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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된 전시와 잘될 전시

LIFESTYLE

전시 관람 대기 기본 30분, 제대로 준비한 전시회는 관람객이 저절로 모여들었다. 2013년 한 해 동안 흥행 홈런을 친 전시회를 되짚어보고 2014년에는 어떤 전시가 출격 대기 중인지 미리 알아본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올해에도 흥미로운 전시회를 찾아다니기 바쁠 거라는 사실.

46만 명을 동원한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 11 <팀 버튼전>

주말이면 짧은 시간을 투자해 문화생활을 게을리하지 않았다는 만족을 주는 영화를 보고 숨은 맛집을 찾아다니던 일상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준 것이 있으니, 바로 전시회다. 2013년은 유독 ‘OO미술관 전시회 보러 갈래?’라는 말이 자주 들린 한 해였다. 대중의 욕구와 컬처 트렌드를 반영한 내실 있는 전시회가 차례로 열리자 뜨거운 환호가 잇따랐다. 전시의 흥행 성적을 알면 현재의 트렌드를 진단할 수 있고, 이는 앞으로 믿고 볼 수 있는 전시의 선택 기준이 된다. 작년 한 해 동안 화제를 불러일으킨 전시의 인기 비결을 먼저 알아본다.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은 기획전과 대관전 모두 좋은 성적을 거뒀고 개관 25주년을 기념하는 다양한 전시회로 관람객을 맞았다. 2013년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린 전시 중 가장 많은 관람객을 동원한 전시는 예술의전당, 바티칸 박물관, KBS가 공동 주최한 <바티칸 박물관전_MUSEI VATICANI>다. 2012년 12월 8일부터 2013년 3월 31일까지 열린 이 전시에 총 22만 명이 다녀갔다. 한편 디자인미술관은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 12 <스튜디오 지브리 레이아웃전>이 총 24만5000명의 관람객을 기록하며 1위를 차지했다. 해마다 블록버스터급 전시를 꾸준히 열어온 한가람미술관은 <대영박물관전>, <베르사유 특별전>, <오르세 미술관전> 등 세계적 기관과 교류하는 전시에 강세를 보인다. “기존의 대형 기획전은 교육적 차원의 학생 관람이 압도적으로 많았지만 최근에 디자인, 사진, 설치 작품 전시를 유치하면서 20대 여성과 연인 관람객이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습니다.” 예술의전당 전시사업부 장윤진 씨는 여가 시간에 전시를 관람하는 문화생활이 젊은 청·장년층에게 어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낙원을 그린 화가 고갱 그리고 그 이후>전은 전시 기간 93일 동안 총 52만154명이 입장했고 일일 평균 5593명이 다녀가 2013년 흥행 성적 1위를 기록했습니다.” 서울시립미술관 큐레이터 변지혜 씨의 말이다. “젊고 컨템퍼러리한 전시에 대한 열망이 커지면서 전시 장르도 더욱 다양해졌고 호응도 뜨거웠습니다. 이를 반영하듯 기획전인 SeMA Green의 <김구림 잘 알지도 못하면서>전은 14만 명을 훌쩍 넘는 관람객을 동원했습니다.” 원래 전 연령대에서 골고루 찾아오긴 했지만 2013년은 특히 2030세대의 대학생과 직장인이 많이 모였다는 분석도 더했다. 젊은 관람객일수록 동시대의 문제를 다루는 전시회를 선호하는 편으로 시립미술관은 사진, 패션을 비롯한 뉴미디어, 퍼포먼스 등 전시의 스펙트럼을 다양화하고 있다.

