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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스틸러로 등극한 여배우부터 한국 농구계를 이끌어갈 슈퍼루키, 자신만의 음악 세계를 구축한 젊은 클래식 작곡가까지, 각 분야에서 활약하는 ‘새로운 얼굴’을 만났다.

떠오르는 신예, 배우 최리
<그것만이 내 세상>은 한물간 전직 복서 형과 서번트 증후군을 앓는 동생의 형제애를 그린 코미디 영화다. 윤여정, 이병헌, 한지민, 박정민 등 국내에서 연기 좀 한다는 배우들이 열연을 펼쳤다. 그런데 이들과 더불어 관람객의 입에 많이 오르내린 배우가 있으니 바로 최리다. 상큼발랄한 여고생 변수정 역을 맡은 그녀는 동생 진태(박정민 분)와의 코믹한 연기로 극에 감칠맛을 더했다. 신스틸러로서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는 평.
최리는 국립전통예술고등학교 재학 시절 조정래 감독에게 길거리 캐스팅을 당해 2016년 개봉한 영화 <귀향>으로 데뷔했다. “처음엔 거절했어요. 무용밖에 모르기도 했고, 배우를 꿈꿔본 적도 없거든요. 그런데 몇 달 후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꿈에 나와서 아무래도 영화를 찍어야겠다고 생각이 바뀌었어요. 감독님께 전화를 드리니 공교롭게도 다음 날이 포스터 촬영이라고 하시더라고요.” 첫 연기 도전인 만큼 그녀는 누구보다 열심히 캐릭터를 분석했다. 연기를 위해 혼자 시간을 보내고, 나눔의 집에서 위안부 할머니에게 과거 이야기를 들으며 배역에 몰입했다. 위안부 피해 소녀들의 영혼을 집으로 돌려보내는 무녀 은경 역을 훌륭히 소화한 그녀는 제53회 대종상영화제 뉴라이징상을 받으며 배우로서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연이어 <도깨비>에서 귀여운 악녀 박경미 역을, <마녀의 법정>에서 눈치 없이 해맑은 수습 검사 서유리 역을 맡으며 TV 드라마로 활동 반경을 넓혔다.
올해 1월 개봉한 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은 최리에게 여러모로 뜻깊은 작품이다. 상업 영화 데뷔작이라는 의미를 넘어, 많은 것을 보고 느낄 수 있는 배움의 장이었기 때문이다. “선배들의 연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됐어요. 연기 테크닉은 물론 배우가 갖춰야 할 자세까지 되돌아보게 됐죠. 덕분에 예전보다 시나리오를 넓게 보고, 좀 더 자유롭게 연기할 수 있는 힘이 생겼어요.” 한층 성장한 그녀의 모습은 조만간 스크린과 TV에서 확인할 수 있다. 5월에 시작하는 드라마 <이리와 안아줘>에 조연으로 출연하고, 이미 촬영을 마친 스릴러 영화 <순이> 역시 개봉을 앞두고 있기 때문.
다양한 연기로 차근차근 성장해가는 배우 최리. 그녀가 꿈꾸는 이상적인 배우는 어떤 모습일까? “맡은 배역을 모두 ‘최리화’하지 않고, 역할에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배역에 따라 자유자재로 모습을 바꾸는 천의 얼굴을 지닌 배우요.” 다양한 작품을 통해 이름을 알릴 그녀의 얼굴을 기억해두자.

부전자전,농구 선수 허훈
‘피는 못 속인다’는 말이 있다. 1세대 농구 스타 허재, 그리고 그의 두 아들 허웅과 허훈이 그 케이스다. 아버지의 타고난 신체 능력과 운동 센스를 닮은 둘은 현재 프로농구 선수로 활약하고 있다. 그중 차남 허훈은 프로농구 첫 시즌을 갓 소화한 슈퍼루키. 생김새와 목소리는 물론 화려한 농구 기술, 중요한 순간 빛을 발하는 승부사적 기질까지 갖춰 아버지를 빼닮았다는 평을 듣고 있다.
허훈이 본격적으로 농구공을 잡은 건 초등학교 4학년 때 농구부에 들어가면서다. 아버지의 유전자를 물려받아서 일까, 허훈은 어릴 적부터 남달랐다. 2007년 제36회 소년체전 남초부 최우수상, 2012년과 2013년 연속으로 대한 농구협회장기 남고부 최우수상을 받은 것. 농구 명문 대학에서 러브콜이 온 건 당연한 일이었다. 2014년 연세대학교에 입학한 그는 곧 대학농구리그 신인상을 받으며 팀의 에이스로 거듭났다. 2015년 프로-아마 최강자전에서 맹활약을 펼치며 대중에게 눈도장을 찍었고, 2016년에는 아마추어 선수로서 국가 대표로 차출되는 영광을 누렸다. 하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지난해인 대학 4학년 때 일이라고. “1학년부터 3학년까지 연고전에서 승리하지 못했어요. 1년에 한 번 열리는 축제고 많은 관중이 오는 경기인 만큼 마지막에는 꼭 이기고 싶었죠. 다행히 좋은 결과를 냈고, 며칠 후 열린 대학농구 챔피언 결정전에서도 고려대를 누르고 대학농구리그에서 우승했어요. 대학 시절을 잘 마무리한 것 같아 좋은 기억으로 남았어요.”
작년 10월, 허훈은 2017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1순위로 프로농구 구단 부산 kt 소닉붐에 지명됐다. 시즌 중반 부상으로 한 달 정도 쉬었지만, 총 32경기, 10.6득점, 4.3도움,1.3스틸을 기록해 막판까지 신인왕 경쟁을 펼쳤다. 남들이 보기엔 더할 나위 없는 데뷔 시즌 성적이지만, 스스로는 만족하지 못하는 눈치다. “무엇보다 팀 성적이 좋지 않아 아쉬움이 커요. 다음 시즌엔 심기일전해 좀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려야죠.” 그의 목표는 역시 한국프로농구 챔피언 결정전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것이다.
그가 농구 코트에 있는 이상, 위대한 선수였던 아버지와의 비교는 피할 수 없는 숙명일 것이다. “아버지의 명성이 부담되지 않는다면 거짓말이겠죠. 한편으로 멋진 아버지를 둔 제가 감내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그저 묵묵히, 한 단계 성장한 모습을 보여드리는 게 정답이라고 믿고요.” 말보다 실력으로 자신을 증명하겠다는 허훈. 그가‘허재의 아들’이라는 꼬리표가 아닌, 자신의 이름 두 글자로 빛나는 한국 농구의 별이 되길 응원한다.

