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셰프의 정석 제이슨 애서턴
영국에서 현재 가장 주목받고 있는 셰프 제이슨 애서턴을 만나려면 최소 석 달 전에 약속을 잡아야 한다. 아니면 직접 그의 레스토랑을 찾든가.
제이슨 애서턴(Jason Atherton)은 영국에서 현재 가장 자주 이름이 거론되는 셰프이자 요리 연구가, 런던·상하이·홍콩·싱가포르에서 모두 14개의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글로벌 레스토러너, 생 로랑과 톰 포드를 즐겨 입는 패션 아이콘, 리얼리티 푸드 쇼
그의 여러 레스토랑 중 심장 역할을 하는 건 단연 런던에 소재한 ‘소셜(Social) 레스토랑’ 그룹이다. 2011년 오픈 후 6개월 만에 미슐랭 1스타를 받은 폴렌 스트리트 소셜(Pollen Street Social), 스페인에서 영감을 받은 독창적 요리를 선보이는 소셜 이팅 하우스(Social Eating House)와 파리의 마레 지구를 연상시키는 프렌치 스타일의 리틀 소셜(Little Social), 그리고 지난달 런던 금융가인 뱅크 지역에 오픈한 시티 소셜(City Social)이 그것이다. 여기에 하나를 더한다면, 지난해에 세계적 호텔 인테리어 디자이너 이언 슈레이거(Ian Schrager)가 새롭게 단장한 런던 에디션(The London Edition) 호텔과 협업해 오픈한, 지금은 전 세계 셀레브러티의 집합소가 된 ‘버너스 태번(Berners Tavern)’을 들 수 있다.
1996년 영국 <선데이타임스>가 선정한 영국 최고의 ‘신예 셰프’, 2001년 <타임아웃> 선정 ‘중동 최고의 셰프’, 2006년과 2008년 <이브닝 스탠더드> 선정 ‘올해의 셰프’, 그리고 같은 해 BBC의 요리 리얼리티 프로그램
1 전 세계 셀레브러티들이 모이는 런던 에디션 호텔 1층에 위치한 버너스 태번 /Photo: John Carey, Light and Motion
2 시티 소셜의 ‘트러플 오일과 말린 비네거를 올린 컴프리안 육회’ /Photo: Steven Joyce, Light and Motion
3 시티 소셜의 인기 메뉴인 ‘셀러리액을 곁들인 스코틀랜드산 훈제 연어’ /Photo: Steven Joyce, Light and Motion
어떻게 셰프의 길을 걷게 됐나요? 어려서부터 요리하는 게 좋았어요. 제가 만든 요리를 맛보고 기뻐하는 사람들을 보는 게 행복했죠. 특히 새벽시장의 신선한 식자재는 제가 계속 요리할 수 있게 해주는 원동력 같은 거였어요. 그곳의 가공하지 않은 재료로 만든 제 요리를 즐기는 이들을 보며 전율과 보람을 느꼈죠. 그렇게 셰프가 됐어요.
오늘 하루 어떻게 시간을 보냈는지 궁금합니다. 아침 6시 30분쯤 일어나 샤워하고 가벼운 아침을 먹은 후, 제일 먼저 소셜(Social) 그룹의 메인 레스토랑인 폴렌 스트리트 소셜을 돌아봤습니다. 이후 재무 보고를 받았고, 다른 소셜 레스토랑의 오늘 예약 상황을 꼼꼼히 확인했습니다. 그리고 구글에 가서 강의를 하나 했고, 서점으로 이동해 새로 출간한 책의 사인회도 했습니다. 정오엔 폴렌 스트리트 소셜로 돌아와 점심을 준비했고요. 그러고는 버너스 태번에 잠시 들러 몇 주 전 오픈한 레스토랑 시티 소셜과 관련해 비즈니스 미팅을 했고, 미팅 후엔 잠깐 운동하러 갔고, 이후 이곳으로 인터뷰를 하러 왔습니다. 아, 물론 인터뷰가 끝나면 시티 소셜로 돌아가 저녁 준비를 해야 합니다. 그게 끝나면, 아마 새벽 1시 30분쯤 되겠지요?
당신의 요리는 맛도 맛이지만 시각적으로 참 아름답습니다. 혹시 평소에 생각하는 아름다운 요리의 이미지가 있나요? 요리는 무엇보다도 맛이 중요합니다. 창조적인 것도, 실험적인 것도 중요하지만, 결국 요리엔 맛의 진정성이 담겨 있어야 해요. 접시를 비우고 레스토랑에서 나왔을 때 마음이 충족됐단 느낌을 받을 수 있어야 하죠.