대형 전시회의 주요 소비층으로 급부상한 20~30대 관람객에게 특히 높은 인기를 누린 전시는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 11 <팀 버튼전>이다. 2009년 뉴욕 MoMA에서 최초로 열렸으며 유럽과 미국의 여러 뮤지엄을 거쳐 파리에서 막을 내릴 예정이던 이 전시를 들여오고자 했을 때 기대보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컸다. “전통적으로 국내에서는 ‘명화 전시’에 대한 수요가 크고 영화나 현대미술 관련 전시는 낯선 장르였습니다. 하지만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에서 기획한 첫 번째 전시로 ‘새로움, 혁신성 그리고 실험성’을 모두 만족시키는 <팀 버튼전>을 꼭 들여오고 싶어 강한 의지로 추진했습니다.” 현대카드 컬처마케팅팀 김정은 과장의 설명이다. 전시 장소를 정하느라 애를 먹은 <팀 버튼전>은 총 108일 동안 46만여 명의 관람객이 다녀가며 시쳇말로 ‘대박’이 났다. 팀 버튼의 영화 개봉보다 반응이 뜨겁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초등학생 손을 끌고 온 학부모부터 데이트를 즐기는 연인, 영화 마니아까지, 전시장인 서울시립미술관 입구부터 정동길을 따라 매일 긴 대기 행렬이 이어졌다. 지금까지 볼 수 없던 신선한 기획이었고, 난해한 내용이 아니라 친숙한 영화에서 비롯된 콘텐츠라는 점을 인기 요인으로 꼽을 수 있겠다.

1 국내에서 첫 번째 전시를 갖는 아티스트 하비에르 마리스칼
2 14만 명이 넘는 관람객을 동원한 <김구림, 잘 알지도 못하면서>전
3 서울시립미술관 2013년 전시 흥행 1위, <낙원을 그린 화가 고갱 그리고 그 이후>전

2014년에도 기꺼이 반길 만한, 신선한 충격을 안겨줄 전시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눈에 익숙한 서유럽 중심의 명화 위주 전시뿐 아니라 20~30대가 관심을 보일 만한 북유럽 퍼니처, 애니메이션, 사진, 디자인 관련 전시도 늘어날 전망이다. 먼저 <슈타이들전>과 <라이언 맥긴리전> 같은 패셔너블한 전시로 연타석 흥행 홈런을 친 대림미술관은 영국의 디자인 그룹 트로이카(Troica)와 여성 사진작가 린다 매카트니(Linda McCartney) 전시로 인기를 이어갈 예정이다. 조각, 건축, 설치의 영역을 넘나드는 실험적인 작업으로 유명한 트로이카는 빅토리아 앤 앨버트 뮤지엄, 테이트 브리튼 등에서 전시를 열며 디자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비틀스 멤버 폴 매카트니의 아내 린다 매카트니는 채식주의와 동물 권리 보호를 위해 적극적인 활동을 펼치며 이 시대 젊은 여성들이 닮고 싶어 하는 여성상을 보여준다. 런던 내셔널포트레이트 갤러리, 뉴욕 인터내셔널 센터 오브 포토그래피 등 전 세계 유수 미술관에서 주목받아온 그녀가 포착한 유명 뮤지션들의 일상을 만날 수 있다.

2014년 한가람미술관에서는 5월 <쿠사마 야요이전>과 7월 <에드바르 뭉크전>을, 디자인미술관은 프랑스 국립 장식예술 박물관(Musee des Arts Decoratifs)의 소장 작품전 <한불 수교 130주년 기념 특별 전시_명품의 기원>을 주목할 만하다. 평소 쉽게 만날 수 없던 아프리카 현대미술에 대해 알아볼 수 있는 서울시립미술관의 <글로벌 아프리카전>도 리스트에 적어둘 것. 떠오르는 현지 아티스트의 작품은 물론 사진과 페인팅, 조각 등 아프리카의 예술 세계 전반에 대해 심도 있는 큐레이팅을 거친 전시를 감상할 수 있다. 2014년 3월까지 열리는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 13 <마리스칼전>은 스페인의 디자인 거장 마리스칼이 직접 그린 스케치부터 가구, 영화까지 총 1200여 점의 방대한 작품 세계를 선보인다. 마리스칼은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마스코트 코비로 유명세를 탄 이후 장르의 경계를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예술을 마치 놀이처럼 즐겁게 풀어낸다는 평을 듣는 아티스트. 전시의 마지막에는 직접 마리스칼의 캐릭터를 만들어보는 ‘Happy End’가 준비되어 있는데, 행복한 기분으로 끝까지 전시를 즐기고 갔으면 하는 작가의 의도가 담겨 있다. 이처럼 관람객은 감성을 충족시켜주는 전시는 언제나 환영한다. 문화적 갈증을 해소해주고 일상을 한결 창의적으로 만들어주는 전시를 보러 가기 위해 우리가 준비해야 할 것은 튼튼한 다리와 체력뿐이다.

에디터 고현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