젊은 마에스트로, 작곡가 최재혁
작곡가 최재혁은 바이올린으로 클래식에 입문했다. 처음엔 그저 취미로 연주하는 정도였지만, 집 인근 과천의 유스 오케스트라 단원으로 활동하면서 아름다운 클래식 선율에 매료됐다. “모차르트처럼 곡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에 제 나름대로 음악을 만들기 시작했어요. 그러자 주변에서 전문적으로 작곡을 배워보는 게 어떻겠느냐고 했죠.” 단국대학교 음대 학장을 지낸 박정선 작곡가에게 가르침을 받던 그는 중학교 3학년 때 미국 유학을 떠났다. 형식에 구애받지 않는 작곡 스타일이 한국식 교육과는 맞지 않는다고 판단했기 때문. 다행히 그가 들어간 월넛힐 예술고등학교는 음악적 재능을 꽃피우는 터전이 됐다. “특이하게도 그곳에선 어떻게 작곡하라고 가르치지 않았어요. 대신 작곡에 필요한 ‘재료’를 알려줬죠. 덕분에 스스로 질문하고 답을 내는 법을 익힐 수 있었습니다.” 2012~2013년 미국의 청소년 예술 대상 ‘영 아츠 어워드’ 우수상, 2012~2013년 미국음악교사협회 작곡 콩쿠르 미국 전체 시니어 부문 2위를 차지하며 일찌감치 두각을 나타낸 그는 줄리아드 스쿨에 입학했고, 그곳에서 사무엘 아들러, 마티아스 핀처 같은 클래식 거장에게 사사하며 한층 성장했다.
작년 11월, 최재혁은 세계적 권위의 제네바 국제 콩쿠르에서 작곡 부문 1위에 올랐다. 수상곡은 ‘Nocturne III’, 클라리넷과 오케스트라를 위한 협주곡이다. “보통 야상곡(녹턴)이라 하면 낭만적인 쇼팽의 곡을 떠올려요. 하지만 밤에는 다양한 모습이 있죠. 저는 그로테스크하고 시끄러운, 펑키한 밤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작곡할 때 그는 자신이 의도한 미학을 전달하는 데 중점을 둔다. 그래서인지 그의 음악은 다소 도발적이며, 처음 접하는 사람에겐 낯설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는 자신의 음악을 이렇게 소개한다. “클래식 음악의 전통은 ‘혁신’입니다. 베토벤이나 슈만, 바그너, 스트라빈스키도 당시 파격적인 작품을 만들었죠. 현재를 사는 작곡가에게 그저 듣기 좋은 옛날 스타일 곡을 쓰라고 하는 건 오히려 전통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생각해요. 저는 제 음악이 사람들이 새로운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자신만의 확고한 음악 세계를 구축한 최재혁. 아직 석사과정을 밟고 있지만, 이미 올해 스케줄이 꽉 찼을 정도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당장 5월에 스위스 제네바 콩쿠르 우승자 세미나 기념 콘서트가 기다리고 있고, 8월 프랑스의 페리고르 누아르 음악 축제에선 신곡을 발표한다. 11월에는 다시 제네바로 향한다. 작년 수상곡이 올해 제네바 국제 콩쿠르 클라리넷 부문 파이널리스트의 결승 무대에서 연주되기 때문. “오래전부터 베토벤 같은 작곡가, 카라얀 같은 지휘자가 되는 걸 꿈꿨어요. 지금도 변함없고요. 정해진 틀에 갇히지 않고 작곡과 지휘를 병행하는 음악가의 모습을 보여드리겠습니다.” 이제 막 날개를 펼친 젊은 마에스트로의 다음 행보를 주목해보자.
에디터 황제웅(hjw1070@noblesse.com)
사진 JK 헤어 & 메이크업 박법준, 김은정, 이보라(스타일플로어) 의상 스타일링 이현하 의상 협찬 Calvin Klein Jeans, Calvin Klein Performance, Hugo Boss, Maje, Paraboot by Unipair, Rosemo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