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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혹 동화

ARTNOW

지난 5월 11일 오픈한 제58회 베니스 비엔날레 본전시에는 크고 강렬한 작품이 가득하다. 그중 많은 미술 기자들이 눈여겨본 작품 중 하나는 중국의 듀오 현대미술가 쑨위안 & 펑위의 설치 조형물. 대륙의 스케일을 자랑하는 그들 작품에서 공기를 넣은 채찍은 권력을, 끊임없이 흘러내리는 핏빛 물감은 중국 문화대혁명을 연상시켰다.

1, 2 중국 현대미술가 쑨위안(위) & 펑위(아래).

이번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가장 인기 있는 작품은 쑨위안 & 펑위(Sun Yuan & Peng Yu)의 출품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로봇 팔이 붉은 물감을 끊임없이 닦아내는 ‘나 자신을 도울 수 없어(Can’t Help Myself)’는 기괴하면서도 유머러스했다. ‘학살’이라는 주제를 연상시켰지만 작품에는 그것이 꽤 중의적으로 해석되어 있었다. 로봇 팔에는 인공지능 센서가 4개 부착되어 있어 물감의 위치를 파악하며 움직인다. 로봇 팔이 물감을 조절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자세히 보면 로봇과 물감이 서로를 움직이게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서로가 서로를 통제하는 모양새다.
‘디어(Dear)’에도 은유가 배어 있다. 끊임없이 움직이는 채찍은 인간의 창자를 의미하고, 링컨 의자는 사회 권력을 대변한다. 어떤 조직에서도 의자의 주인은 매번 바뀌기 마련이다. 새롭게 의자를 차지하는 사람은 전 권력자가 남기고 간 창자(!)를 배 속에 넣고 다시 그 권력을 휘두른다. 작가는 고무 호스에 공기를 넣는 방식으로 불가시적 권력을 형상화해 보여주었다. 의자는 유리 속에 보관된 박물관의 표본처럼 전시되어 있다. ‘나 자신을 도울 수 없어’는 자르디니, ‘디어’는 아르세날레 전시관에 각각 설치됐다.

3 올해 베니스 비엔날레에 선보인 작품. Can’t Help Myself, Industrial Robot, Stainless Steel and Rubber, Cellulose Ether in Colored Water, Lighting Grid with Visual-Recognition Sensors, Acrylic Wall with Aluminum Frame, 700×700×500cm, 2016
4Dear, Air Compressor, Air Storage Tank, Pipe, Silicon Sofa, Acrylic Wall with Aluminum Frame, 2019
5Hong Kong Intervention, 200 Photos, 75×100cm, 75×56cm(each), 2009 200 Photos, 75×100cm, 75×56cm(each), 2009

이번 베니스 비엔날레에 출품한 두 작품이 이렇게 인기가 많을 줄 상상했나요? 특히 SNS에서 반응이 뜨거워 보입니다.
SNS에 흥미로운 반응이 많다는 것이 인상적입니다. 관람객들이 저희 작품에 각자 상상력을 발휘해 이야기를 덧붙이고 있죠. ‘나 자신을 도울 수 없어’에 대해서 범죄자가 현장을 청소하는 것 같다는 의견도 본 적이 있어요. 하나의 작품이 많은 것을 연상시킨다는 것은 미술의 매력 중 하나입니다. 작품을 통해 관람객에게 또 다른 문을 열어줄 수 있으니까요.

그 두 작품이 그간 두 분이 추구해온 ‘권력’이라는 주제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해도 될까요?
저희는 주제를 정하지 않습니다. 물론 두 작품은 권력에 관한 것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어떤 해석도 가능하죠. 저희는 두 작품에서 ‘공기’와 ‘물’ 등 인간이 제어할 수 없는 물질을 보여줬습니다. 채찍 속 공기와 바닥에 흐르는 붉은 물감 등이 그것을 상징하죠. 지구 역사에서 공룡이 인간보다 더 오래 살았지만, 인류는 여전히 진화하고 공룡은 멸종했습니다. 물이 필요하다면 인간은 노력해 구할 수 있었지만 공룡은 그러지 못했죠. 인간과 다른 동물의 차이는 제어 능력입니다. 하지만 물과 공기는 인간도 통제하기 어렵습니다. 이제 여기에 ‘SNS’를 추가해야 할 것 같습니다. 21세기는 SNS와 같이 급격하게 흐르는 대중의 의견을 통제할 수 없어 보이니까요.

