이끌어낸다. 핵심 요소인 간장은 100년 넘게 씨간장 문화를 이어온 기순도 간장으로, 오랜 시간 항아리에서 자연 발효되면서 날카롭지 않은 짠맛, 콩 본연의 구수한 향과 단맛을 지녀 요리에 깊이를 더한다.

한우 안심과 갈빗살×청장·중장·진장
한우 안심과 갈빗살을 굽고 특별 간장 소스를 곁들였다. 맛을 극대화하는 소스의 비법은 세 가지 간장을 적절히 블렌딩한 것. 소뼈, 마늘, 대파, 홍고추를 오래 끓인 후 맑고 섬세한 청장, 청장과 일반 진간장의 중간 정도로 숙성한 중장, 오래 숙성한 진장을 조합했다. 여기에 조청을 넣어 설탕 없이도 자연스럽고 풍부한 단맛과 감칠맛을 느낄 수 있다.

오리와 장어×고추장
훈연한 오리와 장어에 고추장을 바르고, 양념에 매리네이트한 도라지무침까지 접시에 정갈하게 담았다. 셰프가 담양 대추를 넣어 직접 개발한, 대추의 천연 단맛과 고추의 알싸함을 머금은 수제 고추장은 입안이 텁텁하지 않고 맛이 부드럽다. 쌀밥에 각 재료를 하나씩 얹어 먹거나, 채소에 싸 먹으면 더욱 맛있게 즐길 수 있다.

간장게장×진장
배, 레몬, 홍고추, 감초, 생강 등을 두루 활용해 담근 간장게장은 전통적 맛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요리다. 특히 간장은 기순도 진장을 사용해 깊은 맛을 자랑한다. 기순도 진장은 장시간 숙성해 색이 진한 한편 국산 대두와 죽염을 주재료로 만들어 일반 진장보다 덜 짜다. 밥 위에 짭조름한 간장게장 살을 덮은 뒤 트러플을 듬뿍 갈아 얹어 고급스럽게 완성했다.
에디터 김혜원(프리랜서)
사진 심윤석
요리 강민철(기와강)
스타일링 이아연(앤드밀 스튜디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