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LETTER

노블레스 매거진의 뉴스레터를 신청해보세요.
트렌드 뉴스와 이벤트 소식을 가장 빠르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닫기

<아세안 거리 음식>전을 통해 본 예술과 음식

ARTNOW

예술과 푸드가 공존하는 <아세안 거리 음식>전.

<아세안 거리 음식: 호로록 찹찹 오물오물> 전시장 전경. ⓒ 2020 Korea Foundation

동남아시아국가연합을 뜻하는 아세안(ASEAN)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 아세안은 우리나라와 지리적으로 비교적 가까운 라오스, 말레이시아, 미얀마, 베트남, 브루나이,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필리핀, 캄보디아, 태국 등 10개국 연합을 뜻한다. 동북아시아와의 관계만큼이나 우리나라에 중요한 이 10개국과의 사회적·문화적 교류를 위해 설립한 것이 바로 ‘아세안문화원’으로 2014년 열린 한·아세안 특별 정상회의의 후속 사업으로 외교부가 주축이 되어 2019년 부산에 개원했다. 아세안문화원에서는 현재 ‘한국과 아세안을 잇는 공감과 동행의 문화 플랫폼’을 비전으로 전시와 공연, 세미나 등을 진행하며 동북아시아에 비해 상대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아세안 국가의 문화를 알리고 있는데 아세안문화원 1층 기획전시실에서 열리고 있는 <아세안 거리 음식: 호로록 찹찹 오물오물>전(4월 11일까지)이 좋은 예다.

관광산업의 성장세가 가파른 아세안 국가의 거리 음식을 전시 주제로 선택한 것은 그 지역만큼 다양한 노점 음식 문화를 만날 수 있는 곳이 드물기 때문. 거리에서 맛보는 현지 음식의 맛과 형태, 냄새, 소리는 그곳을 찾은 관광객에게 도시의 역사와 언어, 교통과 환경 그리고 현지인의 분위기에 덧입혀져 몇 배 더 강렬한 자극으로 오래 기억에 남는 특성이 있다.

거리 음식을 통해 아세안 문화의 특색을 살펴보는 이번 전시에는 총 6팀의 작품이 출동했다. 이번 전시는 작가들에게 주제를 제시하고 그에 맞는 새로운 작품을 제작하는 것에 목표를 둔 것이 특징. 전시를 기획한 리우션의 류정화 대표는 말한다. “음식이라는 주제를 다양한 매체와 표현 방법으로 해석할 수 있는 작가들을 고민했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으로 동남아시아 지역의 많은 훌륭한 작가들과 함께하지 못한 것은 아쉬운 부분이지만 워크숍, 설치, 영상, 사운드, 데이터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적합한 작가를 찾을 수 있었죠.”

태국 작가 수티랏 수파파린야의 비디오 작품 ‘Taste of Noodles’. ⓒ 2020 Korea Foundation

노재운 작가의 ‘나의 영화적 정글 레시피’. ⓒ 2020 Korea Foundation

전민제 작가의 ‘Tell Me What You Eat and I will Tell You What You are’. ⓒ 2020 Korea Foundation

전시장에 들어서면 태국 작가 수티랏 수파파린야의 비디오 작품 ‘Taste of Noodles’(2006)와 ‘Dotscape’(2005)가 관람객을 맞는다. 치앙마이 출신인 수티랏 수파파린야는 인간의 역사와 활동이 다른 인간과 풍경에 미치는 영향에 천착해온 작가. 그는 다큐멘터리 영상 ‘Taste of Noodles’에서 치앙마이와 아유타야, 방콕, 호찌민, 하노이 등 태국과 베트남의 고도를 교차하며 두 국가의 다양한 국수 문화를 보여준다. ‘Dotscape’는 작가가 방콕에서 치앙마이까지 기차로 여행하는 과정을 담은 영상인데, 원형 스티커의 인쇄 망점으로 덮인 기차의 창문을 통해 나타나는 아스라한 태국의 풍경이 거대한 추상화를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전민제 작가는 이번 전시를 위해 ‘Tell Me What You Eat, and I will Tell You What You are’(2020)라는 신작을 준비했다. 컴퓨터공학을 전공하고 데이터를 다양한 매체로 확장하는 작가는 이 작품에서 관람객에게 친근한 푸드스타그램으로 아세안의 음식 문화를 표현한다. 한국의 인스타그램 유저들이 포스팅한 아세안 10개국의 거리 음식 이미지와 영상 데이터를 자신이 개발한 머신러닝 알고리즘 모델에 학습시켜 완전히 새로운 영상을 창조했다. 사실 인스타그램에 누구나 가장 많이 포스팅하는 것은 음식 아닐까? 작가는 이 작품에서 인스타그램에 음식 사진을 찍어 올리는 행위의 동기를 찾고 그 행위와 인간의 탐욕, 욕망의 관계를 영상으로 보여준다.

구민자 작가와 킴킴갤러리의 협업 설치 작품 ‘In the Food for Love’. 인도네시아의 간이식당과 마트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다. ⓒ 2020 Korea Foundation

누들을 형상화한 타이포그래피로 전시 주제를 잘 전달한 포스터. ⓒ 2020 Korea Foundation

어느 시골 동네의 구멍가게를 재현한 듯한 ‘In the Food for Love’는 요리를 매개로 작업하는 과정을 공유해 관람객에게 새로운 예술을 경험하게 하는 구민자 작가와 킴킴갤러리(김나영+그레고리 마스가 만든 갤러리이자 미술 작업)의 협업 설치 작품. 구민자와 김나영, 그레고리 마스는 2018년부터 양평에 살고 있는 인도네시아 이민자 루시 사피트리와 오엠 라이후엉에게 그들의 고향 음식을 배우며 이민자의 이주 여정과 그들의 문화를 작업으로 승화해왔다.

‘In the Food for Love’ 안에 각각 설치한 개별 작품 ‘Kim Kim Warung_The Stranger Warung Us’(2020), ‘The Grand Indonesian Noodles’(2020), ‘Lusi in Green’(2020)은 관람객이 실제로 인도네시아의 간이식당과 마트를 체험할 수 있는 작품이다. 한 가지 아쉬운 건 전시 기간 중 구민자 작가는 인도네시아에 출시된 50여 종의 인스턴트 누들을 전시장 내에서 조리해 시식하는 퍼포먼스를 진행하려 했는데, 코로나19 확산으로 거리 두기 기간이 연장되면서 퍼포먼스가 무산된 것. 하지만 바로 눈앞에서 인도네시아의 주전부리와 현지 노점상의 모습을 구경할 수 있다는 것은 분명 전시장 안의 신선한 재미거리다.

이 외에도 거리 음식을 먹거나 포장해 가려고 나온 사람들로 가득한 거리의 사운드를 채집해 선보인 홍초선 작가의 ‘휴.식(休.食)’(2020)과 아세안 국가를 다룬 영화에서 모호하고 아련한 장면을 추출해 영상, 롤스크린, 텍스트 오브제 형식으로 한 공간 안에 설치한 노재운 작가의 ‘나의 영화적 정글 레시피’(2020)도 작가 개개인의 창의적 해석을 덧입혀 관람객이 아세안 거리 음식에 대해 새로운 이미지를 창조할 수 있도록 돕는다.

생명 유지를 위해 늘 가까이할 수밖에 없는 ‘음식’과 삶의 필수 요소 중 어찌 보면 가장 멀리 자리한 ‘예술’. 아이러니한 조합처럼 보이지만, 이 전시를 둘러본다면 이들이 결코 서로 멀리 있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에디터 김이신(christmas@noblesse.com)
사진 제공 아세안문화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