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시스가 제시하는 세단의 기준
겉으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주행 성능과 안락함을 모두 갖춘 차. 제네시스 G90는 조용하면서도 분명하게 플래그십 세단의 기준을 제시한다.

제네시스 G90는 가장 조용한 방식으로 고유한 자신감을 드러내는 차다. 뚜렷한 개성을 강조하기보다 완성된 구조 위에 기술과 배려를 정교하게 덧입힌 방향성이 이를 증명한다. 서울에서 대부도까지, 다양한 도로 위에서 제네시스 G90를 경험했다. 도심 정체 구간과 외곽순환고속도로, 시화방조제 위 뻥 뚫린 해안 도로, 좁은 데다 과속방지턱이 많은 시골길까지 약 120km 구간을 오가며 이 차의 진가를 확인할 수 있었다.
첫인상은 담대하고 우아하다. 크레스트 그릴과 두 줄 헤드램프, 클램쉘 후드로 브랜드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전체적 비례와 라인의 흐름을 정제해 한층 세련된 인상을 준다. 과장된 크롬 장식이나 유행을 좇는 라인이 없음에도 또렷한 존재감을 드러내는 것. 절제된 비율과 유려한 라인을 스마트하게 적용해 전장 5275mm에 달하는 웅장한 차체에 우아함과 역동성을 더했다.
운전석에 앉아 시동을 켜면 가장 먼저 조용한 엔진음과 간결한 인터페이스가 반긴다. 클러스터와 내비게이션이 파노라믹 디스플레이로 연결된 인포테이먼트 시스템 ccIC, 전자식 변속 다이얼 등 운전석 주변의 구성은 불필요한 장식을 배제하고 직관성에 집중한 모습이다. 시승 차량은 3.5리터 V6 가솔린 터보엔진에 48V 일렉트릭 슈퍼 차저를 적용한 모델이었다. 최대출력 415마력, 최대토크 56.0kg·m.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 시간은 5.5초로, 수치상으로도 강력하다. 하지만 이 차는 막강한 성능을 과시적으로 드러내지 않는다. 가속은 빠르지만 조급하지 않고, 고속에서도 차분하게 자세를 유지하는 것. 특히 시화방조제처럼 긴 직선 구간에서는 풍절음이나 노면 소음 없이 조용히 속도를 끌어올렸다.
주행 중 특히 인상 깊게 체감한 부분은 멀티 챔버 에어 서스펜션의 역할이었다. 대부도로 이어지는 시골길에는 과속방지턱이 유난히 많았는데, 감속을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차체가 충격을 대부분 흡수했다. 노면의 요철이나 급제동에서 흔들림을 유연하게 억제하면서도 차체의 흐름은 단단히 유지해 안정적으로 주행할 수 있었다. 반면 핸들링은 커다란 차체에 비해 민첩하고 기민했는데, 대형 세단임에도 조향 반응이 즉각적이라 장시간 낯선 길을 운전하는데도 피로감이 덜했다.

대부도에서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는 2열을 경험했다. 제네시스 실내 디자인 철학인 ‘여백의 미’를 구현한 점이 매우 인상적이다. 시트 퀼팅 디자인의 복잡한 라인을 최소화하고, 포지드 카본 메탈 지-매트릭스 내장재, 친환경 소재 등을 적용해 간결하면서도 우아한 분위기를 완성했다. 시트에 앉으면 대형 세단의 정체성과 다름없는 쇼퍼드리븐으로서 진가를 체감할 수 있다. 레그룸은 1120mm로 성인 남성이 여유 있게 앉아도 남을 정도로 넓고, 시트 역시 리클라이닝 각도가 넉넉한 데다 등과 다리를 받쳐주는 모션이 유기적이다. 센터 암레스트에 장착된 터치 패널로 좌석·커튼·공조·오디오 등을 조작할 수 있고, 좌우에는 독립형 디스플레이를 장착해 이동 중 각종 정보를 서치하거나 엔터테인먼트를 즐기기 좋다. 시트의 마사지 기능을 켜고 창 너머로 시화호와 대부도 해안선을 감상하는 동안, 차 안은 바깥과 분리된 하나의 라운지 같았다. 단순히 편안한 뒷좌석을 넘어 독립된 공간처럼 기능하는 2열은 회의 전 자료를 정리하거나 장거리 출장 시 이동 중 머리를 식히기 좋을 듯했다.
제네시스 G90는 결코 과시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조용히 숨어 있기만 하는 것도 아니다. 존재감을 각인시키는 방식은 기술과 디자인을 넘어 이동 중 머무는 시간의 질을 높이는 데 있다. 오너드리븐과 쇼퍼드리븐의 경계를 넘나들며 이동 자체를 ‘더 머무르고 싶은 특별한 경험’으로 끌어올리는 차. 지금 시대의 플래그십 세단이 어떤 기준을 갖춰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에 제네시스 G90는 가장 간결하면서도 확실한 답을 보여주었다.
에디터 김수진(jin@noblesse.com)
사진 박원태
장소 협찬 더헤븐리조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