두 작품은 베이징 탕 컨템퍼러리 아트에서 선보인 ‘자유(Freedom)’와 비슷한 점도 있어 보입니다.
‘자유’는 굉장한 압력으로 물을 뿜어내는 소방 호스가 이리저리 휘두르는 채찍처럼 강한 움직임을 보여주었어요. 저희는 상호작용을 좋아합니다. 물질 자체가 사람을 놀라게 하기는 힘들지만, 그것들이 모여 놀라운 관계를 형성할 수는 있습니다. 공기와 물이 하나의 생태를 이루면 능동적이고 수동적인 상호작용이 일어나게 되는데, 이때 권력 관계가 생기지요. 마치 사람과 세계, 사람과 사람 사이의 상호작용을 통해 필연적으로 권력이 생기는 것처럼요.

그간 해온 작업을 보면 사람, 동물, 피, 노인, 총, 돌 등 기괴한 이미지가 중심입니다. 직설적이고 아름답지 않은 이미지를 추구하는 이유가 있나요?
작가에게는 아름답지 않은 것이 없습니다. 이를 알아보지 못하는 시선이 아쉬울 따름입니다. 정해진 주제는 없지만 사용하는 소재는 다채롭습니다. 물론 어떤 소재는 다루기 힘들고 전시하기도 어려워요. 하지만 이는 방해가 아니라 미술가에게는 도전이 됩니다.

2005년 베니스 비엔날레 중국관 작가로 참여했을 때에는 중국 농부를 초대해 UFO를 전시했다고 들었습니다. 이번 베니스 비엔날레에 참여 작품과 과거 작품과의 연결 고리가 있는지요?
안시성 농부 두원다(Du Wenda)의 취미는 다른 농부들과 비행접시를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저희는 과학자가 아닌 농부가 이해하는 수준에서 제작한 UFO를 전시했어요. 한 번도 날아본 적 없는 비행접시를 전시하고 시험 비행을 하는 기회를 주고 싶었죠. 금속과 알루미늄포일, 종이로 만든 비행접시가 달까지 날아갈 수 있다고 주장한 농부의 기사를 신문에서 읽고, 농부와 비행접시를 중국관 작품으로 출품했죠. 봉건사회에서 다른 세계로 도약하려는 농부의 무모한 집념을 모더니티로 도약하려는 중국 사회의 상징으로 봤습니다. 비행 성공 여부는 중요한 게 아닙니다. 성공과 실패는 그저 실험 결과물일 뿐이지요.

6Tomorrow, 2006 영국 리버풀 비엔날레에서 중국관 작가로 펼친 퍼포먼스. 비틀스가 연상되는 4개의 인체 조형물을 강물에 띄웠다.
7If Seeing is Not an Option, Guns, Performance, 2013
8Freedom, Metal Plate, High-Pressure Hydraulic Pump, Fire Hose, Hydrant, Electronic Control System, Venue Dimension: 1700×2000× 1200cm, 2016

두 분이 생각하는 대표작은 뭔가요?
‘문명 기둥(Civilization Pillar)’은 인간의 몸에서 뽑은 지방을 화학 처리해 3.8m 높이의 기둥으로 만든 작품입니다. 클래식하면서 추상적인 작품으로, 인류 문명에 대한 하나의 해답을 제시할 수 있어요. 신체를 이루는 지방과 인류 문명을 이룬 잉여 에너지는 공통점이 있으니까요. 잉여로 축적된 지방으로부터 인류 문명이 탄생했다고 생각합니다.

