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장의 리더십
고대부터 현대까지 남성의 가치는 전쟁에서 극대화됐다. 영토를 넓히기 위한 물리적 전쟁부터 자본주의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한 쩐의 전쟁까지 수많은 전장을 오가는 남자들에게 필요한 전장의 리더십은 무엇인가.

주식 시뮬레이션에서 매번 승승장구하던 사람이 실제 남의 돈을 맡아 관리하기 시작하면 실패하는 경우가 제법 많다. 진짜 돈을 만진다는 스트레스가 평소의 총명한 판단력을 뒤흔드는 것이다. 이에 비하면 전쟁은 돈과 목숨을 넘어 자신이 속한 문명의 존폐, 수백만 동족의 재산과 생명까지 걸린 엄청난 도박판이다. 그 어떤 상황보다 총명하고 침착하며 지혜로운 리더십만이 동족을 승리로 이끌 수 있다. 로마의 율리우스 카이사르, 몽골의 칭기즈칸, 영국의 넬슨 제독, 우리나라의 이순신 장군 등 역사는 전쟁을 승리로 이끈 장수를 최고의 리더로 기록한다. 전쟁은 리더십을 테스트하는 극한의 실험실이다. 참혹한 출혈과 살육의 공간에 굳건히 서 있던 전쟁 영웅들이 리더십의 전형으로 칭송받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을 것이다.
현대 전쟁사에서 세계 군사 전문가의 혀를 내두르게 한 사람을 꼽으라면 베트남의 보응우옌잡 장군을 빼놓을 수 없다. 그는 약소국인 베트남의 민병대를 이끌고 세계 최강의 군사력을 자랑하던 프랑스, 미국, 중국을 차례로 격파한 정글의 전사다. 당시 베트남 군대는 무기부터 군사 운용까지 모든 면에서 자국에 비해 월등한 나라들과 싸워야 했다. 그러다 보니 잘 훈련된 적군을 물리치는 과정에서 수많은 아군의 생명이 희생될 때가 많았다. 프랑스·베트남 전쟁과 미국·베트남 전쟁 당시 보응우옌잡 장군은 기관총과 총포로 무장한 적의 주둔지를 병력의 숫자로 제압하려다 엄청난 아군 사상자를 내는 인해전술로 악명이 높았다.
에디터 전종현(harry.jun@noblesse.com)
글 조승연(세계 문화 연구가) 사진 Shuttersto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