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LETTER

노블레스 매거진의 뉴스레터를 신청해보세요.
트렌드 뉴스와 이벤트 소식을 가장 빠르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닫기

‘좀 다른’ 송년 무대

ARTNOW

1년간 수고한 당신에게 주는 선물, '좀 다른' 송년 무대

〈향연〉 1막 ‘봄’. 무채색 의상을 입은 무용수들 위로 붉은색 대형 매듭이 내려와 장관을 이룬다. 사진 제공: 국립극장.

크리스마스를 배경으로 희망과 사랑, 동심을 상기시키는 발레 〈호두까기 인형〉이 매해 여러 발레단의 버전으로 무대에 오른다면, 그에 비견할 만한 화려한 춤 잔치 〈향연〉은 12월 19일부터 25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공연한다. 현재 엠넷에서 방영하는 서바이벌 프로그램 〈스테이지 파이터〉에 앞서 한 차례 ‘한국 춤 신드롬’을 일으킨 작품이다. 2015년 초연한 이래 2018년까지 매해 꾸준히, 어느 해에는 무려 연말과 연초에 두 차례 공연할 정도로 인기가 높았던 〈향연〉이 올해 6년 만에 새로운 무대로 돌아온다.
제목 그대로 ‘춤의 향연’인 이 공연의 가장 큰 미덕은 시각적 아름다움이다. 궁중무 · 종교무 · 민속무 등 전통 소품 레퍼토리 11편을 봄 · 여름 · 가을 · 겨울 사계절 테마 안에 담아냈다. 옴니버스 형식으로 펼쳐 보이는 무대는 디자이너 정구호의 미장센으로 미니멀하고 모던하게 재탄생했다. 오방색으로 대표되는 한복의 화려한 색감과 장식을 걷어내고 간결하게 정리했을 뿐인데 객석에서는 탄성이 터지기 일쑤. 아름다운 의상이 춤을 가린다 싶다가도, 어느새 의상은 그림이 되고 무용수의 춤사위가 더욱 생생하게 다가온다.
1막 ‘봄’은 궁중무 3편으로 구성된다. 종묘제례 일무 중 문무 ‘전폐희문’과 정재 ‘가인전목단’, 무무 ‘정대업지무’가 차례로 이어진다. 무대와 의상은 무채색으로 채워진다. 정갈하고 순수한 흰색부터 귀태를 더하는 회색, 강인함을 담은 흑색으로 무대가 전환되면서 관객에게 절제되고 공손한 인사를 전한다. 현대인의 호흡에는 너무도 느리게 느껴지는 궁중음악의 멋을 새삼 발견할 수 있는 장이다. 2막 ‘여름’은 화려한 불교 의식무 ‘바라춤’과 꽹과리를 치며 흥을 돋우는 ‘진쇠춤’으로 이어진다. 잘 익은 한여름의 포도를 떠올리게 하는 보랏빛 비단 치마는 이 춤을 단숨에 현대 한국 춤으로 전환한다.
그럼에도 여전히 춤이 지루하다면, 3막 ‘가을’에선 그러한 선입견이 쨍그랑 깨질 터. 여유와 풍요를 나누는 이 장에선 남성 춤의 대명사인 ‘선비춤’, 여성 무용수의 연주 기교가 돋보이는 ‘장구춤’, 남성 무용수의 잔재주로 이뤄진 ‘소고춤’, 그리고 무대의 하이라이트인 24명 무용수의 ‘이매방오고무’가 펼쳐진다. 푸른빛에서 진초록으로, 다시 진청색과 진노랑으로 가을 들판이 익어가듯 물드는 화려한 무대가 볼거리다. 4막 ‘겨울’에선 태평무를 재창작한 ‘신태평무’로 마무리한다. 나라의 평안과 태평성대를 기원하는 춤을 현시대에 맞게 안무한 것으로, 전 출연진이 한 무대에 올라 화려하게 막을 내린다.

〈향연〉 3막 ‘가을’의 이매방오고무 장면. 공연의 하이라이트로 손꼽힌다. 사진 제공: 국립극장.

〈마당놀이 모듬전〉. 윤문식과 김성녀, 김종엽 등 마당놀이 스타 3인방이 특별 출연한다. 사진 제공: 국립극장.