또 다른 작품은 뭐가 있을까요?
‘서로를 만질 수 없는 개들(Dogs that Cannot Touch Each Other)’은 핏불테리어들이 수동 러닝 머신 위에서 서로 마주 본 채 달리는 퍼포먼스를 기록한 영상입니다. 2017년 구겐하임 미술관 뉴욕 그룹전에 초청되었으나 미국 동물보호협회의 격렬한 반대로 결국 작품명만 남기고 철수한 사연이 있죠. 구겐하임은 이 작품을 전시했다가 동물 학대라고 주장하는 동물보호협회의 반대로 결국 작품을 철수했습니다. 하지만 이 작품은 동물의 본성을 보여준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어요. 경쟁 의식을 이용해서 생긴 것이 스포츠 경기고, 이는 인류가 전쟁을 빠르게 종식시킨 방법입니다. 이것이 바로 올림픽 정신이기도 합니다. ‘나 자신을 도울 수 없어’는 최근 대표작입니다. 작품은 때로는 한마디 말이나 시와 같은데, 이 작품은 서사시 같다고 할 수 있죠. 우리 작품의 특징 중 하나는 이해하기 쉽지 않은 하드코어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작품을 제작할 때 물질 메커니즘을 이해하는 것이 필수입니다. 저희는 물질 본연의 특성을 연구합니다. 작품 구성의 핵심은 물질과 물질의 생리적 특성이지 문화적 특성이 아닙니다.

투견이 등장한 퍼포먼스 비디오 작품 ‘서로를 만질 수 없는 개들’이 동물 애호가의 반대로 구겐하임 미술관 뉴욕에서 철거되었습니다. 이에 대한 의견이 궁금합니다.
여덟 마리의 투견으로 퍼포먼스를 했고, 이를 촬영한 작품을 전시했습니다. 관람객의 반대에 부딪혔는데, 그들은 인터넷을 통해 맹렬히 공격했고 미술관 직원을 살해하고 폭행하겠다고 협박했죠. 저도 매일 수십 통의 메일을 받았어요. 사람들의 악의를 보았습니다. 참 재미있었어요. 왜냐하면 이 작품은 안전하게 진행되었기 때문에 개와 개 사이에 악감정을 보여주면서도 서로 공격할 수 없었습니다. 사람들은 승부의 쾌감을 얻기 위해 투견을 키우고 있으면서 왜 우리를 나무랄까요? 저희는 투견을 공개적으로 등장시킴으로써 적절한 방법을 제안하고 싶었어요. 서로를 다치게 하지 않으면서 분노와 증오를 털어놓을 있는 방법을 찾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개들을 러닝 머신 위에서 올려놓고, 서로를 바라보게 했어요. 상대방을 증오한다면 계속 달리고, 만약 증오하지 않게 된다면 멈출 수 있습니다. 근본적으로 전투의 의도는 악의에서 비롯되었지만 문명화된 방식으로 충분히 진화할 수 있습니다. 현대 문명은 사람들이 서로를 공격하지 못하게 금지합니다. 그렇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언론이나 인터넷을 통해 적의를 보여주 지요. 원시적 본능이니까요. 잔인한 본능은 항상 더 문명화된 형식 뒤에 숨어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미술관이 작품을 철거하기로 한 결정을 이해할 수 있었죠. 그러나 이 작품을 선택한 미술관의 공식적인 입장은 사라져버렸고, 이것은 미술관의 손실입니다. 상황은 하나의 실험이었고, 그것으로 충분했습니다.

사회적 이슈를 불러일으킨 작품이 또 있나요?
‘홍콩 인터벤션(Hong Kong Intervention)’은 홍콩에서 일하는 필리핀 가정부들에게 가짜 수류탄을 주고 고용주의 집 어딘가에 놓고 사진을 한 장 찍어달라고 부탁한 작품입니다. 필리핀 가정부들은 거실, 침실, 심지어 아기 침대, 화장품이나 화분에 가짜 수류탄을 감추었고, 다른 색깔을 발라 숨기기도 했죠. 그들은 자발적이었고, 무엇을 표현하고자 하는지 잘 알고 있었습니다. 물론 일부 홍콩 중산층을 불편하게 만들었지요. 하지만 그 이전에 그들이 가정부의 불만을 생각해보지 않았다는 것이 문제였죠. 우리는 그들 사이의 시비를 해결할 능력이 없어요. 작품을 통해 오랫동안 무시했던 문제를 부각했을 뿐입니다.

