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의 품격
지금 당신에게 남다른 전략이 필요한가? 전략 전문가 송병락이 그 해법을 제시한다.

자유와창의교육원의 송병락 원장을 만나기 위해 여의도에 있는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회관으로 향했다. 자유와창의교육원은 한국 사회의 오피니언 리더와 일반 시민에게 ‘진짜 경제를 교육한다’는 목표로 2014년 개원한 곳이다. 교육원의 초대 원장으로 재임 중인 송병락은 한국 최고의 ‘전략 전문가’로 통한다. 그의 촘촘한 이력을 따라가는 일만으로 글로벌 경제 요충지의 현황과 지형도를 파악할 수 있을 정도. 송 원장은 서울대학교 경제학과와 경영대학원을 거쳐 미국 남캘리포니아 대학 대학원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와 부총장을 지냈다. 또한 하버드 대학 초빙교수와 케네디 스쿨 연구교수로 재임하며 동아시아 경제를 폭넓게 연구했고, 한국개발연구원 산업정책실장과 한국과학기술원 대우교수, 국제연합 . 세계은행 . 아시아개발은행의 자문위원으로도 활약했다.
전경련 44층에 있는 송 원장의 사무실로 들어서자 창밖으로 한강과 KBS 사옥, 국회의사당이 한눈에 들어왔다. 평생 동서고금의 명저를 연구하고 글로벌 현장의 내로라하는 석학을 직접 만나며 자신만의 전략과 경제 시스템 개발에 매진한 그와 한국을 움직이는 상징 권력의 요체가 내려다보이는 사무실은 영화의 한 장면처럼 잘 어울렸다.
그는 최근 ‘세상의 모든 전쟁을 위한 고전’이라 평가받는 손자의 <손자병법(孫子兵法)>을 전략 기술의 축으로 삼은 <전략의 신>이라는 신간을 출간했다. 그간 <한국 경제의 길>, <세계경제 전쟁, 한국인의 길을 찾아라>, <글로벌 시대의 경제학> 등의 경제 연구서를 꾸준히 발표해왔지만, 이번 저서는 송병락식 전략 연구의 엑기스라 할 만하다. <전략의 신>은 에둘러 말하지 않고 단도직입적으로 묻는다. ‘지금 당장 당신에게 필요한 전략은 무엇인가?’ 책에는 ‘정(正)의 전략×기(奇)의 전략’, ‘전승 전략×총력 전략’, ‘양의 전략×음의 전략’, ‘상생 전략×상극 전략’ 등 상반된 전략 카드를 융합하는 총 8가지 실전 기술이 담겨 있다. 전 현대그룹 회장 정주영, 애플의 스티브 잡스, 이순신과 ‘인천상륙작전’의 맥아더 장군, 칭기즈칸, 마오쩌둥, 베트남의 전쟁 영웅 보응우옌잡을 비롯해 삼성, 맥도날드 등의 성공 사례가 화수분처럼 쏟아진다. 그렇다고 이 책이 흔한 자기 계발서는 아니다. 오히려 풍부한 예시를 통해 인류 문명의 패러다임을 바꾼 사건과 그 뒤에 숨은 ‘싸움의 기술’을 알아가는 재미가 더욱 크다.
<전략의 신>은 그와 <손자병법>의 오랜 인연이 맺은 결과물이다. 하루에 버스 한두 대만 오가는 경북 영주의 시골 마을에서 나고 자란 그가 벼를 키우거나 오리를 기르는 농사꾼의 삶이 아니라 전략가로 살게 된 배경에는 늘 <손자병법>이 있었다. “통역장교로 근무하면서 엄청난 문화 충격을 경험했습니다. 미군이 사용하는 모든 것이 우리 것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좋았거든요. 우리와 그들은 왜 이렇게 현격한 차이가 날 수밖에 없는지, 그때부터 국가의 전략은 무엇인지 고민하기 시작했어요.”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을 가슴에 새기며 혼을 다해 공부한 그는 미국 유학길에 오른다. 이때 그의 손에는 <성경>, 일본어로 쓰인 영문법 책, 그리고 <손자병법>이 들려 있었다. 특히 그는 한국이 생각날 때면 <손자병법>을 읽고 또 읽었다. 일본 최고의 자산가인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의 전기도 송 원장이 꿈을 키우는 데 일조했다. 손 회장 역시 인생 최고의 책으로 <손자병법>을 꼽으며 사업 전략의 나침반으로 삼는다는 대목이 그에게 깊은 울림을 선사한 것이다. 종일 도서관에서 정자세로 공부만 한 그는 2년 6개월 만에 박사 과정을 마치고, 미국의 정치경제학자 앨버트 허시먼의 사무실에서 세계적 학자와 함께 연구하며 전략 전문가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송병락 원장이 ‘전략의 신’을 호출하게 된 동기는 단순했다. 급격하게 변화하는 세상을 맑은 물처럼 훤히 들여다볼 수 있도록 안내하는 전략서가 그만큼 드물었기 때문이다. “한국에는 ‘문(文)’에 관한 책이 참 많습니다. 그러나 일반인이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무(武)’를 알려주는 연구서는 드물죠. 아직도 사람들은 ‘무’나 ‘전략’ 하면 군사적 무력 충돌이 일어나는 전쟁터를 떠올립니다. 지금은 전쟁터가 사라진 전쟁 시대죠. 특정 분야에 국한한 일도 아닙니다. 경제, 사이버, 환경 등 모든 영역에서 각국이 치열한 전쟁을 벌이는 중입니다.” 그는 이 살벌한 게임에서 승리하기 위해 철두철미한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하며, 국제 정세를 운동 경기에 비유했다. “한국은 국제사회가 100m 달리기와 같다고 생각해요. 각자의 라인을 따라 최선을 다해 달리기만 하면 된다 이거죠. 하지만 세상은 축구와 다름없습니다. 공 하나를 두고 상대 팀을 속이고 끊임없이 훼방을 놓아야 이길 수 있어요. 또한 국가 간 싸움은 태권도, 유도, 검도 등 모든 기술을 융합한 격투기와 비슷합니다. 싸움은 순식간에 한 방으로 끝납니다. 태평성대의 시대는 끝났어요. 이런 때일수록 위대한 전략과 전략가가 필요합니다.”
그가 말하는 전략은 국가 대 국가나, 글로벌 기업의 치밀한 사업 수완에만 해당하지 않는다. 가족이나 친구 관계, 직장에서 지뢰밭처럼 숨어 있는 문제를 해결하는 삶의 지혜도 전략의 일종이다. “<손자병법>의 핵심은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입니다. 힘겹게 싸울 필요 없이 온 세상을 평화롭게 하는 사람이 진짜 전략가죠. 문제 해결에 급급하거나 사람이나 사건의 부정적인 면만 물고 늘어질 게 아니라 원인을 파악하고 모두가 편안해지는 방법을 찾는 것, 그것이 21세기를 살아가는 전략입니다.”
에디터 김재석 (jskim@noblesse.com)
사진 안지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