병풍이나 고가구, 옛 그림 등 흔히 전통 공연이라고 하면 떠올리는 무대는 〈향연〉에 없다. 오히려 배경으로 간결한 미디어 아트가 비치고 족두리, 비녀, 관모, 노리개 등 장식 요소를 극대화해 오브제로 활용한 것이 눈에 띈다. 한국 춤의 미학을 극대화하고자 전통 요소를 과감히 해체한 시도야말로 〈향연〉을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다. 물론 이러한 현대적 시도는 반세기 넘게 미래의 전통을 만들어온 국립무용단 무용수들의 헤리티지 덕분에 가능했다.
춤보다는 음악 취향이라면, 롯데콘서트홀에서 12월 2일부터 8일까지 일주일간 열리는 ‘BBC 프롬스 코리아’에 주목해도 좋다. 영국 런던이 자랑하는 130년 역사의 여름 클래식 음악 축제 프롬스가 올겨울 한국에서 열린다. BBC 스코틀랜드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수석 지휘자 라이언 위글스워스와 함께 내한해 한국 관객이 사랑하는 ‘얼음공주’, 바이올린 여제 힐러리 한을 비롯한 여러 협연자와 호흡을 맞추며 총 8편의 공연을 선보인다.
주목할 만한 한국 연주자도 다수 포진한 이번 라인업에서 의외로 눈이 가는 프로그램은 12월 6일 열리는 ‘웨스트엔드 뮤지컬 갈라 콘서트’다. 미국 브로드웨이와 함께 뮤지컬 성지로 불리는 웨스트엔드의 인기 레퍼토리를 한자리에서 즐길 수 있기 때문. 레너드 번스타인의 〈캔디드〉, 〈온 더 타운〉, 〈웨스트사이드 스토리〉, 앤드루 로이드 웨버의 〈오페라의 유령〉, 클로드-미셸 쇤베르크의 〈레 미제라블〉, 그리고 다수의 유명 영화음악으로 구성했다. 화려한 무대로 눈을 사로잡는 브로드웨이의 쇼 뮤지컬과 달리 음악적 완성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웨스트엔드 뮤지컬의 현지 감성을 선사한다. 물론 사운드트랙만이 아니라 뮤지컬 배우 벤 포스터와 히바 엘치케가 직접 출연해 주요 넘버를 들려준다. 고전음악의 묵직한 사운드와는 또 다른, 뮤지컬 음악의 화려한 사운드를 그에 최적인 방송교향악단의 음색으로 만끽할 수 있는 기회.
이로써 ‘송년’ 혹은 ‘연말’ 하면 떠올리는 춤과 음악 공연을 짚어봤으니, 보너스 공연 한 편 더 소개하려 한다. 11월 29일 개막해 내년 1월 30일까지 이어지는 국립극장 마당놀이 10주년 기념 〈마당놀이 모듬전〉이다. 1980년대를 시작으로 30년간 사람들을 웃기고 울린 MBC 마당놀이 시대가 저물고, 그 바통을 이어받은 국립극장은 2014년부터 극장식 마당놀이를 선보였다. 돌아온 마당놀이에 관객은 열광했고, 7년간 매년 연말연시에 공연해 지금까지 20만여 명이 극장을 찾았다. 그 시절을 풍미한 ‘마당놀이 스타 3인방’ 윤문식 · 김성녀 · 김종엽이 특별 출연하는 이번 공연은 1980년대에 시작해 2020년대를 관통하는 마당놀이 역사를 아우르는, 이른바 ‘갈라’ 공연이다.
공연 전 일찌감치 객석에 입장해 배우들이 파는 엿을 사 먹고, 새해의 소망을 담아 돼지머리에 직접 돈을 꽂으며 고사를 지내고, 공연 중에는 배꼽 잡으며 한바탕 웃다가 무대가 끝난 뒤에는 뒤풀이 춤판에 직접 올라 흥겹게 노닐며 기념사진도 찍고, 즐거움 가득한 ‘한국형 송구영신’을 즐기며 연말연시 정취를 만끽해보자.

BBC 스코틀랜드 심포니 오케스트라 수석 지휘자 라이언 위글스워스와 BBC 심포니 합창단. ⓒ Cici Burn.

 

에디터 정규영(ky.chung@noblesse.com)
김태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