9Teenager Teenager & I Didn’t Notice what I am Doing, Fiberglass Sculptures, Simulation of Sculpture, Sofa, Simulation of Stone, 2011~2012
10Old People’s Home, Electric Wheelchair, Fiberglass, Silica Gel, Simulation of Sculpture, 2007

어디에서 주로 영감을 받나요? 그리고 두 사람은 어떻게 의견을 모아 작업하는지 궁금합니다.
사실 영감을 컨트롤하기는 어렵습니다. 만약 작가가 스스로 영감을 제어할 수 있다면 그것은 영감이라고 할 수 없다고 봅니다. 작업 과정 중에 토론도 하지만, 복잡하지는 않습니다. 의견이 일치하면 작업하고, 일치하지 않으면 하지 않습니다. 갈등은 매일 있어요. 우리는 2000년 충동적으로 결혼했습니다.(웃음) 그때부터 공동으로 작업했고, 2001년 상하이 비엔날레부터 함께 참여했습니다. 중학교 때부터 같은 학교를 다녔고, 방과 후에는 같이 공놀이를 하며 놀기도 했던 친구죠.

서구 중심이던 미술 시장이 중국을 중심으로 아시아로 옮겨가고 있어 반갑습니다. 그간 중국 미술 시장의 대변혁을 느낄 만한 계기가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중국 미술 시장이 그 정도로 좋아졌나요?(웃음) 저희는 미술 시장에 크게 관심을 두지 않습니다. 세계 미술사에서 중국 미술의 힘이 대단하다고 느껴지지도 않습니다. 미술과 미술 시장은 다른 시스템인데, 시장의 좋고 나쁨이 미술 작품의 질을 직접적으로 향상시키는 것은 아니니까요. 작가의 삶의 질만 높일 뿐이지요. 우리는 시장에 맞춰 작업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미술 시장의 변화를 느낄 수 없어요.

먹고살기도 힘든 현대사회에서 대중이 미술에 관심을 가져야 할 이유는 무엇일까요?
사슴이나 영양이 고개를 숙이고 초원에서 풀을 먹는 모습을 보면, 계속 고개를 들어 주변을 둘러보는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무의식적인 동작인데, 주변에 무슨 일이 일어나지 않더라도 그 버릇을 버리지 못합니다. 업데이트된 정보를 알아야만 안전하게 살 수 있다는 것이 오래된 생물의 본능이지요. 대중은 현대미술에 관심을 가질 의무가 없고, 여전히 클래식 음악을 좋아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현대미술 안에는 더 많은 정보가 분명히 있습니다. 이 정보들은 관람객의 신경을 끌어당기고 현대미술에 관심을 갖게 합니다. 미술을 통해 21세기의 선진 사상을 이해하고 최신 정보를 알게 된다면 더 안전해질 수 있다고 봅니다.

앞으로 계획은 무엇인가요?
지난 6월부터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LACMA에서 그룹전 <물질적 매력: 중국에서 온 재료 예술(The Allure of Matter: Material Art from China)>에 참여 중입니다. 중국 미술가 쉬빙(Xu Bing), 차이궈창(Cai Guo-Qiang), 린톈먀오(Lin Tianmiao), 아이웨이웨이(Ai Weiwei)의 작품과 같이 선보이고 있죠. 11월에는 상하이 웨스트 번드 아트 & 디자인 시즌을 맞아 아라리오갤러리 상하이에서 개인전을 갖습니다. 많은 분들이 전시를 보러 와주셨으면 좋겠어요. 작품을 현장에서 보는 것과 영상을 통해 보는 것은 완전히 다르니까요. 가장 좋은 건 물론 베니스 비엔날레에 직접 가서 작품을 보는 것이겠지요.

쑨위안 & 펑위
쑨위안과 펑위는 중국 베이징 중앙미술학원(The Central Academy of Fine Arts)에서 유화를 전공하고, 베이징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부부 작가다. 2005년 베니스 비엔날레 중국관 작가로 참여했으며, 14년 만에 본전시에 작가로 다시 초대받았다. 여담이지만, 베니스 비엔날레 총감독 랠프 루고프는 ‘나 자신을 도울 수 없어’라는 작품이 이번 비엔날레의 주제 ‘흥미로운 시대를 살아가기를!(May You Live in Interesting Times!)’과 딱 맞는다고 말했다.

 

에디터 김이신(christmas@noblesse.com)
사진 제공 쑨위안 & 펑위, 아라리오갤러리 상하이, 베니스 비엔날레   이소영(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