최고의 레스토랑인 엘불리에서 쌓은 경험이 지금 당신의 요리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궁금합니다. 그러고 보니 대부분의 셰프가 프랑스로 요리 유학을 떠날 때, 당신은 특이하게도 스페인으로 갔더군요. 저도 프랑스에서 요리를 배웠습니다. 하지만 프랑스를 택하기 전 스페인에 먼저 갔죠. 스페인을 먼저 택한 건 남들과 다른 경험을 하고 싶어서였습니다. 다행히 스페인 최고의 레스토랑 엘불리에 들어갈 수 있었고요. 그곳에서의 다양한 경험이 지금의 제 요리 스타일에 많은 영향을 주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정확히 말하면 그건 맛을 내는 어떤 비법이라기보다, 요리하는 방법의 다양성 같은 것이었습니다. 엘불리에서의 경험은 지금 제가 영국 요리를 연구하는 데 있어 조리법의 다양성을 불어넣어 줬어요.
얼마 전 ‘시티 소셜’의 매니저를 통해 들었습니다. 당신의 요리 철학이 ‘숨기지 않는 것’이라고요. 당신이 운영하는 레스토랑의 키친이 모두 오픈돼 있는 것도 그런 이유겠죠? 그 말도 일리가 있네요.(웃음) 하지만 제가 요리할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건 따로 있습니다. 바로 전통과 미래를 동시에 고려하는 거죠. 요리하다 보면 늘 새로운 향신료와 조리법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러나 전 그것이 단지 새롭다는 이유만으로 제 요리에 적용하지 않습니다. 그것이 전통 조리법보다 월등히 나은지 어떤지 실험을 통해 판단하는 편입니다. 일례로 최근 몇 년간 런던에서 트렌디한 조리법은 수비드(sous-vide)입니다. 밀폐된 비닐봉지에 고기나 생선을 넣고 끓는 물에 천천히 조리하는 간접 가열 방식이죠. 하지만 전 그 방식을 무조건 고집하진 않습니다. 중세부터 전해 내려오는 다른 좋은 조리법도 많으니까요. 제가 레스토랑에서 선보이는 조리법은 대개 그렇습니다. 전통과 미래를 서로 비교해 맛의 최고 궁합을 찾는 거죠.
많은 매체에서 당신의 레스토랑을 좋게 평가하고 있습니다. 요리는 물론 미적으로도 뛰어나다고요. 런던에 있는 레스토랑 하나하나부터 메뉴, 웹사이트, 그리고 하다못해 테이블 위의 냅킨까지 독특하게 세팅돼 있죠. 그 어떤 미슐랭 레스토랑에서도 경험할 수 없는 프로페셔널함이 느껴집니다. 조금 전 질문에서 저는 요리의 맛을 강조했습니다. 여기에 또 하나 덧붙이고 싶은 것이 요리의 맛만큼이나 중요한 ‘소통’입니다. 레스토랑 브랜드의 이미지를 결정하는 고객과의 소통. 제가 말하는 소통은 프랜차이즈 레스토랑의 상업적 이미지를 만드는 개념과는 조금 다릅니다. 일례로 제 소셜 레스토랑은 런던의 브랜드 전문가 사이먼 니컬스가 총괄하고 있습니다. 소셜 레스토랑의 특색 하나하나를 살려 독립적 이미지를 창조해나가고 있죠. 소통은 매우 단순하지만 더없이 중요한 세상의 진리입니다. 부부 관계든, 부모 자식 관계든, 상사와 부하 직원 관계든, 셰프와 손님의 관계든 소통이 없인 그 어떤 관계도 깊어지고 발전할 수 없죠.
골프광이라고 들었습니다. 연습할수록 완벽에 가까워진다는 점에서 요리랑 비슷합니다. 사실 세상의 모든 이치가 그렇죠. 무언가 원하는 게 있고, 거기서 최고가 되고 싶다면 완벽해질 때까지 연습하면 됩니다. 지금 제가 이 자리에 오기까지 16년이라는 시간이 걸렸습니다. 물론 저보다 재능이 뛰어난 이라면 3~5년 안에 경지에 오를 수도 있겠죠.
마지막으로 당신 같은 훌륭한 셰프를 꿈꾸는 이들에게 조언 한마디 해주세요. ‘좋은 셰프’라면 자신이 만든 요리와 그걸 만드는 행위 자체를 즐길 줄 알아야 합니다. 사랑해야 하죠. 아무 조건 없이요. 그 어떤 힘든 과정을 겪으면서도 절대 포기하지 않는 숙명적 사랑을 해야 합니다. 사실 이쪽 업계가 생각보다 터프합니다. 그런데 일부 TV 프로그램이 셰프의 스타적 이미지만 보여주며 과대 포장하죠. 진짜 ‘스타’가 되고 싶은 이들에겐, 요리 학교 말고 연기 학교에 가라고 말하고 싶네요.
에디터 이영균 (youngkyoon@noblesse.com)
사진 권순